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02 01:38:39

엔키(메소포타미아 신화)

파일:Dingir.png 메소포타미아 신화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2em; word-break:keep-all"
{{{#!folding [ 펼치기 · 접기 ]
{{{#!wiki style="margin: -6px -1px -11px"
주요 신화 <colbgcolor=#fff,#191919> 길가메시 서사시 · 아트라하시스 · 아라타의 지배자 · 에누마 엘리시
일곱 지배신 4주신 (四主神): 아누(안) · 엔릴(엘릴) · 엔키(에아) · 닌후르쌍
3천신 (三天神): 이슈타르(인안나) · 난나(씬) · 샤마쉬(우투)
그 외 주요신 아다드(이쉬쿠르) · 두무지(탐무즈) · 에레슈키갈(에레시키칼) · 엔킴두 · 게슈틴안나(게쉬틴안나) · 라하르 · 마르두크 · 네르갈 · 닌우르타(니누르타) · 나부 · 아슈르
기타 신 아가사야 · 아눈나키 · 아사룰루두 · 아슈난 · 바알 · 엔빌룰루 · 마미/닌투 · 남타르 · 닌카시 · 닌릴 · 닌순 · 닌아주 · 누쿠 · 사르파니트
반신 및 영웅 길가메시 · 엔키두 · 엔마르카르 · 아다파 · 바알 · 엔빌룰루 · 마미/닌투 · 남타르 · 루갈반다 · 샴하트 · 시두리 · 지우수드라(아트라하시스)
태초의 존재들 티아마트 · 키샤르 · 라흐무 · 아프수 · 안샤르 · 라하무 · 킨구 · 뭄무 · 남무
정령 및 괴수 우투쿠 · 라마수/셰두 · 아사쿠 · 에딤무 · 시리스 · 안주 · 훔바바 · 아사그 · 한비 · 쿠르 · 라마슈투 · 파주주 · 라비수 · 무슈후슈 · 오안네스 }}}}}}}}}
파일:엔키.png
그의 몸을 통과하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1. 개요2. 특징
2.1. 엔키의 슬픔과 세대 순환2.2. 자녀
3. 신화 속 행적들
3.1. 인간 창조3.2. 닌우르타와 거북이3.3. 대홍수3.4. 인안나(이슈타르)의 명계하강3.5. 엔키두 불러내기
4. 기타5. 대중매체

[clearfix]

1. 개요

메소포타미아 신화 담수 해수를 관장하는 물의 신(水神)으로, 바다의 지배자이자 일곱 지배신 중 4주신 중 한 명이다. 지하세계(심연)와 까지도 관할하였다.[1]

2. 특징

수메르어로는 엔키(dEN.KI)[2]라고 부르고 아카드어로는 에아(dE.A)라고도 부른다. 역사적으로는 엔키 → 에아[3] 수메르 여성들의 방언[4]에선 암안키로 서술됐다.

하늘의 신 아누와 바다의 여신 남무 사이에서 사생아[5]로 태어난 서장자로 형제자매는 친남매인 갈대의 부인 닌기쿠가와 이복동생인 엔릴, (윗누이로 추정되는) 출산과 땅의 여신 닌후르쌍이 있다. 태어난 순서로 따지면 아누의 자식 중 첫번째로 장남이지만 상술한대로 사생아이므로 서자로 취급되어 서열은 적자인 엔릴에게 밀린다. 사실상 엔릴이 주신 역할을 하기도 하고. 다만 바다의 지배자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손윗형제기에 그 엔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강력한 신이었다.

안, 엔릴과 함께 우주 창조에 관여한 3대신 중 한 명이었고 각 하늘과 땅, 바다를 다스렸다. 세상의 모든 물의 주인으로써 담수를 통해 세상의 생명체를 창조한 창조의 신이며 동시에 생명체에 생명을 부여한 생명의 신이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 그 자체였던 엔키는 누구보다 가장 깊은 지혜를 가진 지혜의 신이었으며 그 깊은 지혜를 통해 여러 지식을 세상의 전파하여 세상을 풍요롭게 하였고 앞날을 예측하고 정해진 운명에 맞서 그 운명을 바꾸는 신이었다고 한다.[6]또한 깊은 지혜를 통한 누구보다 많은 지식을 지닌만큼 문명과 예술의 신이기도 하였고 마법과 퇴마의 신이기도한 다재다능한 신이었다.

지혜의 신으로써 신들이 정한 권능을 모아둔 를 관리하기도 했는데, 후에 우루크의 번영을 위해 미인계를 쓴 인안나에게 빼앗기고 만다. 재밌는 점은 술김에 그 중요한 권능들을 죄다 공짜로 넘겨준 것. 당연히 술이 깬 뒤 메가 몽땅 털린 걸 알고 되찾으려 하지만 이미 늦은 일. 학자들은 엔키의 도시 에리두에서 우루크로 도시 권력이 넘어가던 시대를 반영한 신화로 보고 있다.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이후 지하세계를 탐내다 '메'를 누이 에레쉬키갈에게 전부 빼앗겨 산송장 신세가 된 인안나가 시종을 보내 다른 신들에게 도움을 구하자 엔키만이 유일하게 그녀를 도왔다.[7]

한편 누구보다 깊은 지혜와 많은 지식을 가진 그는 인류의 수호신이자 신들 입장에선 헬퍼이기도 하여 그 지식과 지혜로 곤경에 처한 신들과 인간들을 도왔다. 주신 엔릴이 인간이 난잡하고 시끄럽다며 지상을 때려부수는 일을 주도하거나 방관한데 비해 엔키는 그런 인간들을 몰래 도와주거나 괴물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인간과 곤경에 처한 다른 신들을 옹호하는 면이 강하다.[8] 하여튼 이래저래 수메르 신화의 감초이자 진 주인공(?)격. 지혜의 신답게 기발한 방법으로 곤경에 처한 주인공들을 도와준다. 왠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비슷한 포지션이다

