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지먼 반 클라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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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부
1화에서 하저와 함께 백작저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처음 등장한다. 지먼은 귀족 회의 준비와 자베스의 생일 연회 준비로 할 일이 많았다. 지먼은 자베스의 생일 선물로 초상화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생일 연회에서 손님들에게 공개될 초상화이기 때문에 하저에게 최고의 화가에게 의뢰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하저는 국내 거장 초상화가인 휩 블레뫼르에게 의뢰서를 보냈다. 지먼은 미술 재료와 숙식도 최상으로 제공할 것을 추가로 명령한다.저택으로 돌아오자 후문 앞에 휩이 아닌 어린 청년이 서있었다. 그 자에게 신분을 묻자, 휩에게 보낸 의뢰서를 제시하며 휩의 제자라고 주장해온다. 휩이 건강이 노쇠해져 제자를 대신해서 보낸 것이었다. 휩은 제자를 위해 추천서까지 써주었다. 그러나 지먼은 휩이 아니면 제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돌아가라며 단호하게 거절하고, 하저에게 새 화가를 구하라는 주문을 한다. 현 시점에 국내 화가는 기근 현상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초상화가를 고용했다는 것은 가문의 위신을 세우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 아무런 경력도 명성도 없는 어린 화가를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고용하는 것은 도박이었다.
청년은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닷새동안 후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새로운 초상화가를 구하지 못했고, 자베스의 생일은 촉박했으며 결정적으로 하저와 아이리아의 설득에 넘어가 청년을 집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때 그의 이름이 헬리라는 것을 알게되지만, 고아라서 성이 없다는 것을 흥미있게 여긴다. 지먼은 클라이튼 가의 공개적인 초상화를 그릴 확실한 각오로 손목을 요구한다. 반대로 결과물이 훌륭하다면 기존에 제시한 계약금의 10배를 줄 것임을 약속한다. 헬리는 자신의 제안을 대범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백작에게 감사를 표하고, 백작은 헬리를 마음에 들어하며 헬리를 고용한다.
하저에 의해 백작이 차가운 성격을 갖게 된 이유와 남을 불신하게된 사정이 알려진다. 백작을 따르던 5명의 수행인이 있었고, 이들은 5명이서 한 몸임을 맹세했다. 5명은 저택의 보안을 담당했던 기사장 1명, 업무를 보조하는 수행장 1명, 저택의 물품과 서류를 관리했던 비서장 3명으로 구성되어있었다. 백작은 이들을 매우 아껴 5명 모두에게 클라이튼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칼을 선물했고 귀중한 일을 함께 의논했다. 어느날부턴가 백작가에서 귀중한 문서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금품이 바꿔치기되어있었다. 백작은 5명을 모두 모아 범인을 색출할 것을 명하고 경비를 강화했지만 기현상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러다 결국 3명의 비서장이 꾸민 일임이 밝혀졌고, 배신감을 느꼈던 백작은 5명이 한 몸이라는 이유로 5명 모두를 처형했다. 그 이후, 하인들을 포함해서 누군가를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이 되었다. 저택의 3층은 가족들과 소수의 하인들을 제외하고는 출입을 금지했고, 출입이 가능한 인원조차 출입할 때에는 명패를 제출하도록 경비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아이리아의 잠투정을 하며 애정 표현을 요구하자 망설임없이 받아주고는 지먼도 아이리아에게 거침없이 표현하는 로맨틱함을 보여준다. 아이리아가 카일라 백작가의 자선 파티에 가기로 하고, 하저를 데리고 가려한다. 하저가 주저하자 지먼은 일중독인 하저가 걱정되어 파티를 오히려 권한다.
아이리아와 자베스가 파티장으로 떠나면서 아이린과 둘만의 저녁 식사 시간을 갖는다. 아이린은 아직 어려서 포크와 나이프 사용에 서툴렀는데, 지먼이 이를 꾸짖자 아이린이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자베스가 어렸을 때에도 비슷한 일로 자베스를 울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리아의 조언대로 자상하게 아이린을 달래보려하지만 오히려 더 무서워지기만 고 아이린은 그날 저녁 식사를 제대로 못할 정도로 서럽게 울어버린다. 이게 미안했는지 그날 하루는 아이린에게 특별히 군것질을 허락하게 해준다.
