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6 05:00:42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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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플레이랑 지휘는 다르다
2.1. 선수들이 잘하면 선수빨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3.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4.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5. 감독 등용문의 문제6. 아니 너넨 이 쉬운 걸 왜 못 해?7. 우승을 해야만 명장 취급을 받는다8.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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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사실 명감독은 명선수였던 경우가 많고 비율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우로 따지자면 물론 명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률로 보자면, 명선수는 정말로 적은 수의 선수들인데[1] 그 중에서도 꽤나 많은 수의 명감독이 나온다. 헌데, 그냥 대충 유명한 정도의 선수들이나 수많은 무명 선수들이 초등학교 코치, 감독 등 아주 아래쪽에서부터 쩔쩔 매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프로 2, 3부리그나 프로 2군으로 올라오며 걸러진 끝에 명감독이 탄생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명선수가 명감독이 되는 확률은 엄청나게 더 높다.

그 이유는 명선수와 명감독의 자질이 많은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술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까지 하던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 들어가고 나서야 올레 군나르 솔샤르에게 새로운 슈팅 비법을 터득한 것처럼 높은 경지에 있는 명선수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와 팁을 가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수원 삼성 블루윙즈 염기훈은 몇 시즌 연속으로 리그 도움왕을 차지했었는데 이는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을 가졌던 고종수에게로부터 지도를 받은 결과물이다. 예를 들자면 필립 람이 가지고 있는 풀백 미드필더를 넘나들며 게임을 지휘하는 특별한 감각과 노하우는 현재 필립 람밖에 발휘하지 못하는데, 그런 선수를 육성하고 싶다면 또 누가 있어 지도해 줄 수 있겠는가? 물론 감독은 이것 말고도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해당 스포츠에 대한 기술적인 권위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2]

이 부분이 코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수 하나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술과 감각들을, 직접 같거나 비슷한 포지션의 다른 선수에게 지도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100% 전수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당장 2010년대 중반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 2의 베컴을 만들겠다'면서 2군 선수들과 유소년에게 데이비드 베컴이 선수 시절 했던 프리킥 연습들을 그대로 시켰지만, 돌아온 것은 '제 2의 베컴이 만든다고 만들어지냐'는 팬들의 냉소였다. 아무리 베컴이 직접 와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정교한 크로스와 프리킥을 지도한다 한들 노하우는 전수될 지 몰라도 감각을 그대로 옮겨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순전히 당장 골키퍼 코치, 피지컬 코치 빼면 감독, 수석코치, 일반 코치 하나로 30명 정도를 지도하는 축구 구단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설령 코치진 규모가 많은 구단이라 할지라도 감독의 기술적, 전술적인 감식안이 중요한데, 감독이 선수의 플레이나 컨디션을 미세하게 알아챌 안목이 없으면 감독의 구단이 아니라 코치의 구단이 되는 것이다. 그 안목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명선수일수록 높다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고 즉, 명선수의 능력과, 감독의 기술을 지도하고 개선하는 능력과, 감독의 전술적인 안목은 딱 구분해서 얘기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명선수가 명선수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해당 스포츠에 대해 기술적, 전술적으로도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경험을 겸비하고 있어서 그로부터 비롯된 뛰어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명선수가 은퇴하고 어떤 팀을 지도하게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많은 이점을 지니게 된다. 슥 지나가다가도 어떤 선수가 겪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직관적으로 관찰하고 지도해 줄 수도 있고, 한 시즌 동안 어떤 선수의 훈련이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몸상태가 올라왔는지 아닌지, 이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들어가야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대충 직감적으로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선수 시절에도 명선수가 필드 위에서 미묘한 변화나 기미를 감지하고 그를 바탕으로 승부를 뒤집는 절묘한 센스를 발휘했다면, 당연히 감독이 되어서도 그 선수는 그러한 조화를 부릴 것이다. 그라운드의 여우라 불리는 신태용이 아무 코치 경력 없이 선수 은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남 일화 감독으로 부임해 1년차에 AFC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했을 때, 교체 선수 기용을 기가 막히게 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선수는 지도자로는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선수 능력=감독 능력'이라면, 무명 선수는 무명 감독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수로서는 그저 그랬음에도 명감독인 사례는 제법 많다. 대한민국 최초의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도 선수 시절에는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며, 독일 통일 이후 처음으로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요아힘 뢰프 감독이 선수 시절엔 차범근의 백업 선수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다만, 종목 차이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축구 같은 경우는 골키퍼를 제외하고는 사실 어느 포지션이든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은 비슷하다. 공격수도 상황에 따라서 수비를 하고 수비수도 공격을 하는 게 축구다. 또한 선수들 역시 전체 흐름을 보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에 이런 점에서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 점은 축구보다 인원수가 더 작고 공수전환이 축구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농구도 동일하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포지션이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 즉, 굳이 전체 경기 흐름을 볼 필요없이 타자라면 그냥 한 경기에 4번 정도 돌아오는 자기 타석에서만 잘 치면 그만이다. 또한 축구는 11명이 필드에서 집단으로 뛰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골/어시스트 등을 제외하면 정확하게 숫자로 통계내기가 힘들기에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 감이 중요하다. 농구도 선수 숫자만 5명으로 줄었을 뿐 나머지는 축구와 큰 차이 없다. 하지만 야구는 세이버메트릭스 문서를 봐도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투수 vs 타자 간 1대1 대결인 만큼 방대한 통계 자료가 나온다. 이 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던지, 변화구에 약하다던지 철저히 수치화가 가능하며, 야구 감독들은 이런 데이터들을 일일이 분석해서 선수 라인업을 짜고 선수 교체도 해야 하므로 야구는 선수와 감독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많이 다르다.

