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08년 10월 16일부터 강담사의 위클리 모닝에 연재하여 2017년 7월에 단행본 총 20권으로 완결된 만화다. 나가사키 다카시 글,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2008년에 연재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발은 상당히 늦은 2010년 말에야 이루어졌다. 출판사는 학산문화사. 역자는 서현아.
만화의 시작은 1949년을 배경으로, 케빈 야마가타라는 일본계 미국인 만화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물론 픽션). 그 후 2대인 케빈 굿맨이 이어서 만화를 그렸다.
'빌리 배트'란 만화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 만화가 케빈 야마가타. 어느날 자신의 캐릭터와 똑같은 것을 일본에서 봤다는 한 경찰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말에 케빈은 과거 일본 체류 중 박쥐 같은 캐릭터를 본 기억을 떠올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을 신조로 삼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이 무의식 중에 그 일본 만화를 표절했다는 죄의식에 저작권 허가를 받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박쥐 캐릭터에 관해 수소문을 하던 중, 자신이 뜻하지 않게 인류의 역사를 좌우할 커다란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작중에서 빌리 배트의 모티브가 된 박쥐 그림은 인류의 역사를 좌우하는 인물 혹은 조직의 상징 같은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 모티브는 미키마우스. 초기 캐릭터와 후기 캐릭터의 특성과 차이점이라든가 척 컬킨의 빌리 배트의 복장을 보면 명확하다.
미군정 시대에 일본철도 초대 총재 시모야마가 숨진채 발견된 사건에서부터 라스코 동굴 벽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케네디 암살 사건, 9.11테러, 히틀러, 아인슈타인 등
음모론을 집대성할 기세인 작품이다.
만화에서 빌리 배트는 상징이 아닌 실재하는 존재다. 신만큼이나 오래 있어왔던 그것은 전지전능하지는 않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빌리 배트가 인류의 멸망을 원하는지 아니면 생존을 원하는지 후반부까지는 파악이 힘든데, 이는 빌리 배트가 지닌 흑과 백이라는 양면성 때문이다. 흔한 천사와 악마가 아니다. '난 잘하려고 했는데 나쁜 짓이 돼버렸어.' 이런 느낌이다. 실제 두 마리의 빌리 배트는 서로 뒤엉키고, 각자가 흑과 백을 주장하기에, 독자는 그들을 구별 할 수 없다. 또한 구별할 필요도 없다.(이들을 설명하고 통합하는 제 3의 빌리 배트가 있을 정도다) 이는 빌리 배트가 만화로 대변되는 문화 전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나쁜 문화, 좋은 문화는 없고 그것을 창조하고 또한 그것에 영향받는 인간이 무엇을 하는가가 선악을 구별하는 것이다.
때문에 빌리 배트가 지니는 의지는 전과 후, 원인과 결과의 구분도 모호하다. 작품의 처음 내용으로는, 빌리 배트가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미래를 예언하는 것으로 읽히지만, 중반부에서는 만화가의 예언이 빌리 배트를 지배하며, 결말에서는 만화가의 자의(自意)가 세계를 재생한다. 빌리 배트는 그 결말을 만들기 위해 만화가를 살리려 노력했고, 그 노력의 과정에서 얽힌 인간들에 의해서 다시 그 결말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전과 후, 안과 밖이 없이 서로 얽혀 필연적 결과를 탄생시키는 타임머신 소재의 이야기와도 비슷한 얼개다.
작가는 이러한 빌리 배트의 설정과 결과, 적어도 결말의 내용은 작품 초반부터 정해놓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빌리 배트 최고의 에피소드가 무엇인지를 몇번이나 강조하며 그 에피소드의 결말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쳐 세계를 구원하는 것으로 작품이 끝나기 때문이다.