모녀가 귀가한 후 모두가 잠들어있는 밤, 자베스의 담당 시녀인 쟌이 자베스의 얼굴에 화상을 입히려다 미수로 끝난 사건이 발생한다. 백작 부부는 잠에서 깨고, 범인인 쟌은 자베스의 담당 시녀였기 때문에 지먼은 또다시 하인들에게 배신당하는 상처를 입는다. 백작은 쟌을 추궁한다. 이때 쟌이 과거 자신을 모시던 5명의 수행인 중 자신을 배신하지 않고 충직하게 따랐던 수행장 '하일 마레트'의 딸 '베아트리스 마레트'임이 드러난다. 쟌은 지먼이 죄없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여 그 복수를 자베스에게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모두에게 알려져있던 바와 다르게, 지먼은 하일을 죽인 적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저택을 나가라고만 했지만 과도한 충성심이 발목을 잡아 자결을 택했던 것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소문과 아버지의 가슴에 꽂힌 클라이튼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칼만을 보고 진실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지먼은 쟌을 처리하기 위해 자베스와 아이리아를 현장에서 내보내려 하지만 자베스는 지먼의 말을 듣지 않고 쟌을 죽이지 말라며 쟌 앞을 막아선다. 그러나 이미 모든 계획이 성공했어도 자결하려 했던 쟌은 자베스와 아이리아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와 똑같이 칼로 자결하고 만다. 지먼은 미리 낌새를 알아내고 쟌을 막은 헬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2. 외전
지먼은 귀족회의를 열게 되었다. 아르고산도 참석했는데 지먼은 아르고산이 클라우더에게 돈을 찔러 참석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아르고산 남작이 조용하게 있기만 하면 적당히 눈감아줄 생각이었다.귀족회의 직전, 4년 전에 산 동양화를 유심히 보는 한 청년을 발견하고는 흥미가 생겨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본 이유를 물었다. 그동안 백작저를 들린 많은 귀족들조차 그 동양화를 대충 보고서 찬사를 늘어놓았기 때문에 청년의 반응이 궁금했다. 청년은 그림의 선과 낙관이 무언가 어색하고, 동양화인데 유화를 사용한 흔적이 보여 모조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을 내놓았다. 지먼은 꾸밈없고 똑똑한 청년에 감탄하여 좀처럼 웃지 않는 성격임에도 크게 웃어보였다.
이때 아르고산이 하저를 하저를 찾아나선 남작은 지먼과 함께있는 하저를 발견하고 하저를 데리고 갔다. 회의장으로 이동하던 중 아르고산과 함께 있는 하저를 발견한다. 아르고산은 하저의 뺨을 내리치며 하저로 인해 지먼의 눈 밖에 났을 경우 손해볼 금액을 빚으로 돌리고 여동생도 부려먹을 것이라며 패악을 부렸다. 아르고산은 흥분해서 돈으로 귀족회의 추천장을 샀다는 사실까지 모두 입밖으로 낸다. 지먼은 참다못해 회의가 코앞임에도 남작의 품행을 꾸짖었고, 하저가 아르고산에게 있기에는 아까운 인재라고 생각하던 찰나 하저에게 빚이 있다는 듯한 아르고산의 말이 기억나 하저의 빚을 변제해주겠으니 하저를 해방시키라고 명령했다. 뒤이어 지먼은 아르고산이 돈으로 지위를 산 것도, 돈을 찔러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도 눈감아주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결국 신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르고산은 하저를 놓아주게 된다. 하저는 지먼과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가정사 이야기를 했고 지먼은 그저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이후 하저는 지먼의 수행비서가 되게 해달라고 며칠동안 지먼을 졸랐다. 지먼은 그저 하저가 아르고산 밑에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이니 그에게서 벗어나 좋은 상관을 만나라는 뜻에서 하저를 구해준 것이었지만, 하저는 그렇기 때문에 지먼이 자신을 책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먼은 당돌한 발언에 약간 황당해했지만 좋은 상관을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하저의 말에 마음이 움직이고 하저를 수행비서로 고용하게 되었다.
하저가 책을 읽어도 되냐는 물음에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반응을 한다. 아르고산은 못 읽게 했다고 증언하자 아르고산이 똑똑한 하저를 두려워해 책을 못 읽게 했을 것이라 여긴다. 이어서 가족들만이 사용하는 서재마저 출입할 수 있게 했다.[1] 하저는 이어서 그동안 일하며 제해진 빚도 있었는데 500파운드를 지먼에게 요구했다며 미안해했다. 지먼은 애초부터 하저의 아버지가 진 빚이 500파운드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2] 아르고산에게 더 주게 된 금액은 하저를 데려오는 비용으로 간주하겠다며 넘어갔다.
