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귀환(뮤지컬)
1. 출연진
- 【 출연진 】
김승호(과거) 役: 도경수 김승호(과거) 役: 윤지성 김승호(현재) 役: 이건명 김승호(현재) 役: 이정열 이해일(과거) 役: 윤은오 이해일(과거) 役: 이재균 이해성(과거) 役: 김세정 이해성(과거) 役: 이지혜 이해성(과거) 役: 양지원 오진구(과거) 役: 김기수 김현민(현재) 役: 김민석(시우민) 김현민(현재) 役: 이홍기 최우주(현재) 役: 이성열 최우주(현재) 役: 김민석
2. 1막
2.1. 01. 기다림
- 【 가사 】
산천 어딘가 잠들지 못하는 영혼
십삼만삼천 한여름 땡볕에 달궈진 반백 년 세월
현 시각 부로 작전 실시
산천 어딘가 떠나지 못하는 영혼
십삼만삼천 늦가을 찬비에 쓸려간 반백 년 세월
기다림과 기다림이 만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손잡을 수 있게 한 걸음 전진
엇갈리던 꿈끼리 마주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주저앉은 역사가 다시 설 수 있도록 한 걸음 전진
봄날에 봄날이 겹치고
겨울에 겨울이 쌓여가네
깨어진 단추와 구겨진 인식표
전투화 밑창과 수첩과 만년필
칫솔과 수통과 멀쩡한 삼각자
구멍 난 철모와 부서진 호루라기
기다림과 기다림이 만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손잡을 수 있게 한 걸음 전진
엇갈리던 꿈끼리 마주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주저앉은 역사가 다시 설 수 있도록 한 걸음 전진
잠들지도 못하고 떠나지도 못하고
두 눈만 자꾸 커지는 영령들이여
두 눈에 가득 고인 기다림이여 (그리움이여)
마지막 병사가 돌아오는 그 날
전쟁은 끝나리라
마지막 병사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는 전진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2.2. 02. 내가 술래가 되면
- 【 가사 】
난 언제나 술래였지
가위바위보를 못 해서
달리기가 꼴찌라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난 언제나 술래였지
눈 감고 백까지 세면
똑같은 풍경화 속에
나 혼자 남아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지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종이 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 신고 웃었지
책갈피에 그림 한 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다시 술래가 되어
난 아무도 못 찾았는데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소복 오십 년이 지나버렸어
어딘가 살아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게 밤 깊어가는데
혹시나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있다면
이제는 나타나 줘
집에 가야지 밤 깊어가는데
2.3. 03. 축제
- 【 가사 】
조명이 꺼지고 음악이 멈춰도
이렇게 난 춤을 춘다
무대에서 하늘까지 하늘에서 꿈속까지 달려가
누군가 두고 간 기타 소리 나를 흔든다
누군가 두고 간 바람 소리 나를 흔든다
음악이 흐른다
2.4. 04. 서문
- 【 가사 】
이 세계의 작가들은 신의 대리자처럼
한 인간의 생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신탁을 내리듯이 소설을 써 내려간다
봄이다 바람이 분다
심판을 내리듯이 비극을 써 내려간다
봄이다 세상이 눈뜬다
그러나 이 책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환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며
단 한 번뿐인 생을 살고 있는
살아있는 인간의 역사다
봄이다 바람이 분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망각해 버렸다
현존하는 인간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그리하여
단 한 번 태어나
단 한 번 사는 인간을 학살한다
바람은 침묵에 잠긴다
책장을 넘기듯이 운명을 지워버린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이렇게 스쳐지나며 갑자기 나를 흔든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이렇게 스쳐지나며 갑자기 나를 흔든다
