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8 18:25:32

보연혜왕서


1. 개요2. 원문3. 출사표와의 비교

1. 개요

君子交絶 不出惡聲 忠臣去國 不潔其名
군자는 교제를 끊어도 친구의 악담을 하지 않고, 충신은 나라를 떠나도 임금의 탓을 하지 않는다.

전국시대 연나라의 명장 악의가 연혜왕의 비난 서신에 대해 답한 답서이다.

악의는 대국 제나라를 상대로 5국의 합종군을 이끌어 제나라를 멸망직전까지 몰아넣었는데 이 때 연소왕이 죽고, 아들 연혜왕(惠王)이 즉위했다. 혜왕은 태자로 있을 때부터 악의를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태자시절 소왕에게 가서 악의를 모함했으나, 소왕은 되려 태자를 두들겨팼다.[1] 이런 혜왕이 즉위하자 제나라의 명장 전단이 이를 듣고는 첩자를 연나라에 풀어 다음과 같이 이간질했다.
"제나라의 성으로 함락되지 않은 것은 두 개 뿐이다. 그런데 일찌감치 이 두 성을 함락시키지 않은 것은 듣자하니 악의가 연나라의 새 왕과 사이가 좋지 않아 군대를 제나라에 남겨 놓고 제나라의 왕이 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나라는 오로지 다른 장수가 오면 어쩌나 겁을 먹고 있을 뿐이다."

이에 연혜왕은 '옳다구나' 하고 기겁으로 장수를 바꿨고 신변에 위협을 느껴 조나라로 달아난 악의는 그 곳에서 망제군에 봉해져 연나라에서 벼슬을 지내던 시절 못지 않은 높은 대우를 받으며 지냈다. 혜왕은 악의에게 친서를 보내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면서도 나라를 버리고 달아난 악의의 잘못을 꾸짖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 다시 연나라로 돌아올 것을 청하였다.
"선왕께서는 나라를 들어 장군에게 맡기셨고, 장군은 연나라를 위하여 제나라를 격파함으로써 선왕의 원한을 갚고 천하를 모두 떨게 했습니다. 그러니 과인이 어찌 단 하루도 장군의 공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선왕께서 신하들을 버리시어(세상을 떠나) 과인이 새로 즉위하였으나 곁에 있는 자들이 과인을 잘못 이끌었습니다. 과인이 기겁으로 장군을 대체한 것은 장군이 밖에서 오랫동안 고생하기에 장군을 불러 쉬게 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려 한 것입니다. 장군이 이를 잘못 알아들음으로써 과인과 틈이 생겨 결국 연을 버리고 조나라에 귀순한 것입니다. 장군은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하든 괜찮겠지만 선왕께서 장군에게 베풀어주신 호의는 어떻게 갚으려 하십니까?"

이때 악의가 혜왕의 요청을 거절하며 보낸 답서가 바로 보연혜왕서이다.

2. 원문

번역본은 네이버 사기열전 번역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 사기 : 열전(번역문), 김영수' 에 있다. 원문은 저작자가 사망한지 1000년이 한참 넘어 퍼블릭 도메인으로 배포된다.
신이 불초하여 왕명을 받들고 좌우 대신들의 마음을 따를 수 없는 것은 선왕의 영명함에 손상이 가고 족하의 의리를 해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나라로 달아났던 것입니다. 지금 족하[2]께서 사람을 보내 신을 나무라시매 신은 (족하를) 모시는 자들이 선왕께서 신을 총애하신 까닭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거나 또 선왕을 섬긴 신의 마음을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감히 이렇게 글로써 대답하고자 합니다.

