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23 12:36:09

항우와 유방


1. 시바 료타로의 소설

시바 료타로의 역사 소설. 1980년에 발표. 처음 잡지에 냈을 당시 원제는 《한의 바람, 초의 비》(漢の風、楚の雨)였는데 단행본으로 낼 때 제목을 《항우와 유방》으로 바꿨다고 한다.

초한지》를 시바 료타로가 쓴 것으로 총 3권인데 국내에서는 절판된 탓에 대부분의 서점에서는 1, 2권만 있어 사러 온 사람들이 눈물 흘리기도 하는 듯(...) 현재는 그 1, 2권도 찾기가 힘들지만

기존의 《초한지》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유방에 대한 묘사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의 《초한지》는 유방이 이긴 것이 모호하게 천운이나, 인덕이 있어서라고 표현하는데, 시바 료타로는 왜 유방이 인기가 있었는가, 왜 유방을 사람들이 돕고 싶어했나를 세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팽월이나 영포 등도 그들의 단점을 표현해서 그들의 몰락을 예고했다. 한신에 대해서도 섬세한 정치 감각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근데 묘사된 유방의 매력이 좀 묘해서 유방이 웃을 때가 귀엽다고 표현하거나 유방을 보면 "왠지 도와주고 싶다"고 표현하고 있다. 유방 뿐만 아니라 한신도 마성의 남자처럼 묘사된다. 작중에서 역이기는 한신을 "'그 차가운 꺽다리'라고 말하면서도 어투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고 하는 츤데레적인 묘사가 있고 괴철은 한신을 "무인으로서는 걸출한 재능의 소유자지만 다른 면에서는 백치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여 측은해 했다는 묘사도 있다. 부녀자들이 보면(...)

작품 제목이 《항우와 유방》인 것 답게, 원전은 항우가 오강에서 자결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국내판 3권 끝부분에 있는 '에필로그'는 천하통일 후의 유방과 한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가 가필한 것.

2.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요코야마 미츠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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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만화 요코야마 미츠테루 삼국지
요코야마 미츠테루 수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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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미츠테루 칭기즈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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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미츠테루 만화. 《 삼국지》의 후속작으로 1987년~1992년 코믹 톰에 연재된 작품이며 연재 당시엔 《젊은 사자들(若き獅子たち)》이란 제목으로 연재되었으나 훗날 단행본으로 발매될 땐 시바 료타로의 소설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채 서브 타이틀로 변경되었다. 대한민국에는 1995년 대현출판사를 통해 원서와 동일하게 21권짜리 책으로 출간되었고, 이후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에서 12권으로 재편한 신판을《 초한지》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상술했듯이 1번 항목의 시바 료타로의 소설과 제목은 똑같으나, 이 작품의 원전은 정사인 《사기》가 아니라 메이지 시기에 발간된 《한초군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소설과는 내용이 무관하다.

수호전》, 《 삼국지》의 대성공에 힘입어 코믹 톰 편집부에서는 《 초한지》를 주제로 만화를 그려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요코야마 미츠테루에게 제안했고, 처음엔 저자도 연재를 망설였으나 《한초군담》의 맛깔스런 전개에 반해 그걸 베이스로(그 때문에 정사와는 차이가 많다) 초한지를 그린 것이 바로 《항우와 유방》이다.

이 작품 제목인 《항우와 유방》답게, '항우가 없는 뒷이야기', 즉 유방이 황제에 즉위한 후부터 한신의 반란 및 사망까지는 그리지 않고 항우가 자결하고 유방이 천하의 패권을 쥐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작가도 작품 후기에서
"황제가 되고 나서의 유방은, 시의심에 사로잡혀 공로자들까지 의심하기에 이르기 때문에 굳이 유방의 최후까지 그리지 않고 한초전쟁 이야기로서 완결지었습니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아마도 《초한지》의 대미를 그런 씁쓸한 결말이 아닌 항우와 유방의 막판 승부로 화려하게 끝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서로 그렇게 헐뜯더니만 마지막에는 유방이 항우의 목을 보며
"이것이 당대 영웅의 최후인가. 너무나도 무참하고 애처롭구나."
라고 탄식하며 장량에게 정중히 장사지내고 사당까지 세울 것을 명하는 것으로 나온다.[1]

다만, 이후 요코야마가 연재한 《 사기[2]이 이후의 이야기가 나온다. 항우가 죽은 이후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사기》 9권부터 보면 된다. 또, 《사기》에는 《초한지》 본편의 내용도 3권 정도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수록된 《초한지》는 《한초군담》이 아니라 《사기》를 원전으로 삼았다는 차이가 있으며 가공으로 추가된 내용은 제외하고 사기에 나온 기록 위주의 분량으로 전쟁이 끝난 후 한신의 반란과 최후도 그려졌다. 여담으로 《항우와 유방》과 《사기》의 몇몇 인물들의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 대표적인게 소하로 《항우와 유방》에선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에 마른 몸매인데 《사기》에선 광대뼈도 튀어나오지 않고 풍채도 우람하다.