누군가의 눈빛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렇게 멀어져가며 영원히 나를 흔든다
이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며
단 한 번뿐인 생을 살고 있는
살아있는 인간의 역사다
봄이다 바람이 분다
2.5. 05. 자전거
- 【 가사 】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선물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선물
새 자전거 내 자전거
키가 작아 페달에 발이 안 닿아
그래서 두 눈 꼭 감고
주문을 외웠어 요를레히
키 크게 해주세요 요를레히
자전거 탈 수 있게
그날 밤 꿈속에
나 자전거 타고 밤하늘을 날아가
온 세상을 구경했어
하늘에서 내려다본
이 세상에 별이 가득 반짝반짝하더라
세상에서 가장 떨리던 그 날
그 자전거 내 자전거
보조 바퀴 떼기로 약속한 그 날
할아버지가 뒤에서 잡아준다 그랬어 요를레히
절대로 놓지 마요 요를레히
진짜로 꽉 잡아요
그날 밤 꿈속에
나 자전거 타고 밤하늘을 날아가
온 세상을 구경했어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붕 위에 할아버지가 나에게 손을 흔들어
그날 밤 꿈속에
나 자전거 타고 밤하늘을 날아갔어
밤새도록 날아갔어
세상 끝까지 날아갔어
참 멋졌어 최고였어 절대 잊을 수 없어
어젯밤 꿈속에 나 자전거 타고
밤하늘을 날아갔어
무대에서 하늘까지 하늘에서 세상 끝까지
누군가의 기타 소리 바람 소리
난 날아갔어
2.6. 06. 두 개의 세계
- 【 가사 】
두 개의 세계 공인된 세계와 묵살된 세계
두 개의 세계 거룩한 세계와 악마의 세계
뒤엉켜 돌아가되 섞이지 아니하며 서로를 노려본다
뒤엉켜 돌아가되 섞이지 아니하며 서로를 노려본다
빛의 세계
빵 굽는 냄새와 커피향기
예배당 종소리 시계 소리
단정한 외투와 검정 구두
사랑과 참회와 새벽기도
어둠의 세계
시큼한 땀 냄새 오물 냄새
욕설과 저주와 울음소리
감옥과 도살장 피비린내
강물에 떠오른 젊은 시체
두 개의 세계 펼쳐진 세계와 잊혀진 세계
두 개의 세계 눈부신 세계와 서러운 세계
모른 척 외면해도 조용히 돌아보며 서로를 알아본다
모른 척 외면해도 조용히 돌아보며 서로를 알아본다
2.7. 07.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 【 가사 】
작은 새가 방금 알을 깨고 나왔어
아직 눈을 못떴어
귀여워
어린 새가 혼자 알을 깨고 나왔어
아직 날지 못해도 괜찮아
안전하게 지켜줘야 해
젖은 날개 마를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 줄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작은 새가 나온다
알은 작은 새의 세계다
알은 완벽했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작은 새는 아직 알을 깨지 못했어
아직 자고 있나 봐
귀여워
어린 새는 혼자 어둠 속을 견뎠어
아직 좀 더 자도 돼
괜찮아
따뜻하게 품어줘야 해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내가 한번 품어볼까
새는 알 속에서 잠든다
작은 새는 꿈 꾼다
알은 작은 새의 세계다
알은 완벽했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밤새도록 꿈을 꾼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날아간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날아간다
난 비행사가 될 거야
난 의사 아니면 화가
난 정원사 아니면 목수
난 난 자전거 타는 사람
새는 알 속에서 잠든다
작은 새는 꿈 꾼다
알은 작은 새의 세계다
알은 완벽했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미지의 세계를 꿈꾼다
2.8. 08. 우리 할아버지
- 【 가사 】
우리 할아버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할아버지 였거든요
그런데 데미안을 독어로 읽고요
교복입고 미적분도 배웠대요
우리 할아버지 내가 자전거를 배운 건
할아버지 였거든요
그런데 참전용사 군인이 였대요
영화 속에 전쟁터에 군인처럼
그렇게 세상에
더러운 얼굴
새 하얀 이빨
집호 라이터 애인의 사진
전장의 뜬 태양
불 타버린 하늘
진격하라 진격하라
무거운 철모
뜨거운 눈물
전우의 시체
동생의 편지
전장에 뜬 태양
불 타버린 하늘
사수하라 사수하라
