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웨일즈의 성인이자 5~6세기에 살았던 성 데르벨(Saint Derfel)이라는 인물을 기반으로 창작된 인물이다. 부록에서 작가가 밝히기로는, 데르벨은 아서의 기사 중 한명이자 캄란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용사 중 한 명이라는 전승도 있다고 하며, 중세 초 아서 전승에서 등장했지만 중세 말로 가면서 언급이 사라진 멤버들 중 하나라고 한다. 반대로 초기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후대에 들어온 인물로 란슬롯 같은 경우가 있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아예 별개의 얘기였다가 아서 왕 세계관에 편입된 경우도 있다.
작중에서는 주인공이자 서술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사건의 서술에서 가끔씩 특이한 모습이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명백히 데르벨의 잘못이었던 황무지의 학살 부분에서는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나, 자신은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자만 처리했다-라는 변명에 가까운 서술이 강조되기도 하고, 이야기 중간중간에 아서의 모순에 대해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가차없다. 데메티아의 이졸테와 트리스탄의 대목에서는 본인이 아서와 대립했다는 것을 강렬하게 어필하며,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 전까진 거짓말이나 하는 어리석은 놈들이라고 여러번 언급한 음유시인들을 자신도 쏠쏠하게 써먹었다는 고백도 한다. 특히 이 부분은 작가가 란슬롯에게 했던 전복적인 접근과 함께 소설 내에서 역사의 진실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인데, 데르벨 본인은 자신이 진실만 말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실 그의 개인적인 편견이나 호오가 서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그레인부터 원수가 남긴 평가가 공정하겠냐고 꼬집기도 했고.
2. 인적사항과 배경
앵글족의 왕 앨레와 그의 시종 에르체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아직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시절 유서의 약탈대에게 어머니가 포로로 잡혀갔다. 에르체는 둠노니아로 끌려온 뒤 아들을 낳아 비가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그러고 또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둠노니아를 침공한 실루리아의 약탈대에게 아이와 함께 붙잡히고만다. 에르체는 실루리아의 노예로 끌려가고, 비가는 약탈의 성공을 감사드린다는 의미에서 행해질 인신공양의 희생물로 선택되었는데, 이때 희생물을 던져넣어 말뚝에 꽂아 죽이는 구덩이에 던져지고도 멀쩡히 살아남았다. 당시 브리튼 전역에서 신기한 배경의 고아들을 수집하던 멀린에게 희생제에서 살아남은 제물은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였고, 그렇게 색슨 노예의 아들은 멀린에게 거둬져 데르벨이라는 이름을 받고 멀린의 가솔로 자라났다.
외양은 금발벽안의 전형적인 색슨족이며 혈통 역시 색슨계다. 정확히는 앵글족 출신이고 데르벨 본인도 나중에 본인이 사실 색슨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지만, 당시 브리튼인들은 그들의 땅을 침략하는 게르만족들을 모조리 뭉뚱그려 색슨족이라고 부르고 있었기에 별 상관은 없다는식으로 언급된다. 심지어 엘레의 부하들도 브리튼인들과 상대할때 스스로를 색슨으로 칭하거나 상대가 색슨이라고 부르는거에 딱히 신경쓰지 않기도 하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인지 체격과 힘도 타고난 전사로, 특히 키가 평균보다 크다는 것이 자주 언급된다. 거기에 아서 본인도 아주 뛰어난 스승이라고 극찬한 허웰에게 싸움을 배웠고, 이 허웰에게 절대 취한채로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가르침도 거의 세뇌에 가깝게 주입 받았다. 방패벽의 아비규환을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텨낼 수가 없어서 술을 마시고 싸움에 나서는 전사들이 브리튼과 색슨을 불문하고 널렸지만, 데르벨은 싸우기 전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취하면 용기는 생겨도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성격은 동료 전사들과 비슷하게 의리를 중시하고, 다소 충동적이거나 감정적인 면도 있으며 생각도 단순한 편이다. 물론 여기서 단순하다는 것은 멀린이나 귀네비어처럼 두뇌 회전이 빠르다고 강조되는 인물들에 비교해 반걸음 정도 늦고 짧다는 것이고, 상대의 의도를 읽거나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 자체는 상당히 잘해내긴 한다. 이건 조금 작품 외적인 얘기긴 하지만, 사실 주인공이 1인칭으로 서술하는 소설인데 막상 그런 방면에서 능력이 후달린다는 설정이면 작가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의도 같은 것을 대부분 서술할 수가 없게되니...
