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28 17:26:20

Eyes: Nonogram

아이즈(Eyes):
노노그램・네모로직
파일:아이즈 노노그램 앱아이콘.png
개발 GAMEFOX
유통 GAMEFOX
플랫폼 파일:안드로이드(운영체제) 로고.svg | 파일:iOS 로고.svg
장르 퍼즐
엔진 파일:유니티 로고.svg
등급 파일:게관위_전체이용가.svg 전체 이용가
1. 개요2. 상세3. 스토리
3.1. 플로르와 루멘
3.1.1. 달리는 소년3.1.2. 소년의 아침3.1.3. 특별한 꽃밭3.1.4. 플로르와 루멘 그리고 베니3.1.5. 약속3.1.6. 숲의 규칙3.1.7. 기다림3.1.8. 어긋난 약속3.1.9. 다시 그곳에서3.1.10. 루멘의 걱정3.1.11. 인간의 마을로3.1.12. 재회3.1.13. 새로운 시작3.1.14. 플로르의 편지3.1.15. 만남과 이별3.1.16. 그 후
3.2. 아쿠아
3.2.1. 호수의 사슴3.2.2. 투정3.2.3. 수수께끼의 소년을 따라서3.2.4. 잠깐의 휴식3.2.5. 무임승차3.2.6. 또 다른 시선3.2.7. 서커스 단장3.2.8. 왕성3.2.9. 수상한 피에로3.2.10. 조련사의 거짓말3.2.11. 단장의 속셈3.2.12. 약속 시간이 지나고3.2.13. 비밀 옥션3.2.14. 이그니스와 벤투스
3.3. 이그니스와 벤투스

1. 개요

GAMEFOX에서 제작한 노노그램 계열의 퍼즐게임.

2. 상세

스토리가 있는 노노그램 게임으로, 서정적이고 차분한 일러스트와 BGM이 특징이다.

각각 플로르, 루멘, 아쿠아, 이그니스, 벤투스라는 이름의 다섯 인물들이 첫 화면에 등장하며, 이 상태에서 화면 왼쪽을 터치하면 스토리 컷신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노노그램을 풀 수 있고 화면 오른쪽을 터치하면 스토리와는 관련 없는 일반 노노그램을 풀 수 있다.

스토리는 플로르와 루멘의 이야기, 아쿠아의 이야기, 이그니스와 벤투스의 이야기로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플로르와 루멘의 이야기는 후속작인 투 아이즈로 이어진다.

10x10, 15x15, 20x20 형태의 퍼즐이 존재하며, 광고 시청 후 자동완성 기능을 쓸 수 있다. 스토리 모드의 경우 스토리 뒷부분으로 갈수록 퍼즐의 칸 수가 많아진다.

3. 스토리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3.1. 플로르와 루멘

3.1.1. 달리는 소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어느 숲 속에서 늑대에게 쫓기고 있는 어린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무서운 얼굴로 잡아먹을 듯이 뒤따라오는 늑대를 피해서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고, 본의 아니게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계속 쫓기던 소년이 마침내 힘이 빠져 늑대의 앞발이 소년의 등에 거의 닿을 때쯤, 갑자기 앞쪽의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린 사슴의 얼굴이 튀어나왔습니다.

그 사슴은 신기하게도 투명한 황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3.1.2. 소년의 아침

지금으로부터 오래 전, 어느 왕국의 국경 부근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로의 숲"이라고 불리는 숲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거나 실종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근처 마을 사람들은 그 숲을 무서워하며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 날, 소설가가 장래희망인 한 소년이 숲 근처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마을 구경을 하던 소년은 숲에 대한 이야기를 미처 알지 못한 채,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찾아서 숲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던 중, 운 나쁘게도 수풀 속에서 잠자던 늑대의 꼬리를 밟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늑대의 비명소리에 소년은 깜짝 놀라며 도망쳤고,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늑대는 매우 화가 나 소년을 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달려 힘이 다한 소년이 늑대에게 잡히기 직전,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사슴이 불쑥 나타났고 신기하게도 그 사슴은 소년에게 인간의 언어로 외쳤습니다.

"이쪽이야!"

갑자기 나타난 사슴이 말하는 바람에 소년은 깜짝 놀랐지만,
일단 늑대로부터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사슴의 뒤를 따라 뛰었습니다.

그 사이 방금 사슴이 뛰쳐나온 수풀에서 좀 더 작은 사슴이 뛰어나오더니 늑대의 앞을 가로막았고, 늑대가 깜짝 놀란 틈을 타서 사슴과 소년은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도망치던 소년은 혼란스러운 중에도, 늑대를 가로막은 작은 사슴이 걱정되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앞서 뛰어가던 사슴은 이 모습을 보고는 다시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내 동생은 괜찮아! 혼은 좀 나겠지만 별일 없을 거야!"

