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트리스타나, 룰루, 드레이븐과 관련된 단편 소설이다.2. 본문
내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하늘이 맑은 밤, 그래, 오늘같이 보름달이 뜬 밤에는 별 모양의 잎들 위로 은색 빛이 비치고 머리칼처럼 가는 잎이 비단실처럼 반짝이지. 그리고 밤에만 피는 셀레네이아가 내 숲을 마법의 공간으로 만들어 줘. 여행자는 바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륙의 향취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몰라. 향이 강하진 않지만, 그게 어디야! 사막 향신료의 향취와 햇볕에 그을린 돌, 몰아치는 파도의 물마루에서 느껴지는 소금기, 그리고 여기에 섞인 고지대 전나무의 푸르른 수액 냄새. 이러한 표현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낭만주의자나 사랑 타령하는 시인이 할 법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래, 사실 맞는 생각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말들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니지. 낭만주의자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예술적인 감성을 지닌 자가 알맞은 때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우거진 숲 위로 얼룩진 달빛이 춤추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거야. 그 달빛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나무껍질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이나 물웅덩이 위에 이는 물결 속에 어떤 질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지. 이 문양이 완벽한 형체를 갖춘다면 마치 일종의 출입구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그 문양이 얼마나 흔들리며 춤을 추든 제 형상을 갖추는 일은 절대 없어. 사실 절대까진 아니고, 거의 없다는 것이지. 어쨌든 이 땅에 존재하는 마법은 변하기 쉬운 것이고, 거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거든. 그리고 아무에게나 마법의 비밀이 드러나진 않지. 우리 같은 자연의 정령들은 이런 장소에 끌리게 되어 있어. 자연은 우리를 보살피고, 우리가 다시 자연을 보살피지. 우리는 세계 어디서든 만날 수 있어. 특히 마법이 발현되는 곳이라면 거의 틀림없이 만나볼 수 있지. 필멸자들이 녹서스라 부르는 이 땅에서 내가 사는 숲은 대부분의 다른 장소들보다 유난히 더 마법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난 그런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 볼 줄 아는 눈만 가졌다면 그 마법이 보일 거야. 하지만 이 세계 사람들은 보는 법을 잊어버렸어. '진짜로' 보는 법을 말이지. 반면 보는 법을 절대 잊지 않는 존재들이 있어. 요들이라 불리는 종족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계 출신은 아니야. 난 많은 요들을 친구로 두고 있지. 하루는 요들 둘이 이곳에 다가오고 있었어. 일족에게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집으로 돌아가게 해 줄 '열쇠'를 찾는 데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지. '그들'이 여행에 이용하는 저지대 길은 이 세계 지표면에 나 있는 길이 아니야.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똑바른 방향으로 여행하지도 않지. 요들은 마치 절대 풀 수 없을 정도로 꼬인 매듭처럼 여기저기에서 꺾고 빙 돌아가는 방식으로 움직여. 대부분의 요들은 저지대 길을 비교적 쉽게 여행하는 법을 알지만 그 둘은. 딱히 잘 맞지 않는 여행 동료라고 해두지. 정령의 장막 너머로 그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 마치 굶주린 두 마리의 여우처럼 다투고 있었지. 이곳에 곧 도착할 테지만, 이곳으로 향하는 존재가 자신들뿐만이 아니란 걸 알았으려나. 필멸자들이 오고 있었어. 전사들 말이야. 철기와 석기로 무장하고 죽음의 무기를 든 자들이지. 난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이유를 오해하진 말아줬으면 해. 