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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에 소장 중인 유물의 사진 ( 전시품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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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에아나시르 점토판(tablet of Ea-nāṣir) 또는 에아나시르에게 보내는 항의 점토판(Complaint tablet to Ea-nāṣir)은 대영박물관에 소장 중인 한 고바빌로니아 시대 우르 출토 점토판 유물에 대한 통칭이다.2. 특징
1953년 대영박물관 출판부에서 간행한 H. H. 피굴라와 W. J. 마틴의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편지와 사업 문서(Letters and Business Documents of the Old Babylonian Period)》 중 〈우르 발굴지 제5판(Ur Excavations: Texts V.)〉에 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1] 점토판이 만들어진 것은 고바빌로니아 전기인 기원전 1750년경으로 추정되며, 길이 11.6 cm, 너비 5cm, 두께 2.6cm의 사각형 점토판에 아카드어 쐐기 문자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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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 문자로 쓴 '에아나시르.'[2] |
점토판의 내용은 그와 거래한 고객이 에아나시르(Ea-nāṣir)라는 상인에게 자신이 거래한 구리 주괴의 품질 불량에 관한 내용을 항의하는 것으로, 일종의 상품 클레임에 관한 고문서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발굴된 가장 이른 시기의 고객 클레임 기록 중 하나이다. 점토판이 발견된 장소는 상인 에아나시르 자신의 집으로 추정되는 주거지 유적으로, 우르의 지구라트 유적에서 남동쪽으로 5백여 미터 떨어져 있다.( 위치)
3. 내용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시카고 대학교의 동방학(Oriental Studies) 교수로 메소포타미아 문명 연구 및 쐐기 문자 해독에 능했던 에이돌프 리오 오펜하임(Adolf Leo Oppenheim, 1904-1974)은 1954년 미국 동방 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Oriental Society)에 해당 점토판의 내용 일부를 번역, 기고하였으며,[3] 1967년에는 점토판 전체의 해독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서의 발신인은 난니(Nanni)로 되어있으며, 수신인은 에아나시르(Ea-nāṣir)로 되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When you came, you said to me as follows : “I will give Gimil-Sin (when he comes) fine quality copper ingots.” You left then but you did not do what you promised me. You put ingots which were not good before my messenger (Sit-Sin) and said: “If you want to take them, take them; if you do not want to take them, go away!”
당신이 왔을 때, 당신은 나에게 "기밀신(Gimil-Sin)[4]이 오면 그에게 좋은 품질의 구리괴를 주겠다."고 했소. 그런데 당신은 떠난 뒤에 내게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소. 당신은 내 사자(使者) 앞에 저질 주괴를 놓고 "이걸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고, 가져가기 싫다면 나가라!"고 말했소.
What do you take me for, that you treat somebody like me with such contempt? I have sent as messengers gentlemen like ourselves to collect the bag with my money (deposited with you) but you have treated me with contempt by sending them back to me empty-handed several times, and that through enemy territory. Is there anyone among the merchants who trade with Telmun who has treated me in this way? You alone treat my messenger with contempt! On account of that one (trifling) mina of silver (which I owe you), you feel free to speak in such a way, while I have given to the palace on your behalf 1,080 pounds of copper, and umi-abum has likewise given 1,080 pounds of copper, apart from what we both have had written on a sealed tablet to be kept in the temple of Samas.
당신이 어떻게 나 같은 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할 수 있소? 나는 여러 차례 우리 같은 신사들을 사자로 보내 당신에게 맡겨 둔 돈 가방을 찾으려 했지만, 당신은 매번 그들을 빈손으로, 그것도 적의 영토를 통과해 돌려보내면서 나를 모욕하였소. 텔문(Telmun, 딜문 지역)과 거래하는 상인들 가운데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상인을 본 적이 없소. 오직 당신만이 내 사자를 모욕하고 있소. 당신이 뭐라고 하든, 당신에게 저당잡힌 겨우 1파운드(mina, 미나)의 은 때문에 나는 당신 대신 1,080파운드의 구리를 궁정에 바쳐야 했고, 우리가 봉인된 석판에 기록해서 사마스(Samas)의 사원에 보관했던 것과는 별개로 우미아붐(umi-abum)도 1,080파운드의 구리를 바쳤소.
