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문서: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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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das Pathos der Distanz(천한 것들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열정. "나는 저들과는 다르다"는 마음가짐으로 탁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가리킨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용어다.
2. 상세
즉 모든 저급한 자, 열등한 자, 범속한 자, 천민적인 자들에 비해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행위를 '좋은 것'으로서, 즉 최상의 것으로 느끼고 평가하는 고귀한 자, 강한 자, 드높은 자, 고매한 자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거리의 파토스에서 가치를 창조하고 그것의 이름을 새길 권리를 비로소 획득하게 되었다. [1]
『도덕의 계보』 2절.
『도덕의 계보』 2절.
귀족사회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위계와 가치 면에서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어떠한 의미에서든 노예제를 필요로 한다. 지배계급이 신분들 사이의 차이를 뼛속까지 느끼면서 예속된 자들과 도구에 해당하는 자들을 항상 감시하고 천시하며 끊임없이 복종과 명령 그리고 억압과 배제를 연마하는 것으로부터 생기는 거리의 파토스가 없었다면, 저 다른 보다 신비한 파토스, 즉 영혼 자체 내에서 거리를 항상 새롭게 확대하려고 하는 열망, 보다 드높고 보다 희귀하며 보다 멀고 보다 넓으며 보다 포괄적인 상태를 형성하려는 열망은 전혀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2]
『선악의 저편』 257절.
거리의 파토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니체가 말하는 '귀족'과 '노예'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니체가 말하는 귀족이란, 귀족적인
기사를 말하는 것으로 맹수같은 성격에 심지어 야만스러운 면모도 보인다. 이들은 대담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자신의 안전과 안락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모험과 도전을 좋아한다. 이를 위해 강한 육체, 젊고 왕성하며 넘쳐흐르기까지 하는 건강, 그러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 즉 전쟁, 모험, 사냥, 춤, 투기와 강하고 자유로우며 쾌활한 행동들을 추구한다.『선악의 저편』 257절.
이들 귀족은 스스로 가치를 규정하는 자라고 여기기 때문에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속하는 것을 존중하며, 충만한 느낌, 넘쳐흐르려고 하는 힘의 느낌, 고도의 긴장에서 오는 행복감, 베풀어주고 싶어 하는 풍요로움의 느낌을 가진다. 그도 불행한 자를 돕지만, 동정에서가 아니라 넘쳐나는 힘에서 비롯된 충동에서 돕는다. 이들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강력한 자를 존중하는바, 이 강력한 자란 자신을 제어할 힘을 가지고 있으며, 말하고 침묵하는 법을 알고 있고, 자기 자신을 엄격하고 혹독하게 다루는 데서 기쁨을 느끼며, 엄격하고 혹독한 모든 것을 존경하는 자다.
반면에 니체가 말하는 노예는 귀족과 반대되는 성격을 지닌 자들을 말한다. 겁 많은 인간, 불안해하는 인간, 소심한 인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인간, 편협하고 의심 많은 인간, 비굴한 인간, 학대를 감수하는 개 같은 인간, 거지 같은 아첨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짓말쟁이를 말한다.[3] 즉, 스스로 가치를 규정하지 못하고, 남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해서 얻는 이익에 그저 만족하는 이런 인간들을 니체는 '노예' 같은 인간으로 부른다.
이런 노예 같은 인간들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노예 같은 인간들에게서 거리를 두고 자신의 가치를 만드는 일에 열정을 쏟으라는 것이, 바로 '거리의 파토스'가 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