動け！！Poupée Land

XX에게
오랜만입니다. 제가 죽은 지 벌써 XX년이 지났네요.
당신은 아직도 절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너무 오랫동안 그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잊진 마세요.
이 편지를 보내는 의미가 없으니까.
우리는 항상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 얘기했었죠.
당신은 여전히 궁금해할 것 같아서 편지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남은 생애의 한 번 밖에 보지 못하는 편지이니,
자세히 눈에 담아주세요.
죽은 사람들은 놀이공원에 도착합니다. 여기가 우리가 말하던 낙원인 것 같습니다. 부족한 것도 없고, 원하던 것들은 가득합니다.
아주 큰 회전목마도 있고, 롤러코스터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고, 높은 성과 탑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것 같은 거리도, 인형들이 만들어진다는 공방도 있습니다.
모두 부르봉 왕조 시기의 프랑스 왕국을 닮아있습니다. 물론 악취는 없어요. 이곳의 직원들은 제가 처음 왔을 때로부터 조금 바뀌었습니다. 일부는 인형이고, 일부는 인간도 인형도 아닌 존재라 합니다. 그들 중 저와 안면이 있고 주요한 직원들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 𝐆𝐡𝐨𝐬𝐭 𝐡𝐨𝐮𝐬𝐞 ]
“네 글자로(레에마이!), 세 글자로(레에밍!), 두 글자로(레마!).”

“ 鬼神じゃない者には無頓着ですけどお会いできて嬉しいです(귀신이 아닌 자에겐 무관심하지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1]

첫번째로 레에마이.
이곳의 관리자입니다.
처음 왔을 때의 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이 드넓은 놀이공원을 관리하기 위해서인지 다소 바빠보입니다.
레에마이는 프페랜드를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궁금했지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레에마이는 무수한 영혼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들 모두에게 정을 주었기에 가슴 아픈 일도 겪었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모두에게 친절합니다.

[ 𝐃𝐨𝐥𝐥'𝐬 𝐇𝐨𝐮𝐬𝐞 ]
“유리코의 인형이 되고 싶으신 분? (저요!)”

“ あ、このチケット特別にあなたには無料です(아, 이 티켓은 특별히 당신에게는 무료에요)。”[2]

두번째로는 유리코.
유리코는 최초로 만들어진 인형입니다.
현재는 인형사로서 인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왔을 당시에는 다른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어느새 공방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유리코가 인형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이 죽은 자의 세상에서 가장 생기있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과거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해 죽은 원한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나
때로 그것이 희석된 듯 밝아보이기도 합니다.
인형공방에 간다면 유리코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 𝐓𝐢𝐜𝐤𝐞𝐭 𝐎𝐟𝐟𝐢𝐜𝐞 ]
“루카 카와이? (루카와이!)”

다음은 루카.
루카는 유리코가 만든 인형입니다.
얼마 전에 채용되었고, 죽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직원들 중 원한이 가장 강합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업무를 해내다니 대단하죠.
루카는 정말 인형같은 인형입니다.
아름답게 세공된 것같은 얼굴과 정적인듯 동적인 행동을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루카에게 빠져있을 수도 있습니다.
루카에게 들은 얘기로,
루카는 생전 발레리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를 시기한 라이벌이 루카가 공연할 공연장에 손을 써두어 부상을 입었고,
끝내 비관하여 생을 마감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온화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루카가 사고를 당할 때 흘러나왔던 바이올린 선율이 들려오는 날이면
프페랜드는 어둠에 잠깁니다.

[ 𝐈'𝐦 𝐧𝐨𝐭 𝐢𝐧 𝐏𝐨𝐮𝐩é𝐞 𝐋𝐚𝐧𝐝 ]
“장내에 계신 여러분 모두 이쪽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쪽을 가리키며)!”

고대하던 마지막 직원입니다. 엘이라는 직원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그에게
의문점이 있긴 합니다. 인력난에 직원들이
영혼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져 채용한 직원이나
혼자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시 함께 일할 필요는 없대도, 너무 자주
실종된 듯 자취를 감춰서요.
적어도 직원으로서의 업무는 하는 것 같지만...
은밀한 임무를 부여받은 걸까요?
엘이 들어오고 언젠가 성벽에 뜻모를
낙서가 생겼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원상복구는 실패해서 페인트로 덮였습니다. 이질적인 부분이 있어 알아봤습니다. 페인트도 없어졌다던데요.
어쨌든 일개 영혼이 개입할 일은 아니라 말하 지는 않았습니다. 엘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어서 이런 에피소드라도 얘기해봤습니다. 바보같은 편지네요. 결국 실없는 이야기 뿐이
라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정말 이 편지
는 당신을 위해 쓴 것입니다. 제가 당신 곁에
존재했던 시간을 되새기고, 제가 떠나버린 현 재를 어렴풋이 기억해주세요.
제대로 읽어주셨다고 믿겠습니다. 이것은 사실 편지가 아니니.
-XX 드림[3]

[ 𝐀𝐭𝐞𝐥𝐢𝐞𝐫 ]
“ あなたも私の人形になる？ ”

---

너도 내 인형이 될래?

[ 𝐑𝐞𝐬𝐭𝐚𝐮𝐫𝐚𝐧𝐭 ]
“ お前、美味しいそうだ。”

---

너, 맛있어 보인다.

“ 今暇だから・・・キミ！あたしと遊ぶよ！”

“ あなた、私の死体がどこにあるのかご存知ですか。”

---

당신, 제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저 영원히 프페랜드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조금은 무서운 구석도 있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환상 속 세계인 그곳으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이 일기를 보게 된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회전목마 앞에서 만납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것은 일기가 아니라 유서이다.」

앨범 'Entrance'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디 아이돌 그룹 動け！！Poupée Land 우고케!! 프페랜드 (이하 우고프페)의 첫 앨범이다.
타이틀곡 'Manège(마네쥬)'를 포함하여 총 2곡과 inst 음원이 수록되어 있다.
무게감 있는 밴드 사운드와 피아노 멜로디를 통해 죽은 이들이 가는 놀이공원, 저승과 이승의 경계라는 우고프페의 독특한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