3.1.3. 특별한 꽃밭

한편, 방해받은 늑대는 앞을 가로막은 사슴을 이빨로 공격하는 대신에 으르렁거리며 꾸짖듯이 말을 했습니다.

"왜 앞을 막는 거야? 너 때문에 놓쳤잖아."

"미안해요 늑대 아저씨. 난 그냥 언니가 수풀 밖으로 뛰어나가서 언니를 쫓아갔을 뿐이에요."

늑대와 동생 사슴이 대화하는 동안에, 언니 사슴과 소년은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갔고, 한동안 걸음을 더 옮겨 안전해 보이는 장소에 멈춰 섰습니다.

소년은 잠시 앉아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야,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신비로운 색깔의 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년은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슴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사슴에게 질문을 하려는 순간, 저 멀리서 늑대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그림자를 본 사슴은 급하게 황금색의 꽃 한 송이를 꺾어서 소년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그러자 밝은 황금빛과 함께 소년의 모습이 작은 사슴으로 바뀌었습니다.

멀리 보이던 늑대 그림자는 점점 가까워져 언니 사슴 앞에 멈췄고 곧이어 동생 사슴도 뒤따라서 왔습니다.
화가 많이 나 있는 늑대는 언니 사슴에게 씩씩거리며 물었습니다.

"아까 전에 도망치도록 도와준 인간은 어디로 갔지?"

언니 사슴과 동생 사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저었습니다.

"숲의 안쪽으로 들어오는 인간은 숲의 미로에 가두어야 한다는 규칙을 너희도 알잖아.
지금 일은 숲의 관리자인 너희 엄마에게 이야기할 거야."

그렇게 늑대가 지나가고 난 후, 사슴으로 변한 소년을 보고 언니 사슴과 동생 사슴은 서로를 보며 말했습니다.

"후우~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다."

3.1.4. 플로르와 루멘 그리고 베니

소년은 위험에서 벗어나서야 상황이 파악됐습니다.
말하는 동물들, 나의 모습을 사슴으로 바꾸어 버린 꽃, 그는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언니 사슴은 깊은 숲을 벗어나, 해가 잘 비치는 숲의 입구에 있는 호숫가로 소년을 데려와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을 위해 언니 사슴은 소년의 모습도 원래대로 돌려주었고, 그녀들 자신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언니 사슴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그리고 본인들이 누구인지 말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신의 꽃밭을 돌보는 관리자이고, 우리들은 그분의 딸들이야."

"그러고 보니 서로 소개도 안 했네. 나는 관리자의 딸인 플로르이고, 이쪽의 작은 아이는 내 동생인 루멘이야."

소설에나 나올 법한 그녀의 소개에 소년은 긴장이 되었지만 밝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도와줘서 고마워. 나는 베니라고 해. 작가 지망생이야."

3.1.5. 약속

서로를 소개하고 있을 때, 뒤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까 늑대의 앞을 막아준 동생 루멘의 목소리였습니다.

"언니 이게 지금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고 있지? 멋대로 꽃을 꺾는 것도 모자라 그걸 인간한테 사용했다니"

언니 플로르가 벌인 일은 엎질러진 물과도 같았습니다. 그녀는 소년을 바라보더니 간절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베니! 숲에서 겪은 일과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약속할 수 있지?"

"당연하지! 너희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절대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게!"

동생 루멘은 인간과의 약속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언니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말하기만 해봐 내가 가서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 줄 거야."

동생 루멘의 귀여운 협박과 함께 셋은 서로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소년을 숲의 바깥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헤어지기 전 소년은 아쉬운 듯 플로르에게 말했습니다.

"또 만날 수 있을까?"

언니 플로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소년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눴던 호수에서 기다려줘."

3.1.6. 숲의 규칙

소년은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꿈과 같던 일들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소년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온 사슴자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엄마 사슴의 꾸짖음이었습니다.

"플로르! 루멘! 오늘 너희가 저지른 일은 신으로부터 꽃밭의 관리자로 임명된 우리들에게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특히, 플로르는 어릴 때부터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언니로써 동생까지 끌어들여 신의 꽃까지 꺾게 된 일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하지만 엄마! 그 소년은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숲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숲의 미로에 가두기에는 너무 어렸어요."

비록 엄마 사슴이 화를 내면서 모질게 이야기는 했지만, 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라는 이유로 벌을 가볍게 주면, 꽃밭의 원래 주인인 신에게 자신의 딸들이 더욱 큰 벌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되어, 엄마 사슴은 마음이 아프지만 딸들을 보호하기 위해 두 자매를 오랜 시간 동면에 들게 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동생인 루멘은 억울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 사슴은 둘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같이 묻기로 하였고, 그렇게 플로르와 루멘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벌로써 긴 잠에 빠졌습니다.