2.1. 엔키의 슬픔과 세대 순환

엔키는 장남이었으나 서자였기에 엔릴에게 서열에서 밀렸고 결국 엔릴이 땅을 맡게되고 엔키는 바다를 맡게된다. 허나 인간을 만들어 신들을 노동에 고통에서 해방하고 지상을 처음으로 개척하여 최초의 도시 에리두를 세우고 천상에 딜문이라는 낙원을 만들어 신들의 거처를 마련한 엔키는 모든 신들의 존경을 받았다. 이러한 관계로 인하여 엔키와 엔릴은 찝찝한 관계를 유지하며 두 세력은 늘 대립하는 관계였다.[9]

이를 위해 신들의 정원 딜문에서 후계자로 만들 아들을 보기 위해 누나이자 적녀였던 닌후르쌍과 동침했지만 딸만 여럿 보게 된다. 이때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새싹의 여신 님무[10]이다. 그런데 엔키는 이 님무와의 사이에서 산과 들의 여신 닌쿠라를 얻었고 또 닌쿠라와에 사이에서 직조의 여신 웃투를 보았고(즉 딸이자 손녀), 다시 이 웃투를 범하려고 했으나 이러한 엔키에 행동에 화가 난 닌후르쌍은 웃투에게 엔키를 조심하라고 일렀으나 웃투는 엔키에게 속아 엔키와 관계를 가지고 닌우르쌍은 엔키의 정액을 웃투에게서 빼내 들판에 던지고 엔키를 보지 않겠다 선언한다. 이때 엔키가 처음보는 8개의 식물을 보고 자신도 모르는 식물의 호기심을 느껴 그 자리에서 먹었다가 엄청난 고통에 쓰러지고 만다.[11] 엔키가 병에 들자 세상에 물이 말라버리고 엄청난 혼란이 찾아왔고 이에 근심하던 안과 엔릴 앞에 한 여우가 엔릴을 찾아와 자신이 닌우르쌍을 데려오겠다 말하자 엔릴을 여우에게 큰 상을 약속한다. 닌우르쌍은 여우에게 설득되어 엔키를 눕히고 8개의 고통을 뽑아내 그를 낫게 해주었고 그 고통에서 8명의 신이 태어났다.

닌후르사그에게 '왕자의 대부인'이라는 말을 하는데 왕자는 엔키 자신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즉, 닌후르사그는 내 부인이라는 공언이라 볼 수 있다.

'주의 신화'에서 엔릴의 후계자 닌우르타에게 주를 상대하라고 꼬드기면서 고기방패로 만들려고 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엔키가 엔릴의 권력을 찬탈할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닌우르타를 천거한 것은 엔키이며 닌우르타에게 '운명의 서판'을 훔친 괴조 '엔주'를 물리칠 방법과 무기를 준 것도 엔키이다. 그리고 괴조 '엔주'의 정체는 닌우르타의 형 '수엔'으로 추정되는데(= 수메르어 표기는 초기와 중후기 간에 표기 순서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사악한 '주'는 수엔이라고 불리던 난나르(난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생각해보면 엔키는 엔릴이 자신의 아들 중 형인 수엔(난나)을 제치고 동생 닌우르타에게 왕위를 주려하여 이에 반발한 수엔이 '운명의 서판'을 훔쳐 달아나게 되자, 닌우르타로 하여금 이를 되찾아오게 하여 왕권 계승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해석에서는 엔릴의 정식아내인 닌릴의 아들인 난나르(= 난나)가 후계자가 아니라 여자형제인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낳은 닌우르타가 후계자인 이유는 후계자 분쟁에서 보다 순혈인 자가 후계자라는 것이라고 나온다.

에누마 엘리시에서는 태초부터 존재한 창조신인 담수의 신 아프수가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신과 지상에 모든것을 멸망시키려 하자 그를 죽인 후 담수와 해수를 분리하고 압주의 지배권을 빼앗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다시 신들에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며 세상이 더 시끄러워지자 또다른 창조신이자 신들의 어머니이며 아프수의 아내, 고대 바다의 여신인 티아마트가 남편의 복수와 시끄러운 세상을 조용히 하겠다는 명분으로 운명의 서판을 훔친 후 아들 킨구에게 맡기고 8마리의 괴물을 낳아 스스로 악용이 되어 신들을 멸망시키려 한다. 그때 모든 신들이 두려움에 떨던중 엔키(에아)의 아들 마르두크가 나서고 엔키는 마르두크에게 티아마트를 이길 조언을 해주고 그를 보내준다. 마르두크는 결국 티아마트를 죽이고 괴물들을 포박하여 세상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신들에 인정을 받아 새로운 주신으로써 엔릴의 뒤를 이어 3대 신왕으로 즉위하였다. 자신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며 엔키는 마침내 왕위 계승권을 얻게 된다.

2.2. 자녀

신화 속 최고의 바람둥이 답게 여러 여신과의 사이에서 많은 자식을 보았다.

1. 닌키[12]와의 자녀들
  • 마르두크(바빌로니아의 주신): 엔키의 적장자이자 훗날 새로운 신들의 왕이 되는 신
  • 아사루히(마법과 지식의 신)

2. 닌후르쌍(출산의 여신)과의 자녀들:
  • 님무(새싹과 식물의 여신) - 닌쿠라(산의 여신)[13] - 웃투(직조의 여신)[14]
  • 아부 (초목과 들판의 신): 머리의 고통에서 태어난 신
  • 닌기리다(지하세계의 여신): 코의 고통에서 태어난 여신
  • 닌시킬라(양털의 여신): 머리카락의 고통에서 태어난 여신
  • 닌카시(맥주의 여신): 입의 고통에서 태어난 여신
  • 난셰(정의와 예언의 여신): 목의 고통에서 태어난 여신
  • 닌아지무아(치유의 여신): 팔의 고통에서 태어난 여신
  • 엠샤그(딜문과 다산의 신): 옆구리의 고통에서 태어난 신
  • 닌티(초승달과 생명의 여신): 갈비뼈의 고통에서 태어난 여신

3. 두쿠르(양의 여신)과의 아이
4. 닌기쿠가(갈대의 부인)과의 아이
  • 닌갈 (갈대의 여신): 난나의 부인이며 에레쉬키갈, 우투, 인안나의 어머니