신은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는 녹봉이나 벼슬로 사사로운 관계를 맺지 않으며 공이 많은 사람에게 상을 내리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맡긴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능력을 살펴 벼슬을 주는 사람이 성공하는 군주이고, 행동을 따져 친교를 맺는 사람이 명성을 세우는 선비입니다. 신이 가만히 선왕의 행동을 살펴보니 세상 다른 군주와는 남다른 마음을 갖고 계셨습니다.[3] 그래서 (신은) 일부러 위나라의 사신으로 가서 몸소 연나라를 살폈습니다. 이에 선왕께서는 (신을) 지나치게 높은 자리에 천거하여 빈객의 반열에 넣고 신하들의 윗자리에 세워주셨으며 원로들과 상의도 없이 아경(亞卿)[4]으로 삼으셨습니다. 신은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선왕의) 명령과 가르침을 받들어도 큰죄를 짓지 않을 것이라 여겨 명을 받들어 사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선왕께서는 신에게 ‘내게는 제나라에 대해 깊게 쌓인 원한이 있어 약한 힘도 헤아리지 않고 제나라에 대한 일을 나의 일로 여기고자 하오’라고 하셨습니다. 신은 '저 제나라는 패국의 후예로서 수도 없이 싸워 승리했습니다. 군대는 훈련이 잘 되어 있고, 전투에 능숙합니다. 왕께서 제나라를 토벌하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천하와 함께 도모해야 합니다. 천하와 함께 도모하려면 조나라와의 동맹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회하(淮河) 북쪽과 송나라의 땅은 초나라 위나라가 욕심내는 곳이니 조나라가 허락하여 4국이 연합하여 제나라를 공격한다면 제나라를 대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왕께서는 그렇다고 여기시어 부절을 갖추어 신을 남쪽 조나라에 사신으로 보냈습니다. (신은) 돌아와 보고 드리고 군을 일으켜 제나라를 공격했습니다. 하늘의 의지와 선조들의 영령이 보우하사 황하 북쪽의 땅이 선왕을 따랐고 곧장 제수까지 치고 나갔습니다. 이어 제수의 군대가 명을 받아 제나라를 쳐서 제나라를 대파했습니다. 날래고 날카로운 군사들이 제나라의 도성으로 곧장 쳐들어가니 제왕은 낭패가 되어 거로 달아나 겨우 목숨만 건졌습니다. (제나라의) 보물과 수레, 무기, 진귀한 기물들은 모두 연나라로 가져갔습니다. 제나라의 기물들을 영대(寧臺)에 진열했는데, 대려(大呂)는 원영(元英)에 늘어놓았고 옛날 (연나라의) 정(鼎)은 역실(磿室)에 되돌려 놓았으며 계구(薊丘)에다가는 문수(汶水)의 대나무를 옮겨 심으니 오패(五覇) 이래로 그 공이 선왕을 따를 사람은 없었습니다. 선왕께서는 매우 만족하시고 땅을 떼어 신을 봉해주시니 작은 제후에 버금갈 정도였습니다. 신은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선왕의) 명령과 가르침을 받들어도 큰죄를 짓지 않을 것이라 여겨 명을 받들어 사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신이 듣기에 '영명한 군주는 세운 공을 사라지지 않게 하기에 춘추(春秋)에 남게 되고, 멀리 내다보는 인재는 이룬 명성을 훼손되지 않게 하기에 후세에까지 칭찬을 듣는다.'[5]고 했습니다. 선왕께서 원수와 치욕을 갚고, 만승의 나라를 없애고, 800년 동안 내려오는 보물과 기물들을 거두어들인 것이 이와 같았고, 신하들을 버리시는 날까지 그 유풍이 쇠퇴하지 않았던 것이 이와 같았습니다. 정치를 맡아 일을 처리하는 신하들은 법령을 정비하고 왕실의 종친들을 단속하는 등 백성에까지 그 혜택이 미친 것은 모두 후대의 교훈이 될 것입니다.

