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4 02:27:11

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

안네로제 폰 뮈젤[A]/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B]
Annerose von Müsel ·アンネローゼ・フォン・ミューゼル[A]/Annerose von Grünewald ·アンネローゼ・フォン・グリューネワルト[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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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OVA 후지사키 류 코믹스 DNT }}}
인물 정보
신체 정보 여성, ???cm(DNT 기준 168cm), A형
생몰년 SE 771. 6. 26.~
가족 관계 세바스티안 폰 뮈젤(아버지), 클라리벨 폰 뮈젤(어머니)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동생), 힐데가르트 폰 로엔그람(올케), 알렉산더 지크프리트 폰 로엔그람(조카)
국적 및 소속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은하제국 로엔그람 왕조
최종 작위 대공비[5]
미디어 믹스 정보
성우 파일:일본 국기.svg OVA 한 케이코[6]
파일:일본 국기.svg 외전 무라타 히로미
DNT 사카모토 마아야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OVA 문지현
파일:미국 국기.svg DNT 앰버 리 코너스
배우 파일:일본 국기.svg 2011년 연극 시라하네 유리
파일:일본 국기.svg 다카라즈카 연극 아이하나 치사키, 레이미 우라라, 세오토 리사
파일:일본 국기.svg DNT 연극 스기모토 유미

1. 개요2. 특징
2.1. 미모2.2. 성격2.3. 인맥 및 배경
3. 작중 행적4. 기타5. 둘러보기

1. 개요

Annerose von Grünewald[7]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

2. 특징

은하제국의 하급 귀족인 뮈젤 가문의 영애. 뮈젤 가문의 마지막 가주인 세바스티안 폰 뮈젤 클라리벨 폰 뮈젤의 1남 1녀 중 맏이이자 적장녀이다. 은하제국의 신 왕조인 로엔그람 왕조 최초의 장공주[8]이며 로엔그람 왕조의 시조이자 초대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5살 터울의 누나이자 그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정신적 지주이자 버팀목. 한마디로 라인하르트 개인으로 볼 때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라 볼 수 있다.

어머니 클라리벨이 죽고 사업 실패 이후 자포자기한 아버지를 대신해 살림을 먹여살려오고 동생을 홀로 돌봐온 소녀가장이었지만, 채홍사 콜비츠의 눈에 들어 자의와는 무관하게 아버지에 의해 프리드리히 4세의 총희( 로얄 미스트리스)로 팔려가게 된다. 십대 소녀 시절부터 20세를 넘어서도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평생 황궁에 갇혀 살고 그가 원할 때마다 강제로 색을 바치는 억울하고 비참한 성노예의 삶을 살아야 했지만, 이후 황제가 죽자 동생 라인하르트와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도움으로 황궁 노이에 상수시를 나와 마침내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되찾게 된다. 그리고 로엔그람 왕조가 개창하면서 대공비의 작위를 수여받고 새 왕조의 기둥이자 장공주로 거듭나게 된다.

사실상 은하영웅전설의 시작점이나 매한가지인 인물로, 본작의 최후반부에 율리안 민츠가 우연히 안네로제 대공비를 보고 어떤 의미로는 오늘날의 역사를 만든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OVA에서 율리안의 이 독백은 안네로제가 소박한 차림으로 동생 라인하르트를 간병할 때 쓸 수건과 대야를 직접 들고 가는 장면에서 나온다. 은하제국의 장공주가 몸소 저런 행동을 하고 있다니 여러모로 대단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9]

2.1. 미모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곱슬곱슬하고 탐스러운 금색 머리카락과 부드럽고 새하얀 피부, 푸른 눈이 한데 어우러진 교양과 기품 있으며 가냘프고 연약한 분위기를 지닌 청초하고 아름다운 절세미녀이다. 청소년기에도 흠잡을 데 없는 미소녀로 소문이 자자했다. 말 그대로 '여자 라인하르트'와 비슷한 외모이며 반대로 라인하르트도 '남자 안네로제' 같은 외모의 소유자.

타고난 미모 하나만으로 소년 시절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와 호색한이었던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더 나아가 은하제국을 넘어 우주 전체를 뒤흔든 경국지색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은영전 세계관 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미녀. 특히 은하영웅전설 DNT에서 나온 5살과 15살 때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 모습은 왜 키르히아이스와 프리드리히 4세가 안네로제만을 바라봤으며, 주산나 폰 베네뮌데가 왜 그렇게 질투하고 시기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될 정도로 감탄이 나오는 미모로 그려냈다.

안네로제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상 안네로제의 미모가 은하영웅전설의 모든 이야기에 발판을 깔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에 이어 남동생을 찾으러 온 안네로제와 처음 만날 때 눈부신 햇살 아래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안네로제의 상냥하고 순수한 성품과 더불어 동생의 친구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죽는 순간까지 이행할 정도로 안네로제를 자신이 충성해야 할 주군을 넘어, 삶의 의미로 여겼으며 평생동안 오직 안네로제만을 바라보며 숭배하다시피 사랑했고 이 감정은 죽는 그 순간까지 변함이 없었다.

또한 궁내성의 직원으로서 온갖 미녀들을 다 보아왔을 콜비츠도 안네로제를 보자마자 바로 깊은 인상을 받아 황궁으로 끌고 왔으며, 노년에 여자 취향이 청초한 10대 소녀들로 바뀐 프리드리히 4세는 안네로제가 20대를 넘어선 후로도 내치지 않고 가장 서열이 높은 총희로 삼으며 중요한 국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상시 자신과 동행시켰다. 만일 라인하르트가 여자, 즉 안네로제의 여동생이었다면 황제와 염문이 났을 거라는 소문이 돌 정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라인하르트가 여자일 경우 자매를 쌍으로 총희로 삼았을 거라는 뜻으로 안네로제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어지다 못해 탄식하고도 남을 소리다.