3. 신화 속 행적들

3.1. 인간 창조

수메르의 신들 중 가장 먼저 땅(ki)의 지배자(en)가 된 신으로 땅에 최초의 도시, '멀리 여행하여 세운 거처'로 에리두를 세웠다.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개척하고 신들이 거주할 곳을 세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혜의 신 엔키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엔릴은 성스러운 도시 니푸르에 모인 신들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엔키의 에리두 건설'을 축하하며 그를 '아버지'라고 칭송했다. 다음은 <엔키의 니푸르 여행>으로 명명된 점토서판의 117~129행에 적힌 엔릴의 대사다.
엔릴은 아눈나키 신들에게 연설했다. "여기 참석하신 위대한 신들 여러분! 회합 장소에 나온 아눈나키 신들! 엔키 왕이 신전을 세웠습니다. 그가 산처럼(파손) 땅으로부터 에리두를 들어올렸습니다. 그는 즐거움을 주는 곳에, 에리두에, 순결한 땅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곳에 세웠습니다(파손). 이 모든 것을 이룬 아버지 엔키를 찬미합시다!"
또한 엔키는 이 일로 개척자인 동시에 창조자, 즉 누딤무드(NU.DIM.MUD/nudim₂-mud)[15]로 불리우게 되며, (지구) 개척이 본격화될 즈음 아래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간을 만들었다.
"작은 신들은 땅을 개척하는 노동에 지쳐 있었다. 큰 신들은 팔짱이나 끼고 지시하는 역할을 했을 뿐 노동의 고통은 작은 신들의 몫이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작은 신들은 흙 운반용 삼태기를 내던지고, 꼭두새벽부터 연장을 부수고는 신들의 통치자며, 안의 후계자인 엔릴의 집으로 쳐들어 갔다. 신들의 비상대책회의가 열렸고, 큰 신들은 작은 신들의 노동을 대신할 원시 노동자로 인간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 작전은 신들 중 가장 지혜로운 엔키의 주도하에 결행되었고, 산파의 여신 닌후르쌍( 아루루)이 투입되었다. 파업에 이어 폭동을 주동한 신의 피가 제공되어 흙[16]과 섞여졌으며, 엔키의 손에 의해 정화되었다. 정화된 신의 유전자는 '출산의 여신들' 자궁 속으로 안착되었다. '운명을 정하는 집'인 비트 쉼티(Bit Shimti)에서, '숨(SHI)을 불어넣어(IM) 생명(TI)을 만들어내는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담(A.DAM)은 '검붉은 흙으로 만든 존재'다. '검붉은 흙'인 아다마(adama)로 창조된 인간은 신들의 영혼을, 그들의 유전자를 간직한 위대한 생명체인 셈이다."[17] - 김산해(2005),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humanist

그러니까 신화에 따르면 사람의 조상은 대리모였다.[18]

직접 만들어낸 건 아니지만 인류 탄생 기념파티에서 산파의 여신의 도발에 넘어가 장애인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산파의 여신이 만들어낸 장애인들에겐 알맞은 운명을 정해 불행한 삶을 피하게끔 했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미숙아의 경우엔 상대인 산파의 여신이 이렇다할 운명을 정해주지 못해서(...). 당시 의술로는 조산아를 살릴 방법이 없었던 모양. 근데 신이잖아

또한 지상이 개척되고 인간들이 번창함에 따라서 지상에 신들이 살곳이 적어지자 엔키는 하늘에 자리잡고 신들의 땅이자 영원한 낙원, 딜문을 만들고 그곳에 신들에 거처를 만들었다고 한다.

3.2. 닌우르타와 거북이

안주를 물리치고 영웅으로 칭송받은 닌우르타는 엔릴의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지만 자만심에 빠진 그는 자신을 사지로 내몬 엔키에게 복수하고자 엔키를 몰래 불러냈다. 이미 간파한 엔키는 몰래 거대한 거북이를 땅속에 숨긴 후 닌우르타를 방심하게 한 사이 거북이가 닌우르타에 뒷발을 물고 그를 땅속으로 끌고간다. 닌우르타는 탈출하려 하였으나 거북이가 아래서 끌고 엔키가 출구를 막아서 그대로 갇혀버리고 엔키는 닌우르타의 오만을 지적한다. 닌우르타는 자신의 오만을 반성하고 용서를 빌었고 엔키는 그를 꺼내준다.

3.3. 대홍수

인간들의 난잡한 울부짖음에 짜증이 난 엔릴은 대홍수로 이들을 쓸어버리려 했으며, 신들의 회의에서 대홍수가 일어날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인간에게 발설하지 말 것을 맹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창조자이며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한 엔키는 이 계획에 반대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맹세하게 된다. 이에 해결책을 찾던중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만 안 하면 되는거지?' 라며 맹세의 약점을 간파한 엔키는 자신이 아끼는 인간 사제이자 도시의 왕인 인간 우트나피쉬팀/아트라하시스를 자신의 거처 밖 갈대벽으로 불러들이거나 그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는 우트나피쉬팀이 엿들을 수 있는 어조로 대홍수가 난다는 사실과 방주의 치수를 혼잣말하듯 말했고, 눈 가리고 아웅 이를 엿들은 우트나피쉬팀은 거대한 방주를 만들어 대홍수 속에서 살아남게 된다. 그 후 하늘에 번제를 드리자 제물을 먹기위해 달려든 굶주린 신들 사이로 엔릴이 나타나 대노한다. 그리고는 이런 전적이 있는 엔키를 추궁했고, '내 혼잣말을 저놈이 엿들은 거임'하고 발뺌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트라하시스 참조.

3.4. 인안나(이슈타르)의 명계하강

사랑의 여신 인안나가 저승에 갔다가 에레슈키갈에게 죽어버리자, 땅위의 모든 것들이 불임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인안나는 저승으로 가기 전에 자신의 심복에게 3일 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엔릴, 난나, 엔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인안나가 알려준대로 심복이 신들을 찾아가지만, 둘은 거절하고 오직 엔키만이 인안나를 도울 방법을 생각한다.

저승에 갈 때는 문을 하나 지날 때마다 자신이 지닌 것을 놓고 가야하는데, 이 법 때문에 인안나도 마지막엔 벌거벗은 상태로 에레슈키갈에게 덤볐다가 죽었다. 이 법도를 피하기 위해, 엔키는 손톱에서[19] 인간 비슷한 생명체를 만들고, 이들에게 저승에 가서 인안나의 시체를 찾아오도록 한다. 찾아온 시체에 엔키의 생명수를 뿌리니 인안나는 부활하였다. 이슈타르 문서 참조.

