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4 10:13:00

진압봉

진봉에서 넘어옴
경찰이 사용하는 둔기류
톤파 삼단봉 진압봉

1. 개요2. 효용성3. 창작물에서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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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찰에서 경찰봉 중 기다란 것들을 지칭한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길이에 따라 105cm의 중봉과 120cm의 장봉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진압봉은 FRP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되어 꽤 가벼운 무게를 갖고 있다. 이쪽은 일반 경찰봉으로 대응이 어려운 쇠파이프나 죽창 등을 막기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 효용성

105cm, 120cm 진압봉은 전/의경으로 복무한 사람이라면 익숙한 물건인 동시에 존재 이유를 궁금하게 만드는 물건이다. 진압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써먹기가 애매한 장비이다. 대한민국 의경 대원들이 집회시위 관리 업무에 투입될 때에는 소위 방패조와 봉조라고 불리는 각각의 역할이 있어서, 각 역할에 맞는 장비를 휴대하게 된다. 방패조의 경우 말 그대로 진압 방패를 휴대하고 봉조의 경우 진압봉을 휴대하게 되는데, 이 때 휴대하는 장비가 보통 120cm 진압봉이다. 그러나 구조상 타격력이 약해 대체 기존 진압봉으로 뭘 할 수 있겠냐는 논의가 경찰 내부에서 일던 적이 있었다.

다만 원래부터 장봉등 진압봉이 쓸모 없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경찰기동대에게 진압방패와 단봉밖에 없어서 밀집대형을 유지하는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무래도 긴 몽둥이를 휘두르는 시위대에 수세에 몰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 하기 위해 비슷하게 양손으로 휘두르는 몽둥이를 쓰는 별도의 그룹을 만들어 대응 하였는데, 긴 몽둥이를 양손으로 쥐고 휘두르는 무술인 검도를 기반으로 기술을 차용하는 한편 검도에서 쓰이면서 사람이 크게 다치지 않는 도구인 죽도를 대량 구입해 쓰다가 위력이 너무 안나오니 타격이 약한 죽도를 보완하기 위해 단단하게 안에 쇠로 된 심을 넣어 썼다. 그러다가 나중엔 별도로 제식화하면서 만들어진 게 바로 저 중봉과 장봉[1]이다. 더불어 두 손으로 무기를 쥐고 휘두를 수 있으면서 동시에 방어도 가능하게 타지 형태의 거북이 방패도 생기게 된다.[2] 그래서 진형을 짜고 시위대와 대치하다가 좁은 공간에서 힘들여서 정면돌격하느니, 백골단같은 체포조가 중장봉을 들고 하이랜드 차지를 하여 검거, 체포하는 망치와 모루 형식의 백병전 무기였다. 보통 방패조가 밀집대형으로 진을 짜고 대치하면 시위대는 화염병이나 돌맹이, 경찰측에선 최루탄 등의 원거리 공격을 전개하고 경보병인 백골단등이 빠르게 기동하여 시위대를 체포하는 방법을 주로 썼다. 이 후 둔기의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해 장봉에 끈을 달아 중봉이나 단봉을 매단 형태의 편곤까지 등장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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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용 죽도를 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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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한총련 사태 연세대 점거사태 당시 사진.

이 때까진 시위대나 경찰이나 서로 몽둥이를 들고 격검을 하는 형태였다.

전혀 쓸데 없는 장비 취급받는데, 장봉의 경우 타격력이 맨손보다도 못 하다. 단단하고 깨지지 않는 내구성은 좋긴 하지만 속이 비어 있고 무게가 가볍기에 타격력이 안나온다. 둔기는 무게가 위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벼운 무게라 타격력에 한계가 있다. 덕택에 한두번 정상적으로 때려서 진압해 보겠다고 써봤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타격력이 안 나와서 더 흥분하는 케이스가 종종 나온다. 덕택에 열 받을 대로 받은 전의경은 굳이 이거 쓰지 않고 발로 차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다만 타격력 문제는 경찰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게, 타격력이 강한 재질로 만들게 되면 잘못 휘둘러 상대방의 머리라도 내려치면 그대로 사망한다. 술에 취했거나 아드레날린과잉등 흥분 상태의 성인 남자라면 팔다리의 골절도 버티고 날뛸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을 몸통을 때려서 제압할 만한 강도로 만들게 되면 급소나 다른 관절부위를 타격하게 되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경찰 입장에서도 방패야 강도가 단단해도 방어용 무기라 상관 없지만 타격무기를 너무 강력하게 만들면 과잉대응이라 욕먹을것이 뻔하다.[3] 게다가 몸통을 때려 제압할 정도면 그냥 때려 죽일수도 있는 흉기라 "진압"봉의 의미가 없다. 시위진압은 어디까지나 해산/체포지 제압이 아니기 때문에 때려서 제압한다는 목적으로는 좀 부족했던것. 방어용도 어정쩡 한편. 생각보다 안 깨지고 안 휘어지는 수준이라 많은 걸 기대할 순 없다.

2004년도 의경 근무자의 증언으로는 봉도 방패도 방어용이라고 배웠다고 한다. 방패는 대열을 짜고, 봉은 방패 위로 밀어내거나 찔러서 시위대와 거리를 유지하는 용도라는 것. 전문적인 시위진압부대가 아니라 평시에는 경비임무를 맡고 대규모 시위에 한해 지원을 나가는 2선 부대였으므로 당시 해산단계였던 전투경찰과는 다를 수도 있다. 순찰 때는 단봉을 패용했는데, 장봉도 단봉도 휴대만 했지 2년 내내 사용법을 배운 적도, 사용한 적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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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얼마든지 사람을 쉽게 살상할 수 있는 속이 꽉찬 무거운 진압봉과 삼단봉, 톤파 등 본격적인 둔기를 진압에 거침없이 사용하고, 아예 화약으로 추진되는 고무탄을 쏘는 라이엇 건까지 평범하게 동원되는것을 생각하면, 이는 억압적이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대한 반동으로 인해 경찰 공권력에 강력한 제한을 걸고 있는 한국만의 특수성이라고 봐야한다. 다른 나라에서 진압의 의미는 한국과 다르게 시위대에게 확실한 무력을 행사해 명백히 제압하는 것이다.