이견의 여지 없이 자타공인 세계관 최고인 안네로제의 미모는 아이러니하게도 안네로제가 황제의 성노예로 팔려가게 만들고, 어떠한 능력 없이 권력의 정점까지 도달한 사람으로 만든 최대의 이유이기도 했다. 안네로제 본인은 자신의 외모를 한번도 뽐내며 이용하려 하지 않지만 그 이용 가치는 인정하고 이해하고 있어서 철저한 순종과 묵묵한 처신으로 황제의 총애를 얻었다. 무엇보다 얼굴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인생 전체를 저당잡힌 것도 모자라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가 올 때까지 황제에게 색을 바쳐야 하는 노예로서 불행하고 끔찍한 인생을 살아야 했고 겪은 불행에 상응할 만한 긍정적인 성과도 얻었다. 20세를 넘어서도 심리 상태가 소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하고 미성숙한 동생을 옆에서 튼실히 보필해줄 훌륭한 보좌관이자 평생의 사랑인 키르히아이스를 얻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라인하르트가 전 우주를 제패한 카이저로 우뚝 올라서 부정부패를 종식시켜 은하제국 전체의 미래를 뒤틀었고, 안네로제 본인도 은하제국의 장공주이자 구심점이라는 우주 최고의 권력과 지위를 거머쥘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안네로제로서는 미모는 자신을 우주 최고의 미녀이자 은하제국의 장공주로 만든 동시에 불행과 행복을 동시에 안겨준 여러 의미로 애증의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는 복합적인 요소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안네로제가 황제에게 팔려간 이 비극적인 사건은 어린 라인하르트에게 있어 일생을 뒤흔들 수준의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가 외모지상주의는 물론이고 외모 하나로 세간의 화제에 오르는 걸 극도로 혐오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외모는 그저 타고난 요소일 뿐 인품과 능력과 달리 부단한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신념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안네로제가 겪은 상처와 희생, 고통을 생각해 절대로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고,[10]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가 등장할 때까지 오직 국정에만 전념했다.[11] 당장 하나뿐인 소중한 혈육인 누나가 궁정에 끌려가 총희가 된 사연도 안네로제 본인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었고, 오직 황제를 만족시킬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각주에 설명했듯 라인하르트 본인이 여자였으면 황제와 염문이 날 것이라는 소문도 언뜻 라인하르트의 미모를 칭찬하는 뉘앙스로 보이지만, 실제로 여자로 태어났을 경우 20세를 넘은 안네로제에 이은 황제의 애첩으로 매입당해 자매의 인생이 불행해졌을 거란 이야기다. 라인하르트로서는 능력과 인품의 가치마저 덮어버릴 만큼 지나치게 아름다운 용모를 경멸과 한탄의 감정을 느꼈을 듯.

2.2. 성격

적이건 아군이건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이해하며 스스로도 함부로 적을 만들지 않는다. 너그럽고 따스한 인품을 지닌 생불 수준의 대인배로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단단하고 초월적인 정신력과 인내심, 신중한 판단력과 섬세한 처세술의 소유자. 시종일관 황제에 걸맞은 바위 같이 단단한 표정과 엄숙하고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유지하는 동생과 대비되게 언제나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카리스마를 지녔다.

보편적인 선악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한 명 한 명이 정치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군상극인 은하영웅전설의 주연들, 그것도 최고 권력을 가진 주연들 중에서도 정치 군사와 일절 무관하며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만큼 진정으로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다. 남들을 위압하는 우렁찬 목소리로 촌철살인급의 화려한 미사여구를 쏟아내는 동생과 달리 조용하고 말수가 적으며 스스로를 내세우려 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때에는 단호하게 칼 같이 선을 긋는다. 심지어 라인하르트보다 오랫동안 황제의 곁에 있으면서 권력이 집중된 황궁에서 살아왔음에도 일체의 야심도 없다. 조용하게 저택에서 평화로운 전원 생활을 즐기고 화원의 꽃들을 가꾸는 것만으로 만족할 만큼, 고귀한 신분과 권력을 지닌 네임드 캐릭터 중에서도 사돈어른이자 문벌귀족 출신 국무상서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백작과 더불어 도덕성에 하자나 흠결이 없는 완벽한 선인이며 희귀할 정도로 청렴하고 소박한 인물이다. 정신적으로는 동생 라인하르트보다 몇 배는 더 강인한 강심장에 성숙한 외유내강형이다.

목숨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 자신이 모욕당하거나 위험에 빠져도 별로 상관하지 않지만, 다른 이들이 위험이 빠지면 망설이지 않고 행동에 나서서 기꺼이 무력을 행사할 정도로 행동력도 강하다. 사업 실패로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돈벌이와 가사도 전부 혼자 전담했다. 사실상 아들처럼 키워온 동생 라인하르트와 지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인생을 망친 프리드리히 4세에 일체의 원망, 증오, 분노를 토하지 않고 얌전히 순종을 선택한다. 추잡하고 방탕한 늙은 황제 곁에서 황후라는 이름의 노리개로 전락하는 것을 감내했던 것이다. 황궁에 적응했고,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결국 자신을 황제에게 팔아넘긴 아버지 세바스티안을 한사코 원망하지 않고 이해하고 넘어갔다.[12] 키르히아이스 사후 상실감에 시달리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고 희망의 길을 제시한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가 라인하르트와 결혼하여, 올케가 된 이후에는 그야말로 다정하고 돈독한 친자매 같은 유대를 보였으며, 알렉산더 지크프리트를 임신한 내내 매우 다정하고 헌신적으로 보살펴주면서 농담도 주고 받는 착하고 유머러스한 시누이가 되어주기도 했다. 임신 중인 황후의 침실을 습격한 지구교 신도의 얼굴에다 램프를 던져 한방에 기절시키고, 힐데가르트를 감싸안아 보호하는 모습은 안네로제의 가족애가 얼마나 깊은지 잘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그렇다고 안네로제가 화를 아예 표출하지 않고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냐오냐 봐주는 성격은 절대 아니다. 그녀 역시 필요하다면 연도 끊어버릴 수 있는 단호하고 강경한 면도 있으며 고집도 강하다. 라인하르트의 자격지심과 치명적인 실책 때문에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으로 키르히아이스가 허무하게 사망해버리자,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만든 동생에게 직접적으로 슬픔과 실망감을 드러내고는 직접 의절을 선언하며 프로이덴 산장에서 칩거하여 얼굴도 보지 않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후 키르히하이스의 죽음을 계기로 사이가 냉각된 동생을 비로소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을 구원한 은인 힐데가르트가 라인하르트와 결혼해 정식으로 올케가 되고 조카 알렉산더가 무사히 탄생한 뒤였다.

자신을 향한 모욕이나 공격은 신경 쓰지 않지만 자기 외에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피해 받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고 반격하는 부분은 역시 동생 라인하르트와 유유상종. 다른 점이 있다면 라인하르트는 누나를 비롯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해하려는 자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매우 잔혹한 손속의 방법을 써서 고통스럽게 짓밟는 식으로 보복한다면[13], 안네로제는 오직 소중한 사람의 보호와 방어를 최우선시하며 보복이나 응징은 어디까지나 뒷전일 뿐이다.