죽음은 존재에게 있어 필연적인 것이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거둬가기만 할 뿐 되돌려주는 법이 없어. 그들이 이 땅에 내는 길은 꺾이지 않는 길이야. 도끼와 톱을 사용해서 땅 위에 자라나는 것들을 모조리 없애버리지. 그들이 이룬 제국은 각도와 질서의 제국이야. 주위의 나무들이 몸을 구부려 그들의 손길을 피하려 하지만, 그들은 알아채지도 못하지. 필멸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에 무감각해. 나무가 우거진 내 숲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건 긴 갈색 머리를 한 여자였어. 그녀는 박차로 말의 옆구리를 치고 돌아다니며 나무와 지대에 위협이 될 만한 생명체가 있는지 살펴봤지. 그녀는 냉철한 눈으로 마치 나무꾼이 도끼날을 갈듯 나무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봤어. 그녀는 숲 중앙에서 말을 멈추더니 가만히 있었어. 그리곤 새소리, 숲이 한숨 짓는 소리, 반들반들 닳은 오랜 바위들 위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었어. 이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원기를 회복하지. 하지만 그녀는 달랐어. 그녀는 숲의 기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지. 이게 슬퍼할 일인지 화낼 일인지 잘 모르겠네. 그녀는 참을성이 있게 몇 분이 지나서야 팔 하나를 들더니 손가락을 넓게 폈어. 얼마 후 숲 끝쪽에서 말을 탄 사람들이 열댓 명 나타났어. 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옆구리는 땀투성이에 머리가 아래로 축 처져 있었지. 난 살짝 마법을 부려 장거리 여행으로 지친 말들의 피로를 풀어주었어. 말들은 갈기를 젖히고 히힝 울며 감사의 표현을 했지. 콧수염을 기르고 가죽과 털로 된 옷을 입은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탄 채로 다가갔어. 그는 청동관을 머리에 쓰고 있어서 길고 검은 머리칼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았고, 웃옷의 일부를 찢어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듯 드러내고 있었지. 늑대 가죽으로 만든 망토가 그의 어깨를 덮고 있었고, 등에는 손잡이가 둥근 도끼가 매여 있었어. 여자처럼 그 남자의 눈빛도 뭔가 심상치 않았어. 숲의 나무들에 해를 끼칠 것 같아서 두려웠지. 사실 난 여자보다 그 남자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어. "타마라[1], 뭐 하느라 이렇게 늦었어? 기습당할까 봐 무서운 거야?"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여자가 말했어. "이곳에 야영지를 세워야 해, 드레이븐. 식수도 확보할 수 있고 나무도 많은 데다 탁 트여 있어 기습을 당할 일도 없을 거고." "진정한 녹서스의 워메이슨 납시셨네." "비꼬기는." 말에서 내리는 여자의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어. 혈관에 돌이 차 있고 영혼은 강철로 이루어진 듯했지. 점차 숲의 소리가 잦아들었지만 인간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어. "늙어 죽기 전에 수도에 도착해야지. 바실리치 전투도 재미있었지만, 투기장으로 돌아가서 도끼를 휘두르고 싶거든." "그 전에 다리우스 님에게 돌아가서 워메이슨의 정찰 없이 부대를 이동시키겠다고 말해야 할 걸." "여긴 안전지대야. 제국 중심부가 아니라고." 타마라가 팔짱을 끼며 말했어. "드레칸 근방의 윈토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었지?" "아니." 드레이븐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지. "왜, 네가 말해주려고?" 타마라는 드레이븐을 흘깃 바라보곤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어. "아니, 말해봤자 자기 일도 아니니 관심도 없겠지." 서로를 모욕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었던 나는 그들의 말과 그들을 둘러싼 기운의 일렁이는 색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혼란을 느꼈어. 인간은 정말 이상한 존재야. 입으로 진심이 아닌 것을 내뱉고 속마음은 언제나 감춰두곤 하거든. 반면에 자연은 진실하지. 그 진실이 냉혹할지라도 말이야. 요들들이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질 무렵이었어. 