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3 13:14:26

베네딕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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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énédictine

1. 개요2. 베네딕도회와의 연관성3. 음용법4. 기타

1. 개요

브랜디를 베이스로 만드는 프랑스 리큐르. 27가지의 재료[1]를 사용해 만들어 낸 독특한 향미와 특유의 고급스러운 단 맛을 자랑하며, 내용물의 퀄리티에 걸맞게 그랑 마르니에처럼 인장 등의 장식을 사용한 고풍스러운 보틀 디자인도 특징[2]. 샤르트뢰즈, 드람뷔와 함께 고급 허브 리큐르로 손꼽히는 술로, 리큐르의 왕이라고 불린다. 도수는 43%였다가 현재는 40%로 발매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식후주에 속한다.

현재는 바카디 소속 브랜드이다.

2. 베네딕도회와의 연관성

이 술의 이름인 '베네딕틴'은 가톨릭 수도회 베네딕도회[3]에서 따온 것이며, 라벨의 D.O.M.이라는 문구는 베네딕도회에서 문서에 사용하던 경구로서 "Deo Optimo Maximo"(가장 크고 가장 좋으신 하느님께)라는 의미이다. 이것만 봐서는 누구라도 베네딕도회와 관련 있는 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연관성이 애매한 편이다.

개발자인 알렉산드르 르그랑(Alexandre Le Grand)에 따르면 베네딕틴의 기원은 1510년에 '돔 베르나르도 빈첼리'라는 수도자가 고안한 엘릭서로, 노르망디 페캉(Fécamp)의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의료 목적으로 만들던 술이며 르그랑은 자신의 집에서 찾은 몇 가지 고서적을 통해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엘릭서의 레시피는 프랑스 혁명 당시 수도원이 파괴되면서 손실되었는데, 알렉산드르 르그랑은 본인의 서적 및 자료와 지역 화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스스로 그 레시피를 복원[4]하여 19세기로부터 이 제품을 제조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에 의해 제조되고 있는 샤르트뢰즈와 달리 베네딕틴은 베네딕도회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르그랑의 주장 외에는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르그랑이 처음부터 개발한 리큐르이고, 마침 그의 집 근처에 있던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이름을 따와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위키피디아에서도 르그랑이 개발자이고 베네딕도회 수도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서술하고 있다.

실제로도 베네딕틴은 수도원이 아닌 베네딕틴 궁전(Palais Bénédictine)이라는 상업 증류소에서 제조하고, 바로 근처에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있었지만 여기는 이미 르그랑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프랑스 혁명때 완전히 파괴되어 터만 남아있어 르그랑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마케팅을 위해 허구적인 스토리텔링을 덧붙이는 것은 주류 업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매우 흔한 일이다. 그래도 르그랑은 베네딕틴을 팔아 번 돈으로 증류소 직원들의 산재보험과 은퇴연금 등 당시로서는 굉장한 수준의 직원복지는 물론, 고아원까지 세워 사회복지에 힘써서 지금도 동상이 남아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창업주 르그랑 시대부터 현재까지 화려한 증류소 건물이나 독특한 병 디자인, 허구가 다소 섞인 역사 이야기 등으로 마케팅하고 있지만, 베네딕틴이 100년 넘게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퀄리티가 좋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홍보를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제품의 품질이 나빴다면 금세 시장에서 외면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 샤르트뢰즈와 베네딕틴을 따라한 수많은 모조품들이 등장했지만[5], 다 망하고 원조만 살아남았다.

3. 음용법

그대로 마시거나 온더록, 탄산수나 진저에일에 섞어 하이볼스타일로 마셔도 된다. 맛은 단맛이 강하며[6] 각종 허브, 향신료의 향이 나는데, 주로 민트향이 느껴진다. 술 자체가 진하고 엄청나게 단맛이 강한 편이라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부담될 수 있으므로 기호에 따라 위에 언급된 진저에일이나 토닉워터 등을 활용하길 추천한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음용법은 바로 B&B(베네딕틴 앤 브랜디)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 것. 이 칵테일은 베네딕틴의 시그니쳐 칵테일로서 브랜디와 베네딕틴을 반씩 섞은 것인데, 베네딕틴의 강한 단맛을 중화시켜주고 브랜디의 향미가 더해져 마시기 편해진다. 또한 향이 좀더 상쾌한 향으로 바뀐다. 아예 미리 섞어둔 것을 '베네딕틴 B&B'라는 별도의 상품으로 판매할 정도. 그 외에도 싱가폴 슬링이나 몬테 카를로 등의 칵테일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4. 기타

