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용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1]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2]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3] |
2. 개요
김춘수의 시.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또한 낭만주의적인 면도 있다. 존재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을 탐구하는 시로, 동시에 인식되고 싶은 인간의 꿈을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은 존재를 인식하고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저 하나의 몸짓에서 고유한 의미를 지닌 꽃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존재의 본질을 이름과 꽃이라는 시어를 활용해 철학적 깊이가 있는 시로 엮어낸 김춘수의 대표작.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한국인이 가장 잘 아는 시 중 하나이자, 그 간결함 때문에 가장 많이 패러디되는 시이기도 하다. 문단에서도 장정일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과 오규원의 '꽃의 패러디'가 이를 변주한 바 있다.
위 설명처럼 의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김춘수 스타일의 시인데, 화자와 청자가 각각 이성으로 느껴지는 데다 꽃이란 소재가 소재여서인지 각종 매체에서 연시(戀詩)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해석하기 나름인 듯하다.
3. 여담
- 시인 장정일의 시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켜고 끌 수 있다면은 이 시를 패러디한 것이다. 대신 전하려는 메세지는 김춘수의 꽃과는 딴판이다.
- 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처럼 이름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먹히는게 당연한 하찮은 동물이지만 이름을 붙이고 정들여 키우니 먹히기 위해 희생되는 게 불합리해 보이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이 시가 자주 등장하며,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관계를 잘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 2017학년도 수능특강 문학에 수록되었으며, 2016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의 필적확인란 문구로 인용되었다. 이외에도 고1 교육청에 출제된 바 있다.
- 양명학과 유사성이 드러나는 시이기도 하다.
- 드라마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박하선이 아이들을 기선제압하기 위해 진한 스모키 화장과 가죽 자켓으로 평소와 다르게 일명 '블랙하선'으로 이미지를 바꿨는데 수업 중 낭독하는 시가 이 시이다. 그러나 시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두 눈을 부릅뜨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낭독해서 학생들과 윤지석이 당황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