2. 해석
크게 2가지 떡밥으로 나뉜다.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GHQ의 미스테리어스한 계획, 그리고 박쥐로 상징되는 일종의 문화적 헤게모니 때문에 일어나는 영향력에 대한 떡밥이다. 이 두 가지를 합쳐서, 스토리를 해석하면 도출되는 결과는...작중에서, 빌리 배트는 미국이 전 세계의 헤게모니를 점령한 현실을 비유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빌리 배트라는 캐릭터는 사실 일본계 만화가인 야마가타가 창조했으며, 미국인들은 그 빌리 배트 캐릭터를 베껴간 것에 불과한 식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미국은 GHQ를 통해서 일본의 주권을 훼손하는 상황이며, 일본을 영원히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를 현실에 대응해서 해석하자면, 미국이 만들어놓은 헤게모니와 자본주의 체제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일본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작가가 문화업계 종사자로서 내어놓는 일종의 풍자 내지는 개탄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만든 패러다임이 현대 일본을 지배하고 있다는 음모론 정도? 이게 딱히 거짓은 아니지만 특이한 것도 아닌 게, 막상 따져봤을 때 사실상 유럽의 몇몇 대국들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안그런 나라가 지금 세계에는 없다. 현재 미국은 세계최강 대국이고, 몇몇 소수의 대국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사실 그 대국들도 제외라고 하기는 어렵다. 프랑스 상업예술가들 중에도 반미적, 정확히는 반미국예술산업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 (문화적으로도 능동적으로 미국과 교류하는데다가 미국 측에서 오히려 문화영향을 받는 경우까지 많은 친미국가인) 영국만 제외하면, 유럽 전체도 예술이 미국 산업과 문화에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사실상 영국 정도를 제외하면 전세계에 미국 패러다임에 본의아니게 지배당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지금까지 나온 떡밥만 보면 달리 해석할 여지가 별로 없다. 사실 일본이 미국이 만들어놓은 패러다임의 체제에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상황에 대한 개탄은 그렇다쳐도, 빌리 배트라는 캐릭터를 일본인이 만들었다거나, 여러가지 GHQ 시절의 음모론을 입맛대로 해석해서 부풀려놓은 부분을 보면, 일본인들의 민족주의적인 과장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불새(만화)의 오마쥬라 여기는 독자들도 있다. 초자연적인 존재의 역사 개입이라는 점에서 유사하기 때문.
3. 줄거리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교차되는 스토리를 가졌기 때문에 간단히 정리하기는 어렵다.3.1. '박쥐'(빌리 배트)
역사와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는 절대적 존재. 신과는 다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겹치기도 하며 이는 예수가 유다에게 박쥐 그림을 신의 모습으로 그렸다가, 이후에는 이 박쥐는 신의 모습이 아니라 너(유다)의 머릿속을 그린 것이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기독교에서의 악마와도 겹치는 이미지를 가진다.수 많은 인류의 중요 사건이나 중요 인물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초-중반에 나오는 실존 인물만 하더라도 예수 그리스도/유다를 제외하더라도 일본 역사상의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신부, 아케치 미츠히데, 구로다 간베에, 핫토리 한조 등 수많은 전국시대 인물들과 전간기 유럽의 아돌프 히틀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후에 미국으로 이주), 미국의 달 탐사대 , 리 하비 오스왈트(케네디 암살범) 등에게 나타난다.
특히 박쥐가 리 하비 오스왈드의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데, 관리인, 혹은 인류의 탄생에서 종말까지의 안내인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선과 악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문화가 가진 힘을 비유하는 마스코트이다. 박쥐는 새에 붙었다가 동물에 붙었다가 하는 동물이라는 이미지와도 연관이 있다.
박쥐와 관련되었던 사람들 아인슈타인, 히틀러, 조후의 스승, 야지로, 쿠루스 등등은 "흑이냐? 백이냐?" 라는 한마디를 한번씩은 한다. 그러면서 흑과 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거의 없다.
'흑과 백',' 진짜와 가짜' , '진실과 거짓' 서로 대비되는 이 관계는 작중에서 자주 등장한다.
케빈 야마가타가 그리고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려하는 '진짜' 빌리배트와 척 컬킨이 야마가타가 자리를 비운후 흥행시킨 '가짜'빌리배트.
컬킨의 가짜빌리는 흥행에 성공해 널리 알려지고 진짜 빌리가 된다. 반대로 야마가타의 진짜빌리는 사람들의 시선밖에서 가짜취급을 받는다.
그렇게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는 '가짜'가 되어버린다. 가짜가 진짜로 진짜는 가짜로 이처럼 '흑은 백으로 백은 흑으로'가 된다.(가짜 역사가 진짜 역사를 덮어쓰고 진짜 역사가 된다)
조후의 스승, 오스왈드, 히틀러는 모두 박쥐한테 같은 말을 듣는다.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고싶지 않나?', '지구를 구할 수 있어'
그리고 박쥐는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하다 입장이 바뀐다. 그리그 박쥐가 사람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용당하다가 더이상 박쥐의 말을 듣지 않겟다며 배신한다고 발악을 하지만 이용당하던 사람은 마지막 역할을 다하곤 죽는다(예: 야지로, 조후의 스승, 오스왈드)
물론 이용당하던 쪽의 발악은 모두 박쥐 손안에서 놀아난 것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을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지구를 구하라고 '옳은' 이야기를 하는 박쥐는 백인가? 흑인가? 백은 흑으로, 흑은 백으로... 사람을 쓰다 버리는 박쥐는 '백'의 탈을쓴 '흑'이다.
히틀러는 이용당하고 세계 2차대전이 터진다. 아인슈타인도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동참한다(추정). 이런식으로 끔찍한 재앙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케빈 굿맨이 달에서 소원을 비는 것으로 세상이 멸망하는 걸 피하기 전의 박쥐와 후의 박쥐가 서로 얘기가 다른 걸 보면 흑과 백의 박쥐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그 결말을 피해야 해 후: 무슨소리야? 나는 그런말을 한 기억이 없는데. 또한 1권에서 케빈 야마가타는 머리속에서 2명의 빌리배트가 싸우다 한쪽이 쓰러진다.