3.1.7. 기다림

다음 날 소년은 플로르와 루멘을 다시 만나기 위해 호수로 가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지만 그녀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도 그리고 또 다음날도 그녀들을 만날 수 없었고, 계절이 바뀌어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다 되도록 그녀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얼어붙은 호수의 앞에서 소년은 마치 꿈 같았던 하루를 떠올렸고 그날의 일들을 추억하며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손은 빠르게 움직였고 소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그 날을 배경으로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말했습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이제 그만 돌아가자."

3.1.8. 어긋난 약속

얼마 후 소년의 집은 아침부터 떠들썩했습니다.
가장 크게 들려온 것은 첫째 사촌의 목소리였습니다.

"네가 쓴 글은 지금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라고! 너도 이제 유명한 작가가 됐는데, 왜 싫다는 거야?"

사촌의 입장에서는 선의나 마찬가지였고 누가 봐도 좋은 일을 한 것이었지만, 소년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책상을 내리치며 소년은 소리쳤습니다.

"그건 나의 약속이었다고!"

소년은 첫째 사촌이 들고 있던 자신의 낡은 노트를 빼앗아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한참동안 멍하니 거리를 걷다가 그녀들과 만났던 호수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약속장소에 가더라도 비록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과해야 해.'

소년은 무작정 숲의 호수로 향했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호수는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동안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고,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을 부르는 상냥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습니다.

3.1.9. 다시 그곳에서

"오랜만이네, 베니."

뒤를 돌아보자 아름다운 여성이 서 있었고, 모습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투명한 호박색 눈동자는 그녀가 어린 시절의 플로르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베니는 다시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반가움, 미안함, 그리움의 여러 감정들이 뒤섞이며 그녀에게 달려갔습니다.

둘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나누었고, 플로르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녀의 사정을 들은 소년은 자신이 약속을 어긴 사실을 더욱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플로르가 자신 때문에 벌을 받았고, 또 다시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그녀에게 미움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소년은 무서웠습니다.
그녀와 이야기하는 동안 약속을 어긴 일에 대해 여러 번 말하려 노력했지만, 차마 입은 떨어지지 않았고 시간은 어느새 헤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 즐거웠어 베니, 괜찮다면 내일 다시 이 장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응. 물론이지!"

"그럼 내일 다시 이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 마을 입구까지 바래다줄게."

"아니야, 괜찮아. 이제 호수까지 오는 길은 익숙해. 오늘은 내가 배웅할게."

플로르는 환한 미소를 보이고는 내일을 약속하며 인사했고, 소년은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질 쯤 호숫가 그루터기에 털썩 앉았습니다.

소년은 약속에 대해 결국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소녀를 다시 만나 너무나도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에 옆에 두었던 낡은 노트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마을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그렇게 소년이 호수를 떠나고 잠시 후, 숲 속에서 또 다른 사슴 그림자가 그루터기로 향했습니다.

3.1.10. 루멘의 걱정

플로르와 소년은 그 후로 계속해서 만났고,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생 루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루멘은 언니인 플로르에게 물었습니다.

"설마 인간을 사랑하는 건 아니지?"

플로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이러한 언니의 대답에 동생 루멘은 얼마 전 호숫가 그루터기에서 주웠던 낡은 노트 한 권을 꺼내 보였습니다.

"언니가 그 남자를 다시 만난 날, 그는 언니와 헤어지고 이 책을 그루터기 아래 떨어트리고 갔어. 그가 어떤 이유로 숲의 비밀을 노트에 남긴 건지 모르겠지만, 진실은 그가 우리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거야."

낡은 노트를 펼쳐본 플로르는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잘 쓰여진 이야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비밀을 약속했던 그 날의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배신감에 눈물이 흘렀고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았지만, 책장을 넘기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자신을 그리워하며 기다려 오던 소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무언가 머뭇거리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잠시 생각에 빠진 플로르는 곧 동생 루멘에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가 일부러 약속을 어기는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아마 그는 약속을 어겨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기회를 놓친 게 아닐까? 조금 더 그를 믿어보자."

플로르의 말에 루멘은 화가 났습니다.

"나는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또다시 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루멘!"

플로르는 사슴의 모습으로 변해 뛰어가는 루멘을 잡으려 했지만, 발 빠른 동생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3.1.11. 인간의 마을로

루멘은 곧장 숲의 관리자인 엄마 사슴에게로 달려갔고, 둘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엄마 사슴은 딸에 대한 크니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고, 뒤이어 도착한 플로르에게 무섭게 말했습니다.

