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8 23:59:16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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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Seventh Iserlohn Offensive · 第7次イゼルローン攻防戦
파일: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png
날짜
우주력 796년, 제국력 487년 표준력 5월 14일
장소
은하제국 이제르론 회랑 알테나 성계 이제르론 요새
교전 당사자 파일:Goldenbaum-Dynasty.png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파일:Goldenbaum-Dynasty.png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자유행성동맹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지휘관 토마 폰 슈톡하우젠
한스 디트리히 폰 젝트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레믈러
양 웬리
발터 폰 쇤코프
병력 은하제국군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 함정 약 1만 5천 척, 장병 불명
이제르론 요새 주둔군 장병 50만 명,(원작),
요새 주둔군 200만 명,(후지사키 류 코믹스),
자유행성동맹군
제13함대 함정 6400척, 병력 70만 명
피해 규모 주둔함대 절반 손실,
요새 주둔군 50만명이 동맹군의 포로가 됨.,(원작),
주둔함대 3,000척 이상 손실,(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주둔함대 1,500척 이상 손실, 장병 30만 명 이상 전사,
요새 주둔군 200만 명이 동맹군의 포로가 됨.,(후지사키 류 코믹스),
주둔함대 사령관 젝트 대장 전사, 요새 사령관 슈톡하우젠 체포,(공통),
없음
결과
이제르론 요새 함락, 자유행성동맹의 승리.

1. 개요2. 배경
2.1. 역사적 배경2.2. 동맹군의 입장
3. 공략 준비4. 이제르론으로 향하다5. 전개
5.1. 원작5.2.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5.3. OVA5.4. 후지사키 류 코믹스5.5. DNT
6. 마무리7. 결과 및 여파8. 사후 처리
8.1. 은하제국8.2. 자유행성동맹8.3. 페잔 자치령
9. 여담10. 평가

은하영웅전설의 에피소드
아스타테 회전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카스트로프 동란
역대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제6차 이제르론 공방전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5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3화~16화
    • 은하영웅전설 OVA 6화 『장미기사』 ~ 7화 『이제르론 공략!』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65화 ~ 68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6화 『이젤론 공략(전편)』 ~ 7화 『이젤론 공략(후편)』
  • 시기: 우주력 796년, 제국력 487년 표준력 5월 14일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양 웬리 소장이 지휘하는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 제13함대의 첫 임무이기도 했다. 여기서 양 웬리는 이미 6차에 걸친 대규모 공략전이 처절한 패배로 끝나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별명이 붙은 이제르론 요새를 정규함대의 절반 규모, 그것도 패잔병과 신병을 긁어모아 급조한 함대를 지휘하여 단 한 명의 아군 피해도 내지 않고 함락시키는 전무후무할 위대한 업적을 세워 제국과 동맹을 경악시켰다. 양 웬리 소장은 일거에 자유행성동맹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마술사 양, 기적의 양(미라클 양)이라 칭송받았다.[1]

2. 배경

2.1. 역사적 배경

우주력 745년 벌어진 제2차 티아마트 회전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패배를 겪은 은하제국은, 방법을 바꿔 이제르론 회랑에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요새를 건설하였다. 이제르론에 요새가 건설되자 자유행성동맹의 제국에 대한 공격 시도는 모조리 봉쇄당했다. 제국군은 본토의 안전을 보장받은 채로 일방적으로 동맹령 각지에 공격을 감행하였고 동맹군은 내침한 제국군을 물리칠 수는 있었지만 이제르론 요새 때문에 제국 본토를 침공하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게 되었다.

당연히 자유행성동맹군의 제1목표는 이제르론 요새를 점령 혹은 파괴하거나, 하다 못해 무력화라도 하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은하제국은 이제르론 요새가 지닌 엄청난 위력의 주포 ' 토르 하머'와 수많은 방공 포대, 그리고 1만 5천 척에 달하는 주둔 함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공격해오는 동맹군을 일방적으로 가지고 놀았다. 제4차 공방전까지는 제국군의 유인작전에 동맹군이 걸려들며 전투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일방적인 학살극이 펼쳐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동맹군도 바보는 아닌 이상 이제르론 요새 공략 방법을 계속 연구했고, 5차 공방전부터는 나름대로 요새에 위기를 불러 일으키며 성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5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는 시드니 시톨레 대장이 지휘한 동맹군이 이전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토르 하머의 사정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했고, 토르 하머의 사정권에 딱 걸친 채로 공격을 가해 제국 함대를 역으로 꾀어낸 뒤, 함대를 신속하게 적 함대 사이로 돌진시켜 토르 하머를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공세를 점할 수 있었다.[2]

시톨레 제독은 토르 하머를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미사일과 액체 헬륨을 가득 채운 무인함을 이용하여 요새를 직접 타격하기까지 했다. 동맹군은 무인함 전술로 요새 외벽을 뚫고 내부 블록을 파괴하는 쾌거까지 거두었으나, 요새가 위기에 처하자 기겁한 요새 사령관 클라이스트 대장이 '요새가 함락되면 역사적으로 이제르론을 넘긴 멍청이로 남을 오명은 싫다'고[3] 아군과 적군이 뒤섞인 전장을 향해 토르 하머를 쏘는 돌발 행동을 하는 바람에 또 패배하고 말았다. 그래도, 제국군과 동맹군 사상자 및 피해는 비슷할 정도였기에 패배하고도 시톨레 대장은 종전에 4번의 전투에서 학살당하던 수준과 달리 엄청난 선전을 인정받아 원수로 진급했다.

제6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도 역시 동맹군 주력이 토르 하머의 사정거리 근처에서 제국군 주둔 함대를 유인하고 미사일정 함대가 기습에 나서 요새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성과를 거두었으나[4] 라인하르트 폰 뮈젤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이후 동맹군은 제국군 주력과 토르 하머 사거리 내부에서 난전을 벌이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다가 라인하르트의 유인책에 전 동맹군이 낚여 토르 하머를 얻어맞고 패배했다.

5차와 6차 이제르론 공방전을 통하여 동맹군은 '토르 하머 사정거리 안팎을 오가는 간보기'와 '개떼 싸움을 유도하여 토르 하머 발사를 억제하기'라는 기본 공략법을 완성시켰고, 이는 이후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도 공수가 바뀔지언정 공략측이 매우 잘 활용하는 전술로 자리 잡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술은 요새에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될지언정 확실히 점령할 수 있는 수단은 되지 못하였고 두 번의 공방전에서도 동맹군의 피해가 더 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5]

동맹군의 요새 공격 시도도 거의 정례화되었고 특히 동맹 정부에 의한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매우 '정치적인' 군사 작전이 수없이 반복되자 은하제국 장병들 사이에서는 반란군 내부에서 통용되는 '선거'라는 것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선거철이 되면 동맹군이 공격을 감행하곤 한다'는 속설이 나돌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이를 바탕으로 하는 논문이 발표되는 일까지 생겼다.

수없이 반복되는 패배는 자유행성동맹군과 군을 지탱하는 국민들에게 막대한 심리적 압박이 되었다. 수 천척의 함선과 수 백만명의 장병들이 죽고 다치는데다가 이에 수반되는 천문학전 예산소모는 동맹 국가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었고 추가로 요새에서 숱하게 넘어오는 제국군의 공세에 맞서 언제까지나 방어전을 펼쳐야만 한다는 점이 이 어려움들을 더욱 가중시키만 했다.