난 요들들이 찾고 있는 열쇠가 보내는 거부할 수 없는 신호를 느꼈고, 내 힘을 사용해서 정령 세계로 가는 길을 트고자 했지. 은나무 한 그루가 바람이 부는 쪽으로 살짝 가지를 틀었고, 하루의 마지막 햇살이 이끼 낀 나무 몸통의 울퉁불퉁한 옹이 위로 비추면서 빛나는 황색 무늬를 빚어냈어. 빛과 그림자, 그리고 솟아오른 나무껍질이 합쳐져 만들어낸 끝없는 고리 모양은 특정 각도와 높이에서는 마치 영원한 일출의 땅으로 가는 관문처럼 보였지. 나무의 심장에서는 노래와 속삭임이 울려 퍼졌어. 녹서스인들은 말들을 보살피느라 바빴고, 말들이 내는 소리 때문에 그 소리를 듣지 못했어. 그건 마치 바람이 나무들 사이에서 비밀을 전하듯 말하는 것 같은 소리였지. 어쩌면 진짜로 비밀을 전하는 건지도 몰라. 바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누가 알겠어. 아마 바다의 파랑새는 알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무너진 도시 근처만 돌아다니니까. 다른 차원의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미풍이 불자 은나무 밑동 근처의 풀이 잔잔하게 흔들렸어. 다른 차원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요들들은 끝없이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항상 즐거워. 그때 마치 호수 표면에 거품이 터지듯 공기 중에서 무언가 부드럽게 터졌어. 그리고 아주 작은 형체 둘이 나무에서 빠져나왔지. 그들은 높은 풀밭으로 굴러가면서 자신들이 숲에 왔다는 것에 놀란 듯 보였어. 그중 한 명은 즉시 몸을 일으켜 세우곤 자신의 커다란 대포를 움켜쥐었어.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서 좌우를 살피더니 반쪽짜리 귀를 하고 땅굴에서 코를 씰룩거리는 토끼를 향해 대포를 겨누었지. "네가 한 짓이냐?" 그녀가 말했어. 토끼는 대답이 없었지. 하지만 토끼란 존재는 입이 무거워.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꼭 말해야 한다면? 토끼에게 말해. 토끼는 무덤까지 가지고 갈 테니까. 난 이 요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 그녀의 이름은 트리스타나인데, 화가 나 보였지. 마치 싸움하러 갈 준비가 되어 있는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어디였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자주색 피부는 평상시보다 더 깊고 짙게 변해 있었고, 흰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은 상태였지. 그녀는 대포를 들어 올려 토끼를 향해 겨누었어. 토끼는 위협에 동요하지 않고 앞으로 폴짝 뛰었지. "다시 묻지 않겠다. 부머가 빗나가는 일은 없다는 것만 알아둬!" 토끼가 별일 아니라는 듯 코를 벌렁거렸어. 트리스타나의 여행 동료는 앉아 있었어. 날개를 가진 작은 요정이 그녀의 머리 주위를 맴돌았지. 아, 그래, 룰루와 픽스였어. 그녀의 들보랏빛 머리칼이 아주 미세하게 부는 바람에 부풀어 올랐고, 높게 솟아오른 모자는 이상한 각도로 머리 위에 얹혀 있었지. 모자가 흘러내려 눈을 가리자 룰루가 구부러진 지팡이로 주위를 찌르기 시작했어. "앞이 안 보여! 신기하네." 트리스타나는 토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룰루에게 조용히 하라는 표시로 손을 들었지만 룰루는 보지 못했어. 룰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뱅뱅 돌며 땅을 두드리기 시작했지. 꽃들이 몸을 피했고, 모여서 윙윙거리던 반짝벌레들은 픽스가 날개를 뽑기 전에 흩어졌어. 룰루의 요정 친구는 귀엽긴 해도 조금 독특한 장난기를 가지고 있었어. 장난기 넘치는 건지 무례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둘 다가 아닐까 싶어. "트리스타나! 거기 있어?" 룰루가 말했어. 트리스타나는 화나서 한숨을 쉬었어. 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자기 눈에 갖다 대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토끼를 향해 가리켰지. "토깽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다 숲에 인간들이 있다는 걸 알아챈 순간 트리스타나는 너무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어. 그녀는 재빨리 달려가 룰루를 나무 뒤로 숨겼지. 그들이 통과해 온 차원문은 하늘빛이 바뀌면서 이미 사라지고 있었어. "인간들이야." 