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26 16:14:06

하이 판타지/로우 판타지

1. 개요2. 하이 판타지3. 로우 판타지4. 구분에 대한 다른 관점5. 하이 파워 · 로우 파워와의 차이점6. 기타7. 관련 문서

1. 개요

High Fantasy / Low Fantasy

판타지 문학의 하위 장르로 서로 대비되는 관계이다.

2. 하이 판타지

판타지 장르 중에서도 가장 정통적이면서도 순도가 높은 장르.

현재 사용되는 개념의 "하이 판타지"라는 표현은 작가 로이드 알렉산더(Lloyd Alexander)의 1971년 에세이 하이 판타지와 영웅 로맨스(High Fantasy and Heroic Romance)에서 처음 등장한다. 에픽 판타지(epic fantasy)라고도 부르는데, "에픽 판타지"라는 표현의 경우 서양 고대 서사시(epic poetry)전통과의 연관성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이다. "하이 판타지" 개념이 "에픽 판타지"와 혼용된다는 점에서 서구에서 가장 근본있는 판타지 장르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판타지적인 특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현대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가 무대이며, 현대 문명과의 접점은 전혀 없다. 온전히 작가가 창조한 세계관[1]과 이에 기초한 굵직한 스토리를 장대하게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는 장르로서, 반지의 제왕이나 D&D, 얼음과 불의 노래, 위쳐 한국 작품으로는 눈물을 마시는 새, 룬의 아이들 등을 들 수 있다.

위에서 말하는 '현대 문명'은 정확히 말하면 '현대 지구의 문명'에 가깝다. 작중 문명 수준이 반드시 중세 유럽 혹은 그보다 더 고대의 수준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사는 현대 지구와 접점이 없다는 것뿐[2], 이런 저런 문명의 이기들은 등장할 수 있다. 예컨대 '총기류'. 검과 마법의 판타지가 아니라 총기와 마법의 판타지도 충분히 가능한 것. 단지 현대의 지구와 전혀 무관하게 창조된 세계관이기만 하면 된다.

3. 로우 판타지

하이 판타지에 대비되는 개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혹은 거기에서 다소 변형된 세계, 또는 우리의 세계와 판타지 세계가 연결된 세계를 기반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로우 판타지는 (현대) 지구 문명과의 접점이 있다. 꼭 물질 문명 측면의 접점 뿐 아니라 정신적, 인문학적인 면의 접점도 가능하다.[3] 이쪽을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 시리즈 등이 있다.

지구 문명과 얽히는 시간적 배경이 꼭 과거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현대 혹은 근미래의 지구 문명에 판타지 요소들이 개입(침공?)해오는 방식의 로우 판타지도 가능하다. 현대인이 다른 판타지 세계에 개입해가는 형태도 로우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쪽은 보통 이세계물로 칭해진다.

4. 구분에 대한 다른 관점

사실 하이 판타지와 로우 판타지에 대한 구분이 가장 중요한 분야가 바로 TRPG이다. 왜냐하면 소설 같은 경우 굳이 스스로를 하이나 로우 중 어떤 장르로 규정짓고 그 틀에서 써야 한단 제약이 덜하지만, 판타지 계열의 TRPG의 경우 어떤 지향이냐에 따라 마스터에게 권장되는 게임 운영이 상이하게 달라지기 때문. 특히 GURPS처럼 하이/로우 어느 방향도 다 지원되는 룰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하이와 로우를 구분하는 기준이 중요한데, 의외로 여러 매체에서 각기 내세우는 기준에 미묘한 차이가 나서 은근히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사실 상술한 설명을 읽고 구체적으로 두 장르의 차이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도 더러 나올 수 있는데 그만큼 구분이 잘 되지 않을만큼 애매하다.