영화계에서 명배우가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는 배우나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야 자기 배역만 잘 연기하면 그만이지만, 감독은 전체적인 조율을 담당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클린업 타자라면 그냥 다른 것 필요없이 타석에서 홈런이든 장타든 때려내면 그만이지만, 감독은 전체적인 경기 조율과 분석, 선수 컨디션 체크, 선수 교체 시기 판별 등등 요구되는 자질이 다르다. 물론 찰리 채플린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두 가지 재능이 모두 수준 높은 사람이라면 명배우이면서 명감독이기도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명배우라고 꼭 명감독이 된다는 법은 없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말하자면 선수로서 필요한 역량과 감독으로서 필요한 역량은 많은 부분에서 겹치고, 선수로서의 재능이 없으면 지도자를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와 감독의 필요한 능력은 상당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선수는 직접 몸으로 나서지만 감독은 몸이 아닌 머리를 제대로 써야하는 일로 직접 뛰는 것과 팀 전체를 지도하고 이끄는 능력은 사실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선수 시절의 멘탈로는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 시절에는 자신이 맡은 임무만 충실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많다 보니 팀 동료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쓸 이유나 여유도 없거니와 기술과 심리적인 부분 역시 감독이나 코치들이 맡을 일이지 자신은 자기의 컨디션이나 기량만 신경쓰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주장을 맡았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다를 순 있겠지만 주장도 선수라는 큰 틀에선 벗어나지 않는다. 설령 경기가 안 풀려 감정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오죽이나 경기가 안 풀려 답답하면 저럴까?"라고 실드쳐주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감독이 된 이후로는 이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3] 감정적으로 격해있는 경우나 들뜬 선수들을 잘 추스려 이성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경기를 진행하도록 하는 역할이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다.[4]

사실 스포츠 행정학이나 스포츠 심리학 같은 주제에서도 언급되지만, 이것은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를 들이대면 쉽게 의문이 풀린다. 선수로서 뛰어난 능력은 감독의 역량을 보장하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감독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실제로 감독은 선수일 때보다 높고 차원이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감독과 선수는 원래부터 성격이 다른데, 선수로서 이룩한 업적만 보고 감독에 앉혀놔도 제대로 움직일 줄 아는 태도 때문에 더 뼈아프게 실패한 사례다.

2. 플레이랑 지휘는 다르다

선수 시절에는 소속된 팀에서 필요한 플레이를 잘하면 그만이지만, 감독이 되면 팀 자체를 운영해야 한다. 선수는 필드 안에서 개인의 기량으로 증명해 보이는 게 일이지만 감독은 기록과 기량은 물론이고 필드 밖에서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상대팀의 약점이나 강점을 파악하여 라인업을 구성하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해야 하며 이후 일정이나 선수단 내의 화합이나 분위기 등 전반적인 팀의 거의 모든 것을 관리, 총괄해야 하는 직책이다.

최근 스포츠 트랜드가 단장은 자금과 일정관리, 코치들이 선수관리, 감독이 경기에 집중하는 형태라지만 아무리 경기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일정 등을 잘 잡아 라인업을 짜고 그에맞게 훈련하는 등 단장과 코치, 선수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규합하는 일도 결국 감독의 일이기 때문에 플레이와 지휘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2.1. 선수들이 잘하면 선수빨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선동열이 삼성을 우승시킨 것이 아니라 삼성의 시스템이 선동열을 우승시켜 준 것이다.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 선임 이후 삼성 라이온즈 팬덤의 대표적인 조롱성 드립
앞서 선수 기량이나 재정적 한계 등으로 좋은 팀을 꾸리기 힘들어서 감독이 실패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역으로 선수들이 너무 강하면 감독의 역량이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깊게 들어가보면 한팀에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팀과 아닌팀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 감독이든 우승은 따놓은 것이라 말을 할 것이다. 한국 남자배구 삼성화재도 그렇고[5] 선수들이 압도적이면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지 감독의 전략이나 지시가 아니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A팀이 잘 하는 것은 A팀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이 팀에는 감독 누구를 영입해도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아무리 선수들이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선수들을 조련하고, 훈련과 일정을 조절하여 컨디션을 맞추는 등의 행위는 감독이 하는 것임으로 흔히 버스탄다, 숟가락만 얻는다라고 쉽게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좋은 팀에서 우승을 하던 감독이 다른 팀에 가서 죽쓰는 경우도 많고 우승을 이룬 팀에서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말아먹는 케이스도 많기 때문에 "과연 이 감독이 명감독인가?"를 논할 때 꼭 등장하는 대목으로 자주 등장한다.