2.3. 인맥 및 배경

안네로제는 본래 가난한 집안 출신이고,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인 10대 시절과 20대 시절 거의 전반을 프리드리히 4세의 총희로 살아 로엔그람 왕조 창설 이전까지 고등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그래서 정치력이나 백병전 능력, 지략이나 지휘력, 용인술, 무용을 비롯한 어떤 특출난 능력은 없으며 스스로도 은영전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대서사시의 전면에 나서서 활약할 의지조차 없는 평범한 일반인 수준이다.

해방 이전이나 이후나 의도치 않게 황제의 집착 어린 총애를 한몸에 받는 로얄 미스트리스[14], 라인하르트의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이자 역린이었기 때문에 '황실의 욕받이'가 딱 되기 좋은 포지션이라 주산나 폰 베네뮌데 지구교 신자들을 비롯해 자신과 라인하르트를 증오하는 정적들에 의해 수없이 많은 납치와 암살 위협을 견디면서 살아야 했다. 초반부의 역할도 말 그대로의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내지는 전통적인 공주님'의 역할이었으며, 동생과 키르히아이스의 구원을 기다리는 지극히 연약하고 수동적인 비련의 히로인과 그들의 고난의 보상으로 얻는 트로피(전리품) 같은 신세였다.[15]

수십년 동안 조용히 숨 죽이며 인내심을 발휘한 보답인지 능력의 부재를 메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주 최고의 인맥과 배경들을 손에 넣고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히 은하제국 최고의 거물이 된다.[16] 로엔그람 왕조의 개창 이후 대공비[17] 작위를 수여받아 은하제국의 장공주 격인 인물이 된다. 은하제국 재상 수석 비서관, 황제 수석 비서관, 총본영 참모총감이라는 화려한 경력들을 쌓아온 은영전 최고의 커리어 우먼이자 로엔그람 왕조의 초대 황후이며 섭정 황태후 힐데가르트 폰 로엔그람의 6살 연상의 손윗시누이로 차기 황제 알렉산더 지크프리트 폰 로엔그람의 고모이다. 그리고 남동생들의 동료이자 부하들인 은하제국군 수석원수 및 우주함대 사령장관 볼프강 미터마이어 휘하의 뢰벤브룬 칠원수( 나이트하르트 뮐러,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울리히 케슬러,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도 라인하르트 원수부 중 무사히 살아남은 일곱 명의 제국군 장성들인데 모두 안네로제에게 충성하며 목숨을 걸고서라도 보호하고 보필하는 충신들인 동시에 정치군사 능력과 인품 양면으로 훌륭한 일곱 명의 원수들이자 로엔그람 왕조의 개국공신들이다.[18] 총비 시절에도 주변인 모두가 적은 아닌지라 가부장제가 중심으로 돌아가는 뿌리 깊은 부권 사회인 은하제국에서도 여성의 몸으로 당당하게 남작이 된 마크달레나 폰 베스트팔레 남작과 도로테아 폰 샤프하우젠 자작부인과도 궁중 사교계에서 만날 때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굳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으며, 이후로도 친분을 유지하는지는 불명.

안네로제에게 있어 또다른 동생이자 라인하르트를 어릴 때부터 보좌해온 최측근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에게 가히 숭배에 가까운 순수한 헌신과 애정을 한몸에 받았으며, 안네로제 역시 키르히아이스 외엔 그 어떤 남자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을 정도로 그를 일편단심으로 사랑했다. 프리드리히 4세의 사후 총희의 삶에서 해방되고 나서야 둘이서 데이트도 즐기고 약혼 반지까지 주고 받았다. 간신히 결혼하나 싶었지만 키르히아이스는 안타깝게도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으로 사망하고, 결국 키르히아이스가 사후 대공으로 추서되고 안네로제 역시 대공비가 되면서 이렇게나마 명목상의 부부로 맺어질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저택 마당에서 울타리 너머로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의 본명 '지크프리트'를 줄인 ' 지크(Sieg)[19]'라는 애칭으로 부른다.[20]

3. 작중 행적

3.1. 안네로제 폰 뮈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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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프리드리히 4세의 총희

파일:은하영웅전설 DNT.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jpg
그뤼네발트 백작부인 안네로제
그뤼네발트 백작부인 칭호를 받은 안네로제는 황제의 총희(寵姬)가 되어 10년 전에 죽은 황후를 대신하여 사실상 황제의 아내가 되었으며,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그녀는 출신도 미천할 뿐더러 구설수에 올라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가 곤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공식적인 국사에 참석하는 일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황제의 총애를 무기삼아 권력을 휘두르거나, 동생의 출세를 위해 황제에게 청탁하는 일 또한 없었다. 라인하르트가 16세에 임관한 이후로 고속 승진한 것도 순전히 프리드리히 4세가 본인의 의지로 직접 손을 쓴 것이며, 그나마 미디어믹스에서는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가 유년학교에 편입할 수 있게 했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이것에 대해 전혀 언급한 적도 없다.

즉위하자마자 황후를 내버려두고 여자를 탐하며, 단 한번도 만족한 적이 없던 프리드리히 4세였지만 안네로제는 적절한 처신과 유순한 태도로 오랫동안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원 작에서는 프리드리히 4세가 안네로제에게 기묘하게 집착하지 않았거나 라인하르트가 여성이었다면 그와도 염문이 났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이야기는 라인하르트의 외모가 매우 뛰어나다는 뜻도 되지만 집착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안네로제를 향한 프리드리히 4세의 총애가 어마무시했다는 것도 의미한다.