2.2. 동맹군의 입장

우주력 790년대에 벌어진 제국-동맹 사이의 전투는 제5차 이제르론 공방전 정도를 제외하면 서로 3만 척 내외의 전력을 동원하는 비교적 소규모, 전술 단위의 전투만 벌어져서 서로가 서로를 승자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무승부 정도로 평가될 전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요새 공략작전이 실패로 끝나고 제3차 티아마트 회전 아스타테 회전에서 자유행성동맹군은 정규함대 12개 중 11함대, 4함대, 6함대를 잃고 2함대도 치명타를 입게 되었다.

군부의 실패는 군부의 1인자인 통합작전본부장 시드니 시톨레 원수의 입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지금까지의 패전의 원인은 시톨레 원수의 무능이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위해 주전론을 외치는 정치꾼들, 그에 비해 몇 차례나 진두지휘해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는 로보스 사령장관, 어느 위대한 적장의 뛰어난 용병술 때문이었지만 실패는 실패, 민간사회는 참패에 동요하고 군부를 바라보는 시민과 정부의 눈길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어느새 시톨레 원수의 임기는 7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자 시톨레 원수는 재선은 물론 쭉 대립관계를 유지하던 욥 트뤼니히트 국방위원장과의 관계에서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7번째 요새 공략작전을 준비했다. 아스타테 회전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제4, 제6함대 잔존병력과 신병을 더해 함정 6,400척, 장병 70만 명에 달하는 제13함대를 창설한 뒤, 아스타테 회전에서 제2함대를 구원하고 제국군 엘라흐 소장을 사살한 공적을 세운 양 웬리 준장을 1계급 승진시켜 소장 계급으로 13함대 사령관에 임명하여 다시 요새 공략 시도에 나선 것이다.

양 웬리는 내심 반쪽짜리 함대 가지고 난공불락의 요새를 공략하라는 시톨레의 말에 내심 그의 손바닥 위에 오르기 싫어 고민했지만, 시톨레는 "자네라면 할 수 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트뤼니히트도 양의 재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감언이설을 늘어놓아 양을 설득했고 양은 시톨레도 사람이 교활하다며 독백한 뒤 수락했다. 기뻐한 시톨레는 알렉스 카젤느에게 명해 양을 최대한 도와주었다.

국방위원장이자 시톨레 원수와 대립해온 트뤼니히트는 반쪽짜리 함대로 요새를 공략하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치부하면서 요새 공략이 실패한다면 정적 시톨레와 양은 동시에 보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여 양의 승진과 요새 공략작전을 반대하지 않았다.

양 웬리가 얼핏 말도 안되는 공략전 참가를 받아들인 까닭은 시드니 시톨레 원수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표와 같았다. 바로 이제르론을 탈취하여 제국군의 동맹령 침공 시도를 차단시켜 일시적인 정전상태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페잔 회랑은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 동맹측에서 먼저 공세를 가하는 미친 짓을 하지 않는 한 이제르론 요새를 틀어쥐고 있으면 계속된 전쟁으로 피폐해진 동맹의 국력을 회복하고 전력을 확충하는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으며, 잘하면 평화조약을 맺어 제국과 공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승리로 인해 동맹 주전파가 사기충천을 넘어 아예 정줄을 놓을 거란 계산을 미처 못 했다(...)[6]

3. 공략 준비

작전안이 승인되었으니 이제 사령관만 급하게 임명된 제13함대에 참모진과 휘하 부대를 배정할 차례가 되었다. 병력은 '반쪽짜리' 함대 답게 4,6함대 잔존 병력에 몇 안되는 신병을 더해 함정 6,400척에 장병 70만 명.

양은 작전에 앞서 참모진 인선에 착수했다. 함대 부사령관에는 아스타테 회전에서 제4함대 소속으로 선전한 노장 에드윈 피셔 준장을, 수석참모에는 독창성은 부족하지만 치밀한 무라이 준장을, 차석참모에는 '파이터'라고 불린 표도르 파트리체프 대령을 임명했다. 또한 양 웬리를 바로 옆에서 보좌할 부관에는 알렉스 카젤느 소장의 추천을 받아 프레데리카 그린힐 중위를 임명하였다.[7]

참모진은 건실했으나 작전안 입안부터 주된 논란거리의 근원이 되었던 '반쪽짜리 함대'가 문제였다. 그간 동맹군은 요새 공략작전에 최소 3개 함대 이상을 투입하였고 1개 정규함대 15,000척의 3분의 1 규모밖에 안되는 제13함대 하나를 급조하여 요새를 공격한다는 사실은 누가봐도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 이제르론 공략작전이 군부에 전파되자 이를 본 동맹군 주요 지휘관들의 반응은 비관과 조소로 융합된 그것. 그나마 제5함대 사령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중장 정도만이 조소를 퍼붓는 동료 제독들을 점잖게 나무라는 형태로 양을 옹호해주는 정도였다.

페잔 자치령의 란데스헤르(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당연히 동맹군의 요새 공략 작전안 정보를 입수했으나 자신이 봐도 말도 안 되는 작전에, 아스타테에서 양 웬리의 활약을 보고받고 흥미가 생겨 일부러 제국 쪽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제국군은 동맹군이 공격해 온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시톨레에게서 공략에 필요한 모든 편의를 지원하도록 지시받은 카젤느는 양의 계획을 캐물어보려 했으나 답을 회피했고, 다만 사흘 내로 노획한 제국군 함선 1척과 약 200벌 가량의 제국군복를 지급해 달라 요청하기만 했다. 또한 우국기사단의 폭력에 위협받을 뻔한 적이 있어 자신이 집을 비울 동안 율리안 민츠를 보호하고자 헌병들의 순찰범위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시톨레의 임기도 걸려 있는 문제였던 까닭에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8], 양은 꼭 필요한 준비를 마치는 대로 수도성 하이네센을 출발해야 했다.

4. 이제르론으로 향하다

우주력 796년, 제국력 487년 4월 27일에 양 웬리 소장이 지휘하는 동맹 제 13함대는 수도성 하이네센을 출발하였다. 제국쪽으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신설 함대의 대규모 기동훈련으로 공표했고,약 3일 동안은 이제르론과는 반대 방향에 있는 보르한 성계[9]로 향했으나 그 다음부터는 방향을 바꿔 8회의 장거리 워프와 11회의 단거리 워프를 걸쳐 4000광년을 24일 만에 주파해 이제르론 회랑 인근에 도착했다. 요새 공략 작전에 몰두한 양 웬리 대신 함대 운용을 담당한 부사령관 에드윈 피셔 준장의 활약으로 모든 함선이 완벽하게 도착하였다.

양 웬리는 작전에 임하기 앞서 피셔, 무라이, 파트리체프, 프레데리카에게 자신이 입안한 요새 공략작전을 설명했다. 작전을 들은 세 사람 모두 경악했고, 무라이는 실패하면 어떡하냐고 물었고 양은 그러면 꼬랑지를 말고 도망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무라이가 다시 입을 열자 양은 어차피 반쪽짜리 함대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니, 망신은 시톨레 원수와 자신만 당한다고 답했다. 반면 프레데리카는 작전을 듣고도 경악하기는 커녕 8년 전 엘 파실 전투에서 민간인 3백만 명을 대피시켰듯, 이번에도 성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함대 수뇌부에 작전을 설명한 양은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맏을 로젠리터 연대의 연대장 발터 폰 쇤코프 대령을 만났다. 작전을 설명한 양을 이번 작전을 제대로 된 작전이 아니라 잔꾀라고 인정하면서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쇤코프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양 웬리의 견해에 동의하였고 견고한 요새에 의지하면 사람은 방심하게 마련이니 작전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했지만, 만약 소문대로 자신이 7번째 배신자가 되면 작전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대책을 물었다. 하지만 양 웬리의 대답은 "난감하지" 뿐, 다음 대책은 떠오르지 않는다며 세워두지 않았다.