그녀가 속삭였어. "어디?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여! 뭐 가끔은 눈을 감는 쪽이 더 잘 보이긴 하지만 말이야." 트리스타나가 한숨을 쉬면서 룰루의 모자챙을 잡아 올렸어. 룰루가 눈을 끔뻑거리더니 트리스타나를 껴안았어. "기적이 일어났네!" "쉿." 트리스타나가 속삭이자 픽스가 그녀의 뺨 위로 빠르게 내려앉았어. 자그마한 자주색 불빛이 튀어나와 있는 것처럼 보였지. 트리스타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픽스를 쫓아냈어. 나는 나무들 주변에 있는 그림자를 약간 구부렸어. 인간이 요들의 본 모습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긴 하지만, 냉철한 눈을 가진 그 여자는 대부분의 인간보다 더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난 요들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았어. 트리스타나가 나무 주위를 살펴봤어. 녹서스인들이 야영지를 세우고 있었지. 불을 지피지는 않아서 참 다행이었어. 드레이븐은 불평했지만, 타마라는 이곳에 있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했어. 나는 이 숲의 모든 나무를 푸르게 유지하되 땔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도록 만들었어. 어쩌다 아주 가끔 도끼나 톱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트리스타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어. "아직 우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 다행이야." "착한 사람들 같은데?" 룰루가 트리스타나의 어깨 너머를 보며 말했어. "가서 인사하는 게 어때?" "저들은 녹서스인이야." 트리스타나가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어. "목숨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녹서스인에게는 접근하지 않는 게 좋아." "왜? 나쁜 사람들이야?" 트리스타나가 눈알을 굴리며 마침내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어. 난 꽃 몇 송이를 들어 올려서 그녀를 향해 흔들었지. 숲의 마법을 느끼기 시작한 그녀도 손을 흔들어 그에 답했어. 어떤 이들은 트리스타나가 딱딱하고 깐깐한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난 그게 아니라는 걸 잘 알지. 트리스타나가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더니 주먹을 쥐고 살짝 쳤어. 나무껍질 주변을 가볍게 톡톡 치던 그녀는 마침내 나무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었지. 녹서스인 몇 명이 고개를 들자 그녀는 움찔하고 놀랐어. 내가 가지 몇 개를 꺾고 물이 바위에 부딪히게 하자 녹서스인들은 다시 자신들의 일에 집중했지. "고마워." 트리스타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그리곤 룰루에게 다가가 물었지. "속삭이는 열쇠는 어디 있어?" "속삭이는 뭐?" "우리가 차원문을 통과하면서 쓰던 것 말이야..."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줄래?" "돌을 깎아 만든 나침반같이 생긴 거." "아, 그거!" "그래, 그..." 트리스타나가 망설이다가 말했어. "그거 말이야." 룰루가 한 발로 서서 한 바퀴 빙 돌더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어. 주머니들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 같았지. 그녀는 한쪽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더니 동전, 주사위, 보석 조각을 비롯한 반짝이는 물건들을 잔뜩 꺼냈어. 하지만 열쇠 같은 건 보이지 않았지. "여기 있었는데..." "그래, 너한테 있었잖아." 트리스타나가 이를 악물고 말했어. " 뽀삐한테 들른 다음 해변에서 바위늑대들한테 쫓길 때 차원문을 열면서 네가 사용했잖아." "난 뽀삐가 마음에 들지만 애가 왜 그렇게 진지한지 모르겠어." 룰루가 마치 연병장에서 행군하듯 발을 콩콩 구르며 말했어. 그러더니 제자리에 멈춰서서 트리스타나를 바라보았지. "잠깐만! 네가 혹시 뽀삐 아니야?" "아니, 그럴 리가." 트리스타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 "저기, 좀 서둘러 줄래?" "맞는 것 같은데... 