비록 반강제로 황궁에 끌려와 황제의 애첩이 되었지만 안네로제는 자신을 그런 신세로 만든 근본적인 원흉인 프리드리히 4세에게 겉으로나마 증오하거나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굳이 세세하게 따진다 해도 프리드리히 4세의 사후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가 별궁으로 가서 안네로제를 데리러 올 때 우는 장면이 거의 유일하다.[21] 철저히 순종적이었던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절반 정도는 자포자기, 절반 정도는 라인하르트의 미래를 위해 자기암시라도 건 후 프리드리히 4세를 따뜻하게 위해주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어쨌든 프리드리히 4세의 입장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 하면 뭔가 부탁한다거나 요구하는 게 많아지는 다른 여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자신이 찾아오면 진짜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안네로제는 매우 특별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자기가 솔선해서 뭔가 안네로제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데, 라인하르트에 대한 상당한 총애도 아마 이런 목적에서 시작된 듯 하다. 프리드리히 4세도 안네로제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총희에서 해방시켜 자유를 주는 것임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는 묘사가 간접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프리드리히 4세 자신이 살아갈 낙이 사라지므로, 황궁에서 놓아줄 순 없었고 대신 다른 방법으로나마 잘해주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참고로 안네로제와 비슷한 인물로는 자신을 경호하는 시종무관(侍從武官)이었던 리하르트 폰 그림멜스하우젠 대장이 있으며, 이 인물에 대해서도 승진시 황제가 직접 제국군 3대 장관과 만나서 넌저시 운까지 직접 날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프리드리히 4세는 안네로제의 아버지 세바스티안 폰 뮈젤이 사망하자 슬퍼하는 안네로제를 위로해주고자, 세바스티안의 장례식 궁내성 관리들을 보내 가극 공연을 관람하는 데에 동참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장례식이 다 끝나기도 전에 찾아왔으니 타이밍이 너무 나빴을 뿐이다. 어쨌든 이것만 봐도 안네로제에 대한 프리드리히 4세의 애정은 일개 애인에 대한 총애 수준을 넘어섰다.[22]

어쨌든 안네로제의 처신은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후작을 비롯한 궁정의 관료들은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했음에도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나쁘게 보지 않게 되었다. 문벌귀족 또한 고속승진과 돌출행동을 이어가는 라인하르트와 달리 안네로제에게는 적의를 가지지 않았다.[23] 물론 안네로제가 황제의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황태자가 되면 처신과 상관없이 정치에 휘말리게 되겠지만 루돌프 대부터 내려온 골덴바움 왕조의 유전적 결함은 안네로제의 임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생 라인하르트의 우려와는 다르게 안네로제는 마냥 적들에게 둘러싸인 고독하고 고립된 삶을 살지만은 않았다. 일단 그녀를 황제에게 직접 끌고 간 원수인 한 하급 귀족 콜비츠와 그의 아내는 그뤼네발트 백작 부인의 집사가 되어 안네로제를 주군으로서 충성하며 시중을 들었고, 안네로제도 이들 부부와 친하게 교류하면서 일상을 보냈다. 부계 중심의 은하제국의 귀족들 중 드물게 시집 가지 않고 스스로 남작위를 물려받을 만큼 능력과 기품이 뛰어나고 성격도 호탕하고 털털한 여장부인 마크달레나 폰 베스트팔레 여남작, 도로테아 폰 샤프하우젠 자작 부인과 정식으로 두터운 우정과 친분을 맺으며 절친이 되기도 하고 화분의 꽃들을 가꾸는 평화롭고 소박한 삶을 살아갔다.

3.3. 주산나 폰 베네뮌데의 위협

그러나 이런 안네로제를 유일하게 증오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프리드리히 4세의 또 다른 총희인 주산나 폰 베네뮌데 후작부인이었다. 본래 자작가의 영애였던 주산나는 황제의 총애를 받아 후작부인 칭호를 받았고, 황제의 총애를 독점하여 한때는 리히텐라데 후작마저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황제의 아이를 유산, 사산하고 프리드리히 4세의 총애가 안네로제에게 옮겨가면서 질투심이 폭발해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베네뮌데는 우선 라인하르트부터 처치하려고 했으나 실패를 거듭했고, 그 사이 라인하르트는 제국군 대장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황명으로 폐절된 로엔그람 백작가의 대를 잇게 되었다. 이를 갈던 주산나는 다시 안네로제에게 시선을 돌려 불명예스러운 사생아를 낳게 만들어 두 남매를 몰락시키는 흉계를 꾸몄다. 주산나는 가까운 궁정의사인 글레저에게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대한 천하고 추악하며 성병에 걸린 남자의 종자를 구해 몰래 안네로제를 임신시키라고 의뢰했다.

하지만 삼류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남자가 철통같은 경호 속에서 보호받는 안네로제를 강간하고, 사생아까지 임신시키는 3대가 멸문당해도 할말 없는 상상초월의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냐는 것이다. 거기에다 안네로제의 곁에는 시녀도 많고 의사의 진찰을 받을 때도 오진을 막기 위해 여러 명의 의사가 투입되어서 몰래 인공수정 하는 것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설령 음모가 성공해서 안네로제가 몰락한다 하더라도 프리드리히 4세의 애정이 주산나로 옮겨가는 것도 아니었다. 주산나가 황제의 총애와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오로지 황제의 아이를 가지는 것 밖에 없었는데, 이미 몇 번이나 유산과 사산을 겪은 주산나가 황제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도 힘들었다. 의뢰받은 글레저도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지만, 질투에 미친 주산나는 계획을 강행했다.

하지만 무리한 음모 때문에 몰래 줄을 타던 글레저는 은근슬쩍 라인하르트에게 주산나의 흉계를 흘렸고,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 그리고 새로 합류한 볼프강 미터마이어 오스카 폰 로이엔탈 때문에 오히려 주산나가 황궁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다. 이 모든 게 안네로제 때문이라고 판단한 주산나는 완전히 미쳐버려 대담하게도 뮈젤 남매를 암살하려 시도했지만 한끝 차이로 빗나가고, 안네로제는 약간의 행운과 라인하르트, 키르히아이스, 로이엔탈, 미터마이어의 철통 경호로 목숨을 건졌다. 그녀는 비록 자신의 목숨을 노렸어도 주산나를 고발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라인하르트는 지금 주산나를 처리하지 않으면 마음놓고 출정할 수 없다고 누이를 설득했고, 안네로제는 라인하르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주산나의 마음도 이해했고, 라인하르트가 무조건 직진하지 않고 때로는 비록 적이라 해도 상대의 마음과 삶을 이해해주기를 바랬다.

결국 황제의 총희는 물론 두 귀부인까지 살해하려 한 주산나는 글레저의 증언으로 그간의 악행이 모두 드러나며 사형에 처해졌다. 라인하르트는 주산나를 자신들의 원수 중 한 명이자 누나를 마음대로 채간 음탕하고 추악한 프리드리히 4세의 총애에나 매달리는 어리석고 독살스러운 뱀 같은 여자로 치부하며 경멸을 표했지만, 안네로제는 자신은 물론 남동생과 친구들까지 죽이려고 했던 베네뮌데의 만행들을 인정하면서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고 되려 가엾게 여기고 용서했다. 오히려 베네뮌데 후작 부인 역시 본질적으로 프리드리히 4세의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다가, 끝내 황제에게 버림받고 타락해서 패악을 저지르다가 사랑하던 이에게 처형당하기까지 한 불쌍한 피해자라고 여기며 가슴 아파했다.

