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성어 | |||
無 | 我 | 之 | 境 |
없을 무 | 나 아 | 어조사 지 | 지경 경 |
[clearfix]
1. 개요
영어: Lost oneself in ~정신이 한곳에 온통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1]를 뜻하는 한자 성어.
정말 극도의 집중을 보여 나의 존재조차도 잊어버린 채 어떤 행위에 몰입하고 있을 때 사용된다. 음악, 춤, 창작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명상에서도 무아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숲속 명상을 소개한 기사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무아지경이 최상이라는 대목이 있다.
별로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단순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아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조선일보 칼럼에서는 설거지를 하다 보면 지루할까봐 틀어놓은 태블릿조차 들리지 않고 사실상 무아지경이 된다며, 그럴 때 설거지는 일종의 명상이 된다고 했다.
언뜻 듣기엔 뭔가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야만 도달할 것 같지만,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간간이 경험할 수 있다. 몰입이 대표적이다. 주로 액션 게임, 악기 연주, 공부 등처럼 신체적 활동은 적으면서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가끔씩 평소 자기 실력보다 훨씬 더 나은 실력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러다가 '어? 내가 이걸 어떻게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여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 집중이 깨져 평소 상태로 돌아온다.
간혹 무인지경(無人之境)과 동의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인지경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뜻한다.
2. 출전
출전은 몇가지가 있으며 같은 말로는 무아경(無我境), 무아상경(無我相經), 무아몽중(無我夢中) 따위가 있다.하나는 초전법륜경 중에서 " 무아상경"을 참고하면 된다.
둘째는 성경의 공동번역 사도행전 11장 5절에 이런 말이 나와 있다.
"내가 야포 시에서 기도하다가 무아경 속에서 환시를 보았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생략) |
3. 과학적인 관점
하버드대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여성으로서 하버드대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1996년에 37세의 나이로 뇌졸중에 걸리는데, 좌뇌에 출혈이 발생하여 인지 기능과 언어능력을 상실하며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경험을 직접 강연에서 들려주었다. 출근 전 샤워를 하다 갑자기 어지럼이 느껴져 욕실 벽을 손으로 짚었는데 손과 벽이 구분이 안되었다고 한다.[2]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이제는 자기가 누구인지 내 이름이 뭔지 어떤 사람인지조차 점점 잊어버리게 되며 모든 것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서, 마치 요술램프에서 빠져나온 지니가 된 것 같았다고 한다.
분석적 기능에 특화된 좌뇌가 나란 존재, 즉 나의 나이, 사는 곳, 직업 등등을 담당하는 이성적 영역이고 우뇌는 감성적 영역인데, 좌뇌를 인위적으로 손상시켜도 무아지경에 접어드는 것이다. 실제 테일러는 좌뇌가 뻗는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지며 마치 우주와 하나가 되는 듯한 초월적인 일체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과거 수련자들은 아예 눈을 감고 이성적 생각을 멈추며 좌뇌를 죽이고 우뇌를 활성화시키면서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우리 몸의 머리와 육체는 쓰면 쓸수록 강해지고 안쓰면 약해지는데, 몇시간이고 명상에 빠지는 수련자들은 좌뇌를 인위적으로 끄고 우뇌를 활성화시키니 우주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술에 빠지거나 심지어 마약까지 손을 대는 사람들은 현실을 잊기 위해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셔서 뇌가 맛이 가면 알딸딸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데, 특히 현실이 괴로운 사람들은 깨어나면 괴로우니까 술에 의존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또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심리 역시 교주들은 "의심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역시 좌뇌를 인위적으로 끄라는 것이다. '과학적 회의주의'란 말처럼 의심을 하며 팩트체크를 하는 것도 이성적인 영역인지라, 교주 입장에선 무조건 막아야 한다. 원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상상하라고 하는데, 우뇌가 활성화되며 쾌락에 빠지다 보면 종교에 중독된다. 마치 알코올 중독, 아편 중독과 비슷한 것이다. 헤롱대는 모습은 제3자가 보기엔 딱하지만 본인은 해탈한듯 현실의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한 상태일 수 있다. 1992년 휴거 대소동 때는 자기들만 천국간다면서 오히려 대중들을 딱하게 여기기도 했다.
과음을 하거나 피곤에 쩔어 정신없이 자다 깬 직후엔 그 유명한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란 무아지경을 잠깐 맛보기도 하는데, 좌뇌가 깨어나 활성화되면서 이성을 회복한다. 이처럼 좌뇌(이성)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기능이기도 하다. 머털도사에서도 노예가 된 머털이가 현실이 괴로우니 연못의 물고기들을 보며 "차라리 저런 물고기가 되었으면" 이렇게 바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좌뇌를 죽이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는 있으나 현실도피적인 타조 증후군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 테일러의 경험을 보면 임사체험과 유사한 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몸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다는 체험담들이 많은데, 테일러 역시 요술램프에서 빠져 나온 지니에 비유했다. 실제 명상 수련자들도 스스로 유체이탈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나란 존재를 망각하는 것 자체가 나란 족쇄에서 벗어난 셈이니 해방감이나 물아일체의 경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깨어난 사람들을 보면 빛이 보였다거나 마음이 편해졌다고 증언하는데, 테일러 역시 평소 느껴본 적 없는 우주의 에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다만 테일러의 사례를 보면 안타깝게도 영혼이란 존재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란 정보가 영혼에 담겨있다고 믿었기에,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빠져나와서 천국에 가거나 환생을 하거나 이렇게 사후세계에 대한 환상이 생겨났던 것인데, 좌뇌가 손상되면 나를 잊어버리게 되니 '좌뇌=나'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테일러는 911에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번호가 기억나지 않았으며, 숫자에 대한 정보가 증발해버려 명함의 전화번호가 그저 검은 점으로 보였다고 하며, 수화기에 비슷한 숫자의 그림을 찾아 눌렀다고 한다. 말도 할 수 없었는데 전화를 받은 동료 연구원이 이상함을 눈치 채고 사람을 보냈기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말'이란 것도 사후에 염라대왕 앞에서 말을 잘 할 정도로 영혼에 담긴 정보라고 생각했지만, 염라대왕까지 갈 것도 없이 좌뇌의 손상만으로 언어 정보도 손상됐다.
