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 베넷의 일러스트.
1. 개요
Jean Passepartout80일간의 세계일주의 서브 주인공.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고용한 하인이다.
2. 이름
파스파르투는 본명이 아니라 애칭이며, 성씨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도의 법원에서 본명을 장 파스파르투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거의 본명 취급하는 듯. 사실 서구권에서는 이러한 별칭이 본래 성명인 것처럼 취급받는 경우가 허다하다.[1]파스파르투는 프랑스어로 ‘지나가다(to pass)'인 passer 동사의 3인칭 직설법현재형인 passe와 '어디나(everywhere, wherever)'를 뜻하는 부사 partout의 합성어며, '어디든지 통한다, 어디든지 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일반명사로는 '만능열쇠' 내지 '만능연장'을 뜻한다. 작중 그가 온갖 궂은 일을 처리하는 걸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3. 특징
프랑스 출신으로, 과거 소방관, 체육교사, 서커스 단원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이력의 소유자. 그러나 1989년작 TV 시리즈에서는 경력증명서를 제출하면서 나폴레옹 3세를 제2제정 몰락 전까지 모셨다고전임자 제임스 포스터가 매우 사소한 실수로 잘리고 후임으로 들어왔다. 그 실수란 포그가 86℉(30℃)의 더운 물을 쓰는데, 84℉(약 28.8℃)의 면도물을 가져왔다는 것. 그런데 정작 파스파르투는 여행 중 주인의 지시를 거역하는 등의 행동을 저지르면서도 해고당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이미 출발했는데 기껏 새로 고용한 하인을 자르고 다시 새 하인을 고용할 형편도 아니긴 하다. 그리고 파스파르투도 사고도 많이 치지만 아우다 부인을 구하거나 인디언 습격 때 활약하는 등 공도 적잖게 세웠다. 게다가 도리를 따지더라도 이전 하인의 경우 집에서 고용주의 시중을 드는 것 이외에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없고, 그 일에는 특별한 불확실요소나 위험요소도 없는데 (게다가 포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클럽에서 보내므로 해야 할 일이 많은것도 아닌데) 정해진 온도로 물을 데우라는 단순한 규칙을 어긴 것인 데 비해 파스파르투의 경우는 온갖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대모험의 와중에 있었으므로 런던의 자택에서와 똑같이 '규칙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지켜라'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나이는 30대로 추정되며 쾌활한 성격에 재주도 좋고 힘도 세지만, 머리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슬슬 조용한 삶을 원해서 포그의 하인이 되었는데, 고용된 첫날에 뜬금없이 세계일주를 한다는 주인을 따라 함께 세계를 여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고 "그냥 변덕이시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그의 말이 진담임을 깨달아 솔선수범해서 협력했다.
작중 포그 일행 최고의 재주꾼으로, 아우다 부인 구출,[2] 항해, 아메리카 원주민들과의 싸움에서 활약했으며, 사고도 자주 쳐서 포그의 여행 경비를 소모시키는 주원인이다. 전투력도 굉장히 탁월해서 말라바르 사원의 힌두교 사제 2명을 발길질과 주먹질로 때려눕히거나, 혼자서 인디언 3명을 떡실신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잘 훈련된 형사 픽스마저 일방적으로 두들겨패서 쓰러뜨릴 정도.[3] 포그보다 키가 작은 것으로 묘사된다.