신이 듣기에 '일을 잘 한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시작이 좋다고 해서 끝도 꼭 좋은 것은 아니다’고 합니다. 옛날 오자서(伍子胥)의 말을 합려가 들었기에 오왕의 족적이 멀리 영(郢)에까지 미쳤습니다. 그러나 부차는 그렇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에 말가죽을 내려 강에다 내던졌던 것입니다. 오왕(부차)은 오자서의 의견으로는 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오자서를 강에 던지고도 후회하지 않았으며, 오자서는 두 군주의 도량이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강에 던져지도록 생각을 바꾸지 않았던 것입니다.[6]

화를 당하지 않고 공을 세워 선왕의 뜻을 밝히는 것이 신의 가장 큰 바램입니다. 치욕과 비방을 당해 선왕의 명성을 추락시키는 것은 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죄를 당했는데 요행을 바라는 것은 의리상 감히 할 수 없습니다.

신은 '옛날 군자는 사귐을 끊어도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충신은 나라를 떠나도 그 명예를 깨끗하게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신이 불초하긴 합니다만 여러 차례 군자의 가르침을 받들었습니다. (왕을) 모시는 가까운 자들의 말만 들으시고 멀리 있는 신의 언행을 살피지 못하실까 두려워 감히 글을 올리는 것이오니 왕께서는 유념해주십시오.
臣不佞, 不能奉承王命, 以順左右之心, 恐傷先王之明, 有害足下之義, 故遁逃走趙. 今足下使人數之以罪, 臣恐侍禦者不察先王之所以畜幸臣之理, 又不白臣之所以事先王之心, 故敢以書対.

臣聞賢聖之君不以祿私親, 其功多者賞之, 其能當者処之. 故察能而授官者, 成功之君也;論行而結交者, 立名之士也. 臣竊観先王之挙也, 見有高世主之心, 故仮節於魏, 以身得察於燕. 先王過挙, 廁之賓客之中, 立之群臣之上, 不謀父兄,以為亜卿. 臣竊不自知, 自以為奉令承教, 可幸無罪, 故受令而不辭.

先王命之曰:「我有積怨深怒於斉, 不量軽弱, 而欲以斉為事.」臣曰:「夫斉, 霸國之餘業而最勝之遺事也. 練於兵甲, 習於戦攻. 王若欲伐之, 必與天下図之. 與天下図之, 莫若結於趙. 且又淮北、宋地, 楚魏之所欲也, 趙若許而約四國攻之, 斉可大破也.」先王以為然, 具符節南使臣於趙. 顧反命, 起兵撃斉. 以天之道, 先王之霊, 河北之地隨先王而挙之済上. 済上之軍受命撃斉, 大敗斉人. 軽卒鋭兵, 長駆至國. 斉王遁而走莒, 僅以身免;珠玉財寶車甲珍器盡収入於燕. 斉器設於寧台, 大呂陳於元英, 故鼎反乎磿室, 薊丘之植植於汶篁,22) 自五伯已來, 功未有及先王者也. 先王以為慊於志, 故裂地而封之, 使得比小國諸侯. 臣竊不自知, 自以為奉命承教, 可幸無罪, 是以受命不辭.

臣聞賢聖之君, 功立而不廃, 故著於春秋;蚤知之士, 名成而不毀, 故稱於後世. 若先王之報怨雪恥, 夷萬乗之彊國, 収八百歳之蓄積, 及至棄群臣之日, 餘教未衰, 執政任事之臣, 脩法令, 慎庶孽, 施及乎萌隷, 皆可以教後世.

臣聞之, 善作者不必善成, 善始者不必善終. 昔伍子胥説聴於闔閭, 而呉王遠跡至郢;夫差弗是也, 賜之鴟夷而浮之江. 呉王不寤先論之可以立功, 故沈子胥而不悔;子胥不蚤見主之不同量, 是以至於入江而不化.

夫免身立功, 以明先王之跡, 臣之上計也. 離毀辱之誹謗, 墮先王之名, 臣之所大恐也. 臨不測之罪, 以幸為利, 義之所不敢出也.27)

臣聞古之君子, 交絶不出悪聲;28)忠臣去國, 不絜其名. 臣雖不佞, 數奉教於君子矣. 恐侍禦者之親左右之説, 不察疏遠之行, 故敢獻書以聞, 唯君王之留意焉.