  • 기본 제품은 1년 숙성 제품이며, 고급 버전으로 2년 반 동안의 숙성 과정을 거친 싱글 캐스크(Single Cask) 제품도 있는데, 이 제품은 증류소인 베네딕틴 궁전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니 만약 프랑스 페캉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노려보는 것도 좋겠다.
  • 베네딕틴 궁전은 실제로 궁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매우 화려하고[7],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을 절묘하게 혼합한 모범 사례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건축물이다. 뿐만 아니라 투어 프로그램도 잘 마련되어 있고 내부에 창업자 르그랑의 개인 소장품을 모은 소형 박물관도 있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노르망디 지역에 여행갈 때 한번쯤 가볼 만하다.
  • 프랑스 리큐르로서는 특이하게 영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다고 한다.[8] 특히 랭커셔 지역에서 인기가 높으며 여기서는 베네딕틴을 뜨거운 물에 타 베네낫(Bene 'n' 'ot)[9]이라는 핫 토디 형식의 칵테일로 만들어 마신다.
  • 영국 못지 않게 베네딕틴의 인기가 엄청난 곳이 바로 중국인데, 단순히 이름을 음차하는 대신 '廊酒(랑지우)'라는 별도의 이름까지 만들어 붙일 정도로 매우 잘 팔리고 있다. 싱가포르에 리큐르를 수출하던 20세기 말~21세기 초반에 베네딕틴의 재료로 당귀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화교들에게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10],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이 때문인지 한국에 수입되는 베네딕틴 가운데는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쌈마이한 케이스에 담겨있는 제품이 종종 발견된다. 당연히 중국인 소비자를 노린 패키징.
  • 저가 리큐르 업체에서 복제한 버전도 있는데 그대로 마시면 그 맛이 토나오기 일쑤라서 소량을 칵테일용으로나 사용할 수준이고 B&B나 하이볼 등에는 부적합하다.


[1] 안젤리카(서양 당귀), 히솝, 레몬밤, 몰약, 사프란, 메이스, 전나무 솔방울, 알로에, 아르니카, 노간주나무 열매(쥬니퍼 베리), 찻잎, 타임, 코리앤더 씨앗, 정향, 레몬, 바닐라, 오렌지 껍질, , 레드 베리, 계피, 육두구의 21가지와 공개되지 않은 6가지의 추가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레시피는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되고 있으며, 제조회사의 최고 임원 단 3명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베네딕틴 궁전에서는 일부 재료를 샘플로 만들어놓아 방문객들이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 [2] 원래 코르크를 사용하던 시절 코르크를 철사로 동여매고 실링왁스로 고정하던 흔적이다. 현재는 스크류캡을 사용하는 관계로 플라스틱으로 모양만 흉내낸다. 뚜껑의 독특한 모양도 원래 사용하던 코르크 위에 덮는 캡슐의 모양을 모방한 것. [3] 일명 베네딕토회. Catholic(가톨릭)과 마찬가지로 옛날에 들어온 외국어 단어들이 흔히 그렇듯이 Benedictines 수도회는 '베네딕회'가 정식 명칭이다. [4] 원본 레시피에는 사프란과 꿀이 없었으며, 이때부터 추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현재도 샤르트뢰즈를 제조하는 Chartreuse Diffusion SA 본사와 베네딕틴을 제조하는 베네딕틴 궁전에서는 당시 팔리던 유사품들을 전부 모아서 영구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6] 총 원료의 50%가 설탕 시럽(+캐러멜)이라서 그대로 마시면 엄청나게 단맛이 난다. 원래 리큐르 자체가 단 술이지만 베네딕틴은 당분 함량이 매우 높아 거의 시럽을 연상케 할 정도로 독보적으로 달고 걸쭉하다. [7] 일설에 따르면 처음 증류소를 세웠을 때는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직원을 모집할 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자 중 알코올 중독자들을 전부 탈락시켰는데, 입사에 실패한 알중들이 앙심을 품고 증류소에 ' 장난'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창업주 르그랑은 증류소가 잿더미가 되었는데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고작 방화 따위에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일부러 더 크고 화려한 증류소를 새로 지었다는 것이다. [8] 사실 프랑스 술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가 바로 영국이다. 코냑도 내수용으로 팔리는 것을 제외하면 영국과 일본이 최대 수출처라고. [9] 벤 앤 핫(Bene and hot)의 발음을 굴린 이름. [10] 당시 중국인들 사이에서 당귀는 시집갈 때 꼭 챙겨야하는 여성용 약재로 알려져 있었으며, 이 술이 인기를 끌면서 출산 후 베네딕틴 한 병을 다 마셔야 몸조리가 끝난다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참고로 이 당귀(안젤리카)는 에도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