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이트 워커)

" 나쁜 놈들은 내가 심판한다!"

마리는 메트로시티의 슬럼가에서 자랐다.
홀아버지가 슬럼가에서 쌀집을 운영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어렸을 때부터 쌀집 일을 도우며 자라왔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쌀집아가씨.
가난하고 힘든 환경이었지만, 마리는 대단히 긍정적인 아이였다.
쌀집 일이 많을 때면 학교도 가지 않고
하루종일 쌀집에서 일하고는 밤에 혼자 공부했다.
쌀집에서 일하는 것도 신체 단련이라며
일부러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슬럼가는 밝고 성실함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툭하면 조직폭력배들이 세금을 걷는다며 쌀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였고, 홀로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시답지 않은 불량배들이 나타나 뒤에서 돈을 빼앗거나 추행하려 덤비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마리는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절대로 도망가거나 피하지 않았다.
얻어터지고 깨지면서도 끝까지 싸웠다.
쌀집 일을 하며 근력이 붙은 마리이기에, 그녀에게 잘못 걸리면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자 친한 불량배들도 생기고 그들에게 다양한 싸움 기술들도 배웠다.
그러는 동안 슬럼가도 제법 유명해져, 마리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

슬럼가를 재개발하려는 대기업 QT와의 이권 문제에 휘말렸던 것.
슬럼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 경찰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마리는 혼자 힘으로
수사하여 범인을 잡았고 배후에 대기업이 있다는 증거까지 확보하였지만,
살인자에게 심신 미약으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판결이 내려졌을 뿐,
정작 배후인 대기업 QT는 털끝 하나 건드릴 수도 없었다.
마리는 깨달았다.
이 사회는 스스로 깨끗해질 힘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그 때부터 마리는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낮에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밤에는 거대 범죄 조직과 더러운 일을 벌이는 대기업들을 벌하는 자경단, ‘헤라’로.
사람들은 그녀를 ‘뒷골목의 여왕, 헤라’라고 불렀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파편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파편은 메트로시티의 범죄 조직, ‘트라이브’가 불법 밀매하는 현장을 습격했다가
우연히 얻게 된 것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소녀인 ‘마야’.
사실 마리는 전부터 마야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마야는 고등학교 때 전국적으로 대유행했던 판타지 소설의 작가였기 때문이었다.
마리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마야와 마리는 서로 잘 맞았다.
자주 대화를 나누었고, 금방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마리는 마야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녀의 이중생활까지도. 마야도 마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이것저것 해주었지만,
마리로서는 대체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마리는 생각했다.
‘참 상상력이 풍부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성공한 소설가가 된 거겠지?’
하지만 마야가 눈을 뜨지 못하는 상태로 홀로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만큼은 쉽게 넘기지 않았다.
분명 누군가에게 눈이 가려져 감금되어 있는 상황을 마야만의 상상력을 붙여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마리는 계속 마야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오늘 칠 놈들은 인신매매를 일삼는 조직이니,
뭔가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둠이 내리기 무섭게 마리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뒷골목의 여왕, 헤라’가 되어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