3.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나는 일확천금 아내를 만나서 당첨이 됐다. 하지만 아내가 한번은 찾아올지 모를 흔들림이 걱정이다. 삐끗하면 좌절할까봐 걱정이다."
"아무리 천재 작가도, 아무리 시대를 풍미한 작가도 언젠간 저물 때가 있고 잠깐 삐끗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가족으로서는 걱정되고 염려되는 거죠."
장항준[6]

아무리 명장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성적이 부진할 때가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게 되는데, 이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적이 점차 하락세를 타게 된다.

물론 감코 뿐만 아니라 잘 나가는 선수들도 부진한 성적을 보여주는 때가 있는데, 이는 감독이라고 해서 사정이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징크스에 걸려든 우승팀 감독 중 마르첼로 리피, 비센테 델 보스케, 요아힘 뢰프 등은 우승을 차지했던 직전 대회 당시에도 감독으로 재임했었다.

확실한건 어떠한 인간이든 실수를 할 수 있고, 자만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한해의 성적, 혹은 한 경기의 행보만을 보고 그 감독을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4.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LCK의 독주는... 끝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거에요. 이거는 결과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우리가 바뀌었고, 시대가 변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돌리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자국에서 열린 2018 월즈 8강에서 아프리카의 탈락이 확정된 이후 김동준의 멘션
문단명의 속담처럼 인간사에서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 있다. 당사자가 선수 시절이었던 때와 감독이었던 지금과는 경기 성향이나 선수들의 기량이 상당한 변화를 겪는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당장 농구만 하더라도 개발된 초창기에는 신체적인 접촉이 금지되었던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리바운드를 위한 몸싸움이 흔하게 일어나고 전체적인 경기 진행 속도도 빨라지는 등 꽤 격렬한 스포츠가 되었다. 이는 야구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이다.

국내지도자들이 이런 쪽으로 가장 악영향을 끼친 종목이라면 바로 배구이다. 1990년대 당시의 국제 배구는 스파이크 서브의 등장, 배구공의 공기압 변화, 랠리제 도입, 서브룰의 변화(서브 구역 확대, 서브의 네트터치 인정) 등으로 큰 변화를 겪으면서 2000년대 이후 스피드 배구가 세계적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 배구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선수 생활을 하던 1970 ~ 8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안정적인 리시브와 패턴공격에만 집착하면서 날개공격수의 오픈공격에만 올인하는 몰빵배구로 퇴화하여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최태웅처럼 2000년대 이후 대표팀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직접 선수로 세계적 수준의 스피드 배구를 경험한 젊은 세대도 지도자로 등장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모든 종목이 흥행을 염두에 두고 방송 중계에 적합하도록 룰을 개정하면서 더 빠르고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스타 선수 출신 감독 역시 나름대로의 이유는 댈 수 있다. 선수 시절 경험했던 것도 있는지라 그것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 역시 타당성이 있는 것이 세부적인 것은 변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새로운 경기 환경과 변화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하며, 영광스러웠던 선수 시절에 대한 자부심으로 점철된 경험이라는 것까지 더하면 이것이 오히려 올바른 지도력을 갖추는데 방해가 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 문서와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선수에서 명감독이 되었으나, 이후 최악의 구단 운영자 커리어를 걸었던 필 잭슨의 경우가 이와 유사하다. 잭슨은 명선수가 아니었기에 쓸데없는 아집이 없어 감독 시절엔 오히려 실험적인 전략인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에이스 마이클 조던이 반대함에도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감독 시절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나니 이상한 아집이 생겨 뉴욕 닉스 시절, 2점 중거리슛의 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3점슛과 얼리 오펜스의 중요성이 늘어났는데도 시대에 안 맞는 원형 그대로의 트라이앵글을 고집하다가 팀에 재앙을 가져오고 잘렸다. 과거와 달리 전술이 변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명성과 성공으로 인해 "성공하는 방법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식으로 고집을 부리다가 망하는 것.

5. 감독 등용문의 문제

명선수는 반드시 명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듯 명선수가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명선수는 선수 시절 쌓아놓은 유산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 은퇴 후 지도자 코스에서 분명한 이익을 얻고 들어간다. 이 지도자 생활 시작점의 차이가 결과 평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나 프랜차이즈 스타 타이틀을 유지한 채 은퇴한 명선수들은 구단도 선수 덕을 엄청 봤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구설수에 휩싸이지 않는 한 구단과의 친분이 두텁다.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평범 또는 듣보잡 2군 선수들보다는 구단에서 예우를 해 주고, 그 수단도 지도자 연수 및 감독 연수 등의 직접적인 지도자 교육 기회 등 구단의 지원을 훨씬 쉽게 받을 수 있다. 거기다 이런 명선수들은 정말 어지간히 말년에 자기관리 실패가 아닌 이상 선수 시절 쌓아놓은 돈과 명성이 많아,본인이 선수로 뛰었던 친정 구단의 지원을 받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쌓아놓은 명성 덕에 다른 구단에서의 적극적인 영입시도도 많기에 재취업 자체가 더 유리하다. 특히 골품제로 돌아가는 폐쇄적인 팀일 경우 인맥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명선수가 아니면 감독 기회를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또한 구단의 신임이나 선수 시절 쌓았던 인맥과 정치력을 동원하면 다른 코치들보다 빠른 승진 가도를 달릴 수도 있다.