양 웬리는 작전에 앞서 자신은 별로 없지만 쇤코프를 믿지 않는다면 작전이 성립할 수 없기에 쇤코프를 믿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쇤코프는 화제를 바꾸어, 무리한 작전을 승낙한 것 밑에는 출세욕, 아니면 명예욕이 있나고 신랄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양은 작전이 성공하면 퇴역할 계획을 밝히면서 출세욕은 아닐 것 같다고 부정했고, 더 나아가 작전이 성공한다면 어떻게든 평화가 찾아올 테니 안심하고 퇴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쇤코프가 그런 평화가 오래 가겠나고 묻자 양은 영원한 평화는 없었지만 몇십 년 정도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는 존재했으니,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은 역시 평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쇤코프는 양을 매우 솔직한 사람 아니면 루돌프 대제 이래 최고의 궤변가라고 평하면서 영원하지 않은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협력을 약속했다. 대전제에 합의한 두 사람은 바로 세부사항을 검토했다.

5. 전개

이제르론 요새는 두 명의 대장이 있다. 한 명은 요새 사령관을 맡고 다른 한 사람은 요새 주둔함대 사령관을 맡는데, 동일한 직장에 동격의 지위를 가진 지휘관이 둘이나 있으니 갈등과 충돌이 멈출 날이 없었다. 심지어 이 갈등은 부하들에게까지 퍼져서 요새 수비병들은 주둔함대 병사들을 '오만불손한 식객', '밖에서 싸우다가 위험해자면 요새로 도망치는 탕자'라고 멸시했고, 주둔함대 병사들은 요새 수비병들을 '안전한 곳에서 전쟁놀이나 즐기는 우주 두더지'라고 멸시했다.

제국군 내부에서는 두 직위를 합쳐서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자는 개혁안이 나오고 있었지만 제국군 고급군인들은 대장 자리가 하나 줄어드는 걸 참지 못했으며 양측 대립이 심각한 결과를 초례한 사례가 없다고 기각했다. 그렇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양측은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동맹군의 일곱 번째 시도를 맞이하게 된다.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은 '요새 사령부와 주둔함대의 불화를 이용한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동일하나[10] 원작과 각 매체별 세부 전개가 모두 다르다.

5.1. 원작

우주력 796년 5월 12일부터 이제르론 요새는 통신 교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둔함대나 요새 사령부나 이것이 동맹군이 접근하고 있다는 징조임은 알아차렸으나 동맹군의 모습을 포착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5월 14일, 요새 사령관 토마 폰 슈톡하우젠 대장과 한스 디트리히 폰 젝트 대장은 고급장교 응접실을 개조한 회견실에서 동맹군에 맞설 전략을 논의했다.[11]

슈톡하우젠 대장은 적의 위치를 모르니 나가 싸울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젝트 대장은 반란군을 찾기 위해서라도 출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은근히 까대면서 열렬히 논박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때 방해전파를 뚫고 요새에 한 통신문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제국 수도 오딘에서 중요한 연락사항을 지닌 브레멘형 경순양함,經巡航艦, 1척이 이제르론으로 파견되었으나, 회랑 내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 현재 도주 중. 이제르론 측의 구원 바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00
통신장교의 보고를 받은 젝트 제독은 슈톡하우젠과 티격태격하면서 부하들에게 출격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주둔함대 참모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대령이 나서 의견을 개진했다. 젝트 제독은 음침한 참모를 싫어했지만 마지못해 발언을 허락하고, 오베르슈타인 대령은 이 통신은 함대를 요새에서 멀리 떼어놓기 위한 함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젝트는 본래 맹장인데다가 오베르슈타인에 대한 반감, 슈톡하우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오베르슈타인의 주장을 기각해버렸다. 슈톡하우젠이 나서 오베르슈타인의 편을 들어 출격을 만류했지만 젝트는 한 시간 뒤에 출격하겠다는 말로 논의를 끝내버렸다. 1만 5천 척에 달하는 함정들이 요새를 떠나고, 슈톡하우젠은 속으로 "호되게 당하고 돌아와 보라지"라고 중얼거렸다.

주둔함대가 출격하고 여섯 시간 뒤, 브레멘형 경순항함에서 요새 근처까지 도달했지만 반란군의 추격을 받고 있으니 원호를 부탁한다는 통신을 보냈다. 슈톡하우젠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젝트를 까면서 포수에게 원호사격을 명령했다. 그런데 동맹군 함정들은 경순양함을 추격하다가 요새 주포 사정거리 근처에서 정지했고, 브레멘형 경순양함이 요새에 입항하자 포기한 듯 돌아가버렸다. 그러자 제국군 병사들은 요새의 힘에 취해 폭소를 터트렸다.

요새에 입항한 브레멘형 경순양함은 자장에 의해 계류되었는데, 외관은 격침당하기 직전이었다. 경순양함에서 해치가 열리고 함장 폰 라켄 소령이 나와 수소동력차를 타고 달려온 정비병들에게 주둔함대는 궤멸당했으며, 반란군은 회랑을 통과하는 어처구니없는 방법을 고안해냈으니 즉시 사령관과 면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폰 라켄 소령을 비롯한 경순양함의 장교 5명은 요새 사령관 슈톡하우젠 대장과 만날 수 있었다. 슈톡하우젠은 반란군이 이제르론 회랑을 통과할 방법을 고안해냈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며 이럴때야말로 필요한 주둔함대를 데리고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젝트를 까고 있었다. 장교들이 도착하자, 슈톡하우젠은 사정을 설명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폰 라켄 소령은 슈톡하우젠에게 가까이 가자 바로 그를 제압하고 금속 탐지기에 반응하지 않는 세라믹제 블래스터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자신의 본래 신분, 로젠리터 연대의 쇤코프 대령임을 밝히고 ID카드까지 위조해 왔는데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요새 주둔군의 기강 해이를 비웃었다. 지령실 경비주임 레믈러 중령은 블래스터를 쇤코프에게 겨누고 "사령관 각하는 죽음보다 불명예를 두려워하시는 분이다."라고 말하지만 쇤코프는 "글쎄? 사령관 각하는 과대평가가 영 부담스러우신 모양인데?"라고 받아치고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는 세라믹제 제플 입자 발생장치를 꺼냈다.
열에 반응하여 폭발하는 기체 폭탄 '제플 입자'가 살포되자 레믈러 중령은 당황하고 경비병들도 공포에 질려버렸다. 결국 슈톡하우젠은 패배를 인정하며 동맹군에게 항복해버린다.

이후 앞서 입항한 순양함에서 동맹군의 기술병들이 비밀리에 나와 이제르론 요새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공조 시스템을 이용해 수면가스를 뿌려 요새 내 장병 50만을 모조리 재워버린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13함대가 이제르론 요새에 입항하면서 요새를 완전히 장악했다. 5시간 뒤 잠에서 깨어난 제국군 장병들은 동맹군에게 요새가 장악당한 모습과, 포로 신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5.2.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기지 내로 들어온 폰 라켄 소령은 주둔함대가 전멸했으며 반란군이 이제르론 회랑을 통과하는 방법을 알아냈으나 시급히 슈톡하우젠 대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요청은 즉각 받아들여져 폰 라켄 일행이 요새 중앙지령실로 가 슈톡하우젠 제독을 만나고, 그가 가까이 오자 팔에서 칼을 꺼내 슈톡하우젠을 인질로 잡고 그 부하들도 본색을 드러나 권총과 칼을 꺼내든다. 갑작스런 사태에 깜짝 놀란 제국군에게 쇤코프는 자신들을 로젠리터 연대라고 소개한다.