"정말이니? 인간과 사랑에 빠졌다는 게?"

엄마 사슴의 질문에 동생 루멘은 자신의 언니가 제발 거짓으로라도 해명하고 소년을 포기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고, 또한 엄마 사슴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플로르는 모든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그 소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자 엄마 사슴은 플로르의 이름을 외치며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잠시 화를 누르며 플로르에게 말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볼 수 없겠니?"

" 다시 태어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엄마 사슴은 딸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진지한 표정과 확고한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딸아! 나는 숲의 관리자로서 숲을 위험하게 하는 너를 더 이상 이 숲에 머무르게 할 수가 없구나.
포기할 수 없다면 이 숲을 떠나야 한다."

엄마 사슴의 말을 들은 플로르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다음 날 저녁, 플로르는 조용히 정든 숲을 떠나 인간의 마을로 향했습니다.

플로르가 숲에 남기를 바랐던 동생 루멘은 언니가 떠나는 것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미 내려진 결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숲에서 벗어난 플로르는 더 이상 사슴의 형상으로도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소년을 만나기 위해 플로르는 밤새 걸었고, 눈앞에는 인간 마을의 환하게 빛나는 불빛이 보였습니다.

3.1.12. 재회

소년을 찾아 마을에 도착한 플로르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마침내 소년의 집 문 앞에 섰습니다.

플로르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 소년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실수로 인해 숲을 떠나게 된 플로르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고, 계속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를 보며 앞으로 계속 곁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플로르와 함께 지낸 며칠은 소년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플로르 역시 소년과 함께하여 행복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였습니다.

소년은 그런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고, 그녀를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은 소년은 꽃을 좋아하는 플로르에게 도시에서 열리는 꽃 박람회에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도시에 도착한 플로르는 처음 보는 활기찬 도시의 모습과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 섞여 꽃 박람회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했고, 여러 지역의 다양한 꽃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듯했습니다.

"너무 예쁜 꽃들이야. 이런 꽃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들어"

플로르의 순수한 모습에 소년이 결심한 듯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꽃을 키우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자."

3.1.13. 새로운 시작

마을로 돌아간 둘은 도시에서 새로운 꽃집을 열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도시로 떠나기 전, 플로르는 비록 숲에서 쫓겨났지만 가족에게는 소식을 알리고 싶어서 동생 루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오랜만이네, 루멘."

숲의 입구에는 루멘이 나와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언니가 이해가 안 가."

"너도 언젠가 사랑을 하게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루멘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그래서 언제 다시 돌아오는 건데?"

"글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은 돌아올 거야. 그리고 숲의 입구에 편지가 배달될 수 있도록 우체부 아저씨께 잘 부탁해 두었어."

떠나는 플로르를 보며 루멘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엄마도 조금은 심했던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 잘 말한다면 숲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몰라."

플로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편지할게."

3.1.14. 플로르의 편지

얼마 뒤 플로르가 보내온 소식이 숲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우체부가 전해준 소식에는 편지와 선물이 있었고 편지에는 도시에서의 생활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에는 멋진 강이 내려다보이는 번화가에 꽃집을 준비 중이고, 소년과 함께하는 소소한 도시생활이 매우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적혀 있었으며, 편지의 끝 부분에는 혹시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동생 루멘이 자신이 키우는 아름다운 꽃을 보러 방문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플로르의 초대에 고민하던 루멘은 엄마 사슴에게 플로르의 소식을 전했고, 도시로 나간 딸이 걱정되었던 엄마 사슴은 조심히 다녀오라며 허락했습니다.

루멘은 오랜만에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뛸 듯 기뻐했고, 그동안 언니가 선물로 보내왔던 옷과 신발을 신고 도시로 향했습니다.

루멘이 인간의 도시에 도착하여 기차역 앞에 있는 작은 광장으로 들어섰을 때, 눈앞에는 그리운 언니의 모습이 보였고 둘은 매우 반가워하며 끌어안았습니다.

"보고 싶었어, 언니!"

3.1.15. 만남과 이별

플로르와 소년은 루멘에게 인간의 도시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고, 자신들이 키우는 꽃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행복해 보이는 플로르의 모습을 보며 동생 루멘은 진심으로 기뻐하였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루멘은 언니와 함께 차를 마시기도 하고, 밤의 야경을 구경하기도 했으며, 다른 자매들에게 줄 선물을 보러 다니는 등 여러 가지를 같이 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벌써 헤어져야 할 날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났던 기차역의 작은 광장에서 플로르와 루멘 그리고 소년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루멘! 조심해서 돌아가. 조만간 다시 만나자."

