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는 단순한 야만인이다. 욕망을 위해서라면 주위 사람들도 서슴없이 유린하는 지성을 곤봉과 같은 레벨의 무기로 사용하는 작자다.
- 키리시마 군지
- 키리시마 군지
의룡의 등장인물. 흉부외과의 교수로, 이 만화의 최종 보스 포지션.
의사로서의 실력에 대한 묘사는 특별히 없다. 나이가 나이이고 또 정치에 온 힘을 다 쏟은터라 실력은 확실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암시가 만화 중 군데군데 나온다.[2] 특히 아직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키토에게서 아사다의 수술의 대단함을 눈치채지 못하는 늙은 의사들 중 하나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래도 그 자리까지 순전히 권모술수만으로 오른 돌팔이는 아니며 아사다, 카토 등과 의학 지식으로 충돌할 정도의 능력은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눈치와 권모술수, 정치력은 만렙.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뚫고 나가고도 남을 수준. 이 분야에 대해서라면 아사다 류타로를 제외하면 작중 그 누구도 이 양반의 포스를 뛰어넘지 못하며 그야말로 정적을 제거하고 부하들을 구워삶는 데에는 이골이 난 인물이다. 라이벌인 소후에 교수보다는 여러모로 한수 위. 라이벌이라 쳐주는건 그나마 비벼볼만한 세력과 입지를 가진게 소후에 교수 뿐이라 그런 것 같다. 이 노인네의 사람 다루는 기술이 무시무시하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14권 수술 중, 키리시마가 단지 아사다의 예정을 파악하고 있고 또 얼핏 지나칠 수 있는 존칭 없이 단순히 '아사다'라고 호칭했다는 점을 캐치해서, 그 알력을 짐작하고 기어이 키리시마로부터 콤플렉스를 끌어내 자신에게 굴복시켰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을 들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어지간히 인간 관계와 그 사이에 생겨나는 위계를 꿰뚫어보고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서야 힘든 일이니만큼 대단하기 짝이 없다.
철저히 위계서열에 기초한 관료제 방식으로 의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의 회진 시 그의 뒤로 길게 늘어선 의사들의 행렬을 보면 마치 다이묘 행렬 같다고 묘사할 정도. 부하직원들은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이 굴려대며 소모품이나 방패막이로 써먹는 그 폭력적인 모습에 키리시마는 노구치의 본질은 야만인과 똑같으며 단지 야만인이 곤봉을 무기로 써서 원하는 걸 얻는 것과 비슷하게 지성이란 걸 무기로 써먹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작중 보여지는 사백안 동태눈깔을 희번뜩거리며 욕망에 쩐 모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적절한 평가.
철저하게 권력지향적이다. 작중 본인 스스로도 직위 따위가 탐나는게 아니라 권력이 탐난다고 언급할 정도다. 이를 위해서라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던져버릴 수 있는 인물. 키리시마가 수술 중 실수를 했을 때 수술 스태프들을 입막음 시켜 실수를 은폐시키라 지시할 때 "지금 바닥에 우유가 쏟아져 있네. 지금 이 우유를 깨끗이 핥아먹는게 자네에게 가장 유익한 길이야. 필요하다면 누가 보고있건 자존심따위는 버리고 말일세. 설령 아사다가 보고 있더라도 나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핥아먹을 수 있어."라고 할 정도. 이 성향은 종반부에 상세히 묘사되는데, 의국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짐으로써 교수로서의 권력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그동안 은폐해온 뇌물 수수, 의료사고 등을 죄다 까발리는 등 지금까지 지켜온 의국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로운 권력 창출을 위해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기관을 설립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의국의 적폐를 내부 고발했다는 이미지 세탁이 필요했기 때문. 결국 모두를 적으로 돌려버려 자신의 망년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목적은 이루었기에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아사다가 '의사로서'[3] 유일하게 자신을 찾아오자 권모술수의 달인답게 아사다의 성격과 목적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구워삶고, 아사다도 딱히 문제될 것은 없었는지라 밀월관계가 되어 함께 신나게 다른 의국원들을 갈군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카토를 비롯한 다른 의국원들은 당연히 어처구니없어 하고, 이쥬인은 '내가 알던 그 의국 맞아?!'라고 중얼거릴 지경.
요즘 들어 자네한테 유독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말이야. 강한 리더십. 주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독선적인 개성. 그리고, 목적을 위해 끝없이 달리는 집념.
자네가 날 가장 많이 닮았네. 만약 자네가, 그 천재적인 외과의의 재능을 갖추지 못했다면...
역시 권력을 탐했을지도 몰라.
-망년회에서 아사다에게. 저 말에 대해 아사다도 부정하지 않고 "그럴지도 모른다"며 인정해 버린다.
-망년회에서 아사다에게. 저 말에 대해 아사다도 부정하지 않고 "그럴지도 모른다"며 인정해 버린다.
하지만 자신마저 심장에 병이 걸려 언제 심장이 파열될지 모르는 판국에도 병원 평가 기구 설립에 필요한 정부 예산을 받고자[4] 수술을 차일피일 미뤄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른다. 결국 정부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자마자 바로 현업에 복귀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쿠니타치의 스텐트 수술법을 먼저 시행했으나 수술 중 마취의 닥터 바우만의 지병이 발작하여 쿠니타치의 수술은 실패하고, 바로 카토 아키라가 자신의 저체온 대동맥 치환술을 시행하여 간신히 살아난다.