악의는 혜왕에게 섭섭한 감정이야 있지만, 선왕이었던 소왕에게 자신을 모함하는 태자를 두들겨 팰 정도로 믿음과 총애를 듬뿍 받은 몸이었기에 연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남아있었다. 때문에 악의는 조나라로 달아난 이후로도 연나라에 위해를 끼칠 행위는 일절 안 하지 않겠다며 분명히 선을 그어 두었다. 덕분에 악의는 죽을 때까지 조와 연을 오가면서 양국에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 연나라 혜왕은 악의가 조나라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두려움에 떨며 살았다. 때문에 악의가 남긴 아들과 종제를 후히 대접했다.

3. 출사표와의 비교

악의의 보연혜왕서는 후대인물인 제갈량 출사표와 비견되는 글로 둘 다 대단한 명문으로 유명하다. 보통은 제갈량의 출사표가 후대의 글이며 제갈량 스스로도 자신을 관중과 악의를 의식하고 있었기에 출사표가 악의의 이 표문에 영향을 받았을거라는 설이 있다. 확실히 두 글의 유사성이 발견되는것도 사실인데 제갈량이 주군 유비와의 과거일을 언급하면서 논지를 전개하는 것과 같이 악의 역시 별 볼일 없던 자신이 선왕덕에 높은 자리에 올렸다고 하고 있고 선왕과의 주요 에피소드를 후대군주에게 서술하는 면에선 형식적인 전범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연혜왕서와 출사표는 전범은 유사할 지언정 그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악의의 보연혜왕서는 악의가 연소왕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그의 밑에서 세운 공훈에 대해서 상세히 언급하고 연소왕을 매우 칭찬하면서 그를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라고 칭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자신이 그런 군주 밑에서 공훈을 세웠는데 공훈을 세우게 해준 연나라에 칼을 들이밀겠는가? 그것은 과거 연나라에서 자신이 세운공과 선와의 은덕에 대한 부정이다.'라는 해명서에 가깝다. '영명한 군주는 세운 공을 사라지지 않게 하기에 춘추(春秋)에 남게 되고, 멀리 내다보는 인재는 이룬 명성을 훼손되지 않게 하기에 후세에까지 칭찬을 듣는다.'는 말은 정확하게 연소왕의 업적을 보고 있는 악의의 관점을 명시하고 있는 문장이다. 악의는 참소를 당해 연나라를 버리고 조나라로 옮겨간 인물인 만큼 이제 연혜왕과의 실질적인 군신관계는 아니다. 그래서 연혜왕에게도 '족하'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연혜왕의 아버지 연소왕과는 의리깊은 군신의 관계였던 만큼 연혜왕이 비난하는 것처럼 그 충성과 의리, 명성을 훼손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즉 악의의 이 답서는 '화를 당하지 않고 공을 세워 선왕의 뜻을 밝히는 것이 신의 가장 큰 바램입니다. 치욕과 비방을 당해 선왕의 명성을 추락시키는 것은 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입니다.'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굳이 연나라에게 버림을 받고 억울한 치욕과 누명을 썼더라도 그에 대해서 연나라에 복수해 과거에 있던 의리와 자신의 과거 공을 무너뜨리지 않을것이라는 단호한 대답이며 (자신을 모함하는) 모시는 가까운 자들의 말만 들으시고 멀리 있는 신의 언행을 살피지 못하실까 두려워 감히 글을 올린다'고 하여 모함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설파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악의의 말은 시중에 나도는 자신에 대한 참언은 결코 자신의 본의가 아니며 그게 군자의 행할 도리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개인의 입장 표명 글인 것이다.