박쥐의 사람들에겐 각자 '역할'이 있다고 한다. 이들이 박쥐의 예상대로 움직여준다면 역사가 그대로 움직이는거고 그렇지 않다면 만화작가들로 틀린 부분을 바르게 가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역할이 되고싶지만 없는 사람도 있다. 쿠루스, 휘니.
3.2. '빌리 배트' 만화에서 '박쥐 그림'의 20세기 중반까지의(1권 시점 전후) 시간적 정리
- 아주 먼 옛날: 태초의 박쥐 그림은 어느 날 운석과 충돌해 두 조각이 난다. 그 중 하나는 운석 충돌에 의해 생긴 달에, 나머지 하나는 지구에 남게 된다. 달빛에 비춰진 '달의 박쥐 그림' 은 바스크 지방의 한 동굴 속에 그림자처럼 비치는데, 어느 날 동굴로 굴러 떨어진 원시인이 그 그림자를 보게 되고, 그림자는 원시인(첫번째 감응자)에게 자신을 그리게 한다. 원시인은 벽화를 이용하여 달의 박쥐 그림을 그리는 법을 기록하게 된다. 라스코 동굴 벽화가 모티브가 된 이야기.
- 16세기 일본 전국시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극중 자비에르 신부, 두 번째 감응자)는 어린 시절 바스크 지방의 영주의 아들로서 동굴에 모험을 다니던 중 박쥐 그림을 발견하게 되고, 박쥐에게서 자신을 먼 극동으로 옮겨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박쥐의 존재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두루마리를 제작하게 된다.(예언서) 이후 신부가 된 자비에르는 선교 활동을 하며 극동의 여러 지역을 탐험하게 되고, 이때 일본에서 만난 제자 야지로(실제 하비에르 신부의 제자였던 야지로(바오로 디 산타후에)라는 역사적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함, 세 번째 감응자) 에게 박쥐와 두루마리의 존재를 알린다. 야지로는 신부의 사후 신부의 명(이 두루마리를 묻어버릴 것)을 어기고 이를 일본 전국시대의 권력자들에게 알린다. 이 두루마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국시대의 권력자들은 다툼을 벌이고, 이가 인술의 모모치가에 속한 닌자 칸베에(네 번째 감응자)가 이를 결과적으로 가지게 된다. 칸베는 모모치의 명을 어기고 그는 두루마리를 코모리촌이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해 집 마당에 묻고 그 곳을 지키는 승려가 된다. 한편으로 이 중 일부만을 기록한 흑편복 사본(두루마리가 아닌 책의 형태)은 핫토리 한조에게 남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떠한 경위로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넘어가고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전국시대의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이는 이후 미군정시절의 일본까지 이어지며 GHQ가 관리하게 되며 미국 컬킨 사의 한 비밀사무실 안으로 가게 되는데...
- 20세기 초: '만화의 시대'가 오며 박쥐는 만화라는 새로운 감응책을 찾는다. 주인공과 그의 사제관계인 수많은 일본/미국의 만화가들에 의해 박쥐는 새로운 예언을 전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관동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쿠루스, 미국에서는 만화가 선생 (조후의 스승) 등이 그 메세지를 받게 된다.
- 2차세계대전 시기: 한편으로 오스트리아의 화가 지망생 아돌프 히틀러와 스위스의 유대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같은 이들도 어떠한 경로로 '박쥐'를 만나게 된다. 이 둘은 모두 극상에서는 박쥐의 도움을 받아 성공가도를 이어간 것으로 보이며 자세한 묘사는 나오지 않지만 히틀러는 '박쥐에 감응하는' 포로(가짜 척 컬킨이 될 사람) 포로수용소에서 찾아내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류의 멸망을 묘사)을 맡기고 미국으로 보내 빌리 배트를 전 세계에 퍼뜨릴 것을 지시한다.
- 미 군정기 (전쟁 후): 일본인 만화가 케빈 야마가타는 '빌리 배트'라는 만화를 어시스턴트 척 컬킨과 그리게 된다. 마치 누군가에 조종되는 것 처럼 스토리가 나오면서 만화들을 그려가던 중, 어느 날 일본에 같은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으로 향하게 되는데, 미 군정에서 흑편복 사본을 보게 되면서 이 박쥐를 추적하는 미군정(GHQ)과 여러 정보기관의 사정에 휘말리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고 돌아온 사이, 놀랍게도 그의 만화는 어느 순간 척 컬킨의 명의로 넘어가 있었다. 가짜 척 컬킨이 야마가타가 일본으로 떠난 것을 보고 흉계를 꾸며 어시스턴트 척 컬킨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그를 고스트라이터로 고용한 후 명의를 훔쳐, 척 컬킨과 빌리 배트를 세계적인 만화로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