또한 팬덤의 지지나 선수에 대한 구단의 신임은 물론이고, 운동선수라는 특성상 선수 시절의 명성을 앞세워서 팬들과 후배들을 따르게 하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현역 프로 스포츠 선수들 중에도 상당수는 현역 시절 커리어가 있어야 감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몇몇 자존심 강한 선수들은 비선수 출신 지도자를 자기보다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결국 일찍 선수계에서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며 알못이라고 고깝게 보는 선수들도 많다. 즉, 그 스타급 선수가 선수 시절의 생활을 통해 쌓아놓은 명성과 권위, 후배들에게 받는 존경은 훗날 지도자나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분명히 하나의 큰 무형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역 시절 스타급 선수는 무명 선수보다 은퇴 후 지도자 과정은 물론, 최종 목표인 감독 선임 기회를 훨씬 많이 받으며, 실제로 감독이 되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큰 수의 법칙에 따라서,
  • 실패하는 스타급 선수 출신 감독이 무명 선수 출신 감독보다 숫자가 많다.
  • 현역 시절 좋았던 명성 때문에 그 실패가 반작용으로 도드라졌다.
  • 지도자의 성적은 부진하지만, 좋은 이미지, 그나마 몇 안되는 장점, 구단 내외적 사정 덕분에 오래 안 짤리고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숫자도 적고, 실패해도 그러려니 하는데다, 빨리 잘리면 그만인 쌩신인 수준의 감독보다 이들의 실패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즉, 감독으로 실패한 전직 스타 선수의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 내용이 부각되기 때문에 생겨나는 선입견이다.

비 스타선수들의 경우 정말 능력이 뛰어나거나 인맥, 정치력을 갖춘 게 아니라면 프런트, 최종적으로는 구단주의 승인을 받아 감독 임명장 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므로, 우선 감독이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번의 검증을 통과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검증과정에서 인맥빨, 명성빨에 가려 진짜 감독 밑천이 없어도 취업이 쉬운 스타 출신 지도자들보다 실패할 확률은 좀 더 적고, 이름값이 없으니 실패해도 사람들의 기억에 크게 남지 않으며, 아니다 싶으면 빨리 잘라버리면 그만이라 팀에 끼치는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그나마 프로스포츠가 점점 고도화,선진화 되면서 선수 능력과 코치 능력, 매니징 능력을 별개로 보기 시작한 생존이 절실한 프로 구단들은 이제 명선수라고 무조건 우선권을 주지 않는다. 특히 재정규모가 적어 효율적인 운영을 강제받는 스몰마켓 스포츠팀들이나, 몇몇 스포츠, 특히 경기장에서의 선수 통제 못지 않게 프런트와의 소통과 관리가 중요한 야구 감독의 경우 선수 시절 듣보잡이었어도 코치 연수를 열심히 받고 팀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기회가 비교적 쉽게 주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현역 선수시절부터 선수로는 가망없다고 판단하고 자비로 GM들 윈터미팅을 따라다니며 감독직 미래를 설계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A.J. 힌치가 이러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그 외에도 주제 무리뉴처럼 일찌감치 구단 밑바닥에서 실무자로 경력을 쌓고 지도력을 인정받아 명감독이 되는 훌륭한 성장 사례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선수 시절 명성이 높을수록 감독직을 하는 데 유리하다. 대놓고 요미우리 자이언츠 성골 아니면 감독을 못 하고, KBO 리그 역시 선수 시절 스타가 감독 기회를 먼저 받는 편이다. 특히 보수적인 마인드의 지방구단 쪽이 이 현상이 심한 편. 이전의 기준으로 보면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커녕 절대 감독이 될 수 없는 초라한 선수 시절을 보냈던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 승진은 넥센타이어이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한 인사였으며, 이는 한국 야구판이 작게나마 변화하고 있다는 사례로 볼 수 있다[7][8].

상대적으로 미국 스포츠는 현역 시절 레전드가 감독이 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 편인데, 아무래도 드래프트로 팀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로컬팀과의 일체감을 갖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인 수준이고, 애초에 선수시절 지겹게 전국을 순회하면서 몸을 굴리고 빡센 일정을 소화한 마당에 대체로 돈 관리만 잘하면 은퇴 후 진로가 더 넓기도 하고 정말 팀의 레전드인 경우 감독보다 프런트 참여기회도 있는 만큼 굳이 현역시절 명성을 까먹으면서 선수들이 크게 존경도 안해주는 자리에 은퇴후 인생을 걸 필요가 없다. 아예 구단주가 된 마이클 조던이나 존 엘웨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 워낙 벌어놓은 돈도 많고 유명세를 굳이 감독하면서 깎아먹을 이유가 없으며 미국 프로스포츠 특성상 오너쉽과 프런트가 분리되어있어서 감독이란 자리가 크게 팀을 지휘하는 권력을 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선수 출신이 감독이 되면 구단 정점에 올랐다는 평을 듣지만, 그냥 미국에서는 번 돈으로 구단을 사버리는 것이다.[9] 예외적인 경우는 현시대 NBA인데, 사실 NBA도 전략전술이 고도화된 리그라 이미 감독 한 명으로는 제대로 된 팀을 키우기 어렵고 우수한 코칭스태프들과 구단의 지원이 있어줘야 한다.[10] 그럼에도 가능한 이유는 NBA가 워낙 스타 선수들의 친목질 파워가 세서, 연봉만 수천만달러에 달하고 매 경기 30분 이상 뛰며 20득점 이상 해줄 스타에게 밉보이거나 영입거절같은거 안받으려면 스타 선수들과 친분이 깊거나, 스타 선수들도 알아서 길 정도로 탄탄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어야 업계에서 리더쉽을 인정받을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밀워키 벅스 시절 감독 제이슨 키드와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일화. 이런 이유로 NBA에는 몇몇 스타급 선수출신 감독 영전자들이 있다. 상술한 제이슨 키드 천시 빌럽스, 스티브 내쉬등이 대표적.