'총희'라는 직책도 겉만 화려할 뿐 어느 순간부터 황제의 애정이 식어버리면 한없이 유명무실해지는 무력한 신분이었기에 같은 총희라는 입장에서, 평생토록 황제에게 인정받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살아온 주산나가 느꼈을 사무친 배신감과 허무감, 증오와 고통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한 것이다. 그래서 베네뮌데 후작 부인의 처형 이후 라인하르트에게 주산나를 용서하고 이해해달라고 말했으며,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서는 '만약 나에게 라인하르트와 지크가 없었다면 나도 후작 부인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심지어 그저 엽색행각에만 몰두하는 무책임한 황제로 묘사되던 프리드리히 4세 역시 주산나의 증오에 기름을 들이부은 근본적인 원흉은 자신이며, 결과적으로 주산나를 나락의 길로 떨어뜨리고 토사구팽이나 다름없이 처형시킨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나름대로 주산나의 말로를 안타까워했다. 주산나가 타락한 원인 또한 모두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죄책감을 느낄 만큼,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주산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원망하고 증오하는 졸렬한 짓은 하지 않았다.

이미 골덴바움 왕조는 언제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망조가 들대로 든 상황이었고 자신도 라인하르트에 의한 복수의 대상 1순위로서 왕좌에서 끌어내려질 운명이기도 하고 노환으로 인해 죽음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기에,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에게 주산나를 최대한 고통 없이 처형하라고 명령하고는 덤덤하게 "어차피 짐도 곧 그 뒤를 따를 터이니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기다리거라, 주산나."라며 사후에서나마 연인으로서 영원히 함께 하자는 식의 말을 남긴다. 정작 주산나는 강제로 독주를 들이마시는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반면 프리드리히는 황제로서 즐기고 싶은 것은 실컷 누리면서, 오랫동안 복수의 칼을 갈아온 라인하르트의 철퇴를 맞기도 전에 침대 위에서 편하게 병사하고 장례식도 호화롭게 치르면서 떠났다는 게 어이없지만. 어쨌든 그 말대로 황제는 심장질환으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며 주산나의 뒤를 따르게 된다. 동시에 안네로제와 라인하르트를 중심으로 한 로엔그람 왕조가 새로운 지배층으로 들어서면서 총희 제도도 영구적으로 폐지된다. 그리고 부정부패와 문벌귀족의 남횡으로 얼룩진 골덴바움 왕조도 사실상 프리드리히 4세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영원한 종말을 고하게 된다.

여하튼 베네뮌데 후작 부인의 처형은 라인하르트의 적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이후 안네로제와 라인하르트 남매와 그 휘하 일파를 대놓고 적대하는 세력이 없어졌다. 덕분에 안네로제도 한동안 암살 위협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

3.4. 마침내 자유가 되다

우주력 796년 말, 동맹군의 제국 침공이 한창 진행되던 중 프리드리히 4세가 심장질환으로 급사하면서 안네로제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24] 라인하르트는 궁정을 나온 안네로제를 슈바르첸의 저택으로 모시고 같이 살았다. 안네로제는 그동안 억지로라도 짓눌러왔던 수없이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북받친 나머지 두 사람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터뜨린다. 자신을 황제의 총희로 삼았으며 오랜 기간 동안 백작가의 집사로 일하던 콜비츠 부부와도 결별한다.

정황상 라인하르트는 안네로제를 냅다 황제에게 팔아치운 콜비츠를 용서하지 않았겠지만, 누나가 상처 입을 걸 염려하여 집사직을 박탈한 뒤 영구적인 접근 금지를 취하는 선에서 끝내고 관용을 베풀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안네로제가 동생이 콜비츠에게 보복할 경우를 미리 예측하고 콜비츠 부부는 황궁에 살아온 몇십년 동안 나의 시중을 들어주고 보살핀 은인들이니 살려달라고 당부했을 수도 있다.

이 시기 소설판에서는 라인하르트나 안네로제, 키르히아이스 모두 과거가 생각나는 시기였다는 묘사가 등장할 정도로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되찾은 셈. 중간에 안톤 페르너 대령이 안네로제를 노리고 슈바르첸 관저를 습격했지만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저택을 철통같이 방어하면서 시도조차 못했다.

3.5. 지크의 죽음, 동생과의 의절

파일: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안네로제.jpg
라인하르트에게 사실상의 의절을 선언하는 안네로제
하지만 안네로제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립슈타트 귀족연합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는 함대를 이끌고 오딘을 떠난다. 그리고 립슈타트 전역 막바지, 베스타란트 참극으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는데 이것이 파국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키르히아이스는 안스바흐의 흉탄으로부터 라인하르트를 지키다가 숨을 거두었고, 그녀의 유일한 행복도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작중에서 명확히 묘사되지는 않지만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라인하르트는 안네로제에게 질책받은 뒤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하고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답변은 하지 않았으나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안네로제의 행동을 통해 동생의 믿음직한 친구인 만큼 뜨겁게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뚜렷하게 확신시켜주고 있었다. 그걸 또 십여년이나 모르고 있던 라인하르트는 둔감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후 힐데가르트에게 청혼을 하고 나서는 '키르히아이스는 여자도 모르고 죽었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죽게 한 내가 결혼을 해도 되겠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다.

