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聖油/holy oil성스러운 기름.
주로 종교적 예식에 사용되는 기름을 일컫는다. 전근대의 중동, 지중해 세계에서 실용적인 이유로 먹는 것 외에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행위는 빈번하게 일어났다.[1] 기름은 피부의 습기를 보존하고, 상처에 다른 감염원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이러한 기름의 쓰임은 종교적으로 확장되어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되고 하느님의 보호를 받음을 상징하는 수단으로써 이용되었다.
2. 상세
2.1. 기독교의 성유
성수보다는 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독교의 전례에서는 성수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구약과 신약을 가리지 않고 하느님이 선택한 이에게 기름을 부어 축성하는 행위는 빈번하게 기록되어있다.[2] 다만, 으레 그렇듯이 대부분의 개신교에서는 성유를 사용하지 않으며, 가톨릭/ 정교회 등의 보편교회, 성공회, 일부 루터교에서만 사용된다.2.1.1. 가톨릭의 성유
가톨릭에서 쓰이는 성유는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 각 교구에서 주교와 교구 사제들이 다함께 모인 가운데 거행하는 성유 축성 미사에서 축성된 성유[3]를 각 교구 관할 성당으로 나눠서 쓴다.축성된 성유는 커다란 성유함에 굳게 보관된다. 다만 일반 신자들은 성유함을 볼 일이 거의 없다. 성수, 성체, 성혈은 다수의 신자들이 참여하는 매 미사 때마다 활용되기 때문에 성당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성유는 세례성사, 견진성사, 병자성사 때만 사용되고 각 본당에서 쓰이는 성유도 주교좌 성당에서 성유 축성 미사 이후 분배된 것이기에 큰 성유함을 보기가 더더욱 어렵다.
가톨릭에서 쓰는 성유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눠진다.
- 크리스마 (축성 성유, oleum sanctum, Chrisma): 흔히 크리스마 성유라고 하는데, 크리스마 자체가 '축성 성유'라는 뜻이기 때문에 역전 앞처럼 동어반복이라 지양되어야 한다. 그리스어인 크리스마가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바르는 물건이라는 뜻의) 크림의 어원이 되었다. 크리스마 성유는 축성이 필요한 여러 곳에 사용되는데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품성사, 성전 제대 축복(성당을 새로 짓는 경우) 등등 축복을 바라는 곳에 대부분 사용된다. 다른 두 기름과 다르게 크리스마는 발삼을 넣어서 향이 나도록 한다. 다른 기름과 다르게 크리스마는 본당별 세례성사나 몬시뇰 or 교구 총대리 신부가 대신 집전하는 견진성사처럼 주교가 집전하지 않는 예식에 사용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주교가 축성한 기름을 사용하여야 한다.
- 예비신자 성유 (oleum catechumens): 세례식을 거행할 때 예비신자들을 악과 유혹으로부터 이겨내기를 기원하며 사용하는 성유다. 사제는 예비신자들에게 세례를 주기 이전에 "구세주 그리스도의 능력이 여러분을 지켜 주시도록 기원하며, 이를 표시하기 위하여 영원히 살아계시는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구원의 성유를 바릅니다."라고 말하며 예비신자 성유를 도유한다. 악으로부터 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예비신자 성유는 그 외에도 대관식이나 서품식에서 사제의 손을 씻는 용도로 사용된다. 예비신자 성유는 필요시에 사목적인 이유로 세례식을 집전하는 신부가 축성하여 사용할 수 있다.
- 병자 성유 (oleum infirmorum): 병자성사에서 사용되는 성유로, 신부는 병자에게 병자 성유를 발라 병의 치유를 기원하며 이승의 삶을 떠나 하늘나라에 들어갈 때 하느님의 자녀라고 인증하는 역할을[4] 한다. 대개 병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부들은 커다란 성유통 대신 휴대하기 편한 크기의 성유 그릇에 담아서 사용한다. 신자의 그릇을 사용하는 경우 병자에게 도유하고 남은 성유는 천에 불을 붙여 태워버린다. 병자 성유는 주교와 교구장 주교의 권한을 가진 신부( 몬시뇰 등)이 축성할 수 있으며, 병자성사를 집전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신부라도 축성하여 사용할 수 있다.
성유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해에 축성된 햇 성유만을 사용하고 묵은 성유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아울러 세 종류의 성유의 용도가 정해져 있고, 혼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축성 성유가 아니면 구별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성유통에는 O.S, O.C, O.I 등의 라틴어 약어나 별도의 표시를 두어 세 기름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
[1]
조선 말까지 촛불이 들어오기 전에는
호롱불을 참기름으로 켰다거나, 문지방이 뻑뻑하면 참기름을 윤활유와 썼던 것과 같은 이치다. 어느 문명권이건 지역에 따라 많이 쓸 수 있는 기름으로 하기에 여기선 대개
올리브유를 말한다.
[2]
예수 그리스도의
그리스도라는 말부터가 '기름이 부어진 이'라는 뜻이다.
[3]
통상 올리브 기름을 사용하나 다른 식물성 기름을 사용할 수도 있다.
[4]
병자성사는 살면서 몇 번이고 받을 수 있지만 보통 이 성사를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더 이상의 치유가 어려워 죽음의 문턱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성사를 과거 '종부성사'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