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06 22:02:13

나눔(시)

고은의 시. < 만인보> 27권에 실려 있는데, 5.18 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다. 시민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보성약국은
약을 다 꺼내어 내놓았다
위장약도
감기약 판피린도
소독약
빨간물약도 다 꺼내었다
거즈도 붕대
몇통씩 내놓았다

서석동 연초소매소는
담배를 상자째 들고 왔다
병원은 헌혈자로 줄을 이었다
황금동 술집 여자들은
우리도 깨끗한 피가 있어요 하고
헌혈대열에 섰다
김밥 아주머니들이 분주했다
대인시장에서는
젓갈
김치도 이고 왔다

총성이 들렸다
멀리서
가까이서 들렸다
그 소리 들려도 무섭지 않았다
죽은 시민
죽은 학생 시신
절대로 놈들에게 빼앗기지 말자고
넘겨주지 말자고
시신 운송도 서로 맡았다
시장 내의소매상은
백양 메리야쓰 러닝셔츠도
쌍방울 팬티
한짐씩 싣고 와 나눠주었다

총성이 들렸다
주검들이 실려왔다
그러나 누구 하나 사라지지 않았다
모였다
모여서
누나이고 동생이었다
삼촌이고 아저씨이고
조카들이었다

나눔이었다 나눔의 잔치였다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날 아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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