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5 21:34:22

벽조목



1. 개요2. 상세

[clearfix]

1. 개요


파일:벽조목.jpg

벼락 벽(霹), 대추 조(棗), 나무 목(木), 즉 번개를 맞은 대추나무를 가리킨다.

2. 상세

민간신앙에서 대추나무는 양기(陽氣)가 있다고 여겼는데, 번개 벼락은 거기에 더욱 양기를 더해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번개를 맞은 대추나무는 그야말로 양기가 최고라고 여겼고, 양기가 세니 당연히 귀신을 쫓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화(禍)를 멀리하고 복(福)을 부르는 부적으로 인기가 많다.

대추나무에서 벼락의 전류가 흐른 부분은 아예 처럼 타버려서 목재로 쓸 수가 없고, 약간 떨어진 부분은 살짝 타서 색이 어두워지고 약간 무거워지며[1] 묘한 냄새가 난다. 물론 벼락 맞은 데서 멀리 떨어진 부분은 보통 대추나무 목재와 다를 것이 없다. 결국 벽조목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부분은 살짝 타서 색이 어두워진 부위이다. 하지만 벼락 맞은 대추나무 전체 중에서도 이렇게 벼락 맞은 티가 나면서도 목재로 쓰기 맞춤한 부위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더 올라간다.

나무가 벼락에 맞는 경우는 드물거니와 대추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별로 크지 않고 수분이 적어서 벼락을 맞을 확률이 더 적다. 그런데도 벽조목 제품이 쇼핑몰 등에서 흔하게 팔리는 것이 의아할 텐데, 사실 이렇게 시중에서 팔리는 벽조목 제품들은 인조 벽조목이다. 대추나무에 피뢰침이라도 꽂거나 해서 작위적으로나마 벼락을 유도한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추나무를 고온고압으로 압축해서 만든다.

뭐하러 굳이 저런 주술적인 이유로 찾는 목재를 인위적으로 만들기까지 하나 싶겠지만, 사실 주술적인 의미를 제외해도 인조 벽조목은 목재로서 꽤 좋다. 압축되는 과정에서 색깔이 까매지고 무거워지며 재질이 굉장히 단단해진다. 대추나무가 원래 재질이 단단한 편이지만 인조 벽조목은 그보다도 훨씬 단단해져서, 흑단나무도 단단하다고는 하지만 인조 벽조목에 비하면 부드럽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여러 목제품들 중에서도 인조 벽조목은 고급품으로 통한다. 손으로 많이 만지는 도장이나 염주, 묵주 등등.

인조 벽조목에서는 특유의 약품 같은 냄새가 나기 때문에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싫어하기도 한다. 인조 벽조목만의 특징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천연 벽조목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약해지고, 빨리 없애고 싶다면 냄새 나는 물건이 으레 그렇듯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면 된다. 도장집처럼 좁고 밀폐된 곳에 두면 냄새가 오래 남는다. 물론 반대로 이런 특유의 냄새가 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 천주교의 성물가게 등에서는 인조 벽조목을 '물에 가라앉는 나무'라는 뜻에서 '침수목' 또는 '침수대추목'이라고 부르곤 한다. 아무래도 '벽조목'이라는 단어가 다소 주술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그냥 쓰기 꺼림칙하기 때문인 듯하다.

인조 벽조목을 만들려면 대추나무에 이런저런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지만, 진짜 벽조목보다는 훨씬 싸고 매우 단단하며 품질이 균일하기 때문에 대체품으로 널리 이용한다. 사실 인조 벽조목은 주술적인 의미는 약해지겠다만 벽조목 자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균일하고 좋은 재료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쇼핑몰 등에서는 인조 벽조목 제품을 팔면서도 꼭 귀신 쫓는 벽조목 따위 문구를 집어넣는다. '인조'라는 말을 빼고 그냥 벽조목이라고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진짜 벽조목으로 만든 제품일 경우에는 '진품'이라든가 '천연'이라는 말을 넣어 이를 강조한다. 물론 진짜 벼락 맞아 만든 벽조목을 쇼핑몰 따위에서 광고하며 팔 리는 없지만...

퇴마록 장준후는 벽조목으로 벽조선이라는 부채를 만들어 무기로 쓴다. 근데 이걸 쓰면 수명이 까인다.[2]

게임 바람의 나라에서 목검의 상위호환 아이템 '뢰진도'를 만들 때 쓰는 벼락맞은 나무의 가지 '벼락나무 가지'를 대장간에서 깍아 만드는 퀘스트가 여기서 모티브를 따온 듯. 운이 좋으면 더 좋은 아이템 천둥 부적이 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지금도 대추나무에 벼락 맞았다는 소문만 들리면 어디선가 누군가들이 달려와서 비싼 값으로 사간다고 한다.

대추나무 말고 감태나무[3] 또한 벼락을 맞으면 연수목(延壽木), 혹은 벼락을 맞아 나무가 터진 부위의 모습이 의 눈과 비슷하다 하여 용안목(龍眼木)이라고 부르며 매우 길하게 여긴다. 고승들이 짚는 석장이나 주장자를 벼락 맞은 감태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1] 진짜 벽조목은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실험해보면 어떤 조각은 물에 뜨고 어떤 조각은 가라앉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사실 준후가 쓰는 다른 주술과 마찬가지로, 준후가 힘을 빌리는 대가로 신에게 지불할 만한 것이 수명뿐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패널티이다. 귀자모신의 경우 나름대로 쌓아올린 공력을 실어 사용하기도 했다. [3] 녹나무과 활엽관목. 학명은 Lindera glauca지만 Museum Botanicum과 동종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