3.5. 엔키두 불러내기

길가메시의 절친 엔키두가 저승에 갔다가 못돌아오는 일이 발생한다. 인안나가 길가메시에게 준 선물을, 길가메시가 저승으로 가는 구덩이에 실수로 떨어뜨렸고, 엔키두가 이걸 집어 오려다가 저승에 잡혀버린 것. 길가메시는 신들에게 엔키두를 돌려달라며 제사를 올렸다. 여기서도 엔릴은 한번 죽은 사람은 살려낼 수 없다고 거절하지만, 엔키는 지혜의 신답게 좀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 살려내는 건 안되지만 저승에 빛을 비추면 엔키두의 그림자가 이승에 나타난다는 것. 이 방법으로 길가메시는 엔키두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이슈타르 참조.

4. 기타

  • 에누마 엘리시에선 마르두크의 아버지로도 등장하지만 에누마 엘리쉬에서만의 이야기.
  • 그를 뜻하는 수는 40이며 그의 아내인 닌키는 35를 부여받았다.
  • 같은 신화 속 엔키두와는 관련 없다.

5. 대중매체

5.1. 칼람의 신들 : 당신을 위한 수메르 신화

파일:엔키(웹툰).png

마르두크와 같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명랑한 성격에 갓 태어난 신 마르두크에게도 스스럼 없이 말을 거는 등 붙임성이 좋다.[20] 외모가 식물과 비슷하다보니 작중 불리는 별명은 풀떼기.[21] 마르두크에게는 말하는 잡초[22], 엔키 영감이라고 불린다.[23] 엔릴에게는 엔키 형이라고 불린다. 물의 신답게 좋아하는 건 닌카시표 맥주. 취하면 얼굴이 붉게 물들고, 만취하면 전신이 분홍색으로 변한다.[24]

인간창조 에피소드에서는 닌후르쌍과 서로 자신이 인간의 창조주라고 싸우다가, 닌후르쌍이 술에 취해 장애인을 창조한 일을 거론해 그녀를 울린다.[25] 닌후르쌍도 네가 만든 아이(조산아)는 잊었냐고 따지고, 엔키는 오늘 네가 시키는 건 다 하겠다고 했다가 엎드려 뻗쳐를 당한다.

딜문 에피소드에서는 닌후르쌍과 같이 딜문을 개척하는데, 이때만 해도 둘의 사이는 좋았다. 그러나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닌니시그뿐만 아니라 손녀 닌쿠라, 증손녀 닌임마와도 근친을 해서 닌후르쌍을 경악시킨다.[26] 닌후르쌍은 닌임마의 딸 웃투라도 지키기 위해 엔키를 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엔키는 기어이 정원사로 변장해 웃투와 근친했다. 닌후르쌍은 웃투에게서 엔키의 물을 빼내 땅에 버리는데, 엔키는 그 물에서 자란 식물을 맛있게 먹었다. 닌후르쌍은 이젠 네 자식을 잡아먹냐면서 분노해 그를 손절하고, 엔키는 닌후르쌍의 저주로 몸에 커다란 혹들이 생겨서 몸져눕는다.[27] 결국 여우가 통사정해서 닌후르쌍은 엔키의 병을 고치고 8명의 신들을 낳았다.

대홍수 에피소드에서는 인간들의 소음에 참다 못한 엔릴이 인간들을 쓸어버리려 결심하고, 다른 신들도 동의하자 엔릴에게 분노한다. 그리고 지우수드라를 불러서 혼잣말로 홍수가 일어난다고 예언하고, 지우수드라는 엔키의 예언에 따라 큰 배를 만들어 화를 피한다.

인안나가 저승을 정복하려다가 에레시키갈에게 살해당하자, 그녀의 시종 닌슈부르의 도움 요청에 기꺼이 응한다. 닌슈부르의 요청을 거절한 엔릴과 난나를 야박하다고 평하면서도 인안나를 부활시킨다.

원전처럼 엔릴과는 사이가 나쁘지만[28], 동시에 엔릴을 이름으로 부르는 몇 안되는 신이다. 닌후르쌍과는 자주 투닥거리면서도 같이 붙어다닐 때가 많다. 닌후르쌍이 마르두크에게 인싸가 되고 싶으면 우투와 인안나를 만나라고 했는데, 마르두크가 인안나에게 역관광을 당해 40일간 기절하자 엔키는 너 때문에 마르두크가 다쳤으니 책임지라 화낸다. 닌후르쌍은 마르두크가 거만한 탓이지 왜 내 탓이냐고 받아쳤다.

5.2.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파일:홍끼 엔키.jpg
파일:홍끼엔키2.jpg
지혜와 담수의 신. 남무와 안의 아들이자 엔릴, 닌후르쌍의 이복 남매. 작화상 키는 엔릴보다 약간 작다.

남무가 안의 아내가 되지 못해서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서자 취급을 받는다. 뛰어난 지혜로 아버지를 도왔지만 땅의 지배권을 엔릴이 가져가자 이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바다의 지배자가 된 후에는 본의 아니게 잉여신으로 전락했다. 자고 있다가 어머니가 뿌린 물에 맞는 건 덤.