"언니가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야. 언니가 숲을 떠난 것이 내 책임인 것 같아서 사과하고 싶었어."

"미안해 하지마. 나는 지금 베니와 함께해서 매우 행복해."

플로르는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소년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습니다.

루멘이 기차역의 계단을 올라 손을 흔들며 인사하려고 뒤돌아본 순간, 급박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모두 비켜요!!!"

길을 지나던 마차는 바퀴가 빠지며 방향이 크게 변했고, 마부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커다란 마차는 플로르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습니다.

당황한 마부가 마차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우 놀란 말들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플로르는 피할 새도 없이 몸이 굳어버렸고, 소녀는 그러한 그녀를 온몸으로 감싸 안았습니다.

3.1.16. 그 후

루멘은 숲으로 돌아왔고 엄마 사슴에게 도시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숲의 관리자로서 항상 엄격해야 했던 엄마 사슴의 눈시울은 한없이 붉어졌고,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미안한 감정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었습니다.

플로르의 슬픈 소식은 숲 전체로 전해졌고, 엄마 사슴과 플로르의 자매들, 그리고 숲의 동물들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함께 모인 동물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플로르! 너와 함께한 시간은 행복했어."

그리고 엄마 사슴은 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하며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나의 아이가 다음 세상에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기를...

그 순간 신이 응답이라도 한 것처럼 하늘에서는 무수한 혜성이 떨어졌습니다.

- 플로르와 베니의 이야기는 Two Eyes: Nonogram으로 이어집니다. -

3.2. 아쿠아

3.2.1. 호수의 사슴

따사로운 봄날의 아침, 잔잔한 호수는 높게 떠오른 태양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그런 아름다운 호수 위를 장난스럽게 달리는 한 마리 동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숲을 지키는 사슴 세 자매 중 막내 아쿠아였습니다.

아쿠아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 덕분에 호수 위를 걷거나 물속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그런 특수한 능력 때문에 물에서 생활하며 호수의 지킴이로 자라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탓인지 땅에서 움직이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숲속에서는 빠르게 달릴 수 없었고, 길을 찾는 것도 아직은 미숙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숲에서 언니들과 함께 뛰어놀면 어느샌가 혼자가 돼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빨리 안 오면 두고 간다 아쿠아!"

오늘도 역시나 언니들에게 뒤처져 겨우 따라가던 아쿠아, 가쁜 숨을 고르고 나니 언니들은 이미 숲속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습니다.

"플로르 언니? 루멘 언니? 어디 갔어?"

조용한 숲속에는 새들의 지저귐만이 울려 퍼졌고 또 혼자 남게 된 아쿠아는 자신을 두고 간 언니들에게 심통이 나 엄마 사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3.2.2. 투정

"엄마 오늘도 언니들이 나를 두고 가버렸어요, 나도 같이 신나게 뛰어놀고 싶은데 나는 왜 땅에서 빨리 뛸 수 없는 거예요?"

엄마 사슴의 품에 안겨 울먹거리며 말하는 막내의 투정에 엄마 사슴은 온화한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막내가 많이 서운했구나, 아쿠아는 아직 어리고 언니들만큼 숲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렴. 숲에서 가장 빠른 늑대 아저씨도 어렸을 때는 느림보라고 많이 놀림을 당했단다. 하지만 지금은 숲에서 가장 빠르지 않니?"

엄마 사슴은 아쿠아에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조금 더 크면 곧 넓은 들판을 언니들과 뛰어놀게 될 거라며 달래주었고 아쿠아는 엄마 사슴의 위로에 심통 났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들었습니다.

3.2.3. 수수께끼의 소년을 따라서

시간은 흘러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호숫가를 지키던 아쿠아는 누군가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풀숲에 몸을 숨겼습니다.

"무슨 소리지?"

조심스레 소리가 나는 곳까지 다가간 아쿠아는 고개를 살짝 내밀었습니다.
소란의 주인공은 루멘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언니들과 처음 보는 인간 소년이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말하기만 해봐 내가 가서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 줄 거야."

그렇게 루멘은 인간 소년을 쏘아붙이고는 뒤돌아서 돌아가 버렸고, 플로르와 소년은 루멘이 돌아간 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아쿠아는 언니들이 자신만 빼놓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소년이 누군지 궁금해졌고 무작정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3.2.4. 잠깐의 휴식

익숙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한 아쿠아는 서툰 발걸음으로 소년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응? 저기 혹시 누구 있어요?"

가끔 뒤를 돌아보는 소년의 행동에 놀라 나무 뒤에 숨기도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쿠아는 무사히 숲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그렇게 숲을 벗어나 소년의 뒤를 따라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들의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마을이다!"

