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1 11:28:35

과잉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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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

1. 개요

번역할 때 번역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과하게 번역하는 것을 말한다.

2. 상세

한국어 고유명사를 외국어로 옮길 때 해당 단어를 그대로 표기하는 대신 불필요한 번역을 하는 경우가 잦다. 이 경우에서 일어나는 과잉 번역은 대개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과도한 배려심이나 문화 사대주의적 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 요리를 영어로 표기할 때 이런 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고유명사로 쓰면 될 부분까지도 뜻풀이를 해서 번역하거나 '한국의 OO'라는 식으로 표기하는 경우들이다. 예를들면 파전을 그냥 Pajeon이라고 하면 될 것을 Korean pancake 또는 Korean pizza라고 표기한다든가[1] 떡을 그냥 Ddeok나 Tteok로 표기하면 될 것을 Rice cake이라고 표기하는 것 등이 있다.[2]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잘 못해서' 등등의 이유를 붙이는데, 동남아 음식들조차 똠얌꿍, 팟타이라고 자기들 원어 그대로 고유명사로 통용되는 판에 발음의 편의성 운운하며 바꾸는 게 바로 과잉 번역이다. 거기다가 저런 식으로 기존의 음식에 빗대어 표기를 하게 되면 그 음식의 선입견이나 이미지가 새 음식에 그대로 이입되게 된다. 한식과 한국 문화가 세계화되면, 외국인들은 알아서 그 음식이나 문화를 알아서 찾으며, 알아서 이해하고 번역한다. 우리가 굳이 외국식으로 맞춰서 번역하려 들 필요가 없다는 말. 이는 영어로 표현해줘야 그들의 이해를 살 수 있다는 문화적 사대주의적 발상의 발로나 다름 아니다.

당장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 과잉번역을 하던 2000년대-2010년대 초반과 달리 2020년대 들어 한류와 한국문화가 전세계적으로 일상화되자 " 불닭", " 먹방", " 육회"란 단어가 번역 없이 그대로 Buldak, Mukbang, Yukhoe 라는 단어로 그대로 쓰이는 걸 생각해보자. 이는 외국인들이 알아서 그 표현을 영어 등으로 옮기고, 알아서 이해해서 사용하는 사례다. 이를 과잉번역했다면 "Korean Style Hot Spicy Chicken", "Korean Food Eating Broadcast", "Korean Raw Meat" 등으로 억지로 번역해서 원문의 느낌도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물( Namul)을 "Korean Style Seasoned Edible Grass or Leaves" 내지 "韓国風野菜お浸し" 같은 식으로 번역했다면 나물이 담고 있는 음식의 특성이나 뉘앙스는 사라지고, 일본의 채소 절임인 お浸し랑 오히려 혼동만 주면서 정체성을 위협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물을 굳이 번역하지 않고도, 이 표현은 알아서 일본에서 수용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해했다. 거기에 나아가 일본에선 나물(ナムル)이란 표현이 단순히 채소를 참기름과 깨를 버무리는 음식이란 범주를 넘어, 참기름이나 깨를 이용한 이용한 반찬이나 안주 자체를 나물이라는 외래어를 써서 부른 용례가 생겨 '햄 나물', '달걀 나물' 같은, 한국인이 듣기에는 기괴한 용법도 탄생하였다. 이는 과잉 번역을 억지로 하려 들지 않아도, 알아서 언어와 문화는 전파되고 이해됨을 보여주는 예다.

옆 나라 일본의 사례에서, 현재 서양의 어느 누가 우동을 굳이 "Japanese Style Noodle", 스시를 "Japanese Fish with Rice" 이런 식으로 번역하고 그 표현을 고집하나 생각해보자. 그것이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이나 문화라면, 설명으로 덧붙일 순 있겠지만 굳이 공식 번역어를 이렇게 번역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다른 외국 음식이나 문화를 과잉 번역하게 되면 그 요리 내지 문화의 아류로 인식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Korean Style이란 식으로 과잉번역하면, 결국 원조는 한국이 아닌 타 국가의 것이고 한국식으로 변형만 약간 했단 식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는 문화 정체성이나, 원형의 보존 내지 수호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되려 타국의 문화침공에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3]

그 외에 평화시장을 Pyeonghwa Market이 아닌 Peace Market이라고 표지판에 써놓거나 하는 등 고유명사인 지명을 번역하여 표기하는 사례들이 있다.

tvN이 드라마 도깨비를 영어로 고블린으로 번역한 것도 불필요한 과잉 번역이라는 논란이 있다. 고블린은 도깨비와 연관성도 없고 서양에서 고블린이라는 존재의 의미나 이미지도 사람의 형상을 하면서 초능력을 가진 일종의 귀신인 도깨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고유명사 Dokkaebi로 짓거나 아니면 아예 영어판만의 다른 제목으로 짓는게 나았을 것이다.[4] 한 언론사에서 이런 과잉 번역을 지적했다.


[1] 전혀 다른 수많은 음식들이 Korean pancake으로 번역되어 돌아다닌다. 파전도 코리안 팬케이크, 호떡도 코리안 팬케이크, 부침개도 코리안 팬케이크. [2] 떡을 Rice cake으로 표기하고 밀떡과 쌀떡을 번역하면 아주 가관인데, 밀떡은 Wheat (flour) rice cake이, 쌀떡은 Rice rice cake이 된다. [3] 영어는 아니지만, 극단적 사례를 들자면 중국에서 김치를 자신들 음식(또는 그 아류)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도 김치를 중국에서 '김치'가 아닌 '파오차이'(중국어로 '채소 절임'이라는 뜻)라는 명칭으로 팔아온 것이 한 몫 했다. [4] 한국어 제목과 아예 관련없는 다른 제목으로 짓는 경우는 흔하다. 예를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수출판 제목은 Something in the ra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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