How have you treated me for that copper? You have withheld my money bag from me in enemy territory; it is now up to you to restore (my money) to me in full. Take cognizance that (from now on) I will not accept here any copper from you that is not of fine quality. I shall (from now on) select and take the ingots individually in my own yard, and I shall exercise against you my right of rejection because you have treated me with contempt.”
그래서 그 구리의 대가로 나를 어떻게 대했소? 당신이 내게서 돈가방을 가져다 적의 영토에 두었으니, 이제 그것을 온전히 돌려주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소. 명심하시오. 이제부터 나는 품질이 좋지 않은 구리는 여기서 받지 않겠소. 나는 내 마당에서 주괴를 선별해서 골라갈 것이고, 당신이 나를 모욕적인 태도로 대했으므로 당신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오.
당신이 왔을 때, 당신은 나에게 "기밀신(Gimil-Sin)[4]이 오면 그에게 좋은 품질의 구리괴를 주겠다."고 했소. 그런데 당신은 떠난 뒤에 내게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소. 당신은 내 사자(使者) 앞에 저질 주괴를 놓고 "이걸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고, 가져가기 싫다면 나가라!"고 말했소.
What do you take me for, that you treat somebody like me with such contempt? I have sent as messengers gentlemen like ourselves to collect the bag with my money (deposited with you) but you have treated me with contempt by sending them back to me empty-handed several times, and that through enemy territory. Is there anyone among the merchants who trade with Telmun who has treated me in this way? You alone treat my messenger with contempt! On account of that one (trifling) mina of silver (which I owe you), you feel free to speak in such a way, while I have given to the palace on your behalf 1,080 pounds of copper, and umi-abum has likewise given 1,080 pounds of copper, apart from what we both have had written on a sealed tablet to be kept in the temple of Samas.
당신이 어떻게 나 같은 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할 수 있소? 나는 여러 차례 우리 같은 신사들을 사자로 보내 당신에게 맡겨 둔 돈 가방을 찾으려 했지만, 당신은 매번 그들을 빈손으로, 그것도 적의 영토를 통과해 돌려보내면서 나를 모욕하였소. 텔문(Telmun, 딜문 지역)과 거래하는 상인들 가운데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상인을 본 적이 없소. 오직 당신만이 내 사자를 모욕하고 있소. 당신이 뭐라고 하든, 당신에게 저당잡힌 겨우 1파운드(mina, 미나)의 은 때문에 나는 당신 대신 1,080파운드의 구리를 궁정에 바쳐야 했고, 우리가 봉인된 석판에 기록해서 사마스(Samas)의 사원에 보관했던 것과는 별개로 우미아붐(umi-abum)도 1,080파운드의 구리를 바쳤소.
How have you treated me for that copper? You have withheld my money bag from me in enemy territory; it is now up to you to restore (my money) to me in full. Take cognizance that (from now on) I will not accept here any copper from you that is not of fine quality. I shall (from now on) select and take the ingots individually in my own yard, and I shall exercise against you my right of rejection because you have treated me with contempt.”
그래서 그 구리의 대가로 나를 어떻게 대했소? 당신이 내게서 돈가방을 가져다 적의 영토에 두었으니, 이제 그것을 온전히 돌려주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소. 명심하시오. 이제부터 나는 품질이 좋지 않은 구리는 여기서 받지 않겠소. 나는 내 마당에서 주괴를 선별해서 골라갈 것이고, 당신이 나를 모욕적인 태도로 대했으므로 당신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오.
4. 후속 발굴과 연구
고고학자들은 유적지에서 출토된 다른 10여 개의 점토판을 바탕으로 에아나시르가 구리 이외에 직물이나 식료품, 우르 시내 부동산 등도 매매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60년 오펜하임의 감수를 받아 리만즈(W. F. Leemans)가 《고바빌로니아 시대의 대외 무역(Foreign Trade in the Old Babylonian Period)》에서 추가 번역본을 실었고, 이 밖에 라이스(M. Rice), 가핀클(S. J. Garfinkle) 등의 학자가 점토판의 연구에 참여했다. 점토판들의 내용 대부분은 에아나시르와 거래한 다른 고객들이 에아나시르에게 항의하는 내용이며, 이로 말미암아 그는 우르 시내에서도 매우 악명 높은 상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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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판의 내용들은 매우 파편화되어 있어 전체 내용을 알기 쉽지 않은데, 발신인이 아르비투람(Arbituram)으로 되어 있는 한 점토판에서는 에아나시르가 여러 고객들과 문어발식으로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혀 있다.[5]
… you have given the copper to the investor … and give the silver and its profit to Nigga-Nanna. I have made you issue a tablet. Why have you not given me the copper? If you do not give it, I will recall your pledges. Good copper, give again and again. Send me a man.