엔릴의 과도한 수로 대공사로 인해 작은 신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작은 신들의 노동을 줄이고 수로 공사로 신들의 터전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동자를 창조하자고 제안한다. 닌후르쌍과 같이 동물들을 창조했는데[29] 동물들은 결함이 있었다.[30] 고민하다가 안과 엔릴이 반란 주동자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자 반란 주동자인 웨일라만 처형하되, 웨일라의 피와 살로 신들과 같은 지혜를 가진 노동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닌후르쌍과 같이 인간을 만든 뒤, 생명을 주고 최초의 인간에게 '아다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인간을 만들어서 작은 신들의 노동을 덜어준 공로로, 닌후르쌍과 같이 작은 신들에게 찬양을 받는다. 술에 취해서 닌후르쌍과 내기를 하는데, 닌후르쌍이 만든 장애인들에게 각각 운명을 부여해주고[31] 조산아를 창조한 뒤 닌후르쌍에게 운명을 부여해달라고 하지만, 닌후르쌍은 숨 쉬는 것도 힘겨워하는 조산아에게 운명을 부여하지 못했다. 닌후르쌍이 조산아를 품어주지 못해 죽을 때까지 안아주는 것 밖에 못 하자, 처음에는 운명을 부여하는 일이야 쉽댔으면서 아무것도 못했잖냐, 나 없이도 인간 창조할 수 있다는 말은 취소하지 그러냐며 승리를 즐겼지만, 닌후르쌍이 자존심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 내가 실수로 만든 자들에게 고통을 주었을까 두렵고, 내가 살리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해서 우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하자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사과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 느끼는 것과 별개로 장애가 있어도 희망적인 운명을 부여해 준 것에 인간들이 진정한 창조주라 믿고 따르고, 인간이 늘어난 후에는 딜문에 작은 신들을 위한 새 낙원을 만들고, 제물 역시 풍족해져 작은 신들까지 엔키를 칭송한다. 더 나아가 엔릴이 지목한 후계자인 난나 말고 엔키가 다음 지배자가 되기를 바라는 소리로 시끄럽자 격분한 엔릴이 닌후르쌍과 관계해 새로운 후계자 닌우르타를 만들게 된다.

농사와 쟁기, 전쟁의 신 닌우르타가 점점 인기를 얻고 후계자 지명 때 환영 받자, '일부러 후계자 지명하는 게 초조한 속마음을 뻔히 보여준다. 그래봤자 아직 아무 능력도 보인 적 없는 풋내기 신일 터.'라고 비웃으나, 지상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바위괴물, 나무괴물이 몰려와 인간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달된다. 이후, 엔릴이 출정시킨 닌우르타가 괴물들의 우두머리인 아자그에게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령[32]이 전달하자 지혜를 빌려주고자 다급히 뛰어왔지만, 도착해보니 엔릴의 명령(작전)을 들은 닌우르타가 아자그를 박살내고 나머지 괴물을 정리하고 있자, 다들 기뻐하는 가운데 후계자 자리를 빼앗긴 난나와 함께 표정을 굳히고 자리를 뜬다. 엔릴에게 비웃음을 듣는 건 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자신이 만든 딜문에서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닌후르쌍을 찾아온다. 본인도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기 위해 그녀를 유혹하지만, 이미 닌후르쌍은 엔키의 목적을 다 알고 있었다. 닌후르쌍과의 사이에서 세 딸들인 닌무, 닌쿠라, 웃투를 얻지만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한다. 게다가 딸들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으려 하고, 닌무와 닌쿠라에게 거부당한 뒤 정원사로 변장해 웃투를 유혹하지만 변신이 들통나고 닌후르쌍까지 오자 빛의 속도로 도망친다. 닌후르쌍은 엔키가 도주하면서 남긴 물을 뿌린 뒤 네가 죽는 날까지 생명을 주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겠다며 저주한다. 한편, 닌후르쌍이 엔키의 물을 버린 자리에 여덟가지 식물이 싹트자 엔키는 그걸 또 먹었다가 쓰러졌다.

엔키가 앓아눕자 땅이 메말라서 농작물이 죽어가는 등 피해가 커지자 엔릴마저 엔키의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33] 결국 여우가 닌후르쌍에게 사정해서 닌후르쌍은 엔키를 치료해준다. 그 과정에서 닌후르쌍이 엔키의 몸에서 빼낸 8가지 고통은 8명의 신으로 탄생했고, 엔키는 닌후르쌍과 화해한 뒤 여덟 신들을 축복한 다음 자식들 중 하나인 닌시칼라에게 딜문을 다스리게 했다.

인안나 에피소드에서는 갈대부인 닌기쿠가와 눈이 맞아 닌갈을 얻는다.[34] 시간 상으로는 닌갈이 닌무, 닌쿠라, 웃투, 8명의 신들보다 먼저 태어났다.[35] 두무지와 게쉬틴안나가 닌갈보다 먼저 태어났는지는 불명.

엔릴이 닌우르타처럼 또다른 폭풍신 이쉬쿠르를 탄생시키자 뭇 신들이 후계 구도를 두고 혼란스러워 하며 왈가왈부하는데, 이에 엔릴은 자신의 것이었던 운명을 정하는 명령의 힘을 담은 '운명의 서판'을 만들어 자신의 후계자에게 이것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해서 후계자 경쟁의 때가 왔음을 알리며 엔키와 엔릴이 경쟁하던 시대가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이에 엔키는 그 누구보다도 지혜롭지만, 운명을 명령으로 정할 수 있는 엔릴과의 권력 다툼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건 번번히 실패만 하다가 끝난 것에 한탄하는데, 그 한탄에 응답하듯 지진을 일으키며 안주가 태어난다. 엔키는 그에게서 신성함과 경외로움을 느끼고 대화하는데, 태어난 이유와 자신의 힘을 어디 써야할 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자, 그건 자신의 운명을 모르기 때문이며 자신은 당신의 운명을 모르나 엔릴은 그 운명을 정해줄 수 있음을 알리며 안주를 안내한다.

이후, 안주와 엔릴이 만나는데, 신들과 맞먹을 만한 거대한 힘이 있다는 것, 자신의 정적인 엔키가 데려왔다는 것을 경계한 엔릴은 안주에게 목숨을 걸고 운명의 서판을 지키는 운명을 내리고, 안주가 신들과 땅 위 생명체의 운명을 지키는 것은 최강자에게 걸맞은 명예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자, 운명은 가지는 게 아니라 매이는 것이라며 운명의 서판과 안주를 사슬로 묶어버리고[36] 신전 지하에 가둬버린다.

엔키가 그런 안주를 찾아가는데, 안주는 이렇게 괴로워 할 것을 알고 내게 운명을 부여받으라 했냐고 분노하나, 운명의 서판을 다루는 자는 타인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 모두 정할 수 있다, 운명의 서판에 묶여 아무것도 못한다면 그 주인이 되라는 조언한다. 그 말을 들은 안주는 어느 날 운명의 서판을 훔쳐 달아난다.

