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10 22:40:43

디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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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vino-wine-decanter-z.jpg

1. 개요2. 상세
2.1. 포도주용 디캔터
3. 여담

1. 개요

decanter

포도주 등의 술을 잔에 따르기 전, 상에 내어놓을 때 따로 담아두는 그릇이다. 대부분 유리 재질로 만들어진다.

2. 상세

'포도주 등' 이라고 했듯이, 사실 디캔터를 포도주에만 한정지어서 생각하는 것은 한국만의 좀 특이한 상황이다. 애시당초 디캔터는 식탁에서 매일 자주 조금씩 즐길 술을 따로 담아놓는 예쁜 술병을 말하는데,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집에서 매일 술을 조금씩 즐기기 보다는 회식 등의 자리에서 2차 3차 달리면서 진탕 마시는 것이었고, 게다가 희석식 소주는 무색인데다 음미하는 술이 아니라 싸게 빨리 취하기 위한 술이라(그렇다고 맥주나 막걸리를 담아놓으면 탄산이 날아가니 담아둘 이유가 없고), 따로 디캔터를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1세기 들어 포도주가 유행하면서 포도주 디캔터 = 디캔터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그냥 decanter 를 검색하면 포도주용 디캔터 못지 않게 소위 말하는 ' 양주병' 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1]

현재는 위스키 브랜디, 특히 코냑의 경우 처음부터 예쁜 병에 담겨 나오는 등 주류 회사들도 병의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과거에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고급 코냑이라도 아무런 장식도 없이 딸랑 라벨만 붙어있는 민짜 병에 담겨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소비자는 이런 술을 사서 집의 식탁에 있는 아름다운 크리스탈 디캔터에 옮겨담아놓고 식사 때마다 조금씩 마시곤 했기 때문에 디캔터의 역할이 중요했다. 현재는 상술했듯 주류 회사들이 처음부터 예쁜 병에 술을 병입해 팔면서 증류주용 디캔터의 필요성이나 인지도가 크게 줄어들어 거의 포도주용 디캔터만 남게 되었다.[2] 포도주용 디캔터는 증류주용과 달리 단순한 장식이 아니고 실용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포도주용 디캔터에 대해 다룬다. 포도주는 한번 병을 따면 그 자리에서 다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디캔터도 뚜껑이나 마개가 없고 바닥이 넓직한 호리병 모양을 한 것이 특징이다.

2.1. 포도주용 디캔터

주둥이는 좁고 바닥은 아주 넓은 모양이 특이하게 생긴 게 특징인 유리 병이다. 민짜 디캔터는 녹인 유리를 불어 그릇을 만드는 기법 중 가장 간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포도주 매니아들에게는 흔히 '마시기 전에 미리 디캔터에 따라 놓았다가 마시면 공기와의 접촉이 일어나 포도주의 맛이나 향이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원래 용도는 테이블에 포도주을 내놓기 위해 + 포도주의 침전물이 섞이지 않도록 위의 맑은 부분만을 떠내기 위해서였다. 18세기 이전에는 포도주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주류는 주로 오크통 통째로, 혹은 수 리터 크기의 옹기병 단위로 유통되었으며 제조 기술이 열악해서 불순물이 잔뜩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병 하나하나 단위로 유통되는 데다가 불순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제조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디캔터의 유용성이 크게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3]

공기와 접촉 운운하는 것은신의 물방울이 유행할 때 디캔터의 원래 용도가 퇴색하면서 억지로 새로 부여한 것 혹은 포도주 열풍이 한창 불던 때 붙은 와인 스노비즘으로 인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디캔터를 사용하나 안 하나 맛에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으며, 따서 바로 따라 마시는 쪽이 더 좋다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몇 분 정도의 공기와 접촉으로는 유의미한 화학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정 공기 접촉을 시켜야겠다면 포도주 에서 해도 된다. 또한 영어권에서는 공기 접촉을 시키는 것은 '브리딩(breathing)'이나 '에어레이팅/에어레이션(aerating/aeration)'이라고 따로 부르며, 국내에선 콩글리시로 에어링이라고 많이 부른다. 여튼 용어가 따로 있다는 것은 디캔팅의 원래 목적이 공기 접촉이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4]

그렇다고 아예 필요 없는 잉여품이라고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다. 디캔터를 쓰면 일단 그냥 마시는 것보다는 뭔가 더 있어 보인다. 병에서 미리 따라 두니 저가 포도주라도 다른 사람이 뭐인지 알 수 없는 장점도 있고. 포도주가 구미권 알콜 중독자들 아니고서야 멋을 함께 마시는 술이란 걸 생각하면 디캔터의 이런 면은 아직도 유효한 용도라고 볼 수 있다.[5]