머리 모양도 같고, 화낼 때 콧대 위에 생기는 잔주름도 그렇고. 어, 거봐! 똑같잖아!" 룰루에게 화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 마치 신발을 한 짝 훔쳐 간 새끼 동물 뒤를 쫓는 것과 같았지. 룰루에게는 그냥 모든 게 재미있는 놀이였으니까. 내가 트리스타나의 흰 머리칼에 시원한 바람을 보내봤지만, 별다른 도움은 되는 것 같지 않았어. "속삭이는... 그거 말이야. 좀 찾아줄 수 있겠어?" "아, 맞다. 그걸 찾고 있었지?" "그래, 그래." 룰루가 한숨을 쉬더니 어리둥절한 척 연기했어. 그러다 어둑해지는 하늘을 올려다본 그녀는 무언가 깨달은 듯 손가락을 튕겼지. "그래! 깜깜하니까 못 찾을 수밖에 없지!" 룰루가 구부러진 지팡이를 들자 트리스타나는 룰루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닫고 눈을 크게 떴어. 하지만 이미 멈추기에는 늦어버렸지. 룰루의 지팡이 끝에서 반짝이는 빛줄기가 나오더니 반딧불이들이 한데 모여 춤추는 것처럼 폭발했어. 숲은 반짝이는 수천 개의 별들과 슬그머니 나타난 달들로 환해졌지. "아하!" 룰루가 마침내 웃옷이 접힌 곳에서 무언가를 꺼냈어. 그 모습은 싹트는 꼬투리 같기도 하고 구부러진 조개껍데기 같기도 했지. 표면에는 알록달록한 선들이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올챙이같이 생긴 것들이 헤엄치고 있었어. "여기 있었네." 트리스타나는 룰루의 지팡이에서 나온 빛이 숲을 물들이는 걸 보며 경악했지만,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둘 사이로 회전하는 도끼날이 날아와 나무에 박혔어. 룰루는 놀라서 펄쩍 뛰었어. 꼬투리 같기도 하고 조개껍데기 같기도 한 그 물건이 룰루의 손에서 날아갔지. 은나무가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었고, 난 뿌리를 통해 마법을 나무의 중심부까지 보냈지. 도끼가 꽂혀 난 상처에서 선명한 호박색 수액이 흘러나왔어. 룰루의 그것이 날아가다 숲 중앙 어딘가에 떨어졌어. 그리고 키가 큰 잔디 쪽으로 굴러갔지. 나는 그것이 파동 형태로 뿜어내는 원초적 힘을 느낄 수 있었어. "어머." 룰루가 말했어. 곧 덤불 사이로 녹서스의 검은 화살이 일제히 날아왔지. 그게 녹서스인들이 아는 유일한 대응 방식이니까. "이리 와!" 트리스타나가 부머를 들어올린 채 룰루를 잡아끌어 담쟁이덩굴과 이끼, 곰팡이로 뒤덮인 통나무 뒤에 숨으려고 했어. 화살 하나가 썩은 나무에 날아와 박혔어. 또 다른 화살 하나는 트리스타나의 귀 바로 옆에 박혔지. 룰루가 꽤액 소리를 질렀고, 픽스는 트리스타나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어. 그랬더니 썩은 나무 위로 파란색, 황금색, 진홍색 야생화가 바로 피어났어. 트리스타나가 부머를 들고 발사했어. 펑, 펑, 펑! 녹서스인, 토끼, 반짝벌레 모두가 포탄을 피해 도망갔어. 심지어는 지렁이도 땅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지. 부머에서 발사된 포탄이 숲을 가로질러 불타는 띠를 남기자, 바위에 부딪힌 개울물이 튀어 오르며 불을 껐지. 숲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불이니까 말이야! "흩어져!" 드레이븐이 은나무 몸통에 박힌 도끼를 회수하려고 달려가며 소리쳤어. 녹서스인들은 재빨리 드레이븐의 명령을 따랐지. 수많은 인간이 내 숲을 통과하며 녹서스인들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누가 뭐라든 그들이 잘 훈련받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했어! 타마라는 자신이 타던 말로 달려가더니 안장에 달린 칼집에서 가느다란 장검을 꺼내 들었지. 그리고 드레이븐을 보고 웃으며 말했어. "습격당할 일이 없다고?" 드레이븐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어. 그에게서는 전혀 놀란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어.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것에 개의치 않은 듯했지. 오로지 피를 맛보고 싶은 생각에 들뜬 마음만이 느껴졌어. 그래, 난 확실히 타마라보다 드레이븐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아. 녹서스 전사들이 숲 여기저기로 흩어지며 각각 짝을 이루어 전진했어. 궁수들은 요들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화살 세례를 퍼부었지. 나는 전쟁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녹서스의 전술이 룰루와 트리스타나를 죽이고도 남을 만큼 치명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어. 