자다 깬 엔릴이 누스카와 함께 가서 그가 도망쳤음을 확인, 신들을 소집하고 안주를 데려온 엔키에게 신들 전체를 위기로 몬 책임을 추궁하나, 자신은 운명을 몰라 방황하기에 데려왔을 뿐이고 안주에게 신들의 운명을 떠넘긴 것은 엔릴이잖냐는 반론에 할 말을 잃는다. 그렇게 정적인 엔키가 본인의 잘못은 깨끗이 논파하고 지혜를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자, 이대로 엔키가 사건을 해결하게 됐다간 운명의 서판의 주인은 엔키라는 인식이 박힐 것이라 걱정해 자신의 아들들에게 안주와 맞서 싸워서 운명의 서판을 탈환하라 명한다. 엔키는 공을 세울 기회를 빼앗겼음에도 아무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엔릴의 아들들이 하나씩 거부하는 모습을 보다가, 엔릴이 명예로운 일을 뭐 그리 두려워 하냐고 핀잔하자마자, 안주는 안 그래도 강한데 운명의 서판까지 있으니 위험한 일 맞다면서 엔릴의 후계자인 닌우르타를 콕 집어서 맡긴다.

이에 닌우르타의 어머니인 닌후르쌍이 왜 내 아들더러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키냐, 안주를 데려온 네가 하라고 항의하나, 닌우르타의 아버지인 엔릴이 운명의 서판 탈환은 후계자의 일이라 했고 하늘을 나는 안주와 맞서려면 강한 폭풍을 다루는 힘도 필요하니 닌우르타가 적임자라 반박해 묵살한다. 이후 엔릴의 작전[37]을 듣고 출정에 나선 닌우르타가 안주를 찾아내는데, 운명의 서판의 힘을 써서 어느 인간의 운명을 거둬 흙덩이로 되돌려 놓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닌우르타와 안주가 맞붙는데, 안주는 운명을 거두는 능력[38]과 날개폭풍으로 엔릴의 작전을 박살내버려[39], 닌우르타는 (운명을 돌려도 재가공하기 편한) 바람으로 활을 만들고 백샷 또는 엄폐 상태에서만 쏘는 임기응변으로 간신히 버틴다.

그러는 사이에, 닌후르쌍이 그를 찾아와 무슨 꿍꿍이냐고 괴물을 여기 들인 것도, 그가 운명의 서판을 훔친 것도, 유망한 후계자인 내 아들이 괴물과 싸워야 하는 것도 다 너의 음흉한 속셈 아니냐고 따지고는, 내 아들이 안주에게 죽길 바라냐고 멱살까지 잡는데, 엔키는 피식 웃고는 나는 정말로 닌우르타가 안주를 이길 수 있게 성심성의껏 도울 것이라고 기꺼이 약조한다. 그 말에 닌후르쌍이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던 차에 엔키의 예측대로 엔키의 무기인 샤루르가 조언을 구하러 오자, 샤루르로부터 안주의 능력과 상황을 듣고는 간단히 해결책을 내놓아, 같이 듣던 다른 신들이 감탄한다.

20화에서 그 작전이 무엇인지 드러나는데,
1. 안주와 폭풍우를 맞부딪치는 소모전을 이어나간다.
2. 안주가 소모전을 벌이며 떨어뜨린 깃털을 모은다.
3. 도망치면서 모은 깃털에 화살촉을 붙여서 다트로 만들어 뿌려둔다.
4. 안주가 땅에서 쉬지 못하게 강으로 몰아붙이며 1~3단계를 반복한다.
5. 지나치게 소모한 안주가 운명을 회수하는 힘으로 제 깃털을 회수하면, 다트가 된 깃털들이 '일제히' '안주에게 반드시 맞게 날아가' 안주를 격추한다.

닌우르타는 이 작전을 성공시켜 안주를 죽이고, 운명을 완성한 안주로부터 풀려 흘러가는 서판을 쫓아 헤엄친다. 그러나 안간힘을 다해서 서판을 따라잡은 후에야, 정확히는 지하수 저 깊은 곳 [압주]에 다다르고 나서야, 엔키가 일부러 일러주지 않은 작전의 마지막 단계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 바로 강에 떨어진 서판은 강을 포함한 모든 민물을 다스리는 엔키의 손에 자연스레 흘러간다는 것.

엔키가 단신으로 괴물을 상대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하자, 닌우르타는 엔키의 지혜 덕이라 감사하며 운명의 서판을 슬쩍 받아가려 하는데, 엔키는 슬쩍 손을 뒤로 빼 운명의 서판을 넘기지 않으며
그래, 모두 나의 덕이지. 내 지혜가 없었다면 어떻게 안주를 무찌를 수 있었겠는가.
언제나 진정으로 신들을 구한 건 나의 힘이었다네.
운명의 서판은 신들의 운명을 흔들 자격을 가진 자만이 손에 쥘 수 있다 하는데
정말 자네가 땅 위를 다스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미숙한 후계자가 쥐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 생각하네만.
내게 맡기겠나?
라며 도발한다. 이에 자신이 당신보다 더 적법한 후계자라고 발끈한 닌우르타가 거칠게 빼앗는데 엔키는 순순히 잡게 냅두고는, 계획대로 운명의 서판에 정신이 잠식당해 땅 위의 지배자가 되는 것에 집착하며 그것을 막는 이는 대기의 신이라도 죽이겠다 외치는 닌우르타의 꼴을 보고 웃는다.

안주를 부추겨 운명을 희망하게 한 것, 엔릴을 자극해 안주가 운명에 묶이게 한 것, 안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치는 것, 왕권의 상징이기에 엔릴의 후계자들이 나서는 흐름이 된 것 모두 그의 계획대로 실행되었고, 닌우르타를 돕는 것으로 안주를 데려온 것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어진 엔키는 안주가 자신의 지혜를 등에 업은 후계자가 당하는 것도, 후계자가 안주를 무찌르고 운명의 서판에 잠식당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 편하게 즐길 셈이었던 것. 곧 폭주한 닌우르타가 자신부터 제거하려고 달려드나, 엔키는 이것도 영광이라 비웃고 즐기며 떨쳐내더니 거대한 거북이를 창조해 땅굴 속으로 끌어내리고는 후계자와 그 아비가 전쟁하는 꼴을 상상하고 웃으며, 그런 전개를 만들고자 닌우르타가 다시 올라오기 전에 신들에게 알리러 간다.

