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일/던전/나락의 방

나락 속 향락의 공간

샤이닉이 저주를 잊기 위해 쉬지 않고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세상은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수 많은 자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샤이닉을 찾아왔지만, 그녀는 죽지 않았다. 죽지 못했다.

피를 잔뜩 뒤집어쓴 샤이닉은 아무 생각없이 방을 하나 만들어 그 안에 몬스터를 풀어놓았다.
몬스터들이 살기 위해서 서로 싸우는 모습은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문득 사람들이 이곳의 몬스터들과 싸우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그녀는 방에 일반인들이 평생 만질 수도 없는 큰 거액의 상금을 걸었고,
진귀한 보물도 안에 잔뜩 숨겨놓았다.

누군가 이곳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 많은 모험가들이 찾아 드는 이스트랜드의 명물이 됐다.
그 공간을 다녀온 한 모험가는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그곳은 마치 살아있는 지옥을 그대로 만든 것 같다고.

과거를 깨우는 곳

어느 순간 세계의 균형이 흔들리면서 방 한구석에 틈이 생겼다.
그 틈을 통해 흘러 들어온 악마 말파스는 샤이닉 때문에 나락의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갇히고 말았다.
하지만, 강력한 어둠과 마력이 머무는 도시의 기운에 매료된 말파스는 그곳을 자신의 거처로 정하고,
방에 들어온 모험가들을 죽여 그 영혼을 취해 점점 더 강해졌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몇 백 년 전 암흑 전쟁 때 전사했다고 알려진 쥬드 왕국의 영웅적인 마법사가 망령으로 나타나 자신을 죽여달라 부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거기서 더 끔찍한 건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다 죽이고 있다고.

모험가들은 서둘러 타르타로스의 주인인 샤이닉에게 이런 일들을 보고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치 뭔가에 시달리고 두려워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