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1-03-24 16:56:49

구조적 공백

Structural Hole
1. 개요2. 쓸모3. 역사

1. 개요

파일:Network_Structure.jpg
누군가 양다리를 걸칠 때 그 사람을 구조적 공백에 있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행위자 갑과 행위자 을이 행위자 병을 매개로만 연결될 때, 병을 갑과 을의 '구조적 공백'에 있다고 한다. 위 그림을 보자. B가 속한 연결망은 모든 행위자들이 서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떤 행위자가 아는 정보는 모든 행위자들에게 거의 고르게 공유되며, 어떤 행위자에게서 정보를 공유받는다고 해봐야 그 정보는 이미 다른 행위자에게서 공유받은 '중복된' 정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 쉽게 말해, '내가 아는 것은 남들도 알고', 남들이 내게 말해주는 정보는 대체로 '뒷북'에 불과하다. B는 정보 우위를 누리지 못한다. 반면 A는 다르다. A는 A를 매개로 하는 세 가지 연결망에게서 각각 나오는 정보를 독점한다. 아래쪽 연결망에서 나온 정보를 왼쪽 위 연결망에 속한 행위자가 알 확률은 없고, 그 정보가 왼쪽 위 연결망에서 나온 정보의 뒷북일 확률도 없다. A는 언제나 중복되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공유받는다. 따라서 A는 B와 달리 정보 우위를 점한다[1].

이러한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A는 '협상'도 잘할 수 있다.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A가 왼쪽 위 연결망에 있는 집단에 속한 행위자와 협상을 한다고 했을 때, 그 행위자가 높은 가격을 부르면 A는 "에이, 저 아래쪽 연결망에 속한 행위자 분은 그것보다 낮은 가격을 부르던데[2], 좀 낮춰 주시죠?"라고 속이면서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정보(Information)를 이용하여 타 행위자를 통제(Control)하는 것이다.

한편, 저 그래프에서 B와 B에 연결된 행위자를 잇는 선을 '불필요한(redundant)' 연결이라 하고, A와 A에 연결된 행위자를 잇는 선을 '불필요하지 않은(non-redundant)' 연결이라 한다.

2. 쓸모

삼성전자가 제휴할 기업을 찾는다고 하자. 누구와 제휴하는 게 가장 유리한가? 구조적 공백 개념을 이용하면 '삼성전자가 아는 기업들을 잘 모르는' 기업과 제휴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그래야 '삼성전자가 아는 기업들의 집단'과 '삼성전자가 제휴할 기업이 아는 기업들의 집단' 사이의 구조적 공백을 삼성전자가 차지하여 두 집단에서 나오는 정보를 혼자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조적 공백 이론은 사회의 수많은 행위자들에게 '누구와 친해져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쓸모가 있다.

3. 역사

사회학자 로날드 버트(Ronald S. Burt)가 사회자본이 차이나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2004년 논문 《Structural Holes and Good Ideas》에서 고안하였다.


[1] 연결된 행위자의 수는 3명으로 B와 똑같음에도 말이다. [2] 실제로 그랬든 안 그랬든 상관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차피 상대방은 이게 정말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