결국 사랑했던 남자와 맺어지지 못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라인하르트에 대한 안네로제의 복잡한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원작에서는 안네로제 역시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안네로제는 키르히아이스에게 라인하르트가 엇나가지 않도록 충고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그 충고를 무시하고 결국 키르히아이스를 죽게 만든 라인하르트에 대한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25] 물론 나중에 힐다와의 대화에서, 자신을 키르히아이스에게 라인하르트의 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해 결국 죽게 만든 죄 많은 여자라고 표현한 걸 봐서는 라인하르트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과 죄책감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시스터 콤플렉스라고는 해도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만이 안네로제의 유일한 남자라고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키르히아이스에 대한 안네로제의 감정을 동생뿐만 아니라 그의 부하들도 알고 있었는지, 제국군 제독들은 어느 누구도 안네로제에게 키르히아이스의 부고를 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에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총대를 매고 직접 부고를 전하였고, 안네로제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남아 회한에 잠긴 라인하르트에게 통신을 보냈다.
안네로제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뺨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얗다. 푸른 눈에 눈물은 없었다. 그곳에 맺힌 것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가엾은 라인하르트..."
안네로제가 속삭였다. (중략) 그는 권력과 권위를 위해 자신의 반신을 일개 부하로 취급하려 했으며, 그 좁은 도량에 혹독한 벌을 받은 것이었다.
"네겐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구나. 라인하르트"
"...아닙니다. 아직 제게는 누님이 있잖습니까. 그렇지요, 누님? 그렇지요?"
라인하르트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래, 우리 남매에게는 서로를 제외하면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그 목소리가 라인하르트의 정신을 일깨웠다. 동생의 표정이 변한 것을 라인하르트는 알아차렸을까.
"라인하르트, 나는 슈바르첸의 저택에서 나가고 싶구나. 아무 곳이든 좋으니 조그만 집을 얻어 줄 수 있을까?"
"누님..."
"그리고 당분간 서로 만나지 말기로 하자꾸나."
"누님!"
"나는 네 곁에 있지 않는 편이 좋겠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 나에겐 과거가 있을 뿐, 하지만 네게는 미래가 있잖니."
"......"
"지쳤을 때는 내게 오려무나, 하지만 아직은, 지쳐서는 안 돼."
그렇다. 라인하르트는 과거를 그리워할 자격을 잃었으며, 지쳐 쉴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키르히아이스가 맹세를 지킨 이상 그도 키르히아이스에게 한 맹세를 지켜야 한다. 우주를 손에 넣는 것,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한다.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본다면, 하다못해 그 정도는 손에 넣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분부대로 따르지요. 그리고 우주를 손에 넣은 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작별하기 전에 한 가지만 가르쳐주십시오."
라인하르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골랐다.
"누님께서는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하셨던 겁니까?"
그리고, 조심스럽게 누이의 얼굴을 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라인하르트는 그때만큼 투명한, 그때만큼 슬픈 누이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 표정은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그리고 그의 생각은 옳은 것이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52~353

OVA에서는 이게 더 극명하게 나타나서 작중 어느 정도 뒤 로이엔탈에게 개길 놈들은 개겨보라고 말했을 때 가히 "이새끼 드디어 정신줄 놨구나"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진짜로 덤볐다 그리고 이후 라인하르트의 인간적인 면은 거의 사라지는 듯 했으나,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덕에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3.6. 프로이덴 산장에서의 은거

파일:legend-of-the-galactic-heroes-die-neue-these-episode-39-6-1.jpg
콘라트와 함께 프로이덴에서 은거를 시작하는 안네로제
이후 라인하르트가 마련한 저택을 나온 안네로제는 과거 대귀족들이 소유하고 있었지만 립슈타트 전역으로 몰락한 귀족의 별장을 얻어, 마찬가지로 립슈타트 전역에 참전했던 몰락귀족 군인이자 새로운 시종으로 임명된 콘라트 폰 모델의 시중을 받으며 자유롭고 한적한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라인하르트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와 결혼하기 전까지 일절 동생과 만나지 않았다.
파일:alamat-ng-galactic-heroes-die-neue-these-episode-39-7.jpg
안네로제와 힐데가르트의 대화
그 후 황제 납치 사건 직전 황제 직속 수석 보좌관이자 후일 올케가 될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중장이 몰락한 문벌귀족들이 안네로제를 납치하거나 암살할 위험이 있어 호위를 붙일 것을 설득하기 위해 프로이덴 산장을 찾아온다. 안네로제는 힐데가르트를 친절하게 환대하며 둘만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안네로제는 자신을 두고 "키르히아이스의 인생과 생명,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을 빼앗은 죄 많은 여자"라고 말했다. 라인하르트에 대한 실망뿐만 아니라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또한 은거의 이유 중 하나였던 것이다.
파일:alamat-ng-galactic-heroes-die-neue-these-episode-39-8.jpg
힐데가르트의 조언을 수용하는 안네로제
안네로제를 데리러 온 힐데가르트는 그렇다고 안네로제가 죽으면 키르히아이스가 기뻐하겠냐고, 그리고 살아있는 라인하르트를 정신적으로 죽이기엔 너무 젊지 않냐고 설득했다.[26]

그렇긴 해도 힐데가르트의 우려처럼 라인하르트의 반대 세력이 안네로제를 납치할 가능성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었기에, 안네로제도 프로이덴 산장에 안전히 은거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호위 병력은 받아들이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원작에서 아드리안 루빈스키가 라인하르트의 약점은 그의 누나인 안네로제라고 말한만큼, 힐데가르트가 일련의 상황을 통해 안네로제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제대로 파악했던 것이다.[27]

3.7. 로엔그람 왕조 장공주

힐데가르트와의 만남 이후 프로이덴 산장에서 엄중한 경호를 받으며 지내다가, 로엔그람 왕조 창건 직전 라인하르트에 의해 대공비의 작위를 받는다.

한동안 은거하던 안네로제가 다시 등장한 것은, 라인하르트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속도위반을 한 이후이다. 힐데가르트가 회임 중 뒷바라지를 핑계로 페잔으로 오길 청하자 군말없이 이주해왔다. 이때 라인하르트와 화해를 어떻게 했는지는 묘사되지 않지만, 이후로는 전처럼 아예 서로 피하게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OVA에서는 결혼발표는 했지만 남매상봉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니 안네로제는 통신으로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 아니, 힐다 씨, 동생과 결혼해주셔서 감사드려요."라고 축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자리 피할 필요 없다고 동생을 좋아해줘서 고맙다며, "라인하르트는 당신의 것"이라고 확실하게 인수인계(?)를 해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침대에 누워 알렉산더를 임신 중인 힐데가르트를 따뜻하게 보살피면서 같이 화기애애한 덕담을 나누는 착하고 다정한 시누이 언니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호랑가시나무관 습격사건에서는 키르히아이스가 죽고 동생과 의절한 후 힘들게 살던 자신이 가슴 피고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위로해준 새로운 가족이자 여동생이나 다름없는 올케 힐데가르트와 세상에 태어날 뱃속의 조카 알렉산더를 구하기 위해 난입한 지구교도의 면상에 촛대[28]를 깔끔하게 명중시킨다. 이 때 얼굴에 한 방 얻어맞고 피투성이가 된 지구교도는 이후 뢰벤브룬 칠원수 중 한 명인 울리히 케슬러에게 사살된다.