사실 진압봉의 원형이 검도의 죽도이고 도입 목적도 긴 몽둥이를 든 상대에게 짧은 단봉으론 대응이 어려우니 그에 맞붙을 수 있게 하는 장비인지라 검도수련자라면 검술을 통해 상대방의 무기와 공격에 대응하여 공방을 펼쳐 효율 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방패는 아무리 잘 해도 휘두르는 무기를 막는 정도에 그치지만 길이가 비슷한 몽둥이라면 기술을 통해 상대방의 무기를 제어할 수 있다. 다만 검술이란게 그리 만만한게 아닌지라 징병된 인원에겐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다.

차라리 깃대봉 대용으로 쓴다거나, 대열앞에서 높이 들어서 뒷 사람이 대열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거나, 일상생활에서 이불을 턴다거나 긴 막대기가 필요하면 그 대용으로 쓴다거나 하는 등의 용도로 더 유용하게 쓴다. 사람은 도구를 쓰는 동물이라 는걸 실감 할 수 있지만 일단 이걸로 진압 하라고 훈련 받는 사람들도 진압용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압 용도로는 쓸모가 없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실종자 수색을 할 경우 야산에서 시체를 찾기 위해 땅을 찌르거나 낙엽이나 풀을 뒤지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노무현 정부시절 전의경 완전 폐지를 추진하면서 전/의경 중대를 줄이고 경찰관 기동대가 만들어지면서, 진압중대 운용 전술 또한 바뀌었을지 모르므로 장비 운용 방법 또한 바뀌었을 수 있겠다.

중봉, 즉 105cm 진압봉은 어디선가 썼다더라는 전설만 들려오는 장비다. 혹시나 의무경찰로 근무하거나, 경찰관이 되어 근무하게 된다면 중대 장비 창고 구석이라던가 경찰서 장비실 한 쪽에 보관된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출동 버스에 105cm 진압봉을 보관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 들고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 딱히 사용처가 없기는 한데, 지급 장비 목록에 잡혀는 있으니 함부로 폐기할 수도 없어서 일단 보관해둔 것. 가끔 오래된 파출소나 형사실 근처에 한 두개 짱박혀 있는 캐이스가 있기는 있었다. 주 용도는 일단 각종 막대기 대용. 진압봉 인대 무슨일이 터저도 저걸로 진압은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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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중봉과 타지를 들고 찍은 사진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용 했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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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원 평택공장 점거 농성 사건 당시 진압 사진. 경찰특공대가 단봉 장봉 및 편곤 등으로 무장한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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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원 평택공장 점거 농성 사건 당시 경찰이 장봉을 들고 있다.

2010년경 부터 시위 때 경찰들이 수비적으로 진압하면서 진압봉을 드는 모습을 거의 볼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최근에 사용된 건 2014년 구원파 진입작전때다. 그래서 폭력적인 시위가 일어나도 웬만하면 거의 진압봉이 드는 경우가 보이지 않았다. 1차 민중총궐기 때도 과거와는 달리 진압봉을 들지 않고 맞아주면서 방패로만 막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지만 이런 시위가 다시 일어날 경우엔 진압봉을 쥐어줄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왜냐면 진압봉을 사용할 수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것이 아닌 폭력시위의 강도가 약화되고 경찰이 여론을 의식하면서 진압봉을 들 경우 과잉진압이라는 소리를 받을까봐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후로도 120cm 장봉은 긴 리치로 인해 흉기난동 등에 간간히 사용 되고 있다. 사실 원래 목적이 긴 리치로 상대방의 무기를 제압하기 위해 제작 된 물건이니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 하지만 맨손 상대도 제압하기 어려운 물건을 칼든 상대에게 사용한다는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라, 흉기난동범 진압 목적으로 일본경찰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스마타[4] 형태의 특수봉 같은것을 한국경찰도 도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일어나기도 했다.[5]

3. 창작물에서


[1] 성인용 죽도 39호의 길이가 120cm이다. [2] 거북이 방패는 처음엔 매끈하였지만 미끄러운 플라스틱 재질이라 상대방의 공격을 막았을 때 둔기가 방패에서 미끄러져 몸에 맞게 되자 미끄러 지지 않게 튀어나온 선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거북이 등껍질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3] 내부에 심지를 넣어 단단하게 만든 죽도로 시위대에게 치명상을 입히자 언론에서 일제히 비난한 적이 있었다. [4] U자 혹은 Y자 형태의 봉으로, 단검을 휘두르는 범인을 접근시키지 않고 제압하기 매우 유용해서 일본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사용한다. [5] 일본 경찰은 비슷한 128cm 길이의 장도봉을 흔히 길거리나 파출소 앞에서도 휴대하고 다니는데, 한국 120cm 진압봉과는 달리 제대로 된 목제 강봉인데다, 일본 경찰은 이걸로 용의자 제압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운다. 뿐만 아니라 상기한 사스마타 역시 흉기난동범죄에 대한 해결책으로 채용함은 물론 민간에 널리 보급해 실제 효과적으로 흉기난동 범죄를 막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를 배워오자는 논의가 민관 가리지 않고 몇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무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