아쿠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숲을 벗어나 인간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아쿠아는 난생처음 본 인간의 마을이 너무나도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마을 풍경에 한눈을 판 사이 소년은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아쿠아는 소년을 놓쳐버렸습니다.

"어라! 아까 그 남자아이는 어디로 갔지?"

인간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쿠아에게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비슷비슷해 보였고, 눈으로만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파를 뚫고서 소년을 찾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잠깐 쉬었다 다시 숲으로 돌아가야겠다."

소년을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쉴 곳 찾던 아쿠아는 마을 변두리의 냇가에서 짚더미가 높게 쌓인 낡은 짐마차를 찾았습니다.

"눈에 띄면 안 되니까 저 안에 숨어서 잠깐만 쉬어야겠다."

아쿠아는 변신을 풀고 짚더미 안에 몸을 숨겼고, 몰려드는 피곤함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겨버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쿠아는 덜컹거리는 시끄러운 소음과 흔들림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런! 깜빡 잠들었네"

3.2.5. 무임승차

"그런데 땅이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거지?"

아쿠아는 정체 모를 진동에 짚더미 위로 머리를 내밀었고 순간 소리를 지르며 깜짝 놀랐습니다. 눈앞에는 마을과 숲에서 본 어떤 것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커다란 성벽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깜짝이야!"

"놀래라!"

짐 칸의 짚더미에서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란 마부 아저씨와 심부름꾼 소년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고 사람의 모습에 당황한 아쿠아는 급하게 사슴의 모습을 숨기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버렸습니다.

"아저씨 사람이 사슴으로 변했어!"

"저기 그게 이건..."

하지만 인간으로 변신하는 타이밍이 늦어 전부 들키고 말았고 둘러댈 다른 말을 찾던 아쿠아는 어쩔 줄 몰라 하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마부 아저씨와 소년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마부 생활 3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구나, 미로의 숲에 신수가 살고 있다는 전설은 들었지만 정말일 줄이야."

정말 다행히도 심부름꾼 소년과 마부 아저씨는 마음씨가 좋은 사람들이었고 아쿠아의 사정에 대해 믿어주었습니다.

"당장에 마을로 돌아가는 건 어렵겠지만, 왕성에서의 볼일이 끝나면 같이 돌아가자꾸나"

"고맙습니다! 휴... 정말 좋으신 분들이라 다행이에요"

아쿠아는 감사를 표하며 한숨을 돌렸습니다.
자신을 지켜보는 또 다른 시선을 모른 채 말이죠.

3.2.6. 또 다른 시선

변신을 들킨 것은 마차 아저씨와 소년뿐만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쿠아의 변신을 지켜보던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뒤를 따라오던 서커스단 마차의 조련사였습니다. 사슴에서 사람으로 변한 아쿠아를 보고 뒤로 놀라 자빠진 조련사는 얼이 빠진 얼굴로 혼잣말을 했습니다.

"세상에 사슴이 사람으로 변했어?"

아쿠아는 마부와 소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고 미처 뒤를 확인하지 못했고, 자신의 존재를 또 다른 사람에게 들켰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당장 단장에게 알려야겠다!"

조련사는 옆에서 졸고 있던 조수에게 마차의 고삐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뒤에 따라오던 화려하게 장식된 단장의 마차를 세우고 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습니다.

"단장! 내가 엄청난 걸 봤어!"

3.2.7. 서커스 단장

마차의 문을 열고 갑작스럽게 들어온 조련사에게 서커스 단장은 애완용 원숭이에게 주고 있었던 바나나의 껍질을 던지며 말했습니다.

"내가 들어올 때는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했지! 존경하는 멋진 단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말이야! 하여튼 너 같은 놈을 오른팔로 데리고 있는 내가 불쌍하다!"

단장은 호통을 치며 조련사에게 면박을 주었지만, 조련사는 얼굴에 붙은 바나나 껍질을 데어내면서 말했습니다.

"그보다 내 말 들었어? 엄청난 걸 봤다니까!"

서커스 단장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했습니다.

"후...내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뭔데 말해봐 내가 말하느 ㄴ엄청난 거라고 해 봤자 뻔하겠지."

조련사는 아까 보았던 사실을 단장에게 알렸고, 단장은 조련사의 말이 의심스럽다는 듯 이야기했습니다.

"너 헛것을 보거나, 잘못 본 건 아니겠지?"

"당연하지! 단검 던지기 묘기를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나를 의심하는 거야? 내 눈이 좋은 거는 단장도 잘 알고 있잖아"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 녀석을 찾아와서 내 앞에 데려와, 그리고 증명해"

조련사는 알갰다며 문을 박차며 나갔고 단장의 원숭이와 단장은 조련사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 말이 진짜라면 지긋지긋한 서커스단 생활도 끝이겠군"

"우끼끼끼!"

