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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시간

존재와 시간
Sein und Zeit
파일:seinundzeit.jpg
▲ 초판 속표지[1]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373a3c,#dddddd> 원제 Sein und Zeit
출판 연도 1927년
원어 독일어
작가 마르틴 하이데거
장르 철학
주제 존재론[2], 형이상학

1. 개요2. 상세3. 국어 번역본4. 기타5.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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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Sein Und Zeit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1927년에 발표한 저술.

2. 상세

1927년 『철학 및 현상학 탐구 연보』 제8집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명실상부한 하이데거의 대표작.

『존재와 시간』은 사실 2부로 구성되어있었으나, 1부 2편의 '현존재와 시간성'까지 만을 다루고 중단된 작품이다. 1부 3편에 해당하는 '시간과 존재'는 하이데거의 다른 작품인 『현상학의 근본 문제』에서, 아예 들어가지도 못한 2부 역시 『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와 같은 저작들에서 수행되고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미완성작인데다가 인간(현존재)에 대한 존재의 물음에서 그쳤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방대하고 어렵다.

하이데거는 먼저 서론인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의 설명'에서 존재 물음의 필연성과 우위, 탐구 방법 등에 대해 다룬다.

'존재란 무엇인가?(Was ist Sein?)'라는 물음은 여러 가지 수많은 물음들 중에서도 독특한 물음이다. 왜냐하면 이미 물음 자체(Was ist ~ ?)가 물음의 대상(Sein)을 포함[3]하고 있기 때문이다.[4] 이렇게 독특한 물음인 '존재물음'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지는데, ① 물음의 주제인 '존재'와 ② 직접적인 물음의 대상인 '존재자', ③ 물음의 목표인 '존재의 의미'가 그것이다.
물음은 어떤 것에 대한 물음으로서 자신에게서 "물어지고 있는것"을 가지고 있다. 모든 어떤 것에 대한 물음은 어떤 방식으로건 어떤 것에 물음을 거는 것이다. 물음에는 물어지고 있는 것 외에 "물음이 걸려 있는 것"이 속한다. 탐구하는, 다시 말해서 이론적인 물음에서는 물어지고 있는 것이 규정되고 개념화되어야 한다. 이 경우, 물어지고 있는 것에는 본래 의도되고 있는 것으로서 물음이 꾀하고 있는 것이 놓여 있다. 물음은 여기에서 목표에 이르게 된다. [5]

예를 들어, 새로 나온 영화가 대단하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에게 그 제목을 물어볼 경우, "물어지고 있는 것", 즉 물음의 대상이 되는 것(das Gefragte)는 "제목"이며, "물음이 걸려 있는 것"(das Befragte)는 "그 물음을 받은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음이 꾀하고 있는 것", 다시 말해, 궁극적으로 물음이 밝히고자 하는 것(das Erfragte)은 "그 영화가 과연 대단한지"의 대한 여부이다.

마찬가지로, 존재 물음에 있어, "물어지고 있는 것(das Gefragte)"은 "존재"(언제나 어떤 존재자의 존재로서 존재자를 존재자로서 규정하는 것)이며, "물음이 걸려 있는 것(das Befragte)"은 그 물음이 걸려 있는 존재자 자신이자, 다른 어떤 존재자보다 우위를 지니고 있는 존재자, 바로 "현존재(Dasein)"를 뜻한다.

"현존재"라는 말은 하이데거가 만든 단어로, '거기에'라는 뜻의 'Da'와 '존재'라는 뜻의 'Sein'을 붙인 것이다. 현존재는 쉽게 말해서 우리 인간을 가리킨다. 현존재는 물음이 걸려있는 존재자이기에 존재 물음에 있어 지나칠 수 없는 존재자이며, 한편으로는 물음의 특권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존재자이기도 하다. 존재물음에서 특권적 위치를 가진 존재자가 현존재, 즉 인간인 이유는 인간만이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고뇌하는 존재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라는 실존적 고민을 하며 존재에 대해 가장 이해도가 높은 존재자는 인간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이데거 철학에서 '존재'와 '존재자'를 구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말해서, 존재자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들이다. 가령, 책상이나 고양이, 사람 등등. 반면에 존재는 존재자들이 있는 그 상태, 존재자들이 존재자라고 불릴 수 있게 만드는 근거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존재는 언제나 어떤 존재자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이데거는 그러나 이전까지의 철학들은 이 같은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존재 탐구에 있어서 허우적 댔다고 보았다. 또한 존재와 존재자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심연 같은 것이 있는데 이를 하이데거는 '존재론적 차이'라고 부른다. "현존재"의 "현"은 '거기에'뿐만 아니라, "존재가 드러나 있다."는 의미도 가지는데, 이것은 현존재인 인간이 존재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는 존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6] 그러나 한편으로 인간의 존재이해는 막연하고 피상적이기 때문에, 올바른 존재물음이 제기되기 위해서는 존재론적 차이를 주시하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으로 물음이 밝히고자 하는 것(das Erfragte)"은 "존재의 의미"이다. 그런데 존재는 존재자와 구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 물음에 있어서 역시, 존재는 존재자가 밝혀지는 방식하고는 다른 방식으로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유의해야 존재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탐구할 수 있다. 이렇게 '현존재'라는 '존재자'를 매개로 하여 하이데거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7]