난 재미있는 장난은 좋아하지만, 누군가 다쳐서 죽는 건 원치 않아... 강력한 파동 형태의 마법이 땅을 가르고 나왔어. 나는 풀을 엮어 고리를 만들어서 양날 도끼를 든 덩치 큰 녹서스 병사의 발목을 잡았어. 그는 양팔을 뻗으면서 철퍼덕하고 얼굴부터 넘어졌지. 그의 동료도 그 위로 걸려 넘어지면서 검을 떨어뜨렸어. 그 검이 먼저 넘어진 병사의 엉덩이를 찌르자 그가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어. 호박나무가 몸통을 뒤틀어 얇은 가지를 마치 새총처럼 휘둘렀어. 가지가 웅크리고 있던 궁수의 얼굴을 때리자 궁수는 뒤로 나가떨어졌어. 그가 쏘려던 화살은 공중으로 날아갔지. 순간 바람이 일었고, 화살은 그가 입고 있던 바지의 사타구니 부분을 찢으며 그 자리에 명중했어. 놀란 그 궁수는 소리를 지르면서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 뒤뚱뒤뚱 뒤로 물러섰지. 트리스타나가 다시 포탄을 발사했어. 픽스는 그녀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포탄이 발사될 때마다 공중에 주먹을 휘두르고 꽥꽥 소리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지. 픽스의 작은 몸 위로는 꽃들이 떨어져 내렸어. 그 빛나는 꽃잎이 트리스타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아주었지. "그거 찾았어?" 트리스타나가 포성 속에서 소리쳤어. 룰루가 지팡이를 휘두르더니 구부러진 손잡이 위로 휙 뛰어올랐어. 그녀는 한 손으로 양쪽 눈에 그늘을 만들어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빛 사이를 응시했지. 화살이 날아왔지만 모자 끝의 꺾인 부분이 공중에서 화살을 쳐냈어. "아니, 아직. 근데 이제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니?" 룰루가 빙그르르 지팡이에서 돌아내리자 주변에 데이지 꽃이 피어났어. "그게 좀 제멋대로잖아. 내가 내려놓을 때마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변한단 말이지." 트리스타나가 끙 하고 신음을 내뱉는 사이 룰루는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빛의 기둥을 발사했어. 그러자 녹서스 병사 두 명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개울로 떨어졌지. 나는 그 즉시 통개구리 떼로 그들을 공격했어. 통개구리들의 혀는 대낮에도 꿈을 꾸게 하는 신비한 점액으로 뒤덮여 있었지. "그럼 그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단 말이야?" "그렇지. 찾으려면 흘겨보는 수밖에 없어. 그건 누군가 자기를 쳐다본다고 생각할 때만 모습을 바꾸거든."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하이머딩거가 여기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법공학 고글이 있으면 정말 유용할 텐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럼 재미 없어지잖아." 트리스타나가 몸을 휙 돌려 자신을 향해 뛰어오르는 녹서스 병사에게 포탄을 발사했어. 가슴에 직격탄을 맞은 그 병사는 날카로운 가시덤불 쪽으로 나가떨어졌지. 그가 떨어지자 가시덤불에서 갑자기 가시가 더 돋아났어. "재미?" 그렇게 말한 트리스타나는 활짝 웃었어. "그래, 좋아. 이 얼간이 녀석들이랑 재미 좀 보자. 꽉 잡아." 룰루가 웃으며 마치 진한 키스라도 할 것처럼 트리스타나의 목에 팔을 둘렀어. 트리스타나는 다시 포탄을 발사했지. 이번에는 땅을 향해 쐈어. 두 요들은 화살과 꽃으로 수 놓인 통나무 뒤에서 튀어 올라 전진하는 녹서스 병사들의 머리 위를 날아갔어.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해 입을 떡 벌린 채 낄낄 웃으며 머리 위를 날아가는 두 요들의 모습을 바라봤지. 녹서스인들이 뭘 봤는지 누가 알겠어? 이상한 광경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지. 요들은 끊임없이 마법을 부리는 존재이고, 심지어 자신이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룰루의 지팡이에서 빛나는 번개가 뿜어져 나오자 번개가 닿는 곳마다 독액처럼 타오르는 불꽃과 꽃잎이 흩어지며 녹서스인들을 넘어뜨렸어. 두 요들은 착지했지. 트리스타나가 휙 돌아서서 고개를 쳐드는 녹서스인들을 향해 포탄을 쏘는 동안 룰루는 그것을 찾으려고 네발로 기어 다니면서 빠르게 움직였어. "찾았다." 