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3 11:31:11

전투장비지휘검열

전지검에서 넘어옴
1. 개요2. 준비과정3. 특수한 경우

1. 개요

연 1회 행해지는 군용 장비에 대한 검열. 줄여서 전장비, 전지검, 지휘검열, 군지검[1] 등으로 통한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보통 검열 자체보다는 검열이 있을 때까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동안 일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특히나 수송, 기갑, 포병, 공병, 통신 등 크고 아름다운 장비를 사용하는 보직, 혹은 부대일수록 이 준비기간이 길어지며 고생의 양은 장비의 크기와 복잡도에 비례한다. 말년병장을 제외하고는 이 기간동안에 출타를 나가면 공공의 적이 된다. 부대에 따라선 이 준비 기간 동안 아예 출타를 제한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용어가 변경되어 지휘정비검열 이라고 통칭한다.

2. 준비과정

있는 장비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도색해서 새걸로 만들어 놓고, 없는 물건은 에서 나무 베어오고 철봉자르고 에서 줍고 다른 곳에서 훔쳐서라도 채워넣는다. 보통 점검날짜가 다른 옆 대대에서 모자란 걸 빌려와서 검열받고 나면 그쪽 대대에서 모자란 걸 우리가 빌려주는 식이다. 일명 돌려막기식..

대체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검열을 앞두고 장비 정비를 해야하는데, 이게 지금 사용해야 하는 장비라는 게 문제다. 어느 수준이냐하면, 개인별로 지급되는 총도 싹 정비하고 검열 전날쯤 되면 몇 개만 돌려쓴다. 그리고 검열날 아침 돌려쓴 총만 마무리로 정비하여 검열받는다. 총은 물론이고, 생각보다 장비가 많은 군대 특성상...

국방색이나 위장패턴은 다 도색하지만, 일선 내무반에서 사용되거나 일일이 칠하기 번거로운 검은색은 싸그리 구두약으로 해결한다! 심지어 녹까지 위장시키니 새삼 군대에서 새롭게 배우는 생필품 사용법중 하나. 이렇게 한번 하고 나면 장비들이 겉보기에 방금 출고한 장비처럼 변신하지만, 작업중에 부품이 사라지거나 말 그대로 겉보기에만 멀쩡해 보이도록 이상한 처치를 해서 실제성능은 더 하향조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장비 종류가 단순한 받침대 같은 거라면 그러한 처치가 아주 문제될 건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뭐...

경우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수송대의 경우, 차량을 분해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K-511을 파츠별로 분해해 녹 제거작업과 도색을 했다. 심지어 보급 WD-40을 못쓰게 해 병사들이 사비를 모아 PX에 있는 WD를 구매해 사용했고, 정비병의 영혼까지 끌어모은 빼빠질로 일단 외관상으로는 새 차가 완성됐다. 심지어 포병대대에서 빌려온 박격포 손질용 솔로 배관까지 닦아냈다고...

새빠지게 분해 다 해서 구석구석 손질해 놨는데 검열관이 겉모양만 슬쩍 훑어보고 돌아가면 맥빠지지만[2] 이게 제일 좋다. 검열관이 FM대로 꼼꼼히 살펴본다면 헬게이트 오픈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보병연대 수송대에 전투장비지휘검열을 나와서 군수지원사령부 정비대 준위가 하부에 들어가서 직접 그리스 주입을 해보든가 후져보이는 차량 한대를 뽑아서 타고 다니더니 각종 지적사항을 내 놓는다거나. 물론 그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분대장은 바가지로 욕을 먹으며 그날 분대 결산은 지옥이 될 것이다.

주호민이 그의 출세작 에서 이 전투장비지휘검열을 실제 상황에서 가감없이 아주 담백하게 묘사하였다. 백미는 구두약으로 호루를 칠하고 연탄을 으깨어 물에 섞은 급조된 염료를 타이어에 발라놓은 것. 행보관 지시로 발랐는데, 정작 검열관에게 타이어에 연탄 바른걸 지적당하자 [3] 행보관이 "애들이 의욕이 넘쳐서 그런거니 귀엽게 봐달라"면서 감싸주는 척하면서 누명씌웠다.