3. 2부
식음을 전폐하는 자베스가 걱정되어 자베스를 방으로 부른다. 마음이 힘들다고 해서 몸을 돌보지 않으면 자베스의 회복이 더딜까봐 염려된다는 말을 한다. 자베스가 지먼이 마시던 술을 보더니 술을 찾고, 식사를 다시 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술을 허락한다. 지먼 역시 과거 부하들의 배신을 겪고 괴로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베스에게 더욱 마음이 쓰였고, 음주를 기점으로 조금이라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다행히 자베스는 헬리의 위로 덕분에 잘 극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온다.귀족 회의에 참석할 윌리엄 후작가의 문서들이 도착하지 않았고, 브로디를 윌리엄 후작가에 직접 보내려 한다. 원래 이런 일은 하저가 도맡아 했지만 하저가 아프기 때문에 대안이 크게 없었다.
안토니안 공작가에서 예고도 없이 찾아오고, 귀족 회의로 매우 바빴던 지먼은 이들 부자의 갑작스런 방문에 불쾌함을 표한다. 공작은 지먼을 가까이 두고 싶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아들 로자드는 목걸이 선물을 내온다. 그 순간 지먼은 이들이 원하는 것이 자베스와의 결혼임을 눈치채고 의도를 직접적으로 묻는다. 지먼은 자베스는 아직 17살로 너무 어리며, 자베스가 성인이 되고 능력을 갖추었을 때 가문을 이끌 인재를 직접 골라 결혼을 진행시킬 것이라고 단칼에 거절한다. 공작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권세로 지먼을 유혹하지만 그도 통하지 않자 지먼에게 아들이 없고 아이리아가 더 이상 아이를 못 낳는다며 아이리아를 모욕한다. 지먼은 공작에게 즉시 나가라고하고, 공작이 나가자마자 목걸이를 집어던지고 짓밟는다. 아이리아가 결혼 제안을 했다는 것과 아들이 없는 것을 약점 잡았다는 것을 눈치채버렸고, 지먼은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아이리아가 안쓰러웠다. 지먼은 반드시 안토니안 공작가로부터 자베스를 지킬 것임을 다짐한다.
안토니안 공작 때문에 자베스의 17번째 생일 연회를 취소했다. 브로디가 다리를 저는 것을 보고 안토니안 공작이 또 브로디를 폭행했음을 눈치챈다. 브로디는 윌리엄 후작가에게 가야했지만 다친 브로디를 보낼 수는 없었고, 누구를 보낼 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후작가는 남부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남부 지방을 잘 아는 사람으로 보내려 했는데 마침 브로디가 헬리에게 부탁하자는 제안을 한다. 지먼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주소를 보자마자 후작가임을 알아채는 헬리를 보고 못미덥지만 그래도 일을 한 번 맡겨본다.
그날 밤, 아이리아가 반라로 침실로 들어온다. 아이리아는 여전히 아이를 갖길 원했다. 지먼은 그런 아이리아를 받아주는 듯 했지만 마음만 받아주고 거절한다. 아이리아는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자신이 희생되어도 좋으니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한다. 지먼이 아이리아가 아이린을 낳고 생명이 위험해졌을 때 아이리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나 힘들었다는 고백을 하고,[3] 평생을 바쳐 살린 가문일지라도 아이리아를 잃어가며 가문을 지키고 싶지는 않으니 반드시 아이리아와 두 딸을 지켜주겠다는 맹세를 한다.
이틀 뒤, 윌리엄 후작가에서 귀족 회의 관련으로 보낸 문서가 클라이튼 가로 도착했다. 배송 도중 누락된 것이 이제서야 도착한 것인데 문제는 괜히 떠난 셈이 된 헬리가 가진 것을 전부 빼앗기고 윌리엄 후작가에 억류되어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듣는다. 백작은 아무나 가서 바보같은 헬리를 구해오라고 명하지만 뒤에서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던 자베스가 자신이 가겠다며 지먼의 말을 빌려간다. 지먼은 말도 안된다며 자베스를 말리려 하지만 자베스는 지먼에게 통보하듯 말을 가지고 나가버린다. 새삼 자베스가 많이 컸다고 느끼며 자베스를 흔쾌히 내버려두고, 커갈수록 아이리아와 닮아간다고 말한다.[4]
4. 3부
버지아의 집안 사정을 알게된 하저가 지먼에게 사람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한다. 지먼은 버지아를 인신매매로 팔아넘기려고 한 아버지와 사려고 한 사람을 벌할 것을 지시한다.휩이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헬리가 지먼에게 찾아와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지만 지먼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지먼이 헬리를 받아주게 된 것은 헬리의 눈빛과 자신감, 휩의 추천서, 촉박한 기한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고향에 가는 것을 허락해준다면 그 이유는 단지 동정 하나 뿐이라는 이유였다. 게다가 헬리는 윌리엄 후작가로 다녀오면서 클라이튼 가문의 인장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쳤다. 인장을 잃어버린 것은 자베스를 구해준 공이 있으니 흔쾌히 용서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을 이미 많이 낭비했고, 아무리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들 기한은 얼마 남지 않았으며 고향에 다녀온다고 또다시 시간을 쓴다면 그림에 대한 책임은 더욱 중해진다며 요목조목 헬리의 요구를 설파해버린다. 더욱이 스승이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며 초상화를 뒷전으로 두고 고향으로 돌아올 것을 바랄지, 그럼에도 목적을 완수한 뒤 돌아가길 바랄 지 생각해 보라는 진심어린 조언까지 해준다. 헬리는 그런 지먼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지먼의 말이 맞다며 요청을 철회한다.