국내에서 한 팬에 의해 삼국지 조조전 MOD 초한지 유방전이라는 게임화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때때로 왜곡 수준으로 넘어가는 《 고우영 초한지》에 비하면야 양반이지만 정사와 창작이 뒤섞여서 전해진 당시의 《초한지》에 대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물 해석을 보여주며, 한신이 쇠뇌를 미사일 포트처럼 발사하는(...) 전차로 초군을 쓸어버렸다는 식의 문화혁명급 요소도 나온다. 유방과 항우가 주인공이지만 후반부 한신의 비중이 상당히 커지는데, 어떻게 보면 유방-항우-한신 3자 구도로도 보인다. 본작의 유방은 그나마 고생이라 할 만한 초반 이후엔 한신 덕에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포장되어 한신의 생고생에 숟가락만 얹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유방도 겁나게 고생한다(...) 엄밀히 한신이 북진한 이후 항우의 주력과 유방이 대치하기 때문에 한신보다 죽을 고비를 여러번 맞는다. 한신이 죽을 고비는 거의 없다.[3] 게다가 유방의 성공요인을 만족할 만한 논공행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다. 막판 한•초 양자의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가 이를 보여준다.[4] 물론 이거 외에도 장량과의 만남으로 유방이란 인물이 점차 왕에 어울리는 인물로 성장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항우는 완전 전사형 캐릭터. 스스로 항상 전장의 선두에 서서 부하들의 사기를 독려하는 미친 리더십을 발휘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격렬하고 성급한 성품이라 매번 한신의 잔꾀에 보란듯이 당하며, 정말 모르고 당하는 걸까 할 정도로 순진무구함의 정점을 찍는다. 초한전쟁이 한신의 대두 이후 그야말로 엄청 단순한 전개로 진행되는데, 한신이 항우를 살짝 자극.→항우가 혼자 미친듯이 열받아 불쌍한 부하들을 이끌고 닥돌.→이후 한신의 계책에 초군 대파. 마지막 해하 전투에서도 이런 구조가 반복돼서 역사와도 알려진 한신 vs 항우의 야전은 이미 결론이 뻔히 보일 정도다.[5][6]

그러나 《항우와 유방》이 한국에서 애장판까지 나올 만큼 명성이 자자한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닌데, 우선 작가가 《삼국지》로 나름 역사만화의 최고봉을 찍은 다음에 그린 작품이라 《초한지》에서야말로 그의 만화 인생의 모든 노하우가 녹아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템포있는 스토리 진행, 개성 만점의 등장인물들, 심플하면서 유려한 작화, 중요장면마다 각인되는 수많은 교훈 등 역사만화로서 갖춰야 할 모든 요소요소들이 완벽한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다. 거기다 애장판 표지 퀄리티가 좋은 것도 호평을 남기는 요소 중 하나.

기존 《초한지》하고 같은 흐름이면서도 중간 중간 차이점이 있다. 그 부분들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7] 이것은 근본적으로 만화의 원전이 사서가 아니라 군담소설이기 때문이다.

1. 장한이 진승을 쳐부술 때 사용한 죄수노역부대[8] 운용이 애초에 없다.[9] 진군 정예병으로 격파한 것으로 묘사된다.
2. 항우가 장한과 거록 전투에서 대치할 때 유방이 별동대로 관중으로 진격한 '관중왕' 에피소드도 별도로 만들어 장한이 항복한 후 유방, 항우 양자가 관중으로 출격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이 때 부터 본격적으로 유방이 주인공 포지션을 가진다. 그리고 이 만화에서는 둘이 의형제 맺는 묘사가 없다.
3. 장량이 처음부터 유방군 소속이 아닌 부흥 한(韓)군 소속으로 유방군에 대여된 것으로, 한신은 유방 입촉 때가 아닌 입촉 이후 한나라로 도주해 온 것으로 그리고 있다.
4. 한•초의 형양, 성고 대치를 좀 바꿔 놓아서 항우가 여러번 한군에 털리게 그려 놓았다. 대부분의 《초한지》에선 생략되는 경색 전투에서 한신의 승리가 비중 있게 나오며 심지어 왕릉한테도 털린다.
5. 홍구 협정 후 한군이 초군의 뒤통수를 바로 친 것이 아니고 초군이 팽성으로 들어가 한참 재정비한 후 유방이 협정을 깬 것으로 나온다. 마지막 한•초 대립 기간을 더 늘렸으며 덕분에 한군은 마지막 해하의 결전에서 온 전력을 총 결집해 120만이란 엄청난 대군을 운용한다.