3. 특수한 경우

일반적인 경우에는 이 정도로 끝나지만, 군수나 각종 장비를 담당하는 병사들의 경우에는 그냥 장비를 검사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정밀장비나 중장비의 경우는 부품 자체의 상태뿐만 아니라, 예비부속의 확보여부나 부족분 청구현황, 연간/분기/월간 정비현황과 그 기록 등등, 정말 별 사소한 걸 다 살펴본다. 평소에 서류작업을 소홀히 했다면? 와! 야근이다~ 덕분에 야산에 멀쩡한 부속을 파묻는다거나 반대로 비밀의 장소에서 듣도 보도 못한 물자가 튀어나오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물론 검열때 이 비밀의 장소가 걸린다면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다.

왜인고 하니, 원래 예비부품은 지정된 품목을 지정된 양만큼만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걸 항상 유지해야 한다.[4] 지정된 품목에 없는 부속은 정비소요가 없다면 반납이 원칙이지만, 이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뿐더러 군대란 곳은 없는 물건을 필요한 때에 제 때 보급받기가 아주아주아주 어려운 곳이다. 심지어 사소해 보이는 차량용 볼트/너트 같은 소모품마저도 운이 없으면 청구품이 불출되기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지경이다.[5]그리고 별로 쓸데없는 물건은 쓸데없이 보급도 잘 나온다는 게 함정 따라서 만일을 대비해서 남는 건 검열 때 숨기는 경우가 태반. 특히 장부에는 없는데 창고에 있는 유령부속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춰야 한다. 걸리면 조사 나와서 대대 뒤집어진다. 겪어봐서 안다. 가끔 모자라는 인근 부대에 빌려주기도 한다.

또 하나 의무대 검열은 보통 군의관이나 약제관 등 의무계 장교가 나와서 검열하게 되는데 안쓰는 약 등은 본 체 만 체 할 때가 많지만 많이 쓰는 약들[6] 같은 경우엔 보급계의 출납 장고처럼 처방전과 군의관 컴퓨터 처방을 대조해 보며, 심한 경우엔 "약통 까! 약 다 쏟아! 다 세!"타이레놀 한 병에 1000알씩 들어있는데 언제 다 세!!! 이 개XX야!! 이 세 마디로 의무대를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경험자의 말로는 자신의 부대에 사용하지 않고 폐쇄한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데, 행정보급관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니 엄청난 양의 물자가 쌓여있었다고 한다. 검열을 준비할 때 이곳으로 물자가 들락날락 했다고. 물자를 파묻는다면 중장비를 이용해서 단번에 파고 비닐시트로 포장해서 묻고 깔끔하게 다지기까지 한다. 포크레인이나 로더등이 풍부한 공병부대라면 순식간.

혹시 본인이 전산실이나 교환대에서 상주해야하는 인원이라면 바닥의 액세스 플로어를 까보자. 통신장비 수리부속은 기본이요. 언제 썼는지도 모를 다 삭아가는 교범 및 잡지, 혹은 전역자가 남겨둔 물건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모 수송대는 검열 당일에 적절한 사유로 트럭 한 대 배차내서 그 트럭 화물칸에 잉여부속을 다 실어버리고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 오게 시키기도 했다. 효과는 만점. 운전병: 야 신난다 운전/정비병의 일화로는 인가 이상의 타이어를 숨기려고 땅을 파니 파묻고 잊었던 타이어가 나왔다는 혹부리 영감 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 모든 기록들은 그나마 안전장치로서 부대와 후임병의 안위를 걱정하는 선임병들이 조치를 취한 경우이고 수리부속계원이 2년치 검사작업지시서[7]를 재고번호도 쓰지 않고 가라로 날짜만 적어놓고 튀어버리고 다음 T/O 신병이 그 2년치 검사작업지시서를 1년동안 써놓고 전투장비지휘검열을 받은 다음 남은 1년간 놀다 전역하고 그 다음 신병이 1년후 전투장비지휘검열을 대비해 2년치 검사작업지시서를 1년동안 쓰고 남은 군생활 1년을 놀고..역사가 반복된 부대도 있었다.(...)