한편 그 시각, 카스퍼 린츠를 비롯한 브레멘형 경순양함 내부에 있던 로젠리터 연대원들은 소형 강습양륙함에 탑승하고, 순양함의 주포로 얇은 요새 내벽을 날려버린다. 경순양함이 포격하기 직전 요새 우주항에 있던 제국군은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어딘가로 연락하려 했으나 라이너 블룸하르트를 비롯한 순양함 바깥에 있던 로젠리터 연대원들에게 제압당한다. 요새 내벽을 날려버린 로젠리터 연대는 경순양함을 폭파하여 제국군을 혼란에 빠뜨리고 양륙함을 발진시켜 요새 내벽을 관통하여 요새 공조 시스템이 있는 층까지 단숨에 진입한다.

갑자기 나타난 동맹군 백병전 부대에 놀란 제국군은 총을 쏘려고 하지만 제플 입자가 살포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백병전 부대를 내보낸다.

한편 제국군과 쇤코프 일행은 여전히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레믈러가 총을 쏘려고 하자 갑자기 경보가 울리는데, 로젠리터 연대가 공조 시스템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젠리터 연대원들은 제플 입자를 살포하고 레믈러를 제압한다. 그러자 쇤코프는 슈톡하우젠을 부하에게 떠넘기고 중앙지령실의 제국군을 백병전으로 모조리 쓸어버린다.

그 시각 젝트 대장의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는 여전히 구조 신호를 보내는 브레멘형 경순양함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순양함을 찾았지만, 이건 동맹군이 준비한 가짜였다. 그제서야 젝트 대장은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젠리터 연대가 돌입한 지 오래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고, 슬슬 제국군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타이밍이 오자 양은 요새에서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꾸미라고 명령한 뒤 뜬금없이 허공으로 레일 캐논 발포를 지시한다. 동맹군 장병들은 느닷없이 무슨 소리냐며 황당해하지만 사령관의 명령이니 허공으로 레일 캐논을 발사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보낸 것처럼 꾸민 구원 통신이 주둔함대 기함에 수신되었고, 젝트 대장은 즉각 요새로 귀환을 지시하였다. 참모 오베르슈타인 대령이 이건 함정이니 귀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젝트는 오베르슈타인을 겁쟁이로 매도하면서 요새 귀환을 명령했다.그런데 느닷없이 레일 캐논 포탄이 일제히 요새 주둔함대를 덮쳤다. 갑작스런 포격으로 주둔함대 함선 500척이 격침당했으나 정작 포탄을 쏜 적 함대는 보이지도 않았다. 동맹군은 제국군이 구원 통신을 수신할 시간과 요새로 귀환할 항로를 계산해서 예측샷을 쏜 것. 덕분에 동맹군은 요새 함락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사령관인 젝트는 "말도 안돼! 우리가 올 방향, 시간까지 계산해 미리 레일 캐논을 쏴댔다는 거냐?" 라는 반응을 보인다.

한편 요새 공조 시스템을 두고 로젠리터 연대와 제국군 백병전 부대 간의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로젠리터 연대의 전투력이 너무 강한 데다가 동맹군이 요새 사령부를 점거한 탓에 지원군이 오지 않고 방어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속절없이 밀리던 제국군은 공조 시스템이 함락되기 직전 메인 공조 시스템을 서브 공조 시스템으로 전환하였으나 이것 또한 동맹군의 노림수였다. 메인보다 기능이 단순한 서브 시스템이 더 조작하기 쉽다는 걸 노린 것.

서브 요새 공조 시스템에 침입하여 제국군을 제압하고 시스템을 조작한 라이너 블룸하르트는 방독면을 쓰며 요새 전체에 최면 가스를 흘려보냈다. 요새 내의 대부분의 제국군은 무슨 일이 일어난지 깨닫지도 못하고 잠들 수 밖에 없었다. 요새를 함락한 쇤코프 대령은 13함대에게 요새 함락을 보고하였고 양은 13함대의 요새 입항을 명령하였다.

포로로 잡힌 슈톡하우젠은 그제서야 동맹군 사령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전혀 군인답지 않은 양의 얼굴을 본 슈톡하우젠은 "이런 녀석에게 당했단 말인가?!"라며 어이없어했다.

5.3. OVA

주둔함대 요새를 출격하는 과정은 원작과 동일하다.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는 티마아트 성역 제4행성 암샤르 부근에서 브레멘형 경순항함 더스티 아텐보로가 지휘하는 동맹군을 확인하고 교전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사이 요새에서는 쇤코프가 탑승한 또 다른 경순양함이 요새에 접근하고, 동맹군은 부유 포대 사거리 밖에서 전진을 멈추고 방향을 돌려 돌아간다.

무사히 요새에 입항한 경순양함의 함장 폰 라켄 소령은 마중나온 경비대 소속 아윈 소위에게 "더러운 반란군 놈들이 이 이제르론 요새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아서 시도한 후 회랑을 돌파하려 한다!"라고 외치며 사령관 슈톡하우젠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카스퍼 린츠가 동맹군 함대가 요새 주포 사정거리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걸 보면서 "아 시작되고 말았다!"라며 리얼하게 연기했다.[12]

여기까지는 동맹군의 계획대로 돌아갔지만 주둔함대는 곧 눈앞에 있는 브레멘형 경순양함이 미끼임을 깨달았다. 주둔함대가 요새로 돌아오기까지는 두 시간이 걸리고 요새 바깥에 있는 13함대가 요새에 입항하는데는 1시간 30분이 걸리니 동맹군의 여유시간은 30분 밖에 남지 않았고, 만약 때를 놓지면 주둔함대와 요새 사이에 끼여서 전멸당할 수 도 있었다.

동맹군의 기묘한 움직임에 깜짝 놀란 슈톡하우젠이 쇤코프에게 달려가 자세한 상황을 묻지만 쇤코프는 그 순간 캡슐에서 일어나 숨겨둔 블래스터를 슈톡하우젠에 겨누었다. 슈톡하우젠을 인질로 잡은 쇤코프는 제국군을 협박하여 이제르론 요새 사령부에 있는 제국군을 모두 포박했다. 하지만 사령실 경비장교 레믈러 중령이 작은 반항을 보였다. 그는 작은 틈을 타 요새 컴퓨터에 락을 걸어버려 요새의 전 기능이 정지되는 바람에 13함대의 입항까지 막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편 미끼 함대에 끌려가던 젝트는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즉시 반전을 지시했다. 한편 입항을 못하고 있던 양 웬리는 이제르론 요새가 점령되었다는 거짓 전문과 함께 요새를 등지고 방어진형을 펼치면서 블러핑을 펼쳤다. 이에 의구심을 품은 오베르슈타인이 진격을 건의했지만 젝트는 그 진언을 묵살했다.[13]

그 무렵 요새 내에서는 쇤코프, 라이너 블룸하르트, 카스퍼 린츠 백병전을 펼쳐 50여 명의 요새 수비대를 썰어버리고[14] 중앙 관제 컴퓨터를 다시 장악했다. 요새를 장악하자 13함대는 신속하게 요새로 입항하였고 방어 태세를 붕괴시키고 도망가는 동맹군을 본 젝트 제독은 당황하여 즉각 공격을 지시한다. 오베르슈타인은 이미 요새가 점령된 상황에서 돌격은 자살행위라며 만류했지만 젝트는 오베르슈타인을 겁쟁이 취급을 하며 묵살했고, "꺼져버려!"라고 일갈하여 오베르슈타인을 함교에서 물러나게 했다. 근데 이게 역사를 바꿨다.