우리 할아버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할아버지 였거든요
그런데 데미안을 독어로 읽고
교복입고 미적분을 배우던 김승호는
할아버지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전쟁터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김승호는
할아버지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 영화 속의 주인공일지도 몰라
내 영화 속의 주인공
2.9. 09. 설마
- 【 가사 】
소문이 들리는데 안 좋은 소문인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러다 말겠지만
혹시나 전쟁이 터진 걸까
정말로 전쟁이 터진 걸까
전쟁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이렇게 햇살이 좋은데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저렇게 좋아서 웃는데
저렇게 좋아서 우는데
혹시나 전쟁이 터진 걸까
정말로 전쟁이 터진 걸까
전쟁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태평양 전쟁이 끝난 지
이제서 얼마나 됐다고
이 땅에 독립을 찾은 지
이제서 얼마나 됐다고
인간은 역사는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전쟁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전쟁의 이유를 만들어낸다
전쟁이 끝난 지 (인간의 역사는 고요함을 못 견뎌)
얼마나 됐다고 (푸르른 여름이 지나기도 전에)
전쟁의 이유를 만들어낸다
이 땅에 독립을 찾은 지
이제서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햇살이 좋은데
2.10. 10. 사랑이란
- 【 가사 】
사랑이란
나를 불안하게 하는 육체의 충동도 아니었고
나를 교만하게 하는 정신의 승화도 아니었다
사랑이란
나를 착각하게 하는 봄날의 신비도 아니었고
나를 얼어붙게 하는 한밤의 공포도 아니었다
사랑은 둘 다인 동시에 그 무엇도 아닌 소낙비였다
여름날 조용한 세상에 아무 예고 없이 쏟아지는 것
사랑이란
나를 애달프게 하는 희미한 기억도 아니었고
나를 서글프게 하는 먼 훗날 축복도 아니었다
사랑은 둘 다인 동시에 그 무엇도 아닌 어린 새였다
겨울날 눈 덮인 산속에 혼자 남겨져서 길을 잃었어
고백하지 못한 마음은
솔직하지 못한 마음은
사랑일까
아
2.11. 11. 내 소년시절
- 【 가사 】
내 소년 시절이 저물어간다
그 짧은 하루가 사라져간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
이 밤 지나면 해가 다시 떠오르는지
다녀올게요 금방올게요
살아올게요 돌아올게요
가장 용감하게 나라 잘 지키고
매일 편지 쓸게 너무 걱정 마세요
내 소년 시절이 저물어간다
그 찬란한 빛이 사라져간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
이 밤 지나면 이 세상이 달라지는지
다녀올게요 금방올게요
살아올게요 돌아올게요
내가 보고프면 사진 꺼내 보고
잠시 기다려요 금방 돌아올게요
밥도 먹여주고 밥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고 옷도 입혀주고
잠도 재워준대 아무 걱정 없대요
내가 사랑한 바흐의 평균율
내가 사랑한 헤세의 데미안
내가 사랑한 독일어 동사 변화
내가 사랑한 함수와 미적분
내가 사랑한 영어단어 Transcend
다 외우면 한 장씩 씹어 삼키던
영어사전 얇은 종이의 맛
다녀올게요
밥도 먹여주고
금방 올게요
옷도 입혀주고
살아올게요
잠도 재워준대 너무 걱정 마세요
돌아올게요
내 소년 시절이 멀어져간다
저 먼지 속으로 사라져간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
이 밤 지나면 우리는 어디서 깨어나는지
내 소년 시절을 두고 떠난다
그래도 나 잊지는 못하리라
2.12. 12. 전쟁
- 【 가사 】
누군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누군가 나에게 수류탄을 던진다
저기 어둠 속에 분명 누가 있다
그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
난 눈을 감고서 총을 겨누고
난 눈을 감고서 수류탄을 던진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진다
땀을 흘리듯이 피를 흘리는 사람들
전쟁은 영웅의 모험이 아니다
전쟁은 영광의 노래가 아니다
전쟁은 인쇄된 활자가 아니다
전쟁은 인간을 완전히 말살한다
나는 떠나왔으나 길은 보이지 않고
내가 존재했다는 아무 증거도 없어