재력이 좀 있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간부나 군무원 중, 아예 검열 때 확인하는 장비는 사용하지 않고 A급을 유지하게 고이 모셔두고, 자비로 사제 장비를 사서 쓰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것은 주로 정비고의 공구 같은, 사제로 사용해도 문제 없는 장비 한정. 하지만 머리가 더 꽉 막힌 간부들이라면, '군인이 어떻게 싸제를 쓰냐!'라며 반대하면서도 정작 보급품을 함부로 쓰면 안된다며 반대해서 이래도 난리, 저래도 난리인 상황이 터질 수도 있다.

검열부대가 정비대이고 피검열부대가 더 많다보니 피검열부대 위주로 서술되어 있는데 사실 정비병 입장에서도 괴롭다(...) 정비병과는 인원이 매우 적은데다가 한번 돌아다니면 예하부대를 전부 돌아다녀야 하는데 심하면 1명이서 사단 전체 장비를 보는 일도 꽤 흔하다. 게다가 작전지역마저 넓다면 이동하는데 1시간씩 걸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준사관을 대동해서 예하부대 행정보급관보다 짬이 높다고는 하나, 항상 대동하는 것도 아니고 병사 입장에서 상사~원사쯤 되는 분들이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 걸 물리치는 것도 보통이 아니고, 또한 예하부대에 관리요령 등을 숙지시키는 것도 힘들다. 정비병 입장에서도 이래저래 고생.

군대는 엄연히 짬의 논리로 굴러가는 단체인지라 검열 역시 짬의 논리로 무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위의 만화 짬에서 소개된 소소한 사례도 따지고 보면 짬이 있기에 가능한 사례라 볼 수 있다. 막말로 저 행정보급관의 짬이 안됐으면 허허 웃으며 봐달라는 말 자체가 씨알도 안먹혔을테니 말이다. 담당 간부의 짬이 검열관에 비해 아득히 높을 경우 검열관이 하라는 검열은 커녕 사무실에서 차 마시고 담배나 좀 피다가 검열 대상물들을 전혀 보지도 않고 검열을 끝내고 떠나는 막장 사례도 간간히 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검열 준비를 대충한다는 소리는 전혀 아니다


[1] 일부 부대에서는 군 전투 지휘검열이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 [2] 사실 검열하는 입장에서는 꼼꼼하게 본다. 단지 검열결과를 지휘관에게 안 알려서 그렇지. 알리면 정말로 그 부대 뒤집어진다. [3] 급브레이크 밟으면 타이어 탄다고. [4] 한 장비에 대한 몇 년간의 야전 정비소요를 분석해, 이 부분이 1년에 몇 번 고장나니까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 몇 개는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해 품목과 수량을 결정한다. [5] 불출독촉을 넣어도 안 나오는 물건은 안 나온다. 게다가 각급 부대마다 분기별 정비 예산이 있는데, 이걸 어느 선을 넘어서 초과 비용이 많아지면 다음 분기로 넘어가기 전에는 예산 초과를 이유로 상부에서 청구를 아예 짤라 버린다. 때문에 당장 장비 운용에 문제가 없는 부분이 고장나면 일부러 청구를 안 넣고 급한 것부터 청구를 넣는 식으로 순서를 조정하기도 한다. [6] 타이레놀,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류, 각종 소화제류, 많이 쓰는 건 아니지만 부작용 많이 타는 항생제류, 자해 도구가 될 수 있는 주사기 바늘. [7] 약칭.검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