매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현존재(Dasein)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인간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 세계 속에 존재하는 존재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인간은 진공상태에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적인 배경 속에서 그 속에 있는 것들과의 관계맺음을 통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존재론은 데카르트식의 균일하고 진공적인 세계관과 달리 인간과 그 인간이 공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 세계를 설명함으로써 건축학(개별 인간의 거주지로서의 건축(후기 하이데거 저작 참고)), 지리학(장소의 개념 및 공간-장소 논쟁) 등의 학문 분야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3. 국어 번역본

현재 국내에 나온 유명 번역본은 3가지 정도이다. 소광희 전 서울대학교 교수의 번역본(경문사 刊)이 가장 정평이 나 있으나 2판까지만 찍고 절판[8]되어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사용 흔적이 많은 중고 서적 역시 2022년 기준으로 10만원대를 호가하며, 커버까지 남아있는 최상급 중고 서적은 부르는 게 값[9]일 정도이다. 그래서 대학 도서관에서 대출한 뒤 제본하는 게 많이 권장된다. 일부 대학의 철학과에는 아예 제본용 판과 제본 서적이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2020년대 대중적으로 많이 보는 번역본은 이기상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의 번역본이다. 이기상 교수는 독일 현지에서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한 인물로, 앞선 소광희 번역본에서 무비판적으로 사용한 일본식 조어, 한자어, 줄임말의 사용을 지양하고 독일어 어감을 살린 번역 용어를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용어가 Entwurf로, 소광희는 '기투'라는 일본에서 쓰이는 줄임번역 용어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으나, 이기상은 '기획투사'로 번역하였다. Entwurf는 현재완료적 존재가능성과 존재이해를 지닌 현존재가 미래의 시간에서 자신의 존재가능성대로 살아갈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에, 이기상의 번역 용어가 그 의미를 더 잘 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의 하이데거 관련 문헌을 보면, 2000년대까지만 해도 소광희 역본에서 사용된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2020년대 들어서는 이기상 역본에서 사용된 용어의 사용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이는 판본의 구매 여건과도 관련되겠지만, 이기상이 사용한 용어가 본래 의미를 파악하는데 더 적절하다는 학계의 평가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밖에도 동서문화사의 독어독문학자인 전양범 번역본이 있으나, 신뢰할만한 번역은 아니라는 평이 우세하다. 다만 책 값이 많이 저렴해서[10] 선호될 때가 있다. 또한 비전공자 입장에서 얼추 느껴지는 이해 수준은 비슷하다는 평도 다수다.

세 가지 말고도 2021년 이민철 신학자 겸 교수의 번역본이 있으나 "미국 출판국의 법에 따라 뉴욕 크로스 프레스(출판사)에서 출판한 특별 한정판"으로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 구매하여 읽어본 독자들에 의하면 이전 번역들보다도 좋다고 하며, 하이데거의 저작권이 만료되는 2046년 이후에야 국내에 출간될 수 있을 듯하다. 독어원문 번역이며 다른 하이데거의 단편논문들 또한 수록되어 있어 두께가 좀 있다.

4. 기타

  • 호텔 델루나에 이 책이 등장한다. 그냥 언급되는 정도가 아니라 드라마의 주제와 관련있는 대사에 인용되며 중요하게 등장했다.
  • 카를 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11]가 이 책을 읽고 "나는 그의 말을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것이야말로 철학이다."라고 평했다고 하는데, 이 말의 출처인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라는 책은 연도와 사건 순서 등에서 틀린 부분이 많아서 신뢰가 떨어지긴 한다.
  •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헤겔의 " 정신현상학", 후설의 "순수 현상학과 현상학의 철학적 이념들"과 함께 철학사상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서로 꼽힌다.

5. 관련 문서



[1] 이 표지에는 "Erste Hälfte" (처음의 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것에서 보이듯이 <존재와 시간>의 1927년 초판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었다. 결국 나머지 절반은 처음에 기획했던 대로 출판되지 못했고, 다만 그의 다른 저작들 몇몇에서 파편처럼 흗어져 있을 뿐이다. [2] 하이데거는 자신의 철학이 실존주의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책 곳곳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그의 철학은 실존주의보다는 존재론에 가깝다. [3] 독일어에서 Sein(존재)은 '존재하다'의 부정형인 'sein(~은 -이다)'의 자체명사형인데, 그 3인칭단수에 해당하는 형태가 ist이다. [4] 이를 통해 암시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존재'라는 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무의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부터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볼 수 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여기서부터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5] 『존재와 시간』 이기상 역. 19쪽 참조 [6]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강독』 박찬국 저. 28쪽 참조 [7] 이 점만 놓고 보면 하이데거는 일종의 '철학적 인간학'을 시도하는 셈이다. 적지 않은 수의 학자들이 이런 점에서 하이데거를 실존주의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이데거가 저서와 편지, 공식적인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밝히는 입장은 실존주의와 철저히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인간(현존재)을 탐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궁극적인 목표인 존재 일반의 의미를 탐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후기 사상에서는 이 같은 실존주의적 경향이 거의 사그라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와 시간』에 있어서만큼은 실존주의로 분류될 만한 요소들이 매우 짙게 포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8] 당시에도 출간 권수가 그리 많지 않았는지,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워 출판사에 직접 주문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제본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9] 한 중고서적 사이트에서 커버가 없는 신품은 30만원에, 커버가 있는 신품은 45만원에 거래된 바 있을 정도이다. [10] 양장본으로 2만 2000원, 반양장본으로 2만원이다. 보통 철학서 가격이 대부분 3만원은 족히 넘는걸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것이다. 참고로 이기상 역본은 3만원이다. [11] 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이며,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의 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