살아야 할 이유는 자꾸 흐려지는데
죽어야 할 이유는 자꾸 거대해진다
아프거나 힘들면 눈을 감으면 돼
이게 다 꿈이라고 생각하면 돼
무섭거나 싫으면 눈을 감으면 돼
이게 다 꿈이라고 생각하면 돼
전쟁은 영웅의 모험이 아니다
(영광의 노래가 아니다)
전쟁은 인쇄된 활자가 아니다
(인간을 완전히 말살한다)
금방 다녀온다고 나는 손을 흔들고
살아 돌아온다고 나는 활짝 웃었지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울지 않았어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아파오는데
분명 죽은 사람이 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지
죽은 사람 뱃가죽이 얼마나 빠르게 부풀어 오르는지
배고픈 벌레들이 얼마나 성급하고 무자비한지
이마를 관통한 총알이 무슨 뜻인지
형체를 못 알아보는 게 무슨 뜻인지
팔다리가 없어지는 게 무슨 뜻인지
머리통이 떨어지는 게 무슨 뜻인지
전쟁은 영웅의 모험이 아니다
전쟁은 영광의 노래가 아니다
전쟁은 인쇄된 활자가 아니다
전쟁은 인간을 완전히 말살한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안 보여
귀를 막고 있어도 모든 소리가 들려
잠을 자는 꿈속에 나는 포위당하고
잠을 깨면 그곳은 모두 현실이었어
저기 어둠 속에 분명 누가 있다
저기 어둠 속에 분명 누가 있다
3. 2막
3.1. 13. 군가
- 【 가사 】
오늘 죽는다 해도 나는 두렵지 않아
나의 빈자리는 전우들이 채우리
붉은 피가 흘러서
단풍잎이 물들고
푸른 눈물 흘러서
저 강물이 넘친다
오늘 죽는다 해도 나는 외롭지 않아
나의 전우들이 나를 기억하리니
3.2. 14. 병사들
- 【 가사 】
지나갈 거야
해 뜨면 숨어봤자 다 보이고
해지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리운 얼굴들이 희미해져
불안해도
잠시 기다려
총소리 탱크 소리 멀어지면
새소리 바람 소리 요란한데
그리운 목소리는 희미해져
불안해도
그럴 땐 눈 오는 밤을 생각하자
까만 세상에 쏟아지던 하얀 눈
그리고 비 그친 오후를 생각하자
흐린 하늘 가로지르는 무지개
지나갈 거야
약한 마음 들킬까 봐 창피한데
아무도 몰라주면 외로웁고
이렇게 끝도 없이 어두운 밤도 있겠지만
잠시 기다려
단풍나무 그늘 아래 이곳에서
조그만 돌탑 뒤에 기다리며
이렇게 끝도 없이 깊은 밤도 있겠지만
그럴 땐 눈 오는 밤을 생각하자
까만 세상에 쏟아지던 하얀 눈
그리고 비 그친 오후를 생각하자
흐린 하늘 가로지르는 무지개
그럴 땐 다정한 말을 속삭이자
까만 세상에 쏟아지던 눈처럼
그렇게 다정한 노래 불러보자
가장 찬란한 무지개를 생각하자
3.3. 16. 대단한 꿈
- 【 가사 】
부러웠어 운동장의 흙먼지
나는 교실에 남아 창문 밖 세상을 구경해
부러웠어 운동장의 소낙비
나도 나가서 뛰다 보건실 신세를 졌었지
(난 가난했지)
너무 부러워서 아이들의 필통을 숨겼지
수업 끝날 때쯤 갖다 놨지만
그 정도는 용서해주길
이해일이 나를 부러워하다니
이거 정말 진짜 대단한 일이야
운동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뛰는 게 부럽다니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걸
부러웠어 무대 위의 땀방울
나는 맨 뒷줄에서 어쩐지 눈물을 흘렸지
부러웠어 무대 위의 실수도
동방 곰팡이 냄새 발자국 소리와 메아리
(난 학사경고)
너무 부러워서 포스터에 낙서를 했는데
아주 정성껏 하트를 그려버렸지
그 정도는 용서해주길
최우주가 나를 부러워하다니
이거 정말 진짜 대단한 일이야
부러웠어 정직하게 상처받는 너
부러웠어 학사경고 좋아하는 너
좋으면 다 티 나고 싫으면 더 티 나고
허술하고 모자라도 반짝이는 너
(무슨 뜻이야)
너무 부러웠어 우연인 척 등장하곤 했지
반가웠지만 아닌 척 퇴장했었지
그 정도는 용서해주길
나의 세계가 나를 부러워하다니
이거 정말 진짜 대단한 일이야
나의 우주가 나를 부러워하다니
이거 정말 진짜 대단한 일이야
잠깐 나 혼자 대단한 꿈을 꿨어
대단했어
이제 잠을 자자
잠을 자자
대단했어
잠이 안 와
대단했어
Gute Nacht
3.4. 17. 약속
- 【 가사 】
기다림과 기다림이 만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손잡을 수 있게 한 걸음 전진
제발 대답하라
(목 마른 병사들이여)
제발 응답하라
( 병사들이여)
쳐들어 온 적군을 온 몸으로 막는다
이 한 목숨 바치어 이 강토를 지킨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기다려 긴 시간을 하루 같이 기다렸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면