지먼은 사실 휩이 헬리를 보낸 목적을 처음부터 꿰고 있었다. 휩이 처음에 클라이튼가로 보낸 서찰은 글씨체가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의뢰를 수락한다는 내용이었으니 미심쩍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헬리를 대신 보냈다. 그 말인즉슨 갑자기 쓰러진 것이 아니라 이미 건강이 안좋았으나 의뢰를 거절하기엔 너무 좋은 기회라 이 기회에 제자를 대신 보내 헬리를 유명해지게 만들 속셈이었다. 그걸 간파하고 헬리를 돌려보내려했지만 자베스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화가를 구할 시간 역시 없어 헬리를 받아주었다. 지먼이나 휩이나 서로 목적이나 챙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지만 휩이 죽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베스의 생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로자드와 자베스를 혼인하도록 하라는 왕의 서신을 받는다. 아이리아는 자베스를 로자드에게 도저히 보낼 수 없었지만 왕의 명령이라 절망한다.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하면 지먼이 위태로워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해가 뜨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데 국왕의 명을 어떻게 막냐며 울부짖는 아이리아에게, 지먼은 일단 왕의 명령은 수락하되 해가 뜨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피할 수는 있다는 발언을 하며 자베스를 꼭 지키겠다고 말한다. 부부는 자베스에게는 생일 전까지 이 소식을 비밀로 하기로 한다.
초상화가 완성되었고 지먼은 왕실에 걸린 그림과 견주어도 될 정도라며 만족한다. 지먼은 헬리에게 과거 자신이 어린 나이임에도 가문을 이끌어야했던 과거를 잊고 살았다며 반성하게 되었다며 지먼의 방식대로 극찬을 남긴다. 지먼은 휩과는 다른 헬리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헬리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부부는 일단 왕에게는 자베스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만은 기다려달라는 조건으로 자베스와의 혼인을 수락한다고 답한다. 자베스의 생일 기념 모임이 지나가고, 백작 부부는 자베스에게 로자드와의 혼인 서신이 왔음을 알린다. 부부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린다. 두 사람은 서로 열렬히 사랑했고, 결혼 후 아이리아가 남편을 빼닮은 자베스를 낳자마자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추억을 회상한다. 부부는 자베스를 위해 3년 안에 꼭 상황을 바꾸어 낼 것이라 다짐하며 무언가를 준비하게 되고, 자베스가 성인이 되는 2년 동안이라도 자베스에게 정성을 다하기로 한다.
2년 후, 지먼은 자베스의 장례식을 치른다. 사실 장례식은 가짜였다. 도저히 그 끔찍한 안토니안 공작가에 딸을 보낼 수 없어 딸을 죽었다고 위장하여 세상에서 숨기기로 했던 것이다. 딸을 죽었다고 속이는 것 역시 지먼으로서 괴로웠던 일인지라 장례식 하루 전 심란함을 달래기 위해 무리하게 브로디와 검술 단련을 한다. 정원사 마스 빌롭에게도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괴로움을 하소연하고, 빌롭은 백작을 위로해준다. 가장 최선의 상황은 왕이 명령을 거두거나 로자드가 자베스를 더이상 고집하지 않게 되는 것인데 후자는 영 가능성이 없었고, 전자는 힘들지만 그래도 자베스를 숨기는 동안 지먼이 세력을 길러두면 도전해볼 수는 있어보였다. 자베스는 혼자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했고 지먼은 적임자를 찾고 있었는데 아이리아가 지먼에게 헬리를 추천한다. 부부는 이 모든 것이 발각되면 멸문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먼은 클라이튼가를 어렵게 되살려놓았음에도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결정을 주도했다.
