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특히 과부에게 밤에 나타나 그녀가 꿈을 꾸게 하면서 희롱하는 뱀이다. 마치 여자의 남편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보통 여자들이 왕래하는 집안의 항아리 속 같은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몰래 나타난다고 한다. 보광사의 승려가 죽은 뒤에 뱀으로 변해서 나타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선 때 성현의 장인이 지금의 부여땅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나의 외삼촌3 안공(安公)4이 임천(林川)5 군수가 되었을 때, 보광사(普光寺)6에 대선사(大禪師)7 아무개란 중이 있어 자주 와 뵈었다. 그 사람됨이 더불어 이야기할 만하므로 서로 친숙하였다. 그 중은 시골 여자를 데려다 아내로 삼고 몰래 왕래하였다. 어느 날 그 중이 죽어서 뱀으로 변해 아내의 방에 들어와서, 낮에는 항아리 속에 들어 있고 밤이면 아내의 품에 들어가 그녀의 허리를 감고 머리는 가슴에 기대었는데, 꼬리 사이에 음경과 같은 혹이 있어서 그 곡진하고8 정다움이 마치 전날과 같았다. 나의 장인이 이 얘기를 듣고 그 여인에게 뱀이 든 항아리를 가져 오게 하여 중의 이름을 부르니 뱀이 머리를 내밀었다. 장인이 꾸짖기를, “아내를 그리워하여 뱀이 되었으니 중의 도(道)가 과연 이와 같으냐.” 하니, 뱀이 머리를 움츠리고 들어갔다. 나의 외삼촌은 몰래 사람을 시켜 조그만 함을 만들게 하고 그 아내에게 뱀을 꾀어 말하게 하기를, “군수님이 그대에게 새 함을 주어 몸을 편안하게 하여 줄 것이니 빨리 나와요.” 하며, 치마를 함 속에 펴주니 뱀이 항아리에서 나와 함 속에 옮겨 누우므로, 건강한 아전9 두어 명이 뚜껑을 덮고 못을 박으니, 뱀이 날뛰고 뒹굴며 나오려 했으나 나오지 못하였다. 또 명정(名旌)10에 중의 이름을 써서 앞을 인도하고, 중의 무리 수십 명이 북과 바리때11를 울리고 불경을 외며 따라가서 강물에 띄워 보냈는데, 그 후 그 아내는 아무 탈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