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작품 목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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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깡통. 그걸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거야. 미치도록. 그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소설의 말미 부분
"깡통. 그걸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거야. 미치도록. 그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소설의 말미 부분
1. 개요
김만중의 구운몽과는 동명의 다른 소설. 《 광장》으로 유명한 최인훈의 작품이다.2. 내용
홀로 월세방에서 전전하던 주인공은 며칠만에 집에 돌아와 자신에게 온 편지를 배달받는다. 모월 모일 그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는 기억 속의 그녀로부터 온 편지의 약속에 맞춰 약속장소 앞으로 나가 오랫동안 기다리지만 결국 그녀는 오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편지를 다시 펼쳐보니 이미 날짜는 일주일 전으로 지나 있었던 것을 착각한 것이었다. 상심속에 침대에 눕게 된다.
행여나 다시 그녀를 만날까 싶어 거리를 나서자 이전에 까페에서 바라본 무용수들이 모여 자신에게 말을 걸며 마치 자신을 아는 듯이 '선생님' 이라 부르며 자신의 솜씨가 어떠냐고 서로 뽐내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그녀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자리를 뜨나 그녀들은 그를 끈질기게 잡아 세운다. 무용수들을 피해 달아난 다른 한 건물에서는 시인들이 모여 그를 '선생님' 이라 부르며 자신의 시가 어떠냐고 감상을 요구한다. 석연치 않은 위화감을 느끼고 그는 도망치듯 그곳에서 달아난다.
다음날 우연히도 그 거리를 지나치자 자신을 알아본 시인들이 그를 쫒는다. 무턱대고 도망쳐 이름 모를 건물의 문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회사의 감사역이라 하는 노인과 그 무리들이 그를 '사장님' 이라 부르며 암울한 회사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장으로서의 결단을 요구한다. 그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오히려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냐고 노인들에게 되묻지만 노인들은 오히려 통탄해하며 사장을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한다. 그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골목을 따라 도망치기 시작하자 뒷편에서는 무용수, 시인들, 노인들이 그를 잡으려고 길거리로 달려든다.
때마침 거리에서는 정부군의 방송이 들려온다. 반란군의 지도자가 무장을 한 채 도주하고 있다는 방송. 그런데 그 반란군의 지도자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고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로 비추자 그는 그 와중에 자신이 정부군의 고위 관계자였다가 졸지에 갑작스럽게 반란군으로서 체포당하는 광경을 기억하게 된다.
결국 광장 앞에 당도하자마자 정부군의 포위에 궁지에 몰리게 되는 그는 기억 속의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하고 자신이 혁명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달라고 소리치나 거절당한다. 결국 투항을 거부하고 정부군의 총에 맞아 그대로 쓰러져 피범벅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피범벅이 된 혁명군 수령을 보고 환호한다.
하지만 사실 그는 전신 방탄복을 입고 있었고 죽지 않았다. 그리고 혁명군 차를 타고 도망을 치는데 그 와중에 또 방송이 나오는데 여기선 바티칸 시국에서 보내진 교황사절 독고민이 붉은 통치자에게 살해당했다고 나온다. 그 뒤로 아베마리아가 흘러나온다.
독고민은 차를 타고 쭉 가서 어떤 방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혁명을 함께하는 동지들[1]과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빨간 넥타이 청년의 노래가 나오고 수령 독고민은 혁명을 잇기 위해 타국으로 망명을 간다고 하며 다시 차에 태우고 떠나간다. 여기서 독고민은 속으로 자신이 정말 수령이 아닐까를 생각하며 마침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게 된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신경외과 박사 김용길은 원장실에서 홀로 생각을 한다. 외국에 간 적 없는 사람이 그곳에 대해 자세한 진술을 한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A가 A이며 A일 수 없다는 등, 시간과 공간의 축에서 벗어나 허(虛)의 진공 속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러고는 잡지를 들어 읽는데, 토끼와 코끼리와 말이 강을 건너며 각각의 부분이 불편한지를 이야기한다. 박사는 이 이야기의 짐승들의 말을 사람의 부분으로 생각하며 다양한 성질이 함께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더욱 생각을 하던 도중 빨간 넥타이를 멘 조수가 와서 시체가 있다고 전한다. 병동 앞 벤치에서 동사자가 발생했다는데, 시체의 몸에서 신분증이 떨어졌고 그 이름은 독고민이라고 한다. 조수는 몽유병을 이야기하고, 박사는 어떤 생각이 나서 시체를 보러 간다. 시체를 보고난 후 빨간 넥타이를 멘 민 선생이 불렀다고 한 후, 사람들의 대화가 나온다.
그리고 어떤 영화 시사회가 나오는데, 여기서 고고학(考古學) 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한 발굴된 화석에 대해 이야기한다. 손에 비수를 들고 키스를 하는 남자의 옆구리를 찌르려고 하는 여자가 같이 나온다던지, 전신이 다른 성질을 띄고 있는 사람의 화석이 발굴된다던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영화가 고고학과 관련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몇몇 이야기를 더 하고 시사회를 마친다.
시사회가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가로등 불빛 밑에서 두 연인이 걸어가는데, 여자는 왼쪽 볼에 까만 점이 있다고 하며, 남자는 빨간 넥타이를 멨다고 한다. 여자는 남자를 민 이라고 부르고, 그 때도 사람들이 사랑했을지에 대한 질문에 민은 부지런히 사랑했을 것이라 답하고 오랫동안 키스를 하는 것으로 끝. '그들의 입맞춤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3. 평가 및 여담
1970년대 문학 작품 중에서 이상의 날개와 더불어 회자되는 70년대 화두작이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그 주제의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다. 꿈과 현실의 경계성이 없어 읽는 이로 하여금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감각을 부여하는데 사실상 근대적 환상문학의 시초로도 인정받을 수 있으며 그 문체와 구성 또한 흠잡을 곳 없는 수작이다.이 소설이 등장하자 여러 지성인들은 이 소설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광장과 더불어 베스트 셀러가 되어 개정 이후 10여년 만에 40쇄 이상의 인쇄기록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만 주제 및 당시 상황과 더불어 교과서에는 수록되지 않아 현재에는 광장과 대조적으로 이상의 「봉별기」, 김동인의 「 광염소나타」, 장용학의 「요한시집」과 같이 최근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문학적 작품이기도 하다. 광장도 그렇지만 중편소설 분량에 불과해 둘이 같이 한 권에 묶어 파는 경우도 많다.
여타 문학성을 가진 소설이 그러하긴 하지만 구운몽은 액자식 구성으로 사건이 구성되어 있는 작품인지라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내용의 이해가 어렵게 느껴지는 편이므로 천천히 여러 번 정독하는 편이 좋은 편이다.
단행본에 수록된 이 작품의 해설은 굉장히 잘 쓴 것으로 유명하다. 무려 문학평론계의 지존이라고 불리는 김현이 쓴 해설이니 이 소설을 다 읽었다면 한 번쯤은 읽어 보자.
[1]
이전에 등장했던 무용수, 시인, 노인 등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