5.4. 후지사키 류 코믹스

양 함대가 이제르론까지 가는 과정은 원작과 동일하다.

어는 날 동맹군의 추격을 받는 브레멘형 경순항함이 요새애 구원 통신을 보냈다. 그들은 스스로를 동맹에 잠입한 제국군 첩보부대라고 주장하며 반란군이 회랑을 통과기 위해 고안한 방법을 빼돌렸지만 반란군에게 쫓기고 있으니 구원을 요청했다. 같은 시각 전함 히페리온을 비롯한 13함대 함정들은 양 제독이 세운 작전 기밀을 빼돌린 브레멘형 경순항함을 잡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브레멘형 경순항함이 접근하자 젝트는 즉각 함대 출격을 명령한다. 슈톡하우젠은 순양함이 곧 토르 하머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니 굳이 출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젝트는 슈톡하우젠을 '우주 두더지'로 비웃으며 출격한다. 제국함대가 출현하자 동맹군 제13함대는 추격을 멈추고 도망가고, 주둔함대는 도망치는 동맹군을 쫓는다.

한편 그 사이 순양함은 이제르론 요새에 입항했다. 그러나 함체는 걸레짝이 되어버렸고 함장 폰 라켄도 파편이 몸에 박힌 채 위독한 상태였다. 그 상태에 놀란 슈톡하우젠은 함장을 만나러 출발한다. 급히 요새 탑승교까지 도착한 슈톡하우젠은 폰 라켄을 만났지만 그는 다름이난 동맹의 군인 발터 폰 쇤코프였다. 쇤코프는 슈톡하우젠을 제압한 뒤 몸에 박혀있던 제플 입자 발생장치를 꺼내 화기를 봉쇄하고 부하들은 무력화된 호위병들을 두들겨패 제압한다.

슈톡하우젠을 제압한 세 사람은 그를 침상에 눕히고 공조 시스템실을 찾아가서 슈톡하우젠의 생체정보로 보안을 뚫고 최면가스를 전 요새에 뿌려 제압한다. 도망치는 척 하던 동맹군은 요새로부터 제압했다는 발광신호가 오자 즉시 방향을 틀어 요새로 향했다. 젝트는 동맹군이 도망칠 수 없음을 알고 자포자기로 요새로 향했다고 생각했지만 동맹군은 토르 하머의 방해 없이 무사히 요새에 입항한다.

5.5. DNT

주둔함대의 요새 출격부터 경순양함의 입항 과정까지는 원작과 동일하다.

이제르론 요새로 들어온 폰 라켄 소령은 경비대 대장 만 대위에게 우리들은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원수의 명을 받아 동맹령 내에 정보작전을 수행중이었으나 발각되어 본대는 전멸했고 간신히 무언가를 빼돌리는데 성공했다며 서류가방을 내밀고 이 가방 안에 동맹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무력화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깜짝 놀란 슈톡하우젠 대장은 폰 라켄 소령을 요새지령실로 데려 올 것을 명령했다.

폰 라켄 소령을 비롯한 일행들은 요새 중앙지령실로 향했다. 중간에 제국군 군율에 위반되는 라이너 블룸하르트의 문신이 지적받았으나 폰 라켄이 동맹령 잠입을 위해 필요했다고 둘러댔다.

무사히 지령실 앞까지 도착했으나, 사령실 경비주임 레믈러 소령이 워낙 깐깐한 인물이라 총기 반납, 몸수색, ID 제출을 요구했다. 몸수색 도중 폰 라켄은 만년필을 지적당했으나 부적으로 삼고 있는 조부의 유품이라고 둘러댔다.[15] 위장 ID도 무사히 인식되었지만 폰 라켄 일행을 의심하던 레믈러는 일부러 ID가 인식되지 않는다며 지령실 입실을 불허하였다. 그리고 본국에게 통신을 보내 확인하겠다고 하자 폰 라켄은 한달이건 두달이건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그때 슈톡하우젠 대장이 조급함에 부관을 보내 들여보낼 것을 명령하였다. 그래서 폰 라켄 일행은 사령실에 입실할 수 있었다. 폰 라켄 소령은 슈톡하우젠 대장을 향해 걸어가다가 부관을 밀치고 슈톡하우젠에게 돌진하였다. 레믈러 소령이 블래스터 권총을 들이밀었으나 역으로 만년필을 레믈러의 팔에 박아버리고 슈톡하우젠의 블래스터를 꺼내 그를 제압했다. 그 와중에 한 제국군 장병이 요새를 무력화하려 했으나 카스퍼 린츠에 제압당했다. 신분을 밝힌 쇤코프 대령은 서류가방으로 위장한 제플입자 발생장치를 가동시켜 제플 입자를 사령실에 살포하였다.

대치 중 슈톡하우젠 대장은 투항한다면 좋은 조건으로 거두어주겠다고 회유했으나 쇤코프는 양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동맹에는 꼬시지 못한 여자가 산처럼 쌓였거든!" 운운하며 완강하게 거절한다. 레믈러 소령이 블래스터 발포를 망설이는 사이 슈톡하우젠이 항복하고 만다. 이후 쇤코프가 양 웬리에게 '수면 가스를 퍼뜨려 나머지 제국군도 무력화했다'고 한다.

6. 마무리

요새가 동맹군에게 넘어갈 무렵 요새 주둔함대는 회랑을 헤메며 적을 찾아다니면서 요새와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러던 중 요새에서 '일부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구원을 청한다'는 통신이 들어오자 젝트는 부하 관리도 제대로 못하냐며 혀를 찼다. 하지만 티격태격하던 슈톡하우젠이 먼저 머리를 조아리며 도움을 요청하자 젝트는 슈톡하우젠에 빚을 안겨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전 함대에 즉시 요새로 귀환하라고 명령했다.

그때 오베르슈타인 대령이 나서 의견을 개진했다. 젝트는 안 그래도 혐오스러운 외모를 가진 오베르슈타인이 또 나서자 불쾌감을 나타냈지만 오베르슈타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건 함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젝트는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 함대에 이제르론으로 귀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오베르슈타인은 젝트 제독이 '노기만 있고 진정한 용기는 없는 소인배'라고 속으로 까면서 함교를 나간 뒤 간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디론가 내려갔다.[16]

머지않아 주둔함대가 토르 하머의 사거리 내에 모습을 드러내고, 요새 내부의 동맹군은 토르 하머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조준을 맞춘 뒤 양 웬리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슈톡하우젠이 사용하던 지휘 콘솔 위에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있던 양은 주둔함대가 충분히 접근하자 즉시 발사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빛덩어리가 제국군을 향해 돌진하고, 주둔함대 제1진은 폭발을 일으킬 틈도 없이 증발당했으며 제2진 또는 직격을 피한 함정들은 모조리 폭발했다. 간신히 살아남은 함정들은 토르 하머에 대항할 수 없다고 절규했으며, 요새 내부의 동맹군도 토르 하머의 상식을 초월한 위력에 말을 잇지 못했다.[17]

기습공격을 당한 젝트 제독을 노성을 지르며 주포 일제사격을 명령했다. 간신히 정신을 자린 포수들이 포격 스위치를 누르고 광선 수백 가닥이 이제르론에 내리꽂혔지만 굳건한 4중 복합장갑은 광선들을 모조리 튕겨내버렸다. 그리고 동맹군의 2차 포격이 시작되었고, 제국군은 또 다시 막대한 피해를 입어 전의를 상실했다.
"역시 이제르론은 동맹군, 아니 반란군에게 점령당했습니다. 그 지휘관인 양 소장의 이름으로 보낸 것입니다. 「더 이상의 유혈은 무익하다. 항복하라.」"
"항복하라고?!"
"예. 그리고 「만약 항복하기 싫다면 도망쳐라. 추격하지는 않겠다.」고......."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14