4. 은시계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유품인 절대 틀리지 않는 은시계를 늘 가지고 다니는데, 여행 내내 시계의 시간을 조절하지 않아 쭉 영국에서와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4] 작중에 수에즈에서 만난 픽스와 인도에서 만난 영국 신사 프랜시스 크로마티에게 이걸 지적받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픽스가 "그러면 당신 시계가 태양과 맞지 않을 텐데"라고 하자, " 태양이 안 됐죠, 뭐! 틀린 쪽은 태양이니까!"라고 하는 당당함을 보여준다(...).여행 도중 딱 한 번 시간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역시 내 시계는 틀리지 않아'라며 기뻐했지만, 사실은 그때가 태평양을 지나는 시점이라서, 그리니치 표준시와 딱 12시간 차이가 날 때였다. 작중 배경을 감안하면 ( 쿼츠 시계가 유물로 나돌지는 않을 시점이므로) 아마 기계식 시계로 보이는데, 오차율이 0에 가까울 정도였다면 확실히 값지고 가치있는 물건이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시차는 시차인지라... 그런데 떠나기 전부터 포그한테 자기 시계보다 4분 늦는다는 말을 듣는다.(다만 딱히 다시 맞출 필요 없이 딱 그 정도 늦는다는 것만 알면 된다고 말해준다.) 참고로 포그가 가진 시계는 픽스에게 체포되었을 때 정시보다 2분 빠르다고 나온다.[5]
5. 평가
포그가 내기에서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포그와 아우다 부인의 결혼식을 위하여[6] 교회에 갔다 아직 80일이 되지 않았다는 것, 즉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리나케 뛰어와 포그에게 알림과 동시에 그의 멱살을 잡고 뛰쳐나와 마차를 잡고 리폼 클럽의 휴게실에 3초를 남기고 들어가 내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방법이 걸작인데, 마차를 잡아서 100파운드를 약속하고 아무튼 빨리 리폼 클럽으로 가 달라고 요청한다.[7][8] 이건 필리어스 포그 본인이 여행 중 많이 썼던 방법인데 같이 다니다가 물든 모양이다(...).6. 여담
여행 첫날에 자기 방의 가스등 끄는 것을 잊어서 돌아온 그날 어마어마한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다행히도 봉급보다 비싼 액수는 아니었다고. 작중에 언급된 파스파르투의 가스등 요금 계산법으로 계산해 보면, 파스파르투는 7파운드 18실링(약 150만원 가량)을 가스등 요금으로 물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그가 세계일주 도전 성공 상여금으로 5백 파운드를 주되 가스 요금을 공제하고 줬다는 언급을 보면, 약 492파운드를 받은 셈이 된다.고우영 화백의 만화에서는 파스파르투가 동양인으로, 작가의 오너캐를 썼다.
80일간의 세계일주(2004년 영화)에서는 파스파르투 배역에 성룡이 출연했다. 이름이 뭐냐는 말에 얼떨결에 여권을 보고 중국인 발음으로 " 패스포트"라고 했던 것을 잘못 알아듣고 파스파르투가 된 것.
[1]
요기 베라(로런스 피터 베라)나
치퍼 존스(래리 웨인 존스 주니어),
버스터 포지(제럴드 뎀프시 포지 3세),
블라디미르 레닌(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와
제1대 켈빈 남작 윌리엄 톰슨처럼 별명이 사실상 이름으로 굳어진 좋은 사례.
인디아나 존스도 헨리 존스 주니어라는 본명이 있지만 자칭하는 이름인 '인디'로 더 유명한 것과 동일하다.
[2]
사실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포그가 그냥 고용주니까 그를 따라다닌 거지만, 포그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연고 없는 외국인 여성을 구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감복해 진심으로 그의 충복이 되었다.
[3]
다만 픽스는 이후 필리어스 포그한테도 맞았다. 물론 이건 픽스가 필리어스 포그를 은행털이범으로 오해해서 괜히 구금한 탓에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에 픽스가 그냥 맞아준 것이다.
[4]
후술하겠지만 엄밀히는
그리니치 평균시가 아닌, 서경 1도에 맞추어져 있다. 경도를 1도씩 이동할 때마다 각 지점에서의 실질적인 태양 시각은 4분씩 차이가 나며, 포그에게 고용된 때에 포그가 딱 4분 늦는다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는 각 도시마다 자기들 태양의 시간에 맞춘 지역 시간대를 쓰고 있었으며, 서경 1도에 해당하는 도시로는 노르망디 지방 도시인 생로가 있다. 아마 파스파르투는 고향 시간대가 그리니치 평균시와 그럭저럭 일치하니 그냥 쓰고 있었던 모양인데, 사실 단순하게 런던에서 남쪽으로 쭉 직선을 그어봐도 그리니치 평균시에 속할 만한 지역이 프랑스 전체의 반은 되니 이상할 것은 없다. 이후 프랑스는 1891년에 파리 시간대로 통일했고, 1911년에 그리니치 시간대로 바꿨다가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중앙 유럽 표준시(GMT+1)로 전환해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5]
사실 원자시계 정도가 아니면 어떤 시계든 오차율이 약간씩은 있기 때문에, 포그의 시계도 79일이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차가 정시보다 빨리 가는 쪽으로 누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6]
이미 아우다 부인을 모시며 세계 반 바퀴를 뛰어다니면서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인품의 소유자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포드의 패배를 슬퍼하면서도 주인 곁에 그녀가 남는다는 것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7]
5만 5천 파운드가 현대의 110억 가치라고 했으니 100파운드면 2천만원 수준이다!
[8]
그 와중에 개 2마리와 마차 다섯 대를 친 건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