3.2.8. 왕성

한편 아쿠아 일생은 목적지인 왕성 마구간에 도착하였습니다. 축제 기간이었던 왕성은 시골 마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많은 마차와 상인, 그리고 주민들로 북적거렸고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집들과 아름답게 잘 조각된 분수대가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악사들은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고, 동물들도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이 아쿠아는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와 정말 아릅답네요!"

아쿠아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잘 꾸며진 오아성을 둘러보자 그 모습을 본 마부 아저씨는 소년에게 동전 몇 닢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일이 별로 많이 않으니 아쿠아를 데리고 왕성을 구경시켜주려무나"

"정말 그래도 괜찮아"

"괜찮으니까 조심해서 다녀오고, 해가 지기 시작하 때쯤 왕성 입구에서 보기로 하자꾸나"

"알겠어! 왕성 구석구석까지 잘 구경시켜주고 올게! 가자 아쿠아"

마차에서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마부 아저씨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3.2.9. 수상한 피에로

소년이 아쿠아를 데리고 처음 간 곳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왕성의 분수대였습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분수대는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었고 바닥에서는 신기하게도 투명하고 맑은 물이 솟아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쿠아는 맑게 솟아오르는 물에 발장구를 치며 기운을 회복했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인간에 대한 경계를 조금 풀게 되었습니다.

"숲속에 있어씅ㄹ 땐 인간은 위험하다고 엄마가 항상 그랬는데, 막상 이야기해보니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아쿠아에게 심부름꾼 소년은 그렇지도 않다며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도 많이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참을 분수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쓴 피에로가 그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친구들 안녕! 혹시 서커스에 관심 있으면 구경하러 와! 아이들은 공짜니까 돈은 걱정하지 말고 전단지에 적혀있는 위치로 오면 돼!"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고 돌아가던 피에로는 꼭 오라고 두 번 세 번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고는 건물 뒤로 사라졌습니다.
사자가 그려진 홍보 전단지를 바라보던 아쿠아는 소년을 보며 말했습니다.

"서커스 공연이 뭐야?"

"사람과 동물이 함께 묘기를 부리는 공연이야 궁금하면 한번 가볼래?"

소년의 말에 아쿠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분수대에서 일어나 텐트로 향했습니다.

3.2.10. 조련사의 거짓말

약 1시간 전, 마을에 도착한 조련사는 피에로 분장을 하고 서커스의 홍보 전단지를 나누어주며 사슴 소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왕성을 한참 돌다가 분수대에 도착한 조련사는 그곳에서 소년과 이야기하고 있는 아쿠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찾았다 사슴 소녀!"

조련사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둘에게 다가가 홍보 전단지를 건넸습니다.
아쿠아와 소년은 아무런 의심 없이 전단지를 받아 관심 있게 보았고 조련사는 둘의 행동을 몰래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떠나는 척하며 건물 뒤로 숨었습니다.

"저 둘이 얌전히 서커스 텐트로 가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조련사는 소년과 아쿠아가 서커스 텐트로 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몰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여차하면 힘을 써서라도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아쿠아와 소년은 의도대로 서커스 텐트 앞에 도탁했고 그 순간을 노린 조련사는 둘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까 분수대에서 봤던 친구들 맞지? 와줘서 정말 고마워! 특별히 내가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해줄게!"

하지만 조련사는 친절한 말과는 다르게 소년과 아쿠라를 커다랗고 어두운 텐트로 데려갔습니다.

"피에로 아저씨 여기가 맞아요? 텐트 안이 어두컴컴한데요?"

"괜찮아, 조금만 더 들어가면 불빛이 보일 거야"

아쿠아와 소년이 텐트 안으로 한 발 더 내딛는 순간, 조련사는 소년과 아쿠아의 등을 밀어 텐트 입구에 준비해 두었던 철창에 가두었습니다.

덜컹!

"이게 무스 짓이에요!"

3.2.11. 단장의 속셈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단장과 조련사는 소년과 아쿠아가 갇혀 있는 철창 우리를 보며 말했습니다.

"여기 사슴으로 변하는 요정이 있다던데"

"사람을 잘 못 보신 것 같아요! 저희는 평범한 남매예요!"

소년이 거짓말을 하자 조련사는 소녀가 사슴으로 변신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다 봤다고 추궁했고, 소년은 계속 잘못 본 것 아니냐며 우리를 풀어달라고 외쳤습니다.
서커스 단장은 조련사와 소년의 말싸움에 짜증이 밀려왔고, 손에 든 지팡이로 철창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얼른 변신해! 그렇지 않으면 둘 다 평생 집에 가지 못할 거다!"