쇤코프가 이것은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일 뿐이라고 진언하자 양 웬리 역시 이에 공감하고 위의 통신을 보내 항복 또는 도주를 권고했다.[18] 이 전문이 젝트의 기함에 도착해서 통신장교가 읊자 기함의 장병들은 살아날 길이 있다고 기뻐했으나 젝트는 요새도 빼앗기고, 함대의 절반도 날아갔으며, 패군지장이 되어 황제 앞에 나서는 것은 무인의 명예를 중히 여기는 그로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아래와 같은 통신을 보내 항복과 도주 모두 거부하고 전 함대를 이제르론에 돌진시켜 옥쇄하려 했다.
"「무인의 마음을 변별하지 못하는 자에게, 우리는 살아서 오욕에 물드느니, 죽음으로 명예를 보전하는 길을 택하노라.」"
"......."
"「이제부터 이제르론 주둔함대 잔여 전 함은 요새로 돌입해 깨끗이 산화할 것이며, 이로써 황제 폐하의 은총에 보답하리라.」 그렇게 말했습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15

이 전문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자, 쉰코프는 씁쓸한 얼굴로 전문 내용을 보고했고 듣고 있던 양 웬리는 속으로 '죽어서 패전의 죄를 씻고자 하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부하들을 강제로 길동무 삼으려 하는가? 저런 놈이 있으니 전쟁이 끊기지 않고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거다!'라고 분노했다.[19] 원작만 봐도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는 통에 부관인 그린힐 중위는 깜짝 놀랐다. 그런 얼굴로 양은 포수에게 기함만 집중 저격할 것을 명령했다. OVA에선 조금 화가 난 얼굴로 명령을 내리지만, DVD로 발매하며 수정한 작화에서는 그야말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 "무인의 마음이라고!? 저딴 놈이 있으니 전쟁이 끊이지 않는 거야!"라고 소리친다. 평소 감정 표현이 격하지 않고 온화한 인상인 양이 이 정도로 격앙되는 모습은 OVA 전체에서도 손에 꼽으며, 프레데리카와 무라이가 놀라 쳐다볼 정도다. 주둔함대는 막대한 포격을 퍼부었으나 요새 장갑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DNT에서는 포격을 끝내고 제국군 퇴각을 확인한 뒤 뒷처리를 맡기고 나가면서 나지막히 "뭐가 무인의 마음이야. 저런 놈이 있으니 전쟁이 끊이질 않는 거야."라고 내뱉듯 말하고 사령실을 나간다.

결국 토르 하머에 저격당한 기함과 그 주변 함정은 젝트의 소원대로 모조리 산화했으며, 주둔함대 사령부는 기함이 증발하기 전에 셔틀을 타고 탈출한 오베르슈타인 빼고 전원 전사했다. 옥쇄를 강요하던 사령관이 죽은 마당에 요새에 돌진하여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멍청이는 없었으므로, 나머지 제국 함정은 뒤도 안 돌아보고 제국령으로 도망쳤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에서는 부사령관이 재빨리 "사령관이 전사하셨으니 이제 내가 임시 사령관으로 명령한다. 전군, 철수한다!"라고 외쳤다.

한편, 셔틀을 타고 탈출한 오베르슈타인은 셔틀을 자동 조종 모드로 바꾸고 눈감으며 생각했는데, 젝트를 살아남아야 복수전도 꾀할 수 있다고 까면서 마음속으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백작을 새로운 주군으로 선택했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에서는 병사 하나가 셔틀을 몰면서 불안한 얼굴로 "대령님, 사령관을 버리고 달아나면 항명에 탈영죄 아닙니까?"라고 말하는데 오베르슈타인이 "자네는 전혀 걱정할 거 없다. 모든 건 내가 책임질테니."라고 말한다. OVA에서도 셔틀을 여러 병사가 몰면서 한 병사가 "이제르론을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기다니!"라고 분통을 터뜨리는데 덤덤하게 오베르슈타인은 "걱정마라. 되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라고 말한다.

7. 결과 및 여파

  • 결과
    • 은하제국

    • 자유행성동맹
      손실 없음.

8. 사후 처리

8.1. 은하제국

제국은 이제르론 요새가 함락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는데, 은하제국 건국이래 처음으로 신성불가침의 제국 영토가 외적에게 빼앗긴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이다. 에렌베르크 원수와 슈타인호프 원수는 함락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고, 정무에 무관심하던 황제 프리드리히 4세도 궁내상서 노이쾰른을 통해 국무상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후작을 호출하여 사태의 설명을 요구했을 정도였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소신의 잘못으로 신성불가침한 제국 영토가 침탈당했다고 사죄했는데, 라인하르트는 언제부터 '반란군'이 대등한 외부세력이 되었냐며 현실을 보지 않으니 모순을 초래하는 거라고 깠다.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은 제국 역사상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참패했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우선 혼자서 살아돌아온 주둔함대 참모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대령이 지휘관을 제대로 보좌하지 않고 혼자서 탈출했다는 죄목으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었고 제국군 3대 장관도 사표를 제출했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세 사람이 사임하면 3대 장관중 하나는 라인하르트가 맡게 되어 그의 지위가 올라가니 그저 1년간 급료를 반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만류했으나 3대 장관은 지위에 연연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그르쳤다는 말은 듣기 싫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프리드리히 4세는 즉각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호출하여 세 장의 사직서를 보여주면서 어느 직함을 갖고 싶냐고 물었다. 소설판 서술에 따르면 그 태도가 마치 '아이구 우리 귀여운 막내손주, 어느 직함 가지고 싶어요? 이 할애비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게요' 수준이어서 지켜보고 있던 리히덴라데 후작을 황당하게 만들었다.[20]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공적도 없고, 책임이라면 젝트와 슈톡하우젠이 각각 전사와 포로가 되어 졌으므로 불가하므로 3장관을 면책해 주십시오"라 요청했고, 리히텐라데 후작도 여기에 동의하자 3대 장관의 처분은 리히텐라데의 제안대로 1년간 연봉을 반납하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전몰자 기금으로 돌리는 형태로 넘어갔다. 이러한 라인하르트의 태도가 세간에 알려지자 의외로 욕심이 없는 인물이란 우호적인 평과 그냥 멋 부린 것 뿐이라는 식의 비판적인 평이 돌았다고 한다.

이러한 라인하르트의 행동은 제국군 3대 장관 입장에서는 빚을 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고, 이는 오베르슈타인의 구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오베르슈타인 대령은 이제르론 요새 및 주둔 함대 지휘부에서 유일하게 살아돌아온 탓에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처벌을 내릴 제국군 3대 장관이 이제르론 요새를 잃어버린 책임을 지고 직책을 내려놓으려다가 라인하르트의 설득을 들어준 황제의 명으로 자리를 보전하게 되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오베르슈타인에게만 처벌을 내리겠는가.

결국 라인하르트가 군무성에 오베르슈타인의 사면과 라인하르트 원수부 배속을 정식으로 요청하자 군소리 없이 허가해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오베르슈타인이 오딘에 복귀하자마자 라인하르트를 찾아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모종의 거래를 한 결과이기도 했다.