3인 선거에서 먼저 탈락한 쿠니타치를 제외하고 카토 아키라와 키리시마 군지가 1:1 경쟁구도로 흘러갔을 때 의식이 돌아오자 카토를 지지했으며, 카토에게
가족구성으로는 부인과 아들 둘이 있으며 부인인 노구치 사키에는 엄청난 미인으로 소시적에는 소후에 교수와 그녀를 두고 경쟁했다. 노구치, 소후에, 노구치 부인은 셋이 같은 대학을 나왔다. 소후에도 참 불쌍한 캐릭인데 짝사랑하던 여자를 뺏긴 것도 모자라서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그 짝사랑을 잊지 못하고, 항상 노구치에게 뒤통수를 맞는 신세에다, 술만 먹으면 젊은 시절의 노구치 부인이 함께 찍힌 옛날 졸업앨범 단체 사진을 보는게 버릇이다. 장남인 노구치 마사유키는 외교관이며 카토 아키라와 썸씽이 있었으나[6] 현재는 다른 여성과 결혼한 상태. 차남에 대한 묘사는 특별히 없으나 딱 한 번 귀국 얘기가 나오는걸로 보아 유학중이거나 해외에서 근무하는듯. 이런 가족을 두고 본인은 의대 교수이기 까지 하니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
공적으로는 철저한 권력 지향인데 반해, 가족에게는 진심으로 선량한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아내인 사키에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이 사람이 그 노구치인지 의심이 갈 지경. 18권에서 임신한 며느리가 중상을 입어서 태아와 산모 중 한 쪽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빠지자 지체없이 '태아는 포기하고 산모를 살려라. 모체가 죽으면 본전도 못 건지니까.'고 말하며 냉혹한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사실은 태아 자체에도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처음부터 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고, 마음이 여린 아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기 혼자 책임을 지고 과감히 태아를 포기하려 한 것. 노구치 스스로도 '그렇지 않고서야 누군들 좋아서 손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겠는가.'라고 생각한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이쥬인은 '부모로서 이해할 수는 있는 행동이지만 저래도 되는 걸까?'라며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다. 그러나 카토의 수술 덕분에 태아와 산모 모두 목숨을 건지게 된다.
마지막화에서는 은퇴해서 부인과 함께 유유자적한 여생을 즐기는 모습으로 나온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짓밟고 피눈물을 빨면서 저 자리에 오른[7] 인간치곤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의룡 문서에서 언급했듯이 원작자가 사망하면서 연재 방향도 약간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동맥류 수술을 받은 후 아사다와의 대화에서 권력욕을 버리고 아내를 택한 듯한 묘사가 나오며,[8] 에필로그에서는 본인이 하려고 했던 의료평가기구도 대리로 삼았던 소후에에게 맡겨버렸다는 언급이 나온다. 즉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사실상 은퇴한 거나 마찬가지다. 원안을 유지했다면 필시 감방으로 갔겠지만.
일본 의학드라마 하얀거탑의 등장인물 우가이 교수와 빼다박은 수준으로 닮았다. 대머리에 안경을 낀 대학병원의 노교수 포지션에 평소에는 하라구로에 병원 내 최고 실세라 불리는 권력자, 자기 눈 밖에 난 존재는 가차없이 쳐내버리고, 환자가 아닌 병원과 자신의 자리에만 연연하는 늙고 부패한 정치인 같은 의사. 공교롭게도 의룡의 연재 1년 뒤에 하얀거탑이 방영되었다.[9]
[1]
정식 발매판 초반부에는 야구치라 강제 개명당한 흑역사가 있다.
[2]
단적인 표현이 바로 의사 가운 밑에 입고 있는 옷. 응급구조과의 키토 교수조차도 회의 등 공적인 자리에만 셔츠&넥타이 차림을 유지하고 평상시엔 가운 밑에 수술복을 입는 데 비해, 노구치는 키리시마의 수술에 참관했던 적을 제외하면 작중에서 가운 밑에 셔츠&넥타이만 입는다. 애초에 현장에 가지 않으니 수술복을 입지 않는 것.
[3]
아사다가 병에 걸려 실성했냐고 물어보자 아사다의 짐을 쳐다보는 것을 보면 의료기구를 챙겨온 것으로 보인다.
[4]
자신의 건강 상태가 공개되면 (곧 죽을 거라면 흐지부지될 거라 생각할테니) 예산을 배정하는 정부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병원 평가 기구 설립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의 권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노구치로서는 수술을 바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5]
여기서도 이 양반의 무서움이 드러나는게 키토와 아사다와의 대화에서 키토가 카토에게 표를 던질 것이란 냄새를 맡곤 그 사실을 슬쩍 소후에에게 흘렸다. 당연히 키토의 카토 지지를 노구치로부터 들은 이후에 소후에는 카토 지지로 돌아선다. 노구치파에 키토파를 더하면 이미 과반수가 넘게 되고, 소후에로서는 교수 회의에서의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굳이 패배를 감수하며 키리시마를 계속해서 지지할 필요가 없었다. 애당초 본인이 원하던 결과는 못이뤘지만 결과적으로 교수선거 결과도 결국 이 양반 손에 놀아나게 된 셈이다.
[6]
이 때문에 한때는
카토 아키라를 며느리감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7]
작중에서만도 본인의 책임을 부하에게 전부 덮어씌우고 자기는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다.
[8]
수술 전에 노구치는 권력을 추구하는 것을 계단을 오르는 것에 비유했는데, 수술 이후 그 계단 중간에서 아키에를 만나자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껴안는다. 다만 에필로그에서는 본성이 어디 가지 않았는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잠깐 나온다.
꼬마 혼자서
개고생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팔아먹은 장사꾼처럼 의료계통 논픽션 작가라도 되려는 듯하다.
[9]
하얀거탑은 1960년대에 연재된 소설이 원작이지만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이런저런 설정이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의룡을 참고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