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식 홈페이지 인물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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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독목고 미친개’라는, 주로 교사에게 주어지는 별명을 입학 3개월 만에 거머쥔 소녀였다. 강자에게 강하고 물정 모르는 약자에도 강하고 불의는 1초도 못 참고 편협한 정의를 혐오하며 악습과 불합리는 따지고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고삐 풀린 야생마 같던.
학생회에 들어가 툭하면 대자보를 붙이고 선생님들과 자주 싸웠으며 학생들과도 가끔 싸웠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인 데다 그야말로 미친개처럼 덤벼들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를 크게 어쩌지는 못했고 사실 언제나 당당한 윤지원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티 나지 않는 세심함으로 약자를 도왔고, 음치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축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으며 체육대회 계주에선 마지막 주자로 나서 번번이 역전을 이뤄내 영웅이 되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웃던, 반짝이는 청춘이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들어간 회사에서 동료의 성추행 문제에 총대를 메고 나섰다가 거하게 뒤통수를 맞았다. 내부고발자를 향한 차가운 시선과 오랜 소송,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에 설상가상 부모의 죽음까지 겹치며 윤지원은 바닥의 바닥까지 무너졌다.
겨우 정신을 차려 다시 공부를 하고 할아버지 윤재호가 이사장으로 있는 독목고의 체육 교사가 되면서 윤지원은 정의니, 신념이니 하는 것들을 제 안에서 완전히 지웠다. 그냥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면서 누구와도 대립하지 않고 조용히, 고요한 연못처럼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석지원이 재단을 사들이고 뻔뻔하게 이사장으로 제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석지원은 윤지원이 처음 빠진 사랑이었고, 최초의 죄책감이자 좌절이었다. 석지원의 집안이 자신의 할아버지 때문에 몰락한 후, 마치 그 여름의 사랑이 모두 환상이었던가 싶게, 그녀 앞에서 매몰차게 사라진 석지원을 당연하다고 여기면서도 죽을 만큼 그리웠고 그만큼 미워했다.
물론 그 또한 어릴 때 이야기다.
석지원과 재회했을 때 18년이나 지난 짧고 어렸던 연애를 가지고
치사하게 굴고 싶은 마음 따윈 없었고,
남은 감정 역시 없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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