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아이들 천선란 단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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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SF |
저자 | 천선란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4.03.14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736000002 |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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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끝없는 죽음과 폭력 속에서 진짜 삶을 지키는 가치에 대해 추궁하는 단편소설이다.지금 '이것'은 너무 뚜렷하고 생생하여 영 꿈 같지 않다.
제대로 말하면 내가 태어났을 때. 발갛고 미끄러운 덩어리였을 때, 옹송그린 낙엽처럼 몸을 한껏 말아 인간이라기보다 단세포에 더 가까운 형상이었을 때. 나의 각막이 여물지 못해 빛이 수만 개의 바늘처럼 눈을 찌르고 녹슨 철근이 맞물리는 듯한 소음이 귀에 꽂히고 시리고 찬 공기가 내 피부를 사포처럼 문지르는 감각이 고통으로 느껴지던 때. 모든 자극이 아파 소리를 지른다.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떨어져 이마와 인중이 찢어졌을 때보다 더 크게 말이다. 시리고 낯설어 내가 조금 전까지 있던 아득하고 포근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때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나에게 뿌리야, 하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소음을 뚫고 들려온다. 뿌리야. 이번에는 한때 나와 함께였던, 내게 귀가 만들어지기 전에, 내 피부가 모두 귀였을 때 온몸을 통해 듣던 목소리다. 순식간에 밖은 다시 안이 된다. 내가 가장 안그하게 머물던 곳의 온도와 같아진다. 나는 쭈글쭈글한 손으로 그리워하는 온도를, 그 피부를 어루만진다. 까슬한 피부. 하지만 그 요철에는 언제든 긁혀도 좋다. 말을 해 볼까. 입을 열어 볼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다정하게 당신을 불러볼까. 대뜸 사랑한다고 말해 볼까. 하지만 아무리 생생해도 꿈이다. 꿈이 아니면 말해 주었을 텐데. 이 세상의 다음 장을, 우리의 결말을, 우리가 다시 만나는 방법을, 당신이 울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너머의 아이들> 본문 중에서
제대로 말하면 내가 태어났을 때. 발갛고 미끄러운 덩어리였을 때, 옹송그린 낙엽처럼 몸을 한껏 말아 인간이라기보다 단세포에 더 가까운 형상이었을 때. 나의 각막이 여물지 못해 빛이 수만 개의 바늘처럼 눈을 찌르고 녹슨 철근이 맞물리는 듯한 소음이 귀에 꽂히고 시리고 찬 공기가 내 피부를 사포처럼 문지르는 감각이 고통으로 느껴지던 때. 모든 자극이 아파 소리를 지른다.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떨어져 이마와 인중이 찢어졌을 때보다 더 크게 말이다. 시리고 낯설어 내가 조금 전까지 있던 아득하고 포근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때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나에게 뿌리야, 하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소음을 뚫고 들려온다. 뿌리야. 이번에는 한때 나와 함께였던, 내게 귀가 만들어지기 전에, 내 피부가 모두 귀였을 때 온몸을 통해 듣던 목소리다. 순식간에 밖은 다시 안이 된다. 내가 가장 안그하게 머물던 곳의 온도와 같아진다. 나는 쭈글쭈글한 손으로 그리워하는 온도를, 그 피부를 어루만진다. 까슬한 피부. 하지만 그 요철에는 언제든 긁혀도 좋다. 말을 해 볼까. 입을 열어 볼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다정하게 당신을 불러볼까. 대뜸 사랑한다고 말해 볼까. 하지만 아무리 생생해도 꿈이다. 꿈이 아니면 말해 주었을 텐데. 이 세상의 다음 장을, 우리의 결말을, 우리가 다시 만나는 방법을, 당신이 울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너머의 아이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