서커스 단장의 협박에 겁을 먹은 아쿠아는 사슴의 모습으로 돌아가 말했습니다.

"이제 됐죠! 제발 저희를 놓아주세요."

아쿠아가 용기 내어 간신히 이야기했지만, 단장과 조련사는 아쿠아의 말은 무시한 채 놀란 얼굴을 하였고 점점 기분 나쁜 표정이 되어갔습니다.

"정말 인간이 사슴으로 변신했어! 이럴 수가! 요정이 정말로 존재했다니 이건 엄청난 사건이야!"

"우리를 당장 풀어줘요! 어째서 이런 나쁜 짓을 하는 거예요!"

아쿠아에 이어서 소년이 단장과 졸년사에게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건 단장의 고함 소리였습니다.

"조용히 해! 꼬맹이 너한테는 볼일 없으니까, 조련사! 당장 이 쪽지에 적힌 귀족들한테 일주일 후 경매를 시작하겠다고 알리고 와!"

소년을 위협한 뒤 조련사에게 수상한 쪽지를 건넨 단장은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습니다.

3.2.12. 약속 시간이 지나고

성의 입구에서 소년과 아쿠아를 만나기로 했던 마부 아저씨는 약속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도 그들이 돌아오지 않자 마을의 이곳저곳을 찾아봤지만 둘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부 아저씨는 너무나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마을 경비대를 찾아가 자신의 일행들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했지만, 경비대장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마부의 부탁을 일출해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런 작은 일에 신경 쓸 여유 없으니까 얼른 돌아가시오."

"아니 그래도 조금은 찾아봐 주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조용히 말로 할 때 그만 돌아가시오."

경비대장의 비협조적인 모습에 마부 아저씨는 어떨 수 없이 다시 한번 도시를 돌아다니며 심부름꾼 소년과 아쿠아를 찾았지만 결국 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니 얘들아,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될 텐데..."

3.2.13. 비밀 옥션

시간이 흘러 경매 당일, 서커스 단장은 귀족들을 상대로 몰래 휘귀 동물 경매를 열고 있었습니다.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수많ㅎ은 귀족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경매에 참여했습니다.
경매가 시작되고 난 후 소년은 아쿠아와 떨어져 어딘다고 보내졌고, 여전히 철창에 갇혀있던 아쿠아는 단장에게 자신과 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당장 저희를 돌려보내 주세요! 이건 올바른 행동이 아니에요!"

단장으 ㄴ아쿠아가 들어가 있는 철창 우리를 쇠 지팡이로 캉캉 두들기며 말만 잘 들으면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변신하라고 할 때 제대로만 해주면 바로 돌려보내 줄 테니까 말 잘 들으라고"

창고 안은 먼지로 가득해 답답했고 한참 동안 물에서 멀어진 아쿠아는 점점 기력을 잃어만 갔습니다.
서커스 단장은 그런 아쿠아를 뒤로한 채 화려한 조명과 박수를 받으며 비밀 경매장의 무대의 앞으로 나갔습니다.

"신사 숙녀 귀족 여러분! 지금부터 쇼를 시작하겠습니다!"

3.2.14. 이그니스와 벤투스

(아쿠아가 사라진 다음 날 숲에서는)

"어디 간 거니 아쿠아! 막내야!"

적막한 숲속에서 엄마 사슴의 외침이 울러 퍼지며 동물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숲의 관리자님? 아쿠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어젯밤부터 자리에 없길래 숲속을 아침까지 뒤지며 한참을 돌아다녔는데도 보이질 않네요, 혹시 아쿠아를 본 사람이 있나요?"

숲속 동물들은 아무도 아쿠아를 본 적이 없다 말했고 엄마 사슴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습니다.

"물가에서 벗어나면 체력도 회복할 수 없는 아이인데..."

숲에서 사라졌음을 확신한 엄마 사슴은 대장 늑대에게 멀리 동쪽 산에 가 있는 이그니스와 벤투스를 불러와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발이 빠른 대장 늑대는 서둘러 출발했고 반나절쯤 지나 대장 늑대가 이그니스와 벤투스를 숲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아쿠아가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저희가 꼭 찾아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그니스와 벤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신비한 정령들의 힘을 빌려 아쿠아의 흔적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쿠아가 숲속을 벗어나 왕성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숲을 떠날 수 없었던 엄마 사슴 대신 이그니스와 벤투스가 아쿠아를 찾아 왕성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왕성이라면 저희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아쿠아를 찾아서 데려올게요."

숲을 떠나 왕성으로 향하는 이그니스와 벤투스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 사슴을 말했습니다.

"무사해야 한다 아가야"

- 이그니스와 벤투스 이야기로 계속-

3.3. 이그니스와 벤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