유럽 축구같은 경우는 반대로 명선수의 감독 영전이 매우 당연한 케이스로 취급받는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까지도 축구가 체계화, 데이터화가 부족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축구가 감독놀음이라 일컬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비교되는 스포츠들이 데이터화가 고도로 발달하며 감독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지만 축구는 여전히 감독의 직관과 감각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 선수 장악력을 높은 순위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명선수의 영전이 당연한 게 아니라, 명선수가 아니면 대부분의 경우 하루하루의 훈련에서 선수들을 만족시키거나 납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서 당연히 선수장악력이 없는 것이다.

보수적인 축구계가 변한다고 언론에서는 호들갑을 떨지만 실상 무리뉴, 사리 등 사실상의 비선출 감독들이나 베니테스, 클롭 등 명성이 매우 낮은 감독들은 축구계에 항상 있어왔다. 선수 장악력은 선수시절 명성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이 사람의 축구적인 설득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선수시절의 명성이 선수들에게 허망한 명성으로 다가가서 제압한다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엄청난 레전드인 만큼 축구도 잘 알 것이다 하는 어느 정도 실체적인 믿음에서 비롯되어서 현역 선수들을 장악하는 것이다. 나겔스만 등 매우 젊은 감독들이 이례적으로 조금 등장한 것은 맞지만 애초에 상당한 규모의 집단을 이끄는 사람이 밑에서부터 어느 정도는 단계를 밟아오는 게 맞다.

따라서 당연히 아직까지는 선수 출신 지도자가 더 유리한 환경이다. 코치 라이센스 취득에 있어서 선출에게 이득을 주는 것도 사실 당연한 것이다. 거기다 명선수 출신 지도자라고 전술 공부, 분석을 안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오늘날엔 인터넷, 분석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학습할 수 있다. 선수시절 이름값으로 무작정 감독직에 앉히지 않고 1군 코치, 유소년 감독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아가는 쪽이 더 많아지고 있다. 결국 고도화된 현대축구에서도 명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더 수혜를 받는다.

그래서 지역, 국가를 가리지않고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의 감독들은 선수 출신이고, 국가대표로 뛰었거나 한 구단의 레전드였던 경우가 대다수이다. 명선수 출신인 지도자가 1부리그에서 많기 때문에 실패하는 수도 그만큼 많으며, 실패하더라도 다른 리그, 하부리그로 금방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스타선수 출신이 아닌 지도자라면 처음부터 하부리그나 2군 등에서 경력을 쌓아야하고, 여기서 실패하면 그대로 잊혀질 수 밖에 없다.[11] 명선수 출신이 아닌 지도자는 애초에 어느정도 능력을 검증받은 명지도자여야 상위 프로팀에 발이라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6. 아니 너넨 이 쉬운 걸 왜 못 해?


이렇게 가슴 트래핑 후 플립플랩, 마르세유 턴 한 다음에 라보나 킥으로 촥! 어때요? 참 쉽죠?[12][13]
차범근, KDB대우증권 광고에서

극히 일부분이긴 하겠지만, 이러한 사고로 감독직에 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면에서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타 플레이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원인으로 지목된 다른 항목들은 '명선수라고 해서 모두 명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닌 이유'에 대한 설명에 가깝지만, 이 항목 만큼은 '명선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명지도자가 되기에 불리한 이유'에 해당한다. 즉 문서 제목과 가장 걸맞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스포츠이다. 프로에 입단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들이지만, 그렇게 입단한 프로들 사이에서도 재능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이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명선수라고 인정받는 거물들은 보통 선수들이 간신히 해내거나 아예 엄두도 못 내는 일들을 태연하게 해낼 수도 있는데, 이 상태로 감독이 되면 선수들이 왜 노력을 하는데도 저 모양인지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감독과 선수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기 쉽다.

사실 무조건적인 노력만으로 성공한 선수는 매우 드물다. 스포츠가 단순히 시뮬레이터가 아니듯, 단순히 훈련과 단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축구나 농구같은 다대다팀게임에선 감각적인 상황판단이나, 야구의 타격과 같이 순간순간의 대처능력, 실수로 인해 생기거나 누적되는 멘탈문제 등 인간의 본능과 감각이라는,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없는 것도 많다.

