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8 00:49:06

로키산메뚜기

로키산메뚜기(로키산맥메뚜기)
Rocky Mountain locust
파일:Melanoplus spretus.jpg
학명 Melanoplus spretus[1]
Walsh, 1866
<colbgcolor=#fc6> 분류
동물계(Animalia)
절지동물문(Arthropoda)
곤충강(Insecta)
메뚜기목(Orthoptera)
메뚜기과(Acrididae)
멜라노플루스속(Melanoplus)
로키산메뚜기(M. spretus)
멸종위기등급
파일:멸종위기등급_절멸.svg
파일:로키산메뚜기.jpg
복원도

1. 개요2. 북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악명3. 멸종4. 기타5. 관련 문서

[clearfix]

1. 개요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했던 메뚜기의 일종이다. 한국의 밑들이메뚜기와 가까우며, 같은 속의 빗살무늬미주메뚜기는 한국에 유입되어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었다.

평균 크기 2~3cm인 흔하고 평범했던 메뚜기. 로키산맥의 동쪽에서 자주 발견이 되었으며 대개 높고 건조한 곳에서 서식했다. 사실 몬태나 주에서부터 콜로라도 주 네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미국 서부에서는 그야말로 없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캐나다에도 있었을 정도다.

2. 북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악명

파일:Grangers_vs_Hoppers.jpg
미국의 만화가 헨리 워렐(Henry Worrall, 1825-1902)이 묘사한 캔자스 농부와 로키산메뚜기의 사투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정착할 때 백인들은 이 로키산메뚜기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그러나 개척민들이 별 생각 없이 농사를 짓자 농경지에 이 메뚜기들이 습격해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놈들은 식물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먹을 수 있었고, 심지어 철새처럼 대규모로 이동하는 습성도 있었다. 원 서식지의 식물을 다 먹어버려서 땅이 황폐해지면 무리를 이끌고 비옥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개척민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농경지는 혹독하고 건조한 고지대에서만 살던 이 메뚜기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밥상이었을 것이다.

1873년부터 1877년에 이상범람을 보여 농경지를 습격했고 약 2억 달러 이상 피해를 입혔다. 그 당시는 아직 달러 금화가 멀쩡히 통용되고 있을 시기였으므로 현대의 물가로 환산하면 훨씬 크다. 당시 1달러 금화를 2023년 환율의 달러로 환산하면 약 28.9달러 정도였으니 로키산메뚜기의 피해액은 약 57.8억 달러, 한화로는 무려 약 6.9조 원이나 된다.[2] 1870년 기준 미국의 GDP(PPP 기준)[3]가 1990년 환율로 125.5억 달러, 2023년 환율로 288.6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 GDP의 무려 15~20%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메뚜기 한 무리는 19만 8천 평방 마일을 뒤덮을 수 있었는데, 이는 캘리포니아 주 전체 크기보다 컸고 콜로라도 주 전체 크기의 2배였다. 해당 무리는 2조 5000억마리 남짓에 무게는 2700만 톤이었다고 추정한다. 종 전체가 아니라 무리 하나가 그 정도였다.

1800년대 말 미 서부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 초원의 집에서 그 무시무시함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당시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물자 운송수단인 증기 기관차도 이 메뚜기 떼들 때문에 운행 마비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메뚜기 무리들이 선로에 내려앉아 있다가 바퀴에 깔려죽기 시작하면 그 사체 때문에 바퀴가 미끄러져 헛도는 공전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관사 운전원들은 선로에 모래를 부어서 마찰력을 높여 기관차를 움직이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4]

이렇게나 큰 피해를 입히니 당시 메뚜기를 죽이는 전용 장치까지 개발될 정도였다.

3. 멸종

이처럼 19세기까진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음에도 20세기 들어 갑자기 멸종됐다. 위에 설명된 1877년의 재앙이 있은 지 불과 30년도 안 되어 증발하듯 사라졌다. 살아있는 개체가 마지막으로 채집된 때가 1902년이다. 북미대륙에 백인들이 이주한 지 300여년, 미국을 세운 지 126년 만의 일이다. 예전엔 일부는 무리를 이루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남은 표본과 DNA를 비교해 본 결과 확실한 멸종으로 본다.

멸종의 원인은 알 수 없다. 산란지인 강둑·평원지대를 메우고 개간하는 공사 등으로 인한 서식지의 파괴로 멸종하지 않았겠느냐란 가설이 있을 뿐이다. 군집이 관찰된 해에만 일시적으로 그런 평원에 모여 산란했기 때문에 이 가설도 신빙성은 썩 높지 않다.

이 메뚜기의 멸종으로 안 그래도 사냥으로 고통받던 에스키모쇠부리도요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4. 기타

  • 로키 산맥에 있는 메뚜기 빙하(grasshopper glacier)에 메뚜기들의 사체로 이루어진 지층이 있는데, 이 사체들이 로키산메뚜기라고 추정한다.
파일:grasshopper glacier in rocky mountains.jpg }}} ||
로키 산맥의 메뚜기 빙하에 쌓인 사체들 #
아직도 지층을 파헤쳐 보면 미라화된 메뚜기의 사체를 건져낼 수 있는데, 한둘도 아니고 시체로 지층이 이루어질 정도였으니, 이들의 개체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특정 빙하 앞에 대량의 메뚜기 사체들이 있는 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메뚜기 무리를 인도하는 선두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로키 산맥에 갇혀 있다가 추운 폭풍에 의해 모두 동사해 버렸다는 가설이 지지받는다.
  • 이 생물이 멸종한 것을 예시로 들며 모기도 사람이 노력하면 멸종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메뚜기는 오로지 미국 캐나다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남극에서부터 사막까지 전 지구에 모조리 퍼진 모기와는 서식지의 범위가 비교도 안 된다. 애초에 상술했듯 로키산메뚜기의 멸종 원인도 인간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5]
  • 비록 로키산메뚜기는 허무하게 멸종했지만, Melanoplus속의 다른 메뚜기는 여전히 팔팔하게 살아남아 미국 농부를 괴롭히고 있다. 특히 Melanoplus devastatorMelanoplus differentis가 황충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악명 높은데 M. differentis는 '빗살무늬미주메뚜기'라는 이름으로 국내에도 들어와서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5. 관련 문서



[1] 라틴어로 'spretus'는 '멸시', '경멸'을 의미하는 단어다. [2] 사족으로 남북 전쟁 당시 보병 한 명의 월급이 13달러였는데, 이를 1865년 기준으로 두면 2023년 환율로는 242달러도 되지 않는다. [3] 미국 달러 기준 PPP는 GDP와 같다. [4] 현대의 열차도 선로와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모래를 뿌리는 살사(撒沙)장치를 사용한다. [5] 인간이 이들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은 맞지만, 이 행위가 멸종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인지 간접적인 이유인지 알 수 없다. [6] 캐릭터의 모티브가 로키산메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