반면 제갈량의 출사표는 악의와는 달리 삼고초려 정도를 제하면 유비와의 상세한 에피소드를 글에 소개하고 있지 않다. 오로지 선제인 유비가 과거 어지러운 시대에 대한 한탄과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논의하고 뜻을 세운 것을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유비가 미천한 자신을 알아주어 그 뜻에 보답하기 위해 2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남중을 정벌하고 기틀을 세우는데 진력하면서 끝까지 충심으로 선제 유비의 한실부흥 의지를 계승하여 천하를 평안하게 하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옛 군주의 후예인 후주에게 아직도 충심을 다해 섬기는 신하의 자세로 국정에 대한 조언과 올바른 군주의 자세에 대한 심모원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출사표에선 선제 유비가 남긴 대의와 유산에 대해서 제갈량이 언급하고 있는데 그 유산 중 하나인 제갈량이 언급한 신하들은 모두 선제 유비에게 발탁되어 충심을 다해 유선을 보필하고 있는 충직하고 영명한 신하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유비라는 인물의 대의를 위해 지금까지 진력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후주가 그걸 잊지 않고 선제가 남긴 은덕을 밝히며, 언로를 열고, 공정한 법 집행을 하여 정사를 열심히 돌볼것을 간언하고 있다. 끝까지 선제 유비의 대의와 그를 왜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그를 이은 후주가 좋은 군주가 되어 선제를 빛내주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표문 곳곳에 정성껏 보이고 것이다. 제갈량의 출사표 한마디 한마디에는 후주가 옳고 바른 정치를 행하기 위해 국정에 도움이 될만한 신하들의 성품과 능력을 세세히 언급하며 직접적으로 인재를 천거하고 그들을 중히 사용하여 선제의 유비의 대의를 잊지 말고 받들어야 한다는 세심한 마음씀씀이와 충심을 문장 한 구절마다 절절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제갈량은 '그런 유비의 대의를 따른 사람중에는 비록 미천하게나마 외람되게 권력을 받았으되 미력한 힘이라도 전력을 다하는 자신도 있으며 유비의 대의를 잇는 신하 중 한 사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그 대의를 실현하는것이 자신의 직분이며 그것이 바로 북벌이고 마침내 지금이야 말로 그 때가 되었으니 선제의 유조를 실행하겠다'라는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즉, 출사표는 유비라는 한 거인의 의지가 끊임없이 촉한이라는 국가에 이어지고 있다는 일종의 선언문이며, 한나라를 총괄하는 재상으로서 자신은 미력한 힘이나마 전력을 다하여 마침내 선제의 대의가 옳았음을 천하에 보이겠다는 결의와 비장함을 드러내는 표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촉한 전역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공적인 성향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두 글은 한때 신하로서 섬겼던 의리와 공훈을 결코 저버리진 않겠다는 옛 신하의 소명과 선군으로부터 받은 은덕을 끝까지 잊지 않고 그 대의를 실현하겠다는 노신의 결의로서 내용에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악의는 비록 자신이 버림을 받았지만 의리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대인군자로서의 마음씀씀이를 보이고 있고 제갈량은 선제의 은혜를 끝까지 잊지 않고 그에 보답하겠다는 성실한 신하의 마음을 보이고 있다. 이 두 글 모두 둘 다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고 직설적으로 나타내는 명문들이라고 할 수 있다.
[1] 태자가 소왕에게 "악의가 제나라의 왕이 되려는 생각을 품고 있답니다." 라고 말하자, 소왕은 태자의 엉덩이를 두들겨패며 악의가 제나라를 망하게 하면 왕위를 주려했다고 대답했다. 그만큼 악의에 대한 연소왕의 신뢰는 무한했다는 것. [2] 동등한 관계에서 서신에 상대방을 칭하는 칭호, 한 마디로 연혜왕은 더 이상 악의의 임금이 아니라는 소리다. [3] 연소왕을 띄워주면서 그가 중용한 능력있는 사람이 자신임을 드러냄과 동시에 예전 군주에 대한 충심은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4] 다음가는 벼슬. [5] 즉 내가 연소왕의 공을 무너뜨리기 위해 조나라의 군대를 들고 연나라를 칠리가 없다는 소리다. [6] 한 마디로 연혜왕 당신은 오자서를 강에 던진 부차와 도량이 똑같다는 비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