한편 이제르론 요새가 함락된 사실이 평민들에게도 조금씩 전해지면서 혁명의 기운이 조성되고 있었다. 그래서 리히텐라데 후작은 재무상서 겔라흐 자작에게 우리는 싸워 이길 필요가 있고, 그와 함께 통치를 조금 풀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8.2. 자유행성동맹

대승을 거둔 양 웬리는 수도로 귀환하자 마술사니 기적이 양이니 하는 별명을 얻으며 우레와 같은 찬사를 들었다. 사람들은 대승을 거둔 양 웬리와 그를 등용한 시톨레를 칭송했고, 양은 수많은 축하행사와 축하연을 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양은 나중에 율리안과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은하제국의 수도 오딘까지 쳐들어가라 하면 그런 재능도 없다면서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양은 이 작전이 승리했으니 밥값은 했다고 생각해서 시톨레 원수에게 예편원을 제출했다. 그러나 시톨레 원수가 "자네가 그만두면 애송이 투성이인 13함대는 누가 맡나?"라고 덤덤하게 말하자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양은 곤란해하는 얼굴을 하고 결국 찍소리 못하고 그대로 나오게 된다. 결국 양은 예편원을 제출하기는 했으나 이미 군은 양 웬리의 중장 승진을 내정한 뒤였고, 8월 6일 정식으로 양 웬리의 예편원을 기각하면서 중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13함대는 제2함대와 통합하여 '반쪽짜리 함대'라는 딱지를 떼게 되었다.

OVA에서는 양이 곤란해하며 나간 후 건물을 나오자 기함 히페리온의 오퍼레이터 병사들이 "정말 존경할 만한 지휘관 밑에서 일하고 싶다"며 제발 그만두지 말라고 간청한다.[21] 양은 그들을 내팽개칠 수 없었고 예편원은 쇤코프가 미소를 지으면서(...) 찢어버린다. 찢긴 예편원을 뒤로 하고 걸어가는 양 웬리의 뒷모습이 참으로 쓸쓸하다....

한편 이 전쟁의 승리 이후 동맹의 재정적자가 더 심해졌다.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재정이 유지되는 선에서 전쟁을 하고 있었는데, 아스타테 회전의 패배로 지출해야 하는 유족연금만 100억 디나르에 양 웬리가 이제르론을 함락하면서 잡아온 포로 50만 명까지 먹여살려야 했기 때문이다.[22] 이 재정난은 훗날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조안 레벨로가 원정을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반면 좋은 점도 있었는데 제국군이 이제르론 요새에 남겨둔 물자들이 고스란히 동맹군 손에 들어온 것과 제국이 동맹에 깔아둔 스파이망의 절반이 발각 된 것. 제국군이 남겨둔 물자는 무려 100억 디나르에서 500억 디나르로 추정될 정도로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국령 침공작전 도중 2할이 동맹군 손에 횡령되었다.

한편 이제르론 점령 자체가 너무나도 큰 위업이었던 까닭에 주전파들이 단체로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고, 양의 공훈을 시기한 앤드류 포크가 사적인 루트로 작전안을 올린데다, 당시 정부 지지율을 신경 쓰던 로열 샌포드 중심의 최고평의회가 합작으로 제국령 침공작전을 승인해버렸다. 그 결과 양과 시톨레가 구상한 더 큰 그림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8.3. 페잔 자치령

페잔 자치령에서는 예상 외의 성공과 양 웬리의 계책에 크게 감탄하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동맹으로 세력의 추가 어느 정도 기울었으니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이를 조정하기 위해 동맹의 대규모 공세 사실을 제국에 그대로 불어버렸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추를 더 한쪽으로 기울게 했다.

9. 여담

훗날 벌어진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 나이트하르트 뮐러의 부하가 그깟 양 웬리 따위가 뭐 그리 두렵냐고 했을때 뮐러는 "경은 저 요새를 무혈입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라고 물었고 부하가 못하겠다고 하자 뮐러는 "그렇다면 양 웬리는 두려운 사내이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양 웬리가 '마술사', '사기꾼' 등으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불린 첫번째 계기가 이 공방전이었다. 그 로이엔탈마저 이제르론 요새는 힘으로 빼앗을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도 자신이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한 전투에서는 양 웬리가 그냥 이제르론 요새를 버렸기에 주워먹은거나 다름없고, 그마저도 무혈입성이 아닌데다가 한달이 훨씬 넘게 걸렸다.

심지어 양 웬리가 숨겨둔 함정을 눈치채지 못해 훗날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제국군이 허망하게 이제르론 요새를 뺏기는 원인을 제공했고(물론 그는 노력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대충 일이 종결되자 내 일이 아니라고 손을 놔버렸다.)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 자체도 보면 무혈입성은 아닐지언정 진행기간을 보면 정보전을 포함해도 14일 정보전을 포함하지 않으면 3일밖에 걸리지 않았고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도 2~3일밖에 안걸렸다. 제국군이 괜히 양 웬리를 두려워한게 아니다. 제국의 쌍벽마저도 한달넘게 공격해서야 적군이 전략적 목적이 없어서 버리고 간 요새를 먹을 수 있었는데 그 적군은 아기 물건 뺏듯이 가져가버렸으니... 게다가 연이어 벌어지는 양 웬리의 활약들은 제국군 입장에서 두려움을 살 만하다.

율리안 민츠의 페잔 탈출과정에서 하멜른 4호 탈취는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일이었다.

10. 평가

단순히 임시로 급조된 함대를 지휘한 양 웬리가 성과를 올린 점에서 양 웬리를 띄워주기 위한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확대해석을 보면 시톨레의 안전빵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상황을 보면 4함대, 6함대, 11함대를 말아먹은 상황이었고, 2함대 역시 전력이 어느 정도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함대급이 투입됐다가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그 후유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임시로라도 4함대와 6함대 잔존병력을 투입한 점에서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퇴역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정도가 되도록 손해를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23]

사실 양 웬리의 작전은 위험성이 매우 크긴 했다. 실제로도 오베르슈타인 아니더라도 실패할 요소가 상당히 많은 양 웬리가 했음에도 가장 도박성 높은 일이었다. 예를 들면 젝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로젠리터가 배신을 한다면, 슈톡하우젠이 계속 버텼다면, 이제르론 주둔함대와 맞닥뜨려 교전이 벌어진다면[24] 등등 양 웬리라 할지라도 이 일은 실패할 요소가 매우 많았다. 특히 이 작전은 전적으로 로젠리터에게 100%에 가깝게 의존해야 했는데 처음에 쇤코프 전폭 지지선언을 했을때 13함대 수뇌부 전체가 발칵 뒤집혔듯 로젠리터는 실적은 우수하나 믿기도 다루기도 어려운 부대였다.

신규 13함대의 규모로 봤을 때 아스타테 회전에서 4함대와 6함대가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원래 4함대 전력이 12,000척이었고, 6함대 전력이 13,000척이었는데 13함대는 고작 6,400척. 25.6%만 살아남았다는 소리다. 게다가 이 수치에는 새로 배속된 신병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 실제로는 저것보다 살아남은 병력이 적을 것이다.