하지만 그런 엔키의 속내를 파악한 닌후르쌍이 압주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나타나 싸대기를 날리더니
너는 물로서 생명의 기원이 되었고 태어난 생명에게 지혜로서 삶을 선물했구나.
네가 원한 것은 정말로 땅 위를 지배한다는 알량한 명목 뿐이었느냐?
생명을 일으킬 것이냐? 아니면 그저 눌러 지배하겠느냐?
내가 너의 목숨을 구했으니, 이제 너 또한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거라.
라고 호소하자, 마음을 고쳐먹고 닌후르쌍과 함께 땅굴로 내려가 운명의 서판을 빼앗는 것으로 닌우르타를 구해준다.

이후 제정신을 차린 닌우르타로부터, 자신이 이렇게 서판에 잠식 당하지 않게 운명의 서판을 들고 가시겠다고 하셨던 것인데 몰라 듣고 무례를 저질러 미안하다는 사과를 듣는데, 앞서 말했듯 진짜 흉계에 빠뜨리려고 했다가 닌후르쌍 때문에 마음을 바꿨을 뿐인지라 아무 말 없이 떫은 표정을 짓는다. 나중에 벌어진 축하연에서도 엔릴과 나란히 서서 함께 떫은 표정을 짓는 것은 덤.

22화에서 점차 수를 불린 인간들이 서로의 것을 훔치고, 싸우고 죽이며 함성과 비명을 울려 퍼뜨리는데, 이것이 누명 탓에 저승으로 쫓겨난 과거, 작은 신들의 반란, 엔키 등 정적들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한 PTSD를 겪던 엔릴을 자극하고 만다. 결국 엔릴이 숙청으로 인류의 수를 조절하고 노동자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다른 신들과 함께 경악하나 차마 반론하지 못한다.[40]

그렇게 역병의 신 남타르가 명령대로 역병을 퍼뜨려 인류를 숙청하기 시작하는데, 고통 받아 죽어가는 이들을 가여워 하는 자신의 사제 아트라하시스가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들을 구해달라고 기도하자, 다른 신들에게 하던 기를 중단하고 남타르에게만 제사를 올리라고 꿈에서 일러줘 사람들을 구하고, 엔릴이 이쉬쿠르에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불어난 인류를 가뭄으로 숙청하라 명하자, 또 기도하다 잠든 아트라하시스의 꿈에 나타나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보낸 물고기 떼로 배를 채우고 같은 방법을 이쉬쿠르에게 쓰라고 일러줘 구해준다. 이에 엔릴은 인류를 아예 말살하라고 명령한다.

엔릴은 신들의 회의에서 대홍수를 일으킬 것을 알린 후 반대하는 신들에게 인류가 노동자로써 역활을 하지않고 서로 죽고죽이며 죄악을 행사한다며 인간을 돕는 것을 반역으로 간주할 것을 선포한다. 생각 이상에 인간의 참혹함에 모든 신들이 찬성하고 침묵하던 엔키는 결국 이 일에 찬성하나 자신의 신전에서 그동안 인간들 덕분에 편히 생활하던 신들이 매몰차게 그들을 버리는 것에 한탄하나 이번에도 도움을 주면 자신을 처벌하려 들것이 뻔해 방법을 고민하고 결국 아트라하시스 집에서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여 거대한 배를 만들도록 한다.


그리하여 대홍수로 모든 인간이 말살되고 살아남은 인간들이 제물을 바치자 엔릴은 누가 맹세를 어겼냐며 대노하고 엔키가 자신의 혼잣말을 엿들은것 같다고 말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엔릴은 그들마저 처벌하려든다. 결국 인간을 살리기 위해 엔키는 자신의 오랜 정적인 엔릴에게 무릎을 꿇고 자비를 청하고 새로운 인간들은 그들과 다를 것이라 설득한다. 그리고 엔릴은 그 모습에 죄를 청하는 아트라하시스 부부에게 영생을 부여하고 인간들을 다시 자신의 영역인 땅 위에 살도록 하였다.

새로운 인간들이 살아갈 질서를 만들기 위해 엔릴은 신들의 권능과 질서를 담은 '메'를 만들고 엔키에게 '메'를 넘겨 인간들을 다스리게 하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게 된다. 지혜의 신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써 엔키는 인간들을 현명히 다스렸고 인간의 아버지이자 지배자로 여겨지며 찬양받게 된다. 이렇게 인간의 지배자가 된 엔키는 자신에게 얽매인 운명의 족쇄를 풀게되고 이로써 엔키와 엔릴과의 오랜 대립을 끝내게 된다.



파일:CC-white.sv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문서의 r33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전 역사 보러 가기
파일:CC-white.sv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다른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
[ 펼치기 · 접기 ]
문서의 r33 ( 이전 역사)
문서의 r ( 이전 역사)