또 공기 접촉하느냐 마느냐에 맛의 차이도 분명히 있다. 단, 전문가들 설명으로는 화학적 변화 같은 것보다는 포도주의 온도가 실온과 비슷해져서 향과 맛이 더 느끼기 쉬워지는 원리라고 한다.[6] 와인 셀러에서 꺼내 실온에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난다고 하며, 프랑스 등 포도주의 소비가 많은 서유럽에서는 식사 1시간 전에 뚜껑을 따서 식탁에 올려놓는데 이를 샹브레라고 한다. 물론 중저가의 포도주를 마실 때에는 무시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싼 거니까 그냥 마신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중저가 포도주야말로 맛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디캔팅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가 포도주들의 경우 디캔팅 후 향이 전에 비해 무척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디캔팅을 하면 맛이 더 나빠진다는 얘긴 없고 디캔터나 그 대신 쓸 그릇만 있으면 추가로 돈 드는 것도 아니니, 한 번 해 보자. 포도주를 공기와 접촉시켜서 맛을 부드럽게 한다는 목적에는 굳이 디캔터가 아니고 냉면 그릇 같은 아무 큰 그릇을 써도 되나, 일단 엄청 없어보이는 데다가(...)와인이 막걸리냐 맛과 향이 지나치게 날아가지 않도록 얼른 디캔팅하고 제대로 된 포도주용 잔에 옮겨 따라서 마시는 것이 좋다. 상술했듯이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오히려 저렴한 포도주의 경우 일반적인 포도주와 다르게 고온에서의 짧은 발효 기간, 아예 없거나 짧은 숙성 기간 때문에 효모 때문에 생기는 잡내가 많이 나기 쉽다.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피노 누아, 진판델 등 포도 품종에 따라 각각 특징적인 향이나 맛이 있는데 저가의 영한 와인에서는 불쾌한 향과 맛이 나게 된다. 포도주를 접한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이런 포도주들을 뚜껑을 열자마자 마시고서는 와인이 맛없다 하는데 마시기 30~60분 전에만 뚜껑을 열어둔 상태로 놔둔 후 마시기만 해도 향과 맛이 많이 바뀐다.

디캔팅을 아주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게 정석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지만 2천 원짜리 진로 포도주인데, 이 포도주의 경우 뚜껑을 열자마자 마시게 되면 매우 떫은 맛이 심해 불쾌함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바로 마시지 않고, 넓은 그릇에 담아 놓거나 병을 1시간 이상 열어둔 후 마셔보면 전과 다르게 폴라포같이 단 포도농축액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포도주뿐만 아니라 위스키, 브랜디 등 향이 중요한 술 역시 디캔팅이 가능한데 이러한 술들은 공기 접촉 효과보다는 알코올을 날려서 향을 풍부하게 이끌어주는 효과가 확실하다. 미리 열어 놓아서 알코올을 날리는 대신 물을 약간 타 35~38도 정도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바닥이 넓은 모양이 잘 알려져 있지만 실은 위에 쓴 대로 두 가지 목적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다. 새 포도주에 공기를 접촉시키는 기능 (브리딩)을 하기 위한 것은 바닥이 넓고 입구가 좁으며 내부가 매끈하다. 다른 한 가지는 오래 묵은 고급 포도주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거르는 기능 위주라 그냥 입구가 좁기만 하고 와인을 담고 따르기 편한 모양이다.

3. 여담

  • 영국의 유명 포도주 평론 매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점수 등을 표기할 때에는 줄여서[7] DE라고 표기한다.
  • 제품 구매를 위해 인터넷 가격 비교 검색을 할 때에는 '디켄터'로도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알파벳 표기를 보면 decanter라서 디캔터가 맞지만,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쇼핑몰에 디터라고 표기되어 있다. 디캔라고 표기하는 곳도 적지 않다.

[1] 예외적으로 고가 양주의 경우 기본적으로 크리스탈 또는 자기 재질의 술병에 담겨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술병은 한국에서도 디캔터라고 불린다. 이는 구성품 설명이나 술병 자체에 디캔터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파일:Tequila.jpg
아예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이 단순한 형태의 민짜 유리 술병이 사실상 디캔터의 용도로 판매된다.
[3] 포도주 병 하단이 움푹 들어간 것도 디캔터와 같이 침전물을 가라앉히고 맑은 부분만 따르려는 데에서 유래된 것이다. [4] '에어레이터'라고 포도주 병에 꽂아 따를 때 공기가 많이 섞이게 해 주는 기구도 있다. [5] 맛이란 분야에서 이미지란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이다. 애초에 사람은 무언가를 인식할 때 반드시 이미지의 틀을 거친다. 게임을 평가할 때 그래픽의 비중이 큰 이유도 그래서 그런 것이다.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한 채 순수한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각은 오감 중에서도 특히나 그 정도가 크다. 지나친 스노비즘이 문제인 것이지, 모든 이미지를 그저 허영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6] 적포도주의 음용 시의 최적 온도는 실온이다. [7] 와인스펙테이터를 WS라고 표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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