계곡에 물소리가 들려오면 또 기다려
때로는 눈 오는 밤을 생각했어
까만 세상에 쏟아지던 하얀 눈
그리고 비 그친 오후를 생각했지
흐린 하늘 가로지르는 무지개
붉은 피가 흘러서
단풍잎이 물들고
푸른 눈물 흘러서
저 강물이 넘친다
오늘 죽는다 해도 나는 외롭지 않아
나의 전우들이 나를 기억 하리니
스무 살에 멈춰버린 시간
그 순간에 그렇게도 뜨겁게 뛰던 심장
스무 살에 멈춰버린 눈빛
그 순간에 그렇게도 그립던 얼굴들
오늘 죽는다 해도 나는 외롭지 않아
나의 전우들이 나를 찾아오리니
모든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붉은 피가 흘러서 단풍잎이 물들고)
오랜 친구들이 다시 만날 때까지
(푸른 눈물 흘러서 저 강물이 넘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3.5. 18. 이건 영화가 아냐
- 【 가사 】
이건 영화가 아냐
잃어버린 전설도 아니고
전설 속의 보물도 아니야
보물 속의 이야기도 아냐
모든 전쟁은 영화가 아니야
어지러운 땡볕
쏟아지는 땀방울
숨 막히는 침묵
환청 같은 새소리
책에서만 보았던 유물도
바닷속에 가라앉은 도시도
비밀 속의 성배와 성궤도
영화 속의 주인공도 아니야
살아있던 사람
한숨 쉬던 사람
웃고 있던 사람
하루하루 견디며 살던 사람들
떠내려가지 않고 필사적으로 남긴 작은 뼛조각
이건 영화가 아냐
땅속에 파묻힌 과거가 아냐
이건 영화가 아냐
지금 나의 삶이야
이건 영화가 아냐
지금 나의 삶이야
3.6. 19. 전쟁 REP.
- 【 가사 】
아프거나 힘들면 눈을 감으면 돼
이게 다 꿈이라고 생각하면 돼
무섭거나 싫으면 눈을 감으면 돼
이게 다 꿈이라고 생각하면 돼
3.7. 20. 태도
- 【 가사 】
무의미와 부조리로 초토화된 전쟁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무자비한 혼돈으로 폐허가 된 전쟁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다
내가 왜 살아야 하냐고 나의 생에게 묻지 않겠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나의 생에게 알려줄 거야
죽음은 내가 어디 있는지 이미 알고 있어
죽음이 문을 두드릴 때 난
착한 여관 주인이 되진 않을 거야
끊임없는 죽음으로 지옥이 된 전쟁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내가 왜 죽어야 하냐고 나의 생에게 묻지 않겠다
내가 왜 견뎌야 하는지 나의 생에게 알려줄 거야
죽음의 풍랑 앞에 결국엔 침몰한다 해도 난 끝까지 붙잡을 거야
나의 생의 의미는 내가 결정할 거야
3.8. 21. 죽음
- 【 가사 】
죽음이란
유일한 결말 공개된 결말
죽음이 없다면 학교와 교회는 먼지만 쌓이겠지
죽음이란
예정된 패배 예정된 작별
죽음이 없다면 종교와 철학은 시들어 버리겠지
히아신스는 검게 병들어 가고
정원에선 시체 냄새가 난다
늙은 염소가 밤새 울음을 울고
예배당에선 신음소리가 난다
인생의 학교에서 우리는 고독과 단념을 연습하고
인생의 학교에서 우리는 고뇌와 반복을 견뎌낸다
난 이제 어린 애가 아냐
밤새 울었잖아 내가 봤어
슬프다고 무섭다고 하면 안 돼
눈이라도 마주치길 기다렸어
손이라도 잡아주길 기다렸어
인생의 학교에서 우리는 매혹과 심판을 연습하고
인생의 학교에서 우리는 엇갈린 증오를 견뎌낸다
그리고 우리는 죽는다
끝이다 그다음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없다
3.9. 22. 유언
- 【 가사 】
내가 죽은 후 남쪽에 가게 된다면
내 어린 친구를 찾아가서
그 늙은 손을 한번 잡아주면 좋겠다
만약 살아 있다면
내가 죽은 후 남쪽에 가게 된다면
내 소년 시절을 찾아가서
그 푸르른 날을 잠시 만나주면 좋겠다
아직 남아 있다면
이 책 한 권 가져가면 된다
내 젊은 날의 작은 기념품
이 그림 한 장 전해 주면 된다
내 젊은 날의 소박한 물증
아무 말도 전할 필요 없다
좀 어색할 땐 창문 밖을 봐
나 죽은 얘기 전할 필요 없다
저 하늘 한 번 쳐다보면 돼
내가 살아서 친구를 찾아간다면
난 무슨 이야길 어디부터 하게 될까
나는 너에게 데미안이 아니었지만
너는 나에게 싱클레어였다고
단 하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가방에서 데미안을 꺼내던 순간
그 순간 그렇게 빛나던
너의 눈을 다시 보고 싶다
(그렇게 나타나서 갑자기 나를 흔들고)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날
(이렇게 돌아와서 영원히 나를 흔드는)
봄이다 바람이 분다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다
딱 한 번만 돌아가고 싶다
지금도 바람이 분다
3.10. 23. 태도 REP.