세계관 기준으로 다소 무던하고 평범하기까지한 성격과는 달리 교육쪽으로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인데, 어린 시절 '전사가 되려면 읽고 쓸줄도 알아야 한다'는 니무에의 강권에 문자와 산수를 배웠고-데르벨은 이미 다 배우고 나서야 이게 전사의 삶에선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걸 깨달았다- 비록 본격적인 드루이즘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멀린에게 이런저런 사소한 교육은 받아둬서 전사치고는 잡다한 지식, 특히 종교적인 방면의 지식이 평균보단 풍부한 편이다.
개인적인 출신 배경 역시 평범하지 않은데, 비록 노예의 아들로 인신공양까지 당할뻔한 순간이 있었으나 일단 혈통은 색슨족 왕의 아들이며, 브리튼 최고의 드루이드인 멀린 슬하에서 성장했다. 중년에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리고 있던 시점에서는 큰 상관이 없는 얘기였지만, 아직 데르벨이 젊은 시절에는 이런 배경, 특히 멀린과의 관계가 꽤 도움이 되었다. 오와인과 그의 부하들이 데르벨에게 일종의 예지 능력이 있으리라고 믿고 있었던 부분이나, 데르벨과 처음 만났던 시절의 카반이 나이도 더 많고 경험도 풍부하여 데르벨을 얕잡아볼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도 데르벨이 대충 멀린의 사생아거나 그 비슷한 존재겠거니 지레짐작하고는 꼬박꼬박 존칭(Lord)을 붙여가며 설설 기었거나 하는 부분이 그런 예.
3. 작중 행적
작중에서는 원탁의 기사들 상당수가 생략되거나 존재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다른 기사들이 할만했을 일을 혼자서 거의 다 한다.성배 탐색이나 엑스칼리버의 처분 같은 요소들을 소설에 넣으면서 거의 대부분 주인공과 엮이게 되었다. 소설은 아서가 활동했던 시기를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데르벨의 인생 회상이기 때문에 사실은 '아서 시대에 데르벨이 겪은 이야기'에 가깝다. 그 때문에 데르벨이 모르거나 보지 못한건 독자들도 모른다.
아서 중심의 서술이었다면 직접 나왔을 법한 이야기들, 예를 들어 아서가 귀네비어와 화해한 이야기라든가, 북부로 원정을 떠나 디우르나흐를 죽인 일 같은 것들은 '그때 난 그 자리에 없었는데 나중에 듣자하니 이러이러 했다더라' 혹은 '이러이러하지 않았을까?'라는 식으로만 언급되며, 윈터 킹 후반에 벌어지는 브리튼 왕국들간의 전쟁은 몇년 간의 전쟁을 내내 아서가 지휘했음에도 작중에는 그 전쟁의 최종 단계만이 묘사되는데, 그 생략된 시기에 데르벨이 아서의 명령으로 브리튼을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3.1. 1부 윈터킹
시작은 수도원에서 양피지에 아서의 이야기를 기록한는 일을 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과거에서 노르웨나의 출산때 유서가 지시하면 모로간을 부르는 역할을 맡은 아이때의 모습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때 처음으로 모드레드의 발이 불구임을 보았다. 이후 멀린의 영지 아발론의 섬 어니스 우이드린의 토르에서 노르웨나와 모드레드가 왔을때 니무에에게 꽉 잡혀 지낸 덕분에 군인이 되려면 읽고 쓰기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믿고 구도반에게 글을,집사 허월한테는 싸우는 법을 배웠다. 이때 아서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토르에 의외의 일이 터졌다. 실루리아의 군들레우스가 방문한 것이다. 이때 데르벨은 군들레우스가 온 이유를 몰랐는데 구도반은 노르웨나와의 결혼이 목적이라고 예측했다.[1] 군들레우스와 노르웨나 베드윈은 멀린의 홀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멀린의 내실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니무에가 전라에 몸에는 닭의 피를 바르고 얼굴에 데스마스크를 두손에는 독사 두마리를 들고있는 모습으로 막아낸다. 군들레우스를 포함한 전원이 달아나고 니무에는 데르벨을 멀린의 침실로 불러서 신들의 이름을 외우고 나이프로 손비닥을 베어 상처를 내고 자신의 손에 똑같은 상처를 냄으로써 맹세를 한다.
[1]
노르웨나는 재혼이 가능하고 모드레드는 보호가 필요하다. 왕자를 보호하는 적임자는 왕이며 군들레우스가 둠노니아와 우호관계를 원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