때문에 상술한 내용과 다른 방향의 구분법도 종종 제시되고 있으며, 개중에는 한 명이 단신의 무력으로 수천을 죽이거나 억압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하냐 여부가 세계관 설정에 의외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 극단적으로 말해 이렇게 개개인의 힘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심한 세계관일수록 현대적인 가치관, 특히 예를 들어 민주주의나 평등 같은 개념이 자리잡기가 힘들다. 물론 TRPG나 판타지에서 꼭 이런게 들어가야 바람직하다는 건 절대 아니고, 세계관 설정을 개연성있게 짜기 위한 일종의 선.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상술한 예시의 반지의 제왕이나 얼음과 불의 노래가 오히려 로우 판타지로 보일 여지가 생기게 된다. 단적으로 말해 이 소설들은 마법이 존재하는 가상세계가 배경이지만 작중에서 마법같은 오버 파워의 개입은 의외로 상당히 적다. 반지의 제왕의 경우 픽션상의 마법 가운데 '소프트 매직' 방식을 사용하는데 소프트 매직은 마법에 대한 경이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두루뭉실하게 마법의 법칙을 남겨두는 것으로 일부러 세계관과 마법을 세세히 설명하지 않음으로서 세계가 넓고 신비롭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의 마법을 쓰는 인물들이 엄청난 힘을 쓰는 묘사가 의외로 적은것이다.[4] 한편 얼음과 불의 노래는 현실주의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며, 작가가 대놓고 스토리 전개에 마법을 지나치게 개입시켜선 안 된다[5]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6] 이런 경우 아예 로우파워 판타지라고 구분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판타지 TRPG의 대표주자인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경우에도, 각종 먼치킨이 우글거리는 세계관 전체( 그레이호크, 포가튼 렐름 등)를 보면 명백한 하이 판타지 지향임을 알 수 있지만, 주인공의 레벨을 제한하는 E6을 스스로 적용해서 플레이하면, 자연적으로 스토리 진행이 로우 판타지에 가까워진다. 이 규칙 내에서 진행이 자연스러워지려면 주인공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자의 출현도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역으로 그 잠깐의 등장으로 강한 존재감을 주는 효과를 부각시킬 수 있다.(예를 들어 강력한 드래곤을 최종보스로 출현시킨다든지.)

5. 하이 파워 · 로우 파워와의 차이점

하이 판타지, 로우 판타지는 어감으로 인해 하이 파워 · 로우 파워 세계관과 혼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 로우파워는 세계관의 힘의 한계치나 상식성을 표현하는 용어이며, 장르적인 순도나 현실과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는 하이, 로우 판타지와는 차이가 있다.

6. 기타

만약 판타지 세계관 자체는 하이 판타지의 틀에 있으면서, 현대 문명 특히 현대 기계 문명과의 접점도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다시 '퓨전 판타지', '이세계 판타지' 등으로 분화하게 된다. 게임 속에 구현된 판타지 세계(에 등장인물들이 접속하거나 이동하는 전개)를 배경으로 한다면 '게임 판타지'가 된다.

7. 관련 문서


[1] 따라서 세계관 빌딩이 이 장르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로 인해 분량이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2] 톨킨 세계관의 가운데땅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이나, 지금의 세계가 시작되기 수천~수만 년 이전이라는 설정을 붙여 놓았기에 사실상 현대 지구와의 접점은 없다. [3] 예를 들어 '판타지 세계에 민주주의적 가치의 도입' 등 [4] 정확하게는 레젠다리움의 마법은 세계의 섭리를 깊게 이해하고 지혜를 얻어 그걸 실현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니 신적 존재나 현자 정도만이 그러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이해가 적은 사람들에게는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5] 현실적인 고난에 마법이 개입되니 순식간에 해결되는 전개를 경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법사 한명이 메테오 한방에 군대를 양민학살(...)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인간 대 인간의 갈등에서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시켜야 한다는 난관에 처했는데, 이걸 정신조작 마법으로 순식간에 해결하는 것도 해당된다. [6] 애초에 얼불노 세계관에서 마법이라는 요소는 요술, 혹은 마술 같은 음험하고 위험한 주술행위에 더 가깝다. 게다가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들도 그 권능이 강대할 뿐, 일반인과 다름 없에 묘사된다. 대표적으로 언다잉의 경우 수천년을 살아온 강력한 마법사지만 제대로 성장하지도 않은 드로곤에게 죄다 몰살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