[1] 조수간만의 차의 영향임을 생각하면 적절한 권능이다. [2] 그런데 수메르어 '키'는 땅이라는 뜻으로 '엔.키'라는 이름은 '땅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처음 땅에 내려온 아눈나키들의 대장은 '엔,키'였으며, 첫 도시도 그의 통치지역이던 '에리두'였다. 일부 수메르 점토판에 따르면 '자신이 안의 장남이자, 지구의 통치자라고 항변하며, 왜 자신이 고라같이 막힌 바다를 가져야' 하는지 항변하는 내용도 있다. [3] 수메르 신화가 원조였으나, 후에 아카드 신화, 아시리아 신화, 바빌로니아 신화로 넘어갔다. 틀은 바뀌지 않고 내용만 조금 바뀌어서 메소포타미아 신화로 합쳐서 부르는 것. [4] 수메르에는 여성들만이 사용하는 어투가 있었다. 신화상에선 여신 인안나의 대사에서 볼 수 있다. [5] 다만 평범한 개념의 사생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현재 수메르 문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엔키가 수메르의 종교의식인 신성혼(神聖婚)과 같은 결합으로 태어났다고 보는 의견이 주류. [6] 이복동생 엔릴이 그와 반대로 운명을 정하는 신이었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 [7] 이슈타르 항목 참조. 다른 신들은 구갈안나가 죽은 이유와 인안나의 바보짓을 알고 있었던 관계로 대놓고 인안나를 옹호할 수 없었다. 다만 엔키는 메를 빼앗겨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으나 인안나가 없어 지상에 모든것이 사랑도 못하고 불구가 되어버려 자멸할 위기에 처해 내버려둘 수 없던 노릇이었다. [8] 대표적으로 대홍수 직전 (대외비 서약으로 인해 직접 알려줄 수는 없었지만) 우트나피쉬팀 부부가 벽에 대고 말하는 자신의 혼잣말을 엿듣게 해 방주를 제작하게 만들었다. 어디까지나 에다가 혼잣말을 했는데, 지혜로운 우트나피쉬팀이 이를 들었다라는 것 그 외에 저승의 권한을 노리고 저승세계로 갔다가 죽어버린 인안나를 되살려주기도 했다. [9] 메소포타미아 신들의 계보는 하늘의 신 안으로 시작하여 크게 엔키계와 엔릴계로 나뉜다. 이 두 세력의 대립이 바로 신화에 주요 이야기이기도 하다. [10] 닌니시그라는 버전도 있다. [11] 닌후르쌍이 웃투의 몸에서 뽑아낸 정액이 8가지 식물로 변한 것이다. 엔키는 자궁이 없어 이들을 내보낼수 없기에 그게 몸에 남아서 병으로 굳어버린 것이다. [12] 엔키의 정실부인으로 상징하는 숫자는 35이다. [13] 님무와에 사이에서 얻은 여신 [14] 닌쿠라와의 사이에서 얻은 여신 [15] 누딤무드는 창조자라는 뜻이다. [16] 일부 책에선 털복숭이 짐승 묘사 때문에 이를 유인원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17] 여담이지만 국내의 일부 책에선 이 내용을 서술하면서 최고의 명대사(?)를 덧붙였는데 인류는 그 탄생부터가 (신들의) 혁명으로 시작됐다. ...역으로 생각하면 파업+폭동이란 죄를 지은 신의 피가 담겼으니, 원죄를 지닌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 [18] 다른 이야기 판본에 따르면 아눈나키들의 불평에 엔키가 그들이 말하는 존재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는 고고학적으로 현생인류의 조상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현생인류가 아니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같은 [19] 손톱의 때라는 이야기도 있다... [20] 다만 처음에는 마르두크가 태어나면서 에리두 사람들이 물에 빠질 뻔 하자 즉시 사람들을 구해주고 마르두크를 때려서 제압했다. [21] 외모가 중성적이라 2화에서 엔키가 남자라는 게 밝혀지자 당황한 댓글도 있다. [22] 1화 한정. 결국 마르두크는 분노한 엔키에게 응징당해 배에 구멍이 났다. [23] 웃투에게는 "몸이 풀같이 생긴 이상한 할아버지"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닌후르쌍 왈, "이상한데다가 위험한 신이야." [24] 인안나의 술 파티에 넘어가 만취해서 메를 넘겨줬을 때가 그 예. 인안나가 메를 인간들에게 뿌린 여파로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자 소음에 시달리던 엔릴은 인간을 쓸어버리기로 결심한다. [25] 옆에서 마르두크가 이를 듣고 "인간들이 싫어할 만하다"라고 말하자 닌후르쌍은 더 충격을 받는다. [26] 그 옆에서 이시무드는 엔키를 말리기는커녕 동감하고 앉았다. [27] 우투, 인안나, 안은 놀랐지만 엔릴은 대놓고 꼬시다는 표정을 짓는다. [28] 16화에서 네르갈이 "엔릴 신왕이 저승에 한 번 발 들이면 다시는 지상에 못 온다는데??"라고 말하자 "그건 엔릴이 방법을 모르는 멍청이라 그래."라고 디스했다. [29] 엔키는 코뿔소를, 닌후르쌍은 원숭이를 창조했는데 서로의 창조물을 두고 각각 "멍청해 보인다", "한 대 치면 부러지겠다"라고 디스 하는 개그 신이 나온다. [30] 엔키는 자기가 창조한 코뿔소에게 쫓기고, 닌후르쌍은 원숭이가 명령을 못 알아듣자 황당해한다. [31] 걷지 못하는 사람은 대장장이, 맹인은 악기 연주가, 불임인 여성은 신의 사제, 생식 기능이 없는 남자는 내시,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광대, 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사람은 뇌물을 받을 수 없으므로 왕의 대리인을 시켰다. 덤으로 오줌싸개는 역병의 신을 쫒아내서 치료했다. [32] 난나와 닮았지만 이쪽은 연갈색 머리다. 엔키에게 반란 주동자를 처형할 거라는 소식을 정한 신도 이 인물이다. [33] 다만 엔릴은 엔키가 앓아누운 거 자체는 비웃었다. [34] 참고로 원전에서 엔키와 닌기쿠가는 친남매 사이다. 본작에서 해당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35] 닌갈이 난나와의 사이에서 낳은 우투, 인안나가 장성한 후 닌우르타가 태어났고, 이후 엔키가 세 딸들과 여덟 신들을 얻었다. 즉 닌갈은 닌우르타의 사촌누나 겸 형수이기도 하다. [36] 운명의 서판 그 자체에서 금빛 사슬이 뻗어나와 안주를 묶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사슬의 수가 늘어났다. [37] 운명의 서판의 힘으로 네 운명을 바꾸거나 거둘 수 있으니까 얼굴을 절대 보이지 말라. 그리고 강가로 유인해 냉풍으로 안개를 만들어 숨어 멀리서 공격해라. [38] 화살대는 갈대로, 화살깃은 깃털로, 활시위는 숫양의 힘줄로, 활은 나무로 되돌리는 등 일종의 시간역행 능력으로 묘사된다. [39] 닌우르타의 모습을 숨겨주는 안개를 없애버렸다. [40] 인류의 창조주로서 그들이 가엽긴 하나, 엔릴이 이토록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몬 원인 중 하나가 자신임을 짐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