힐데가르트가 알렉산더 지크프리트 폰 로엔그람을 무사히 출산한 이후에는 기력을 회복한 안네로제는 동생과도 앙금을 풀고 화해한다. 우애 깊은 언니동생 같은 사이가 된 힐데가르트와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을 가진 알렉산더 지크프리트는 안네로제에게 필요했던 살아가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래서 도움을 청했던 힐데가르트의 판단은 현명했다.

3.8. 결말

종장에는 대야와 수건을 들고 병에 걸려 누운 라인하르트의 침상으로 찾아가 조카 알렉산더를 안고 있는 힐데가르트 황후의 옆 자리에 앉았다. 누나가 찾아왔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뜬 라인하르트로부터 꿈을 꿨다는 말에 안네로제는 곧 다가오는 동생의 죽음을 직감하고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님으로부터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서 죄송하다는 동생의 사죄, 이제야 빼앗은 것들을 모두 돌려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키르히아이스와 뮈젤 남매 셋이서 행복하게 지낸 유년기의 추억 사진과 안네로제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였던 키르히아이스의 붉은 머리카락이 담긴 은제 로켓 목걸이까지 돌려받는다. 그리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동생 라인하르트의 임종을 조용히 지켜봤다.

가녀리고 병약해 보이는 이미지였고 실제로도 작중 위치도 주인공 라인하르트의 가장 소중한 사람 중 제0순위이자 최후의 역린, 최대의 약점으로서 라인하르트의 정적들에 의해 암살 대상으로 노려질 만큼 숱한 사망 플래그도 있었지만, 끝내 모든 위협을 극복하고 결말까지 살아 남았다. 최전선에 나가 수없이 많은 전투와 전쟁에서 싸워온 연인 키르히아이스와 동생 라인하르트보다도 오래 살았다.

본편 이후의 행적은 불명. 섭정 황태후 힐데가르트의 시누이에 황제 알렉산더의 고모라는 위치이지만 실권을 시누이인 힐데가르트와 조카 알렉산더에게 맡기고 안네로제 본인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페잔의 황궁에서 유유자적하며 소박하고 목가적인 전원 생활을 누렸을 가능성이 높다. 황족으로서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골덴바움 왕조 공첩 시절에도 하지 않았으며, 권력욕이 없고 소박함을 즐기는 안네로제의 성격에도 맞지 않으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황제 알렉산더는 모후 힐데가르트 폰 로엔그람과 아버지의 동료들이 섭정으로서 활동했고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친정을 시작했으니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만 라인하르트 사후 은하제국의 실권을 쥔 섭정 황태후로서 공사다망한 힐데기르트가 업무에 마음 편히 전념할 수 있게 애지중지하는 조카를 보살피는 고모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단호하고 강한 성격과 가족을 사랑하는 성품이 더해져 힐데가르트와 알렉산더, 그리고 후임 황제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단호한 일침과 부드러운 조언을 건네는 지주의 역할을 수행하는 로엔그람 왕조의 기둥이자 구심점이 되었을 것이다.

4. 기타

  • DNT의 NHK판 엔딩 ' Hikari No Hoshi'에서 유아기 때 모습이 가상으로 등장한다.[29]
파일: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jpg * 2021년 2월에 은하영웅전설 DNT의 트위터 공식계정에 발렌타인 데이 기념으로 공식 일러스트가 올라왔다. 아마도 키르히아이스에게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 전해준 듯.

