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달걀 값을 가지고 선량한 사람에게 바가지 씌우려던 악덕 상인과 그를 도운 변호사 이야기. 그리스에 전해지는 동화로 본 문서는 요르고스 A. 메가스 엮음 <그리스 민담>을 바탕으로 한다.2. 줄거리
한 선장이 항구에 들렀다가 어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더니 식당 주인은 지금 남은 음식이 다 떨어져서 달걀 네 개밖에 없다고 했고 선장은 그거라도 먹겠다고 해서 달걀 후라이(판본에 따라 삶은 달걀)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폭풍우가 온다는 선원의 보고에 놀라 달걀 값도 치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뛰쳐나가 부랴부랴 배로 돌아가 출항했다. 폭풍 속에서 배는 가까스로 폭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로부터 5, 6년쯤 지나 다시 그 항구에 들르게 된 선장은 자신이 달걀 후라이를 주문해 먹던 식당을 다시 찾아가서 그때는 자신이 너무 경황이 없어서 미처 돈도 못 내고 가서 미안하다면서 주인에게 그때 먹었던 달걀 후라이 값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이 그때 당신이 달걀 후라이를 먹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달걀 후라이를 만들자고 달걀을 까지 않고 닭에게 품게 했을 것이고, 그러면 그 달걀에서 병아리가 태어나 다시 닭이 되어서 달걀을 낳아 병아리를 치고 다시 그 병아리가 달걀을 낳아 병아리가 태어나고 하는 식으로 5, 6년 사이 자신의 닭의 수가 불어났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선장이 자신의 배를 팔아도 못 치를 막대한 금액을 요구하면서[1] 돈을 못내겠다면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소송까지 했다.
기가 막힌 선장이 어쩔 줄을 모르고 걱정하다가 재판 전날 노인들만 모인 선술집에 들어 가서 어두운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마침 그 술집에 있던 한 엉터리 변호사 한 사람이 다가와 "무슨 일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선장의 사연을 들은 변호사는 "나 술 한 잔만 사 주면 이 재판 이기게 해 드리겠다"고 한 뒤, 반소장에 자신의 이름을 변호인으로 적어 제출했는데, 막상 다음날 아침 변호사는 예정된 재판 시작시간이 되었는데도 재판정에 나오지 않았고, 정오가 넘어서 12시 15분이 되어서야 태평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판사가 어이가 없어서 다들 식사도 못 먹고 기다리고 있는데 대체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다 이제 오느냐고 하니, 변호사는 "실은 어제 제가 땅콩을 여덟 근을 샀는데 제 부인이 그걸 전부 삶아버렸지 뭡니까.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쉬지 않고 먹었는데도 오히려 남길래 전부 밭에 심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원고로 나왔던 식당 주인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볶은 땅콩에서 무슨 싹이 난단 말인가?"
기다렸다는 듯이 변호사는 대답했다.
"그러면 달걀 후라이에서 어떻게 병아리가 태어날 수 있습니까?"
이 한마디에 좌정에서 식당 주인은 할 말을 잃었고,[2] 판사는 변호사의 의견대로 선장은 달걀 값으로 4드라크마에[3] 빵 두 개 값으로 2드라크마 더 얹어서 6드라크마만 식당 주인에게 줘도 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선장은 그 뒤로도 무사히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이후로 식당 주인이 인심을 잃어서 그 동네에서 더 살지 못하고 얼마 뒤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버렸다는 결말도 존재한다.
3. 기타
탈무드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친구에게 삶은 달걀 하나를 빌렸다. 얼마 후 그 사람이 친구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삶은 달걀을 빌려준 친구는 친구에게 위의 이야기처럼 터무니 없는 궤변으로 빌렸던 달걀을 달걀 3000개로 갚으라고 하자 달걀을 빌린 친구는 자신은 그런 능력이 없다며 다투다가 결국 다윗 왕에게 찾아가 판결을 하게 되었고, 다윗 왕은 달걀을 빌린 친구에게 달걀 3000개를 갚으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에 달걀을 빌린 친구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엉엉 울다가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솔로몬 왕자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려주었고, 이에 솔로몬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달걀 3000개를 갚지 않아도 될 방법을 알려준다. 다음날, 달걀을 빌린 친구는 삶은 콩을 밭에 뿌리면서 삶은 콩에 싹이 나게 될거며 노래를 불렀댔고, 이에 대한 소문이 다윗 왕의 귀에까지 들려지자 다윗 왕은 그 친구에게 찾아가 이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위대하신 다윗 왕께서 삶은 달걀에 병아리가 나온다는 말을 하셨으니 삶은 콩에도 싹이 날 것 같아 삶은 콩을 뿌리는 것 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윗 왕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며 이후 삶은 달걀에 대한 재판결을 하여 결국 삶은 달걀을 빌린 친구는 달걀 3000개를 갚지 않아도 되었다.
[1]
딱 선장이 가진 배와 맞먹는 값을 요구했다는 바리에이션이 있다. 어느 쪽이나 억지기는 마찬가지이다.
[2]
다만 식당 주인의 개논리상으로는 사실 이 한마디는 별 도움이 안 되는데 식당 주인은 어디까지나 달걀 후라이를 먹지 않았으면의 가정하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즉 동문서답인 셈 차라리 처음부터 달걀 후라이 4개였다면야 말이 되지만 말이다. 진짜 식당 주인의 할 말을 잃게 만들려면 오히려 식당 주인이 달걀을 병아리로 깔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3]
달걀 하나에 1드라크마씩. 한국 돈으로 1드라크마=4.5원(현대 드라크마), 45,000원(고대 드라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