룰루가 풀을 향해 속삭였어. "제발 제발 부탁할게!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우릴 데려다주지 않을래?" 그 진짜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이 말에 반응하지 않았지. 하지만 난 그것이 룰루의 손에서 굴러가 벗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음, 정확히 말하자면 굴러가는 것이 아니고 룰루가 없는 곳으로 갔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 그건 강력한 고대 마법이 깃든 물건이지만, 유치하고 엉뚱한 면모도 갖추고 있었거든. 마치 이 모든 게 재밌는 놀이인 듯 생각하는 것 같았지. 그게 맞을지도 몰라. 룰루는 자기 꼬리를 쫓는 족제비처럼 그것을 쫓으며 환한 웃음소리와 함께 숲을 신나게 누볐으니까. 룰루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큰 달팽이로 변신했지. 끈끈한 느낌에 룰루가 손을 떼자 그것은 빛나는 연기로 변하더니 이번에는 등 뒤에서 짝짝이 다리로 비틀거리는 사람 모양의 막대가 되어 나타났어. 트리스타나는 녹서스 병사들을 향해 계속 포탄을 쏘아댔어. 그때 마침내 드레이븐이 은나무에서 도끼를 잡아 빼내는 소리가 들렸어. 도끼날은 수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 그는 엄폐를 유지하며 고양이가 쥐를 쫓듯 트리스타나를 뒤쫓았어. 팔다리는 팽팽히 긴장해 있었고, 집중력에는 빈틈이 없었지. 그는 팔을 들어 다른 도끼 하나를 던지려고 했어. 그 순간 말벌 떼가 몰려와서 그를 둘러싸고 화난 다람쥐들이 나무에서 후두둑 떨어졌어. 도끼는 원래 방향을 크게 벗어나서 녹서스 말들이 있던 곳의 지면에 날아가 박혔지. 그곳엔 말발굽 자국과 버려진 안장들만 남아 있었어. 분노한 드레이븐이 몸을 돌리며 목과 팔을 깨물고 할퀴는 다람쥐들을 떼어냈어. 다람쥐들은 사실 숲의 폭력배 같은 존재야. 토끼가 인내심이 강하다면, 다람쥐는 상대가 등을 보이는 순간 달려들어 귀를 깨물 정도로 사납지. 룰루는 쳐다보지도 않았어. 아이처럼 깔깔 웃으면서 지팡이에서 빛을 내뿜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지. 그때 타마라가 숨어있던 곳에서 재빠르게 뛰쳐나와 룰루를 잡으러 달려갔어. 나는 마법을 사용해서 그녀의 진로를 방해하려고 했지. 두더지들이 빠르게 길 앞에 땅굴을 팠지만, 그녀는 이리저리 움직여 함정을 피해 갔어. 갈고리풀의 날카로운 줄기를 뻗어 잡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녀는 그 아래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지. 주변을 살펴보던 그녀는 이곳에 또 다른 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어. 보이지도 않고 싸울 수도 없는 적 말이야. "여기 있다!" 룰루가 마침내 그것을 손에 넣고 소리쳤어. 어느새 풀과 거미줄로 묶은 나뭇가지 다발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 땅에서 나무뿌리를 뜯어 올려 타마라를 휘감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가볍게 뛰어넘었어. 타마라가 검을 들어 공격하려는 순간 룰루의 별빛 광채가 그녀의 검에 비쳐 마지막으로 반짝였어. 바로 그때, 트리스타나가 나타났지. 그녀는 마치 부머가 갑자기 더 무거워진 것처럼 들어 올렸어. 훨씬 더 무거워진 것처럼 말이야. "어이, 내 친구 건들지 마." 트리스타나가 방아쇠를 당겼어. 꽝 하는 포탄 소리는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엄청나게 컸지. 강 건너 아주 멀리 있던 새들까지도 그 소리에 놀라서 하늘로 날아올랐어. 커다란 포탄이 발사되자 포구에서 불길이 날름거렸지. 반동 때문에 트리스타나의 몸이 흔들렸지만, 타마라가 받은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 타마라는 마치 분노한 돌골렘에 한 대 얻어맞은 듯 뒤쪽으로 나가떨어졌어. 그녀는 나무 사이로 자취를 감췄지. 아마 금방 일어나지는 못할 것 같았어.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트리스타나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 올렸고, 그녀는 부머를 땅에 떨어뜨렸어. 드레이븐이 트리스타나를 얼굴 높이로 들어 올리더니 상처투성이의 얼굴 위로 넋 나간 웃음을 지어 보였어. "네 녀석의 정체가 뭐냐?" "머저리 같은 놈아, 당장 내려놓지 못해?" 트리스타나가 소리쳤어. 발버둥 치며 드레이븐에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팔다리가 짧은 탓에 닿지 않았지. 