또한 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후보 선수 관리이다.[16] 선발과는 달리 출전 기회 한 번이 소중하고 수입 측면에서 안정적이지도 않으며, 그러다 자포자기하고 멘탈이 터지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도 재능 문제로 주전보다 발전이 더디고 섬세한 지도를 필요로 한다. 그나마 실력이 크게 떨어진다면 억울해하지는 않겠지만 주전과 재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팀 전술 문제로 후보로 빠진 경우라면 후보는 왜 자기가 후보로 남아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17]

후보나 교체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를 수는 없으므로 감독들은 위와 같은 케이스들을 모두 다독여가며 기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명선수 출신 감독들은 이런 미묘한 처지에 있어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기 어렵고, 그나마 자기 눈에 차는 선수들은 주전밖에 없기 때문에 후보들에게 출장기회를 배려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 그나마 사회성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공감을 잘 하는 편이라거나, 타고난 재능은 천재급이 아니거나 뭔가 핸디캡이 있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극복하고 명선수가 된 유형의 사람들은 그래도 평범한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편이다.[18]
차범근이 감독시절 상대 수비를 크루이프 턴으로 제치고 다이렉트 크로스 올리는 시범을 보여준 다음 선수들에게 똑같이 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해설로 전업해서도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아~ 저 쉬운 것을..."이다. 그런데 그걸 쉽게 할 수 있는 건 차범근이라서 그렇다.

야구에서는 이만수, 김시진, 선동열 등이 비슷한 사례를 만들어냈다. 코치나 감독은 아니지만 이대호 역시 후배들에게 비슷한 조언을 자주 했었다.[19] KBO 최고의 재능이라 평가 받는 이정후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한적이 있다.

본 항목의 짤방에 나오듯이 알렉산드르 카렐린은 "상대방이 방어 자세를 취한다고 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상대의 허리를 잡고 들어올리세요."라고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게 아무나 되면 레슬링이란 종목에 방어 자세가 왜 있겠나(...). 카렐린이라서 가능한 방법이다.[20] 티에리 앙리 역시 AS 모나코 FC 감독 시절 이런 요구를 했다가 팀원들과 갈등이 생겨 경질되기도 했다.[21]

7. 우승을 해야만 명장 취급을 받는다

우승은 대회에서 오직 단 1팀만이 차지할 수 있다. 특히 매년 열리는 대회가 아니라면 기회는 더욱 적다. 그 어려운 우승을 해야 겨우 명장 소리를 듣는 마당에 경우에 따라선 단 1번 정도로는 인정을 못 받기도 한다. 우승 없이 명장의 호칭을 얻으려면 하위권 팀을 상위권으로 올리거나 가난한 팀으로 성적을 내는 등 어려운 일을 해쳐나가야 하는데 이것도 여러 번, 오래 해야 이런 식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래도 우승이 없다면 취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당장 세계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 누구냐고 할 때 유럽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경력이 없거나 빅리그가 아닌 리그의 우승 감독들의 이름을 말하면 아예 후보에 올리지도 말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8. 결론

한 사람이 탁월하고 뛰어나고 출중한 실력을 갖춰서, 선수 시절에 본인이 직접 경기에서 뛰며 개인의 아주 화려한 스킬과 플레이를 통해 수많은 득점 등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선수였어도, 나왔다하면 팀을 승리하게 만들어 레전드 선수가 된 사람이 은퇴 뒤, 본인이 더 이상 직접 나서지 못하는 감독까지 맡아 과거 전성기 시절 능력과 동시에 빼어난 지략까지 함께 갖추기란 정말정말 어려운 일이다.

거스 히딩크, 아르센 벵거, 요아힘 뢰프, 주제 무리뉴, 토마스 투헬, 알렉스 퍼거슨, 시모네 인자기 등 엄청난 성과를 쌓은 감독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선수 시절에는 큰 명성을 떨치지는 못했어도 지도자로서는 길이길이 남았다. 필 잭슨이나 팻 라일리 등도 선수 시절에는 평범했거나 미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필 잭슨은 감독으로서 NBA 최다 우승 경력을 거머쥐었다[22]. 심지어 레오 베인하커르 그렉 포포비치[23], 마우리치오 사리[24], 김학범 등처럼 아예 프로 선수 출신[25]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모두 명장들로 이름을 날리는 사례도 꽤 많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널리 퍼진 탓에 정말로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되기 불가능하다."고 일반화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진짜로 명선수가 명지도자가 되지 못한 사례야 매우 많지만, 선수 시절 못지않게 명장이 된 사례도 충분히 있으며, 또한 꼭 명선수가 아닌 선수가 지도자로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격언의 정확한 의미는 '지도자 실력이 선수 시절 명성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며, 따라서 '명선수라고 해서 모두 명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더 적합한 표현이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 통용되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인상과 임팩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명선수 출신이 아닌 지도자들이 크게 성공할 경우 언론은 스토리와 드라마를 예쁘게 포장하기 좋으므로 그들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며 많은 기사를 생산하곤 한다. 반대로, 선수 시절 참으로 잘 나가던 지도자들이 큰 무대로 화려히 데뷔했다가 맥도 못 추고 실패할 경우, 엄청난 유명세를 바탕으로 시작부터 큰 관심과 기대를 걸던 사람들이 실망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기 쉽다. 또, 언론 역시 이번에는 별볼일 없던 선수와는 반대로 비극적인 드라마와 스토리를 포장하기 좋으므로 많은 기사를 생산하곤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당연히 감독은 성공보단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누구나 감독에게는 ‘전력보다 우수한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꼴찌후보팀 감독에게는 강등권 탈출이, 중위권팀 감독에게는 상위권 진출이, 상위권팀 감독에게는 우승이 요구된다. 애초에 감독은 대다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정쩡한 선수생활을 보낸 감독의 실패’는 그냥 묻히지만,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감독의 실패’는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렇듯 명선수와 명지도자의 상관관계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은 임팩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섣불리 일반화해선 안 된다.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도자로서 선수 시절 명성에 부합하는 활약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 선수 시절 명성을 훨씬 초월하는 경우도 있다. 즉 선수 역량과 지도자 역량 사이에 절대적인 상관관계는 없고 다양한 양상이 있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명선수 출신 지도자에 대해 선수 시절 기량에 못지 않은 감독이 될 것을 막연히 기대하지만, 선수와 지도자가 각각 책임질 역량은 다른 까닭에 실제로는 명지도자가 될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명선수 출신이라고 냅다 감독으로 데려오면 안 된다는 게 중요한 거지, 명선수 출신 감독이 실패를 겪었다고 무작정 "이것 봐,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무리 시대를 풍미한 사람이더라도 한 번 정도는 삐끗한다더니..."라는 투의 비난은 삼가는 것이 올바르다.