더불어 정면으로 맞붙어서 개발리던 전선이 양 웬리의 등장과 그가 짜낸 궤계[25] 한 방에 어이없이 무너졌다는 것이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말로 정리가 가능하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세계 최강의 요새이자 난공불락이라고 평가받은 벨기에 에반-에마엘 요새는 당시 연합군 수뇌부는 아무리 못해도 몇 주를 버티며 독일군의 발목을 잡아줄 것이라 기대했으나 독일군은 100명이 안되는 특공대를 글라이더로 투입했고 단 하루 만에 요새가 함락당했다.[26]


[1] 이전부터 엘 파실의 영웅, 아스타테의 영웅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유명인이긴 했으나, 양이 동맹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 계기는 이제르론 무혈점령이었다. [2] 이게 얼마나 잘 먹혔냐면 제11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는 역으로 제국이 이를 활용한 공격을 시도했다. 물론 이미 간파당해서 막혔지만... [3] 이게 본 마음이었으나 부하들에게 '이 요새를 잃으면 전세가 불리해져 신성불가침인 우리 제국이 위험해진다!'라고 외치며 토르 하머를 쏘라고 명령한다. 다행히(?) 이제르론의 유구한 전통 덕에 병사들은 잠깐 그래도 아군인데... 하다가 저 말을 듣고는 그냥 쏴버린다. [4] OVA 판에서는 대량의 미사일들을 탑재한 미사일함만을 모아 요새를 향해 일제 사격을 실시, 과장을 보태지 않고 폭풍우마냥 날아드는 미사일에 외벽이 삽시간에 날아가고 내부를 미친 듯이 파괴하기 시작한 것으로 묘사된다. 요새의 제국군 수뇌부가 경악한 것은 당연지사. [5] 실제로도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 로이엔탈은 이제르론 요새는 힘으로 빼앗을 수 없으며 만일 가능했다면 요새의 주인은 대여섯 번은 바뀌었을 것이라 말했고 본인도 그것을 이유로 굳이 힘들여 요새를 빼앗으려 하지는 않았다. [6] OVA 설명으로는 한 술 더 떠서 시민들까지 죄다 정줄을 놓아버렸다(...). 그래서 제국령 침공작전을 앞두고 시톨레가 " 이럴 줄 알았다면 이러지 말걸..."이라고 후회한다. [7] 그리고 이 인사진은 훗날 양 웬리 함대의 참모진으로 이어진다. [8] 묘사를 보면 준비기간이 대략 40일, 작전기간은 30일로 산정될 정도로 촉박했다. 말이 좋아 30일이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거리가 거의 한달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지에서는 2~3일 내에는 끝내야 하는데 제6차 이제르론 공방전도 9일은 걸린걸 감안하면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목표인지 알 수 있다.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는 작전. [9] ボルハン星系. OVA판에서만 나오는 지명이며 국내에는 인터넷 상에 널리퍼진 OVA의 자막 때문에 르포덴 성역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 [10] 이래서인지 이후의 이제르론 요새의 주인들은 언제나 요새 지휘관과 주둔함대 지휘관을 겸임시켰다. [11] 참고로 회견실에서 회견한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양측 집무실에 가기 싫어해서 집무실에서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는 회견실을 사용한 것이다. [12] 이 운동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동맹군에서도 궁금했는지 무라이가 무슨 의미냐고 양 웬리에게 물어봤는데 양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상식을 벗어난 행위가 의구심을 부르는데 주효하다는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뻘짓이 적을 낚는데 도움이 된 셈. 구애니에서는 이렇게 연기력이 쩔어서 다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속아넘어간다. [13] 요새 밖에는 동맹군 13함대가 입항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불과 6천척 밖에 안되는 함대 규모를 본 젝트 제독은 지금까지 반란군이 요새 공략에 최소 2개 함대를 동원했었으니 이미 1개 함대가 요새 내부로 진입한게 틀림없다고 오판하였고 1개 함대가 요새 내부로 진입했다면 요새는 이미 함락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4] 처음 15명은 제플 입자로 날려버린 뒤 나머지 35명은 맞짱떴다. 그나마도 10여명 정도가 남긴 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 무려 여덟명씩이나 죽인 셈. 이 10여명마저 이들이 로젠리터라는 사실을 알자 데꿀멍하여 항복. [15] 이후 대사에서 만년필을 회수할 때 진짜로 조부가 물려준 유품이라고 밝힌다. [16] DNT에서는 젝트 제독을 까기 전에 '조금 전까지도 안 되던 통신이 왜 갑자기 잘 되는지 의심하지도 않는가'라는 내용의 대사가 추가되었다. [17]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에서는 주둔함대가 요새에 접근하자 통신을 보내 요새는 동맹군이 점령했다고 알려주었으나 젝트 대장은 상황파악 못하고 요새에 포격하다가 토르 하머에 제대로 당한다. [18]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 휘하 장병들은 항복 권고라면 다른 장성들도 하겠지만 추격하지 않겠다며 도주를 권고하는 면이 장점일지 단점일지 고민했다고 한다. [19] 나중에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패배한 보로딘 중장이 이랬다. 마지막까지 싸웠지만 저항도, 도주도 어려움을 알자 젝트와 달리 보로딘은 스스로 블래스터로 자결했다. 남겨진 참모장과 부하들은 항복했고 브로딘은 명예로운 전사자로 2계급 특진으로 원수로 추서됐다. [20] OVA에서는 프리드리히 4세가 그냥 무덤덤하게 권유하기 때문인지 황당해하는 장면 없이 무덤덤한 표정의 리히텐라데 후작이 나오며 후지사키 류 코믹스 판에서도 프리드리히 4세가 어느 직함을 갖고 싶냐고 물었을때는 리히텐라데 후작은 무덤덤하게 있다가 세 직함 모두 겸임하는것은 어떠냐는 말에는 리히텐라데 후작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21] 이 오퍼레이터들은 각각 에드(성우 타나카 카즈미), 하즈키(성우 쿠사오 타케시), 사이먼(성우 토비타 노부오)이라는 이름으로, 6~7화에서 카메오로 자주 등장한다. 제13함대 창설식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아스타테 회전의 패잔병과 풋내기 신병들을 묶은 절름발이 함대에 불과하다며 좌절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함대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다는 사실에 또 신세한탄을 했으며, 그 함대의 초대 사령관이 취임식 자리에 보이지 않는 걸 두고 엘 파실의 영웅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워서 도망친 거 아니냐며 비웃었다. 이후 이제르론 함락 후 양 웬리가 젝트에게 "항복이 싫으면 도망가라"는 전문을 보내라는 장면에서 또 한번 "적에게 도망가라고?"라며 당황하지만, 양 웬리가 불복이냐고 묻자 그건 아니라며 "저희는 제독님 밑에서 싸우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오퍼레이터들의 언행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군인은 모시는 지휘관의 역량이 자신의 생존확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불가능할 것이라 회자되던 작전을 성공시킨 유능한 지휘관을, 함대 기함 오퍼레이터가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22] 제국군 같으면 별 타격이 아닐테지만 동맹군 측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두 국가가 포로를 대해주는 방식이 달라서 제국군은 포로를 교정구에 집단수용한 뒤 물자만 던져주며 알아서 살라고 방치하지만 동맹은 포로를 나름 융숭히 대접한다. [23]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거하게 말아먹고도 정신병원에 간 앤드류 포크같은 인물들과는 달리 시톨레 원수에게는 뒷배가 전혀 없었다. [24] 애당초 양 웬리는 함대전은 고려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실제로도 병력비가 1:2 이상이었기에 함대전이 벌어진다면 동맹군은 뭔 짓을 해도 절대 승리할 수가 없다. [25] 이 공방전을 응축한다면 요새 밖에서 방어하는 사령관을 멀리 떼어놓는다.-요새 안에서 방어하던 사령관을 포로로 잡는다.-아군을 끌어들인 뒤 요새 밖에서 방어하던 사령관의 함대를 아작낸다. 정도다. [26] 다만 이것은 독일군에 더 유리한 점이 많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애초에 에방 에말 요새의 경우 건설 회사 중에서 독일 회사가 있었고 그 덕에 독일은 이 요새의 설계도를 얻을수 있었으며 이 요새와 비슷한 구조물로 실전 훈련까지 했다. 물론 그렇다 치더라도 하루만에 요새를 농락한 독일군도 대단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