5. 둘러보기

파일:lion02_s.png 로엔그람 왕조 파일:lion02_s.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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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뤼네발트 성씨 하사 전 [B] 그뤼네발트 성씨 하사 후 [A] [B] [5] 베스트팔레 남작부인과 마찬가지로 작위를 지닌 귀족의 아내가 아닌 여성 대공을 의미한다. 대공비보다는 여대공이 정확한 표기. 다만 라인하르트의 주선으로 이미 죽은 키르히아이스도 대공이 되었으니 키르히아이스 사후에서나마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6] 이후 딸인 한 메구미가 DNT에서 에반젤린 미터마이어역으로 나오게 되어 모녀 2대 출연을 달성했으며 같은 OVA에서 출연한 부모 성우인 노지마 아키오와 같이 리메이크 판인 DNT에서는 자녀가 출연하여 세대를 이었다. [7] Rose야 말 그대로 장미이고, Anne는 히브리어 계통의 어원을 가지며 '신의 은총을 받다'라는 뜻이다. 폰 그뤼네발트까지 붙이면 '녹색의 숲의 은총받은 장미'. 아주 수려한 이름이지만, 정작 독일 현지에서 이 이름이 작명 순위 10위 안에 들어간 적은 1900년까지 거슬러올라가도 한 번도 없다고 한다. [8] 長公主. 왕의 누나/ 언니 혹은 여동생을 뜻한다. [9] 라인하르트 휘하의 제국군 장성들 또한 행사장에서 자신이 쓸 의자는 직접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한다. [10] 이는 작중에서도 비슷하게 힐데가르트에게 청혼할 때의 대사에서 드러난다. 본인은 골덴바움 왕조의 모든 황제들을 음탕하기 짝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자신은 결코 그런 황제들처럼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힐데가르트에게 청혼한 것도 멘붕 후 엉겹결에 원나잇 스탠드를 한 후 자신의 저 각오를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11] 엄밀히 말하면 힐데가르트조차도 처음에는 연심으로 보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든 힐데가르트든 서로 한눈에 반했다는 묘사 따위는 전혀 없으며 단지 상사와 부하라는 딱딱한 관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신경써주는 면이 많이 나오면서 가까워졌을 뿐. 라인하르트는 힐데가르트의 외모를 한번도 칭찬한 적이 없으며 단지 힐데가르트의 능력을 매우 깊이 신뢰하고 높이 평가했을 뿐이다. 즉 라인하르트에게는 그토록 아끼는 힐데가르트조차도 외모로는 사람을 보지 않는다. 물론 라인하르트의 미적기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본인도 뭐가 아름다운지는 안다. 그 가치를 전혀 못 느낄 뿐... [12] 당장 라인하르트는 누구보다 소중했던 누나를 황제에게 팔아치운 무능한 자라며, 아버지인 세바스티안을 평생토록 증오하고 경멸했으며 사후에도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13] 대표적으로 렌텐베르크 요새 공방전에서 오프레서가 안네로제를 가리켜 황제를 홀린 년이라고 모욕하자 그전까지 자기 욕은 아무렇지 않게 듣다가, 바로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에게 "저 상놈을 반드시 생포해라! 절대로 죽이지 마라. 내가 직접 놈의 주둥아리를 찢어버릴테니!"라며 광분했다. 이를 본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조차 놀라서 그 냉정한 라인하르트도 감정이란 게 있는 사람이었다고 뒷담을 나눌 정도. 결국 라인하르트는 오프레서에게 첩자 누명을 씌워 그가 아군이었던 문벌귀족측에게 사살당해, 억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사후의 명예마저 더럽히는 방식으로 복수한다. [14] 유럽에서 로얄 미스트리스(Royal Mistress)는 왕/황제의 정부이자 애인, 첩의 역할인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이 받아야 할 모든 비난과 모욕을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욕받이 역할이다. 당장 2020년에 나온 로맨스 판타지 소설 재혼황후에서 동대제국의 황제 소비에슈 트로비 빅트의 첩인 라스타 이스쿠아가 극성 팬덤으로부터 만악의 근원인 소비에슈보다 필요 이상으로 욕을 얻어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5] 하지만 키르히아이스가 라인하르트를 암살하려던 정적에 의해 사망하고 안네로제 역시 라인하르트에게 크게 분노하여 스스로 몰락귀족의 별장을 구하고 은거하는 삶을 택하여 일반적인 트로피에서 벗어나는 자립적인 모습을 보였다. 완전한 트로피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16] 로엔그람 왕조가 집권한 시점에서는 정식으로 이름을 안네로제 폰 로엔그람(アンネローゼ・フォン・ローエングラム/Annerose von Lohengramm)으로 개명해야 할 터이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라인하르트의 즉위 이후에도 여전히 원수나 다름없는 프리드리히 4세의 총희로 살던 시절의 성씨인 '그뤼네발트'의 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로엔그람이나 그뤼네발트나 죄다 프리드리히 4세가 하사한 성씨라서 개명한다 해도 별다른 의미는 없기 때문에 라인하르트가 여기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은 낮다. [17] 여기서 말하는 대공비는 '대공'의 배우자가 아니라 여성 대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공비가 아니라 '여대공'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18] 특히 원수부의 사망자들 중 키르히아이스를 라인하르트의 패권을 위협할 2인자란 이유로 자의로 사지로 내몬 책임자 중 한 명인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과 안네로제에게 여성혐오를 품고 나중에는 의도치 않게 노이에란트 전역까지 일으킨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있다. 이 두 사람 모두 인품에 있어서는 심히 어둡고 비뚤어진 사상과 잔혹하고 인정사정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개인적으로도 평생을 약속한 연인을 죽게 만든 원수, 엄연히 황제의 누나인 자신을 경멸하는 여성혐오자에 몰락귀족 출신 여성을 강간하고 사생아까지 임신시킨 경력이 있는 반역귀족이라 안네로제와 절대 사이가 좋을 수 없는 자들이라는 점이 특징. 그녀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게도(?) 전개를 넘기면서 사망 처리되었다. [19] 독일어로 승리라는 뜻이다. [20] 처음 만나고 죽는 순간까지 평생토록 안네로제만을 바라보고 헌신적으로 사랑해온 키르히아이스도 안네로제의 절친 마크달레나 폰 베스트팔레 여남작으로부터 장난 삼아 '지크'라 불리자 '지크는 안네로제 님만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인데...'라고 속으로 씁쓸해했다. 그만큼 키르히아이스에게 '지크'라는 애칭은 오직 안네로제만이 부를 수 있는 소중한 이름이었다. 안스바흐의 흉탄에 의해 가슴을 꿰뚫리고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안네로제에게 지크는 옛 맹세를 지켰다고 전해달라는 유언을 라인하르트에게 남길 정도. [21] DNT에서는 프리드리히 4세의 장례식에 슬픈 표정으로 참석해 그의 시신에 꽃을 헌화하고 이후 자유의 몸이 되어 노이에 상수시를 나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가 마련해준 저택에서 살게 되자 한층 표정이 밝아진다. [22] 권력자의 인성에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황제의 총애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황제를 위하는 일을 자기 인생보다 더 중요시해야 한다. 실제 역사에서 루이 15세가 가장 총애한 정부 퐁파두르 부인은 딸과 친정 아버지가 연달아 사망하는 바람에 엄청난 상심에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루이 15세 때문에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이 아니라 연회에 참석해서 루이 15세를 위해 웃고 떠들어야 했다. 이런 광경을 본 퐁파두르 부인을 적대하던 귀족들마저 경악해서 퐁파두르를 동정하고 위로해주었다. [23] OVA나 코믹스판에서는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일파가 안네로제에 대한 궁정음모를 꾸미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24] 골덴바움 왕조는 황제가 죽으면 관례에 따라 황제의 총희들은 돈을 주고 내보내게끔 되어 있었다. 작중 희대의 폭군 아우구스트 2세는 이 관례를 따르지 않고 아버지의 총희들을 다 제것으로 만들어 자기 친어머니에게 비판받았는데, 그러자 분풀이로 그 총희들이 끔찍하게 고문받은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며 나중에 어머니마저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 [25]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면모는 라인하르트와 붕어빵처럼 닮았다. 라인하르트 또한 자신에게는 어떠한 위해를 가해도 대인배처럼 넘어간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든 모욕을 하든 아무 상관도 안 하는 관대한 면모를 보이지만 안네로제에 대한 모욕에는 여지없이 광분하는 등, 소중한 사람이 위협을 받으면 그 관대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26] 라인하르트 역시 힐다가 안네로제를 페잔으로 모셔오자고 건의했을 때 '그런 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하며, 역정을 내면서도 '키르히아이스의 묘가 거기 있다'며 결코 떨쳐낼 수 없을 죄책감을 내비쳤다. [27] 정작 그 말을 한 루빈스키는 살아생전 안네로제를 암살하려고 시도하지는 않았는데, 만약 암살에 성공하여 라인하르트를 흑화시킬 수 있다 해도 그 전에 제국군의 보복으로 자신을 포함한 페잔 및 지구교가 인류 역사에서 먼저 소멸당할 것이라는 점 역시 이해했기 때문이다. [28] OVA에서는 전기 스탠드로 바뀌었다. [29] 구 OVA판의 경우 황금의 날개 극장판에서 어머니의 죽음 당시 어린이 안네로제의 모습이 잠깐 나온 적이 있다.