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습 덩굴

외관적인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지만, 암습 덩굴은 일반적인 덩굴과는 확연히 다른 개체입니다. 필멸자가 존재하던 그 시점부터, 아니 그보다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원시 생물체인 암습 덩굴은 매우 기이한 생물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덩굴이란 식물은 서로 얽혀들어 군집을 이룹니다. 하지만 암습 덩굴은 특이하고도 경이로운 생태를 보입니다. 키 작은 식물의 그림자에 숨어서 먹잇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식으로 말입니다. 목표물로 삼았던 희생양이 지나가면, 암습 덩굴은 숨어있던 자리에서 튀어나와 목표물을 쓰러뜨립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조이며, 사냥의 전리품을 자신의 보금자리까지 끌고 갑니다. 이는 뭉개뜨린 먹잇감을 소화액으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는 과정의 일환입니다.

가공할만한 사냥꾼인 암습 덩굴은 전장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상대입니다. 자신을 적대하는 상대를 뭉개뜨려서 죽이려 달려드는 데다가, 덩굴이 닿지 않는 범위에 있는 상대는 몸에서 떼어낸 가시를 쏘아내기까지 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암습 덩굴이 서식하는 보금자리의 중심지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거기에 가보려던 무모한 모험가 중 멀쩡히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없을 정도니 말입니다.

---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