彭祖
전욱의 현손으로, 그의 아버지인 육종(陸終)은 귀방씨(鬼方氏)의 딸인 여희(女嬇)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여희가 3년 동안이나 임신을 하고 있었는데도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칼로 겨드랑이 왼쪽 밑을 가르니 그곳에서 세 아이들이 나왔다. 또, 오른쪽 겨드랑이를 가르니 그 밑에서 아들 셋이 나왔는데, 그중 한 명이 팽조다. 성은 전(籛)이었고 이름은 갱(鏗)이라 했다. 그는 요순 시대부터 주(周)나라 초기까지 834년을 살았다고 한다.
은(殷)나라 말기에 767세인 팽조에게 은나라 왕이 궁녀를 보내 장수의 비결을 물어보게 했다. 그러자 팽조는 이렇게 말했다.
장수의 비결이야 당연히 있겠지. 그러나 내 견문이 좁아 그 이유를 설명해 낼 수가 없군. 내 얘기 좀 해볼까. 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나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 나를 길러주시던 어머니도 내가 세 살때 돌아가셨서. 그렇게 나 혼자 고아가 되어 이 세상에 남았는데, 후에 견융(犬戎)의 난리를 만나 서역(西域)으로 떠돌아다니며 백년을 보냈지. 내가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두 49명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54명의 아이들이 요절했어. 그리고 내가 지내온 인생에 우환이 적었다고 할 수 없겠지. 그런 것들이 모두 내 정신에 타격을 주었단 말이야. 게다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원래 몸이 약했는데 그 뒤에도 그리 섭생을 잘 못했지. 봐, 난 지금도 이렇게 말랐잖아. 난 이제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야, 그러니 그런 내가 무슨 장수의 비결을 일러줄 수 있겠느냐.
말을 마치고 나서 팽조는 한숨을 내쉰 뒤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나서 70여 년이 자난 뒤에 어떤 사람이 유사국(流沙國) 서쪽 변방에서 팽조를 보았는데, 낙타를 타고 천천히 가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팽조가 장수의 비결을 말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별별 추측이 난무했다. 어떤 사람은 계지(桂芝)라는 약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가 일종의 심호흡을 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은 그가 맛있는 꿩탕을 끓이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팽조가 이 꿩탕을 천제에게 바치니 맛을 보고 감탄한 천제가 하도 기뻐서 그에게 8백 년 수명을 부여했다나...
어쨌든, 그 포부가 컸던 팽조는 그 수명을 다 살고 죽어가면서까지도 속상해하며 아직 살 만큼 다 살지도 못했는데 젊은 나이에 죽는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므두셀라처럼 오래 산 사람의 대명사로 통한다. 한편 방중술의 시조로도 알려져 있어 소녀경에도 그 이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