사람의 뇌가 죽어갈수록 무아지경에 빠져드니 죽으면 그 상태로 나의 존재도 꺼진다고 과학적으로는 해석하는데, 스티븐 호킹 박사는 천국이나 사후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간 뇌가 깜빡거림을 멈추면 그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며, 뇌는 부속품이 고장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이고, 고장난 컴퓨터를 위해 마련된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고 한다. 칼 세이건 역시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종교나 국가가 팔아먹기에 좋은 것이었다. 그 증거가 거의 무(無)에 가까울 정도로 희미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뇌가 죽어갈수록 무아지경에 빠지며 그렇게 우주와 하나가 된다는 것인데, 죽은 이후에 나의 존재가 다시 생전과 똑같이 나타나 생전의 정보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3]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호킹의 말대로 죽기 전 뇌가 깜빡거릴 때는 뇌의 저장된 기억들이 풀리며 일제히 쏟아져 나와 주마등을 겪을 수도 있다. 비행기 사건사고 다큐를 보면 비행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승객들이 죽을 것 같다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자 주마등처럼 그간의 삶을 빠르게 돌아볼 수 있었다는 체험담도 있는데, 뇌가 혼란이나 비정상 상태에 빠지면 역시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다.(패닉상태)
테일러는 젊은 나이에 뇌졸중에 걸린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겠지만 평소 심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렸던지 오히려 좌뇌에 출혈이 발생하자 무아지경 상태에 접어들며 이 세계를 초월한듯 해탈한 심정으로 세상사의 번민들이 먼지처럼 작게 느껴지며 고요한 평온함을 느꼈다고 했다. 다만 이성적인 좌뇌가 마지막 발악으로 너 지금 위험한 상태란 경보를 울렸기에 살았는데, 이후 테일러는 평소 여러 압박과 스트레스, 끊임없이 이거해라 저거해라 재잘되는 것이 좌뇌임을 알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4] 좌뇌가 보내오는 부정적 신호에 빠져들다 보면 마치 우물 안 개구리 심리 마냥 그게 전부처럼 느껴지며 부정적인 마음에 사로잡히곤 하는데, 한번 해탈한 경험(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나니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가 각성한 후에 세상이 다르게 보였듯이 테일러 또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좌뇌도 딱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고 너무 얽매이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1]
표준국어대사전.
[2]
사실 이런 환각 비슷한 경험은 (불교 일각에서 일종의 수련법으로 하다 이젠 다른 단체에도 흘러든) 호흡법류에서도 유도하기도 하는데, 과호흡 기법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뇌가 마비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는 모양. 물론 탈 나도 책임은 안진다.
[3]
치매환자가 정신줄을 놓은 채로 산 것은 어떻게 기억될지도 논란이다. 과거엔 치매를 망령들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데, 치매에 걸리기 전 자신이 그 모습을 본다면 본인도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뇌가 손상되자 자아를 잃은 채 기이한 행동을 한다. 또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안면인식 장애 등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의 기억이 영혼에 어떻게 각인될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들의 기억은 시각 또는 청각 부분이 지워진 채 뇌에 저장되는데, 영혼에도 똑같이 저장된다면 영혼의 기억이 물질적인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영혼이란 것은 본디 육체를 초월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자아 정체성에 있어서 성 정체성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육체가 죽어 호르몬의 지배를 벗어나면 성 정체성은 어떻게 규정될지도 논란이 있고, 인간은 유인원과 공통조상으로부터 각자 갈라져서 진화해왔다고 하는데 유인원엔 영혼 얘기를 안하니 어느 원시인 시점부터 갑자기 영혼이 생긴 것인지, 또 인류 역사상 그 많은 영혼들은 다 어떻게 된 것인지 따져 볼 문제가 많다. 자아 정체성이 생기면서부터 '나는 누구인가'라고 고민하며 영혼설까지 나온 것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영혼이 생겼다기 보다는 그냥 좌뇌가 극적으로 발달하며 자아 정체성이 생긴 것이 아니냐고 추측해 볼 수 있다.
[4]
사실 치료를 받지 않아도 원인만 알아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일례로 코로나 시절 현직의사가 쓴 칼럼에서 딱히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찾아온 분들께
"그 놈의 코로나가 문제"라고 핑계라도 대주면 환자들이 한결 좋아진다고 한다.
인지적 종결 욕구 때문인지, 꼭 그 원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본인이 원인을 믿는다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일례로 하는 일 마다 실패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 점쟁이가 당신에게 귀신이 씌었다고 원인을 알려준 후 부적을 수천만원에 판다면, 그 점쟁이의 말을 믿었다면 부적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