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7-02-03 11:04:40

더미:137193048216

* 상위 항목 : 모아나

말 그대로 바다. 작품 속에서 바다는 모아나와 소통할 수 있고, 그저 자연 환경이 아니라 일종의 등장인물(캐릭터)로 활약한다. 자연 환경으로 보이는 바다가 등장인물에 포함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겠으나, 이 영화의 바다는 확실히 캐릭터로서 활동한다. 주인공 모아나와 다양하게 소통한다. 어렸을 적부터 장난을 치고,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아주고, 위기에서 구해주는 등등 사실 친구 관계이다. 비록 대사가 없고 인간이나 동물도 아니지만, 자의식이 있고 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다른 인물과 소통하기 때문에 등장인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겉모습은 자연 환경이지만, 그 속성은 여타 캐릭터와 전혀 다르지 않다. 자연 환경이 아니라 일종의 정령과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각종 예고편과 포스터에서도 그 모습을 빼먹지 않는다. 각종 포스터 속의 '둥글게 휘어진 바다'는 그저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모아나가 바다를 부르는 특정한 이름은 없으며, 다른 인물들도 바다를 특정한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또한 바다는 (일반적인 정령들과 달리)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모아나와 교감할 때, 둥글게 휘어진 파도처럼 변할 뿐이다. 이 부분이 일종의 얼굴이자 손이고, 바다는 이 부분으로 모아나를 응시하거나 손뼉을 치거나 한다.

바다는 마우이와 함께 모험에서 중요하게 활약하는 동반자이자 조력자이다. 영화 초반에 모아나를 모험의 주인공으로 선택했고 다정하게 교감한다. 자신의 품 안으로 유인하거나, 웅장한 풍경을 보여주거나, 머리카락을 비틀면서 장난친다. 왜 바다가 모아나를 선택했는지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모아나는 바다와 교감하기 이전부터 항해에 관심이 많았다. 할머니가 테 피티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도 모아나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어쩌면 바다는 모아나의 이런 심상을 감지하거나 알아차렸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렇듯 아기 시절부터 모아나는 바다와 교감했으나,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 모아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이고 심지어 할머니에게도 바다와 교감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꾸준히 바다에 나가려고 애쓸 뿐이다. ('Where You Are'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바다는 그 동안 모아나에게 다시 말을 걸지 않는다. 아버지가 모아나를 꾸준히 감시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모아나와 바다가 처음 교감했을 때, 바다는 아버지에게 정체를 감추기 위해 애썼다. 아버지가 모아나를 찾아오자마자 바다는 부리나케 모아나를 해변으로 돌려놨고 머리 모양을 바꿨고 몸을 숨겼다. 모아나 이외에 다른 모투누이 사람들이 바다의 정체를 아는지 의문. 그런 장면이나 단서는 영화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들은 바다와 (심정적으로) 교감하는 할머니를 치매 걸린 노인네 취급한다.