- 【 가사 】
나는 왜 봄날의 햇살 속에 우리들을 발견했을까
우린 왜 모두 전쟁터로 기약 없이 흩어졌을까
슬픔은 초대받지 않아도 문득 찾아왔어
슬픔이 문을 두드릴 때면
얼른 달려 나가서 힘껏 안아줄 거야
너는 왜 오늘 이곳으로 내 눈앞에 나타났을까
우린 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 밤을 붙잡고 있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서진다 해도
난 끝까지 기억할 거야
우리들의 봄날을 나는 품고 갈 거야
3.11. 24. 내 소년시절 REP.
- 【 가사 】
내 소년 시절이 묻혀있는 곳
그 짧은 하루가 다시 살아나
나 이제는 대답할 수 있으니
이 밤 지나면 해가 다시 떠오를 거야
다녀온다고 금방 온다고
살아온다고 돌아온다고
우린 약속했어 다시 만나자고
오직 이 순간을 기다리며 살았어
내 소년 시절이 눈을 뜨는 곳
그 찬란한 빛이 다시 눈 부셔
나 이제는 대답할 수 있으니
이 밤 지나면 이 세상은 달라질 거야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지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기에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기에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기에
다 숨어있었어
날 기다려줬어
다시 술래가 되어
꿈속까지 헤매다닐 때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소복 계절마다
나를 불렀어
늦어도 괜찮으니까
(내 소년 시절이 묻혀있는 곳)
여기서 기다린다고
(그 찬란한 빛이 다시 눈 부셔
나 이제는 대답할 수 있으니)
어딘가 살아있어서
그래서 여기 없다고
나에게 소식 전해줄
저 파란 하늘과 그 하얀 봄바람
혹시나 길을 잃어도
잠든 채 숨어있어도
우리는 만날 거야
집에 가야지 밤 깊어가는데
3.12. 25. 피날레
- 【 가사 】
산천 어딘가 잠들지 못하는 영혼
십이만삼천 한여름 땡볕에 달궈진 기나긴 세월
산천 어딘가 떠나지 못하는 영혼
십이만삼천 늦가을 산비에 쓸려간 잔인한 세월
기다림과 기다림이 만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손잡을 수 있게 한 걸음 전진
엇갈리던 꿈끼리 마주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주저앉은 역사가 다시 설 수 있도록 한 걸음 전진
봄날에 봄날이 겹치고
겨울에 겨울이 쌓여가네
어린 새가 혼자 알을 깨고 나왔어
안전하게 지켜줘야 해
젖은 날개 마를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 줄게
작은 새는 아직 알을 깨지 못했어
따뜻하게 품어줘야 해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내가 한번 품어볼까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날아간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날아간다
난 비행사가 될 거야
난 의사 아니면 화가
난 정원사 아니면 목수
난 나는 술래가 되어 어디라도 찾아갈 거야
기다림과 기다림이 만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그리움과 그리움이 손잡을 수 있게 한 걸음 전진
엇갈리던 꿈끼리 마주칠 수 있도록 한 삽을 뜨고
주저앉은 역사가 다시 설 수 있도록 한 걸음 전진
마지막 병사가 돌아오는 그 날
전쟁은 끝나리라
마지막 병사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는 전진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봄이다 바람이 분다
봄이다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