[1] 물론, 명선수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다. 해당 스포츠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름은 알 만한 선수 기준이냐(예: 리오넬 메시, 마이클 조던), 아니면 모든 사람이 알지는 않지만 해당 스포츠의 팬이라면 다 알 정도가 되느냐 등의 기준 차이가 있다. 대체로 지도자 테크는 후자가 더 많다. [2] 2017년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맹활약한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말컹은 본래 브라질에서 그저 그렇게 기회를 못 받고 있는 선수였지만,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의 감독 김종부가 발목 각도, 몸의 자세와 같은 부분들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지도해준 덕에 경남 FC에서 날아올랐고, 이런 김종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임대생 신분으로 중국과 1부 리그에서 쏟아지던 이적 제의를 거절하고 경남에 완전 이적했다. [3] 날이 갈수록 연예인 개인 팬덤의 느낌이 스포츠 팬들에게도 이식되고, 또 여성팬들이 늘어나고 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감독에게도 이러한 느낌의 옹호가 생겨나고 있다. [4] 이것 때문에 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한 선수들은 애초에 감독감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불같은 성질을 지닌 케빈 가넷은 절친한 동료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코치직을 하지 않을 것이란 평을 받았으며, 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마이클 조던 역시 은퇴 직후부터 구단주나 운영진 역할을 욕심냈지 감독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물론 승부욕이 강하면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래리 버드같은 레전드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는 것. [5] 글이 길어지니 요약하자면 당시 드레프트 제도가 없던 배구시장에서 기업의 자금력으로 거의 모든 유망주를 돈으로 사들여 배구시장을 망가트린 주범으로 불리기도 한다. 요약하면 2005년 리그 창단이후 10년 동안 준우승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고, 경기수가 적은 배구리그에서 33연승을 하는 등 사실 상 우승은 당연시되던 팀이다. [6] 비록 스포츠계와는 무관한 인물이긴 하지만, 하는 일의 성패와 그에 달린 흥망성쇠에 대한 걱정은 스포츠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참고로 장항준 본인이 한 이 말은 그의 아내 직접 실천했다. [7] 염경엽 본인도 스스로 자신은 잘해봐야 어느 팀을 가도 수석코치로 끝날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8] 두산 베어스의 감독을 맡았던 김태형은 커리어 스탯은 다소 떨어지는 수비형 포수라는 약점 외에는 현역 시절에 별다른 활약은 없었지만 그래도 팀 주장도 했었고, 라커룸 리더 역할도 했으며, 1995년 한국 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하는 등 두산의 나름 프랜차이즈 선수라고 볼 수 있기에 염경엽만큼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 다만, 완전 성골이 아닌 이유는 김경문(김경문은 타 팀에서 선수 뛴 적도 있다)과 같이 다른 팀인 SK 와이번스에서의 코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9] 혼자서 구단을 살 정도는 안되면 컨소시엄 형태로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 오히려 레전드 출신이기 때문에 투자 지분에 비해 입김도 큰 편이고... [10] 이런 수석코치까지의 자리는 NBA도 예외없는 무한경쟁으로 오로지 감독의 눈에 들 실력과 결과물로 결정난다. 에릭 스폴스트라처럼 비디오 분석원에서 NBA 우승감독이 된 입지전적 성공사례도 있고, 뛰어난 슈팅코치로 정평이 난 칩 잉글랜드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그렉 포포비치 밑에서 무려 17년동안 근속하면서 수많은 롤플레이어들을 산왕농구의 양궁단으로 길러낸 능력자이다. [11] 이정효 감독은 '선수시절이 화려한 감독들은 K리그1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나같이 인지도 낮은 선수는 밑바닥부터 시작해야하고 패자부활전도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정효가 아예 무명 출신도 아니고 부산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서 레전드로 인정받는 선수인데도 이런 발언을 할 정도로 감독 등용문 자체가 좁다. [12] 각 기술 문서에도 나오지만 하나같이 화려하고 멋있긴 한데 그만큼 난이도도 화려한(...) 기술들이다. [13] 공교롭게도 참 쉽죠? 대사 바로 뒤에 밥 로스가 등장한다. 