모아나가 좀 더 자라고 섬을 떠난 이후, 바다는 본격적으로 모아나를 돕기 시작한다. 바다가 돕지 않았다면, 모아나는 마우이를 찾거나 먼 바다로 떠나거나 각종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게다가 사소한 장면들에서 바다는 모아나를 돕거나 마우이를 골린다. 마우이는 강력한 반신이고 변신술사지만, 마우이조차 바다에게 함부로 맞서지 않는다. 마우이의 절반은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 그 자체인 바다와 맞설 수 없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마우이는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이 파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바다와 마우이의 위상 중 뭐가 우선인지 확신할 수 없다.) 삭제 영상에서 바다는 여전히 모아나의 친구이고 마우이를 놀리는 존재이다. 그러나 바다가 모아나의 수호 천사나 든든한 보호자는 아니다. 바다는 그저 모아나의 모험을 이끌고 도움을 줄 뿐이고, 결정적인 활약은 오직 모아나의 몫이다. 바다는 폭풍을 치거나 배를 옮기거나 테 피티와 싸울 수 있음에도 결코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모아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바다는 모험을 지속하기 위해 잠깐 나설 뿐이다. 카카모라가 습격했을 때와 아버지가 모아나를 번번이 데려갔을 때에 바다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모아나의 모험심을 이해하고 바다를 존중하는 인물이지만, 바다는 할머니에게마저 아무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할머니가 바다의 정체를 아는지 확실하지 않고, 그런 단서나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할머니는 모투누이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마우이와 각종 괴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에서 바다는 테 피티와 함께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바다의 활약은 조력자에 불과하다. 영화 외적으로 따진다면, 제작진은 바다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만들기 원하지 않았던 듯하다. 만약 바다가 모든 위기와 과제를 해결한다면, 모아나는 물론이고 마우이조차 활약할 수 없었다. 따라서 제작진은 모아나의 활약과 성장을 위해 바다를 조력자로 설정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영화 내적으로 따진다면, 바다는 자신만이 관장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듯하다. 우선 바다는 일반적인 인물들 앞에서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모투누이 사람들과 카카모라 앞에서 바다는 절대 자신을 내보이지 않는다. 헤이헤이는 어차피 말 못하는 동물이고 정신이 좀 나간 닭이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바다는 사람과 동물의 삶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바다 괴수들을 처치하거나 사람들을 강제로 이끌거나 내몰지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 모아나조차 (죽지 않았으나) 폭풍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한다. 모아나 역시 바다에게 소원을 빌지 않는다. 사실 여러 신화에서 아무리 강력한 존재들이라도 일정한 영역을 넘어서지 않는다. 신들조차 다른 신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바다는 그런 신화적 면모를 반영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추측이고 영화 속에서 명확한 설정이나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바다는 테 피티를 살리기 원하고, 그 이유는 항해자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자신을 누비기 원한다고 한다. 바다 그 자신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으나, 다른 인물들의 대화에서 그런 사정을 잠시 엿볼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이 다시 항해를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바다 역시 자신의 목적을 이루었고 행복을 되찾았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모험 이후, 모아나와 바다의 관계는 확실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와 모아나의 우정이 끊겼다고 의심할 부분은 없고, 이후에도 바다는 모아나와의 우정을 지속했을 수 있다. 모투누이 사람들은 다시 항해자가 되었으나, 바다가 그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할머니와 바다의 관계 또한 명확하지 않다. 이 영화에서 할머니는 모아나만큼 바다와 교감하는 인물이지만, 할머니와 바다가 서로를 인정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바다는 그저 모아나와의 우정만을 지속하는 듯하다. 사실 마우이 역시 다른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바다는 일종의 정령과 같은 존재이고, 신적 위상인 마우이처럼 일반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듯하다.

바다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중 드문 정령 캐릭터이다.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의 조력자는 많지만, 이런 정령과 같은 존재는 흔하지 않다. 알라딘을 돕는 지니는 요정이고 심바를 돕는 라피키는 주술사지만, 바다와 다르다. 지니는 성격과 외양이 뚜렷한 캐릭터이고, 라피키 역시 주술적 능력이 있으나 여타 캐릭터들과 마찬가지이다. 포카혼타스와 교감하는 버드나무 할머니는 바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버드나무 할머니는 일종의 정령임에도 보다 직접적으로 사건에 관여하다. 대사도 있고 얼굴도 있다. 이와 달리 바다는 대사와 형태가 없고 주인공의 행보에 간접적으로 개입한다. 본래 각종 신화와 전설, 판타지에서 정령은 자연 현상을 등장인물로 승화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성격을 뚜렷이 규정하기 힘들다. 버드나무 할머니는 상당히 의인화된 캐릭터지만, 바다는 버드나무보다 훨씬 자연 현상에 가까운 존재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된 소비층은 아이들이고, 따라서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이런 정령 캐릭터를 자주 만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모아나는 이런 정령과 교감하기 때문에 여타 디즈니 여자 캐릭터들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굳이 따진다면, (지속적으로 언급한) 포카혼타스와 버드나무 할머니의 우정이 모아나와 바다의 우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