한편 같은 작가 작품이라 그림체가 공유되다보니 캐릭터와 비슷한 디자인이 쓰였다. 유방은 수염이 난 오다 노부나가, 장량은 젊은 시절에는 조조에 나이 든 후의 복장은 제갈량, 한신은 처진 눈의 사백안에 수염만 줄인 서황, 항우는 젊은 시절에는 창해 역사 여포와 비슷하게 그리다 나중에 수염 추가, 우희 초선 등으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캐릭터 그림체가 보통 비슷비슷하지만 《초한지》에서는 특히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노렸을 거라는 추측도 있는데, 이후 사기에서는 디자인이 달라진 캐릭터들도 나와서 이 또한 의도했거나, 혹은 단순히 비슷한 컨셉 캐릭터끼리 손에 익은 디자인을 쓴 것인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

여담으로 21권짜리 구판의 경우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 수호전》, 《 삼국지》에 비해 전체적으로 참수된 머리에 대한 검열이 심했는데, 문제는 이 검열이란 게 머리 부분만 따로 색칠을 하거나 모자이크를 한 것도 아니고 성의없이 머리 부분에 흰 사각형을 붙인 채 머리라고 적어서 나왔다(...) 심지어 클라이막스 부분인 항우의 최후에서도 저렇게 해놓았다. 게다가 가끔 식자 조판이 깨진 장면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한신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유방의 얼굴에 뒤집힌 '적'이라는 글자가 박혀있던 컷은 분위기와 맞물려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

2017년에 들어 비슷한 시기를 다루는 같은 작가의 만화 사기에서 유방 달리는 마차에서 자식을 내던지고, 하후영에게 혼나는 장면이 유방의 인성 이란 제목으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었다. 어떤 학대생물의 대사를 인용하는 일도 다반사였다.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 그러다가 같은 나라 출신의 다른 창작물의 영향으로 이런 괴물이 쫓아오는데 정신줄 안 놓겠냐는 동정론이 세력을 키웠다는 모양. 여기에 나오는 하후영의 모습이 전작에 나온 하후돈과 똑같이 생겼다.

그렇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발매된 만화 '춘풍 BITTER BOP'[10]에서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요코야마 화백의 삼국지와 함께 이 만화를 읽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항우가 죽는다는 말에 만화 내용을 스포일러 당했다고 경악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미안해하면서도 어이없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깨알같다.
[1] 유방은 실제로 항우를 노공의 예로 장례를 치렀으며 노나라의 곡성에 안장할 때 유방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하여 곡을 했다고 한다. 이래놓고 나중에 항우의 유족들한텐 항우 얘기가 나올 때 본명인 항적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출세는 포기하라는 뒤끝을 부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2] 쇼가쿠칸 청년만화잡지 빅코믹 골드에서 1992~1999년까지 연재했으나 도중에 잡지가 폐간되면서 당시 연재하던 열전은 짧게 마무리되었다. 연재 종료 후 단행본 총 15권(+열전 1권), 문고판 11권이 발간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시공사를 통해 문고판이 출시되었다. [3] 정형에서의 배수진 전투, 소수무에서 도망온 유방에게 병력을 강탈당할 때 빼고는 대부분 여유롭다. [4] 유방의 후한 포상으로 막판에 120만의 병력이 결집한다. 반면 초군은 30만. [5] 실제 역사에서 한군 및 연합군은 팽성 전투에서 항우의 기마병 기습에 와해되어 죽거나 도망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가 얼마 안 가 경색 전투에서 승리해 역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역사상의 항우는 힘만 세고 무식한 멧돼지같은 장수가 아니었고 전술적 능력과 감각 면에서 매우 뛰어났다. [6] 해하 전투에서 한신은 밍기적거리다가 유방이 영지를 늘려주겠다고 약속하고서야 군대를 이끌고 왔다. 팽월과 영포도 마찬가지. 그리고 해하 전투에서 항우를 추적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오히려 관영이었다. 애시당초 관영은 기병대장이라 추적에 최적화되었기도 하고. [7] 정비석 《초한지》와 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3번ㆍ5번의 경우는 아예 정비석 《초한지》의 내용과 동일하다. [8] 전쟁 포로들도 있었다. [9] 장한은 이세황제 호해에게 건의했더니 호해는 여산릉과 아방궁에서 일하던 노역부대에게 무기를 주어 출전시켰다. [10] 이 만화의 작가는 훗날 비질랜티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ILLEGALS- 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