밥 로스 역시 미술 지망생들에게 좌절감을 안겨 주는 인물로 유명하다. [14] 참고로 듣고 있는 사람들은 러시아의 레슬링 선수들이다. 그들에게 알렉산드르 카렐린이면 시쳇말로 눈도 못 마주치는 까마득한 대선배인데, 그들조차 어이가 없어서 순간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뜻이다. 심권호조차도 이 사건을 알고 있으며, 그 기술은 카렐린 자기니까 되던 거라고 비웃는 듯한 기색을 보여줬다.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카렐린이 설명하는 기술인 '카렐린 리프트'가 저 말을 하는 카렐린 본인 입장에서는 실제로 소싯적 손쉽게 구사했던 기술이 맞긴 하다. 그런데 그게 카렐린이라서 쉽게 한 거지 웬만한 선수들은 엄두도 못내기 때문에(정확히는 경량급 기준. 현역시절 카렐린의 체급인 130kg급 기준으로 본다면 문자 그대로 오직 카렐린 본인밖에 쓴 적 없다.) 결과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강습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5] 비슷한 일화가 무용계에도 있다. 전설적인 발레리노 바슬라프 니진스키(1890~1950)에게 누군가가 점프할 때 당신처럼 공중에 머무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니진스키가 그 질문을 못 알아들었지만 곧 매우 친절하게 “아닙니다! 아닙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당신도 그냥 높이 뛰고서 그 위에서 잠깐만 멈추면 됩니다”라고 했다고...(출처: <니진스키, 인간을 넘어선 무용>) [16] 종목마다 차이가 있다. 후보선수는 주전 선수의 부상과 스테미너 관리로 필요한 것이라 일정이 빡빡하거나 몸싸움이 격해질수록 더 중요해진다.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배구보다 농구가, 농구보다는 교체제한이 빡빡해 스테미너 관리가 어려운 축구가 후보 선수 관리가 더 중요하고 임금도 더 높다. 미식선수급쯤 되면 후보의 후보인 3선발 쿼터백에게도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고용한다. 실제로 경기에 뛰지 않고 꿀빠는 경우가 많아서 놀면서 월급도둑질한다고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수비수의 태클이 집중되는 쿼터백은 주전,후보 둘다 장기입원하는 사태가 자주 터지기 때문에 주전과 2선발 쿼터백이 부상당했다고 거액을 들여 만든 팀빌딩이 소용없이 전패로 시즌을 그냥 말아먹기 싫으면 꼴보기 싫어도 3순위 쿼터백자리를 거액을 들여 보험으로 고용해놔야한다. [17] 특히 스타선수들의 경우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 후보선수로 강등된 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8] 다만 후자는 잘못 빠지면 '나는 노력해서 됐는데 너넨 왜 못해?' 유형이 돼 버린다. [19] 공보고 공치라, 매일 안타 한개씩 치고 가끔 몰아치면 3할, 공을 오는대로 치려고 하면 안된다. 받아놓고 쳐야한다, 자신있게 휘두르면 공이 와서 맞을것 등등 전부 이대호 본인이니까 가능한 방법 뿐이다. [20] 저 기술 이름도 카렐린 리프트라는 기술인데,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카렐린이 최초로 시전한 기술이면서, 무제한급에선 카렐린 자신만 유일하게 성공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21] 티에리 앙리는 EPL 최고의 선수로도 자주 꼽히곤 하는 그야말로 불세출의 명선수이다. 반면 모나코 선수들은 나름 챔피언스 리그도 가 보고 국제 무대에서 활약한 전적이 있기는 하나, 어쨌건 5대 리그에서도 상대적으로 격이 떨어지는 리그앙 소속 선수들이며, 당연히 앙리 정도 실력이면 모나코에 남아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자기 기준을 선수들에게 강요하면 선수들은 감독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오히려 꺼리게 된다. [22] 시카고 불스에서 6번, LA 레이커스에서 5번 우승을 차지한다. 참고로 선수 시절에는 뉴욕 닉스에서 2번 우승했다. [23] 미국공군사관학교 생도 출신 인물이며, NBA 선수 역시 데이비드 로빈슨을 필두로 일부 존재하긴 한다. [24] 이 쪽은 프로 선수 경력 없이 아마추어 무대에서만 활동하다가 은퇴 후 은행원으로 전직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25] 프로 선수 출신이 아니라고 한 것은 이들 역시 대부분이 유소년 시절에 해당 종목의 선수로 뛰었던 경력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들 중 김태환의 경우에는 중학교 때까지는 야구선수로 활동하다가 고등학교 때 뒤늦게 농구선수로 전향했는데, 프로는 커녕 대졸 경력이 없는 경우이고, 최인철은 대학 졸업 후 대전 시티즌의 입단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였으나, 테스트 전날 교통사고로 인해 목과 허리를 크게 다쳐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끝내야만 했던 경우이다. 정정용, 김학범 역시 대학 졸업 후 프로팀에 콜업되지 못하고 실업팀에서만 선수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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