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생전>은 이옥[1]이 쓴 한문 소설이다. 17세기 이래로 사대부 여인들을 중심으로 한 가정소설, 전 계층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영웅소설이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되면서 국문 소설은 고전 소설의 주류가 된다. 그러나 한문 소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섬세한 묘사, 깔끔한 전개로 국문 소설의 통속성을 보완해주는 사대부 양반층의 한문 소설도 많이 나왔다. 이러한 과도기적 시기에 나온 작품이 곧 <심생전>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심생전>은 한문 소설이고, 그렇기 때문에 섬세한 묘사와, 깔끔한 전개가 돋보인다. 다른 한문 소설과 비교해 보아도 압도적으로 짧은 <심생전>은 군더더기가 될 다른 서사를 지우고 오로지 남성과 여성의 결연과 이별을 다뤄 상당한 깔끔함을 자랑한다. 또한 이옥이 쓴 소설답게 문체가 상당히 자유로워 원문을 보면 번역문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심생전>에서 갈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국문 소설의 특징인 노골적인 선악의 대립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지만 선악의 대립 없이도 비극적인 미감은 확실히 드러나는데, 이는 심생과 여인의 신분적 차이로 인한 비극적 개연성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심생은 여인의 집 앞에서 며칠씩이나 노숙할 만큼 결연에 대한 열의가 있었지만, 결연이 이루어진 후에는 양반과 중인 계층의 결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여인을 사랑하지만, 여인이 만들어준 옷도 입지 않는 우유부단함을 보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대체적으로 여성의 신분적 열등함을 비극의 주 원인으로 보지만, 몇몇 연구자들은 심생의 신분적 우월감, 편견에서 비극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마지막에 심생에게 전달된 여인의 마지막 편지가 상당히 애절하다. 편지는 자신이 얼마나 건강이 좋지 않은지에 대해 언급한 후, 자신이 내면화한 양반의 규범을 지키지 못함을 한탄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여기서 나오는 3가지의 한은 모두 그 당시 여성들에게 내면화한 유교적 규범이었다.[2] 이를 당시 시대상의 한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은근히 심생을 원망하는 것 같은 문구들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오히려 양반인 심생을 공격하려는 의도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심생전>에서 심생이 과거를 포기하고 무인이 되는 결말은 조선 초기 <금오신화> 류의 '부지소종'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심생의 적극성을 배우라는 다소 엉뚱한 후반처리는 <심생전>의 전개가 양반 지배층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질 비난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3]
[1]
1760~1815, 조선 후기의 문인이다. 서얼이었고, 당시 서얼의 불평등한 신분적 위치에서 유교의 예법에 맞는 문학이 아닌 순수 문학을 지향했다고 알려져 있다. 명청 소품체에 영향을 받았으며 정조의 문체반정때 심한 갈등을 겪었다.
[2]
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것, 며느리로써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 남편에게 봉사하지 못하는 것
[3]
비슷하게 박지원의 소설들도 자신의 창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본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 하여 자신에게 올 비난을 회피하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