기분만 내기 위해서 산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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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자기 접시 위에 곱게 잘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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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봐도 미각은 동하지 않을 뿐, 나중에는 충동에 휩싸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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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휴지통에 죄다 버리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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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로 살을 감싸고, 아무렇지도 않게 삶을 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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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내일 따위 오지 않는 편이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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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을 모아도, 이미 알겠지마는 소용없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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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던 찰나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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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크 소리, 날 꾸짖듯 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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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로 너는 만족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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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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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워 상자에 넣어서 다시는 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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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날은 흐르고 이 삶에 익숙해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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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용서해줄 리 없어, 모두가 날 싫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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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귀를 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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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날이 맑다면 어딘가 여행을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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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나 바다, 혹은 다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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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할 수 있다면 어딘들 즐거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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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어리광이 심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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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대로 젠체해 보아도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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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대로 적어둔 사실의 나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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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대로 기를 써 보아도 어차피 안 될 게 뻔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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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않는 게 맞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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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좋은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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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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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놰 읊조리던 찰나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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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크 소리, 날 꾸짖듯 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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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믿고 싶지 않을 뿐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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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들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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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상처 입히지 않아, 절대로 놓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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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날은 흐르고 이 삶이 끝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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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날 싫어하고 있어, 나조차 날 싫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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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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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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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도 능력도 체력도 부족한 정말 못 써먹을 어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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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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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도 구원도 낙원도 처음부터 어찌 돼도 좋았던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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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자격이 없는 내가 슬픈 체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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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크 소리, 뉘 우짖듯 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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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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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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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워 상자에 넣어서 다시는 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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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날은 흐르고 이 삶에 익숙해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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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날 싫어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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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용서해줄 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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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날 싫어하고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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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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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머리가 터져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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