드레이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요들의 정체를 궁금해했어. "어이, 조그마한 상대를 괴롭히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룰루가 지팡이를 드레이븐 쪽으로 치켜들며 소리쳤어. 회전하는 불꽃들이 지팡이 위아래로 반짝였지만, 드레이븐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지. "멋대로 해 봐라, 꼬마야. 네가 이 드레이븐 님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으냐?" 룰루가 지팡이에서 불꽃을 발사했어. 그러나 빗나가고 말았지. 드레이븐이 웃으면서 도끼를 공중으로 회전시켰어. 그때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드레이븐의 위에 드리웠어. 그는 천천히 뒤로 돌았지. 사실 룰루의 불꽃은 빗나간 게 아니었던 거야. 앞에는 반쯤 접힌 귀를 한 토끼가 서 있었어. 드레이븐보다 적어도 두 배는 커 보였지. 토끼는 천천히 당근을 씹어 먹기 시작했는데, 그 당근은 드레이븐의 팔 만큼 길었어. 거대 토끼는 뭉툭한 발가락 두 개를 자기 눈에 갖다 대더니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를 향해 가리켰어. 그러자 그가 트리스타나를 내려놓았지. 드레이븐은 용맹한 전사였고, 수많은 괴물과 맞서 싸운 전적이 있지만 이런 거대한 짐승은 그에게도 버거운 상대였어. 그는 몸을 돌려 나무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고, 중간에 도끼를 주울 때만 잠깐 멈췄을 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어. 나머지 녹서스인들은 이미 도망쳤거나 거대 토끼의 모습을 보고는 덤불 쪽으로 천천히 후퇴하고 있었어. 왠지 그들이 본대로 가는 다른 길을 찾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더군. 트리스타나가 몸을 돌려 반쪽짜리 귀를 한 토끼를 바라봤어. "고마워." 하지만 토끼는 대답하지 않았지. 역시 토끼는 입이 무겁다니까.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서 땅굴로 돌아갔어.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거의 원래 크기로 돌아와 있었지. 토끼는 마지막으로 꼬리를 흔들며 흙 한 줌을 뒷다리로 흩뿌리고는 땅굴 속으로 사라졌어. 트리스타나가 부머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리며 말했어. "그거 찾았어?" 룰루는 자랑스럽게 들어 올려 보였어. "말썽꾸러기 녀석. 그렇게 도망가면 어떡해!" 트리스타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처음 통과해 왔던 나무 쪽으로 다가갔어. 룰루가 그 뒤를 깡충깡충 뛰며 따라갔고, 말벌 두 마리 위에 올라탄 픽스는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질렀어. 룰루는 트리스타나가 있는 곳까지 와서 그 물건을 나무에 대고 미리 정해진 문양대로, 최대한 그 문양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움직였어. 어느 쪽이었든 장치는 작동했고, 은나무 몸통에 잎이 무성한 나무가 다시 나타났어. 그리고 달빛 드리운 내 숲에 요들들이 사는 땅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지. 고대 마법의 힘을 느낀 나는 요들 친구들이 흥미로운 여행을 하길 바라며 공기 중에 내 파동을 실어 보냈어. 룰루가 멈춰 서더니 어깨너머를 바라보았어. "고마워." 룰루의 말에서 마음속에 있는 한없는 기쁨이 느껴졌어. 내 숲은 덕분에 한층 아름다워졌지. "뭐 하고 있어? 이제 가야 해." 트리스트나가 말했어.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녹서스인들이 돌아오기 전에 여길 떠야 한다고." "안 돌아올 것 같은데." 룰루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 차원문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소용돌이처럼 커지더니 두 요들을 감싸기 시작했어. 요들들의 형체가 흐릿해졌고,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어. 하지만 트리스타나의 마지막 말이 들려오자 순간 숲에는 불길한 냉기가 서린 바람이 불었지. "그들은 녹서스인들이야. 녹서스인들은 항상 돌아온다고." |
[1]
진보의 날,
다리우스 - 녹서스의 피에도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