당신은 구리를 투자자에게 주었고 …(중략)… 은과 그 이익을 니까난나(Nigga-Nanna)[6]에게 주었소.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썼소. 나에게는 왜 구리를 주지 않았소? 만일 나에게 구리를 주지 않는다면, 나는 계약을 취소할 것이오. 좋은 구리를 계속해서 주시오. 내게 사람을 보내시오.
… Why have you not given the copper to Nigga-Nanna? Ili-idinnam says 'The copper that Nigga-Nanna has received is mine!' Be kind enough to give the copper, as much as he has a claim on you, to Nigga-Nanna.
왜 니까난나에게 구리를 주지 않았소? 일리이딘남(Ili-idinnam)은 "니까난나가 받은 구리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소. 그의 말대로 구리를 니까난나에게 주도록 배려해 주시오.
당신은 구리를 투자자에게 주었고 …(중략)… 은과 그 이익을 니까난나(Nigga-Nanna)[6]에게 주었소.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썼소. 나에게는 왜 구리를 주지 않았소? 만일 나에게 구리를 주지 않는다면, 나는 계약을 취소할 것이오. 좋은 구리를 계속해서 주시오. 내게 사람을 보내시오.
… Why have you not given the copper to Nigga-Nanna? Ili-idinnam says 'The copper that Nigga-Nanna has received is mine!' Be kind enough to give the copper, as much as he has a claim on you, to Nigga-Nanna.
왜 니까난나에게 구리를 주지 않았소? 일리이딘남(Ili-idinnam)은 "니까난나가 받은 구리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소. 그의 말대로 구리를 니까난나에게 주도록 배려해 주시오.
5. 기타
- '에아나시르'라는 고대의 사기꾼에 관한 내용이 재미있었는지, 2015년 즈음 북미의 아마추어 고고학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유머가 유행하였으며, 2021년에는 '청동기 똥글(Bronze Age Shitposts)'이라는 고대 문명 관련 인터넷 밈으로 발전하였다. 이미지로는 주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수메르 남성 석상 #이, BGM으로는 캐나다 뮤지션 피터 프링글(Peter Pringle)이 재현한 길가메시 서사시 # 첫 소절의 𒌓 𒊑𒀀 𒌓 𒋤𒁺 𒊑𒀀(그 옛날, 아주 먼 그 옛날에) 부분이 거의 필수적으로 쓰인다. 일명 "우드레아아아아아" 메소포타미안 싸이코
구글 지도에는 그의 집으로 추정되는 점토판 발굴지 일대가 '에아나시르 구리 가게'
#라는 이름으로 마크되어 있고 '구리 공급업자'라는 분류가 적용되어 있는데, 유저들이 장난으로 등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뷰 코멘트 역시 그에게 구리를 샀다는 가짜 농담으로 가득하다.
* 토탈 워: 파라오에서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동명의 NPC가 등장하며, 에이나시르의 집이란 랜드마크 건물이 등장한다.
* 토탈 워: 파라오에서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동명의 NPC가 등장하며, 에이나시르의 집이란 랜드마크 건물이 등장한다.
[1]
Figulla, H.H.; Martin, W.J., eds. (1953). Letters and Business Documents of the Old Babylonian Period. Ur Excavations: Texts. Vol. V. London, UK: British Museum Press. p. 5, Pl. XIV.
[2]
"메소포타미아의 신 '
에아(엔키)'가 (나의) 수호자이시다"는 뜻의 작명이다.
[3]
Oppenheim, A. L. (1954). "The Seafaring Merchants of Ur". Journal of the American Oriental Society. 74 (1): 6-17. doi:10.2307/595475. JSTOR 595475.
[4]
문맥상 난니의 사자(전령)로 추정되며, 기원전 1973년부터 기원전 1964년까지 우르 제3왕조를 다스렸던 '슈신(Shu-Sin)'의 다른 표기 '기밀신(Gimil-Sin)'과는 별개의 인물이다.
[5]
W. F. Leemans, Foreign Trade in the Old Babylonian Period (Leiden: Brill, 1960), pp. 40-41, 52.
[6]
문맥상 발신인인 아르비투람의 동료이거나 채권자, 혹은 중개인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