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Stockton and Darlington Railway
세계 최초의 상업철도 노선으로, 스톡턴과 달링턴, 그리고 쉴돈을 연결하는 철도노선이었으며 동시에 해당 노선을 운영했던 회사의 이름이다.
사실 스톡턴-달링턴 철도 이전에도 단거리 철도노선이 시범적으로 몇 개 있었고 운행도 해봤지만 어디까지나 테스트 내지 시연적인 운행이었고 상업적으로 철도가 운행되지는 않았다. 철도라는 불확실한, 그러면서도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발명품 기반 사업에 선뜻 나서려는 사람은 없었다.
2. 왜 스톡턴-달링턴인가?
스톡턴과 달링턴은 모두 잉글랜드 북부 지방에 위치한 도시이다. 21세기 초 기준으로 두 도시 모두 많이 쇠퇴하고 미들즈브러[1]옆동네(...) 취급을 받고 있지만 달링턴은 17세기 이래 석탄 산업이 발달한 내륙도시이며 영국 제2의 탄전지대라는 노섬벌랜드 탄전의 주요 도시였다. 스톡턴은 인접한 티스 강의 수운을 통해 물자가 오가는 요충지였다. 달링턴에서 산출한 석탄을 스톡턴까지 옮겨서 다른 지역으로 운송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철도 개통 이전 기존의 석탄 운송은 당연히 마차였다. 마차는 당대 그 어떤 운송수단보다 뛰어난 효율과 속도를 자랑했으나 쏟아져나오는 석탄 및 관련 산물, 동반되는 여객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찼고 가격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이때문에 지역에서는 마차의 대안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고 18세기 중반부터 운하를 파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지질 및 비용 문제로 실패했다.
이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로버트 스티븐슨, 바로 그 조지 스티븐슨의 아들인 로버트가 과감하게 신기술인 철도의 사용을 제안하여 1818년 달링턴에서 주식을 발행하여 출자자를 모집했으며, 토지 소유주들로부터 토지를 매입하고 의회에 철도 설치 관련 허가법안의 통과를 요청하는 등 진통 끝에 21km 길이에 달하는 철도의 건설을 허가받았다.
3. 개통 및 효과
공사비 상승 등의 우여곡절 끝에 1825년 9월 27일, 스톡턴-달링턴 노선의 철도 개통식을 겸한 시승행사가 열렸다. 이때의 속도는 약 13km/h로 마차와의 속도경쟁력에서 열세였으나 철도의 초창기라는 것과 시승행사로 속도를 조정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철도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는데, 마차와 달리 한 번에 대규모로 석탄을 운반할 수 있다보니 석탄의 톤당 운송비용이 급감했고 덕분에 석탄 실수요지에서의 석탄 판매가가 12~18실링정도 하락했다. 이후 조지 스티븐슨이 제작한 새로운 기관차가 1828년부터 노선에 투입되어 효율성이 더더욱 증대되었다.
4. 왜 잊혔나
세계 최초의 상업철도라는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철도 동호인들은 물론 경제사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데 이는 1830년 개통된 리버풀-맨체스터 철도 때문이다. 평범한 석탄 산지-항구를 연결한 스톡턴-달링턴 철도와 달리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양대 대도시를 연결하는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를 진정한 철도시대의 개막으로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톡턴-달링턴 철도는 철저히 화물 영업만 했기 때문에, 여객 영업을 시작한 리버풀-맨체스터 철도에 묻힌 점도 크다.물론 경제적, 역사적 의의는 리버풀-맨체스터 철도 쪽이 앞선다. 하지만 리버풀-맨체스터 철도가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은 스톡턴-달링턴 철도의 성공과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조지 스티븐슨 덕분이었다.
5. 기타
- 이 노선에 처음 투입된, 세계 최초의 상업운행 기관차인 로코모션 1호는 1869년까지 해당 노선에서 운행하다 퇴역했고, 이후 세계 최초의 기관차라는 상징 속에 달링턴 철도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이 조지 스티븐슨이 제작했음에도 인지도는 로켓호에 밀린다.
- 이 노선에서 처음 채택한 4피트 8.5인치(1435 mm) 궤간은 훗날 국제철도연맹에 의해 표준궤로 지정된다.
- 해당 노선을 운영한 스톡턴-달링턴 철도 회사, 약칭 S&DR은 1863년 노스 이스턴 레일웨이(North Eastern Railway, NER)에게 인수된다. 이후 1923년 런던 앤 노스 이스턴 레일웨이(London and North Eastern Railway, LNER)로 바뀌었다가 1948년 영국국유철도에 흡수된다. LNER이라는 이름 자체는 2018년 영국 교통부가 설립한 회사(and가 빠진 London North Eastern Railway)에 의해 다시 사용되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 현재 이 노선은 티즈 밸리 라인이 대체하고 있다. 단 이 노선은 스톡턴 역으로 가지 않고 스톡턴 시가지 남쪽의 쏘너비 역을 경유하여 미들스턴 쪽으로 빠진다. 스톡턴 역으로 가려면 쏘너비 역에서 더럼 코스트 라인으로 갈아타자. 걸어가기에는 좀 많이 멀다.
- 개통된 지 200년이 다 되어가기에 노선은 개통 당시와 차이가 있다. 현 티즈 밸리 라인은 남쪽으로 돌아 달링턴 역으로 진입하지만, 개통 당시 스톡턴-달링턴 철도는 시가지 북쪽으로 돌아서 달링턴 역으로 들어갔다. 또한 스톡턴 역도 지금 위치 동쪽의 티즈 강이 90도로 꺾이는 부분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옛 스톡턴 역은 없어진 지 너무 오래되어 흔적이 남지 않았지만(역 부지에는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달링턴 시내로 진입하는 북쪽 루트는 도로로 사용되면서 흔적이 잘 남아 있는 편이다.
[1]
미들즈브러는 이 문서의 철도가 연장되어 생긴 신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