2년이 더 지났을 무렵, 지먼은 윌리엄 후작과 함께 힘을 기르고 있었다. 과거 윌리엄 후작가는 스페인 관련해서 협상을 했다고 한다. 그것과 관련해서 윌리엄 후작을 돕겠다며 해상 자료들을 요청한다. 스페인과 영국 사이의 조약 때문에 스페인 측에서 당장 큰 낌새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페인과 영국 사이의 관계가 심상치는 않은 상황이었다. 지먼은 대비책만 있다면 스페인 쪽에서 조약 따위 어기고도 남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과거의 자료를 모아 이를 대비하면 왕에게 큰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지먼은 이런 방법으로 세력을 키워나간다. 저택을 떠나던 중 우연히 아들 윌리엄을 만난다. 아들 윌리엄에게 자베스의 무덤에 자주 찾아주어 고맙지만 자주 찾기보다는 가끔씩이라도 오래 찾아주라는 조언을 한다. 이렇게 지먼이 힘을 키우는 동안 이 모든 사태의 주범이었던 안토니안 공작가는 오히려 위태로워지고 있었다. 국왕이 총애하던 요제프 공작은 사망했고, 작위를 물려받은 로자드는 자베스를 찾느라 영토 관리 및 집안일을 전혀 안하고 있었다. 간신배까지 들러붙어 횡령에 금품 갈취 정황까지 있다고 한다.
왕에게 용서를 구하는 지먼 |
왕 역시 딸이 있어 지먼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용서해준다. 국왕의 힘을 이용해 자베스를 멋대로 취하려 든 죄에 그동안의 업무 태만과 횡령죄까지 물어 작위 박탈에 근신처분이라는 처벌을 받는다. 드디어 부부는 헬리와 자베스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고, 감격의 상봉을 한다.
자베스·헬리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다. 이때 아이린이 부부와 자베스 세 사람을 발견하고, 자베스를 보고 자베스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해 지먼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린이 아직 어린 나이여서 자베스가 여행을 갔다고 둘러댔지만 아이린의 친구들이 아이린에게 자베스가 죽었다는 얘기를 하게 되면서 아이린도 자베스가 죽었다고 믿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자베스가 돌아왔으니 혼란스러워할 법도 했다. 지먼과 아이리아는 다시 한 번 더 자베스는 그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그제야 자베스와 아이린은 포옹을 나눈다.
자베스는 자베스 반 클라이튼이 아닌 해나로 살아가겠다며 헬리와 함께 다시 은신처로 쓰던 집으로 돌아겠다고 한다. 자베스의 이러한 결정이 못내 서운하긴 했지만 자베스를 잃을 뻔한 위기를 겪고 나서는 부부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자베스에게 신분, 명예, 권력 같은 것이 주어지는 것보다[6]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기게 되어[7] 헬리를 클라이튼 가의 식구로 인정하게 된다. 이제는 과거의 해나와 릭이 그랬던 것처럼 숨어 지낼 필요도 없고 언제든 서로 찾아갈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백작 부부는 하저, 버지아, 아이린, 헬리, 자베스 모두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오래오래 함께 살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백작 부부는 종종 자베스와 헬리의 집으로 찾아가 자베스의 빵을 먹기도 한다. 가끔은 아이린을 데리고 가기도 한다. 최종적으로 헬리를 사위로 맞이하게된다. 지먼과 아이리아의 부부 사이는 헬리에게 본보기가 된다.
END |
[1]
우리집 여자들은 책을 잘 안읽는다며 자조했다.
[2]
그 정도의 큰 금액을 고용주가 고용인에게 내어 준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한다.
[3]
아이리아 걱정때문에 아이린이 태어난 것이 기쁘지가 않았다고 한다.
[4]
지먼은 즉흥적인 것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런 지먼에게 통보식으로 말하는 건 아이리아 뿐이었다. 그런데 지먼을 무서워하던 자베스가 술도 달라고 한다거나, 남의 시중만 내내 받아왔으면서 갑자기 제 사람 구하겠다고 막무가내로 뛰쳐나가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했고 딸이 많이 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었다고 한다.
[5]
윌리엄 후작 측에서 지먼의 지혜를 꾸준히 왕에게 보고하여 지먼을 도와주기도 했다.
[6]
특히 이런 것들은 운명대로 로자드와 결혼했을 때 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클라이튼 가라면 이미 이러한 것들을 갖고 있었지만 더 많이 가지고 있던 안토니안 공작가에게 밀려 자베스를 불행하게 만들 뻔했고, 자베스를 되찾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을 더 가지려 애를 썼고 성공했지만 지치기도 했다.
[7]
반대로 로자드와 결혼했을 때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로자드의 아내가 되어 평생을 